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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작가: 소경절

제1화

작가: 소경절
강시원은 기운 없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은근히 욱신거리는 아랫배 위로 차가운 초음파 기계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아기... 아직 괜찮나요?”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유산의 전조였고, 아이는 지키지 못했습니다.”

의사가 안타깝게 한숨을 내쉬었다.

강시원은 양손으로 시트를 꽉 움켜쥐었고 심장은 순식간에 찢기는 듯 아팠다.

“하지만 설령 지킨다 해도 임신 종결을 권장했을 겁니다. 화재 현장에서 많은 연기를 들이마셔 태아에게 심각한 영향을 줬습니다. 나중에 건강하지 못한 아이를 낳게 되면 더 곤란해져요.”

두 시간 전.

서정 그룹 산하 신에너지 연구실에서 전기 화재가 났고, 강시원은 막 개발한 최신 칩을 구하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화재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칩은 구해냈지만 그녀 자신은 짙은 연기를 들이마셔 의식을 잃었다.

응급실로 밀려들어 갈 때 그녀의 온몸 곳곳에는 찰과상이 있었고, 하체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어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었다.

밤낮으로 가정과 일을 오가며 거의 기진맥진했던 그녀는, 바로 이 순간에서야 자신이 임신 두 달이 다 되어 간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직 젊으시니까 아이는 또 생길 거예요.”

의사는 그렇게 달래며 닦아 주었다.

“지금은 몸이 많이 약해져서 입원해 관찰해야 합니다. 남편분께 바로 연락해서 돌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좋겠어요.”

강시원은 온몸이 떨려 간신히 몸을 일으켰지만 쉽사리 서정혁에게 전화하지 못했다.

이틀 전, 서정혁은 M국으로 출장을 가서 프로젝트를 논의해야 한다고 했고, 아들 서도훈은 해외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며 그를 따라나섰다.

그녀는 알았다. 서정혁은 출장 중일 때 방해받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이틀 내내 전화도 문자도 없으니, 아마 정말 바쁠 것이다.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이복 여동생 임지민에게서 온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강시원은 떨리는 손끝으로 열어 보다가 숨이 턱 막혔다.

사진 속에서 임지민은 그녀의 아들 서도훈을 껴안고 하트 포즈를 지으며 환하게 웃고 있었고, 준수하기 그지없는 서정혁은 옆에 단정히 앉아 있었다.

웨딩 사진조차 찍기 싫다던 그 남자가,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화면에 들어와 얇은 입술을 살짝 올리며 보기 드문 미소를 지었다.

그 사진만 보면 셋은 행복한 한 가족 같았다.

[언니, 나 지금 두 사람이랑 같이 뮤지컬 보고 있어. 나이팅게일의 노래, 언니가 제일 좋아하는 거 맞지? 내가 먼저 보고 올게!]

나이팅게일의 노래는 매회 매진, 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강시원은 여러 번 떠보듯 같이 보러 가자고 했지만, 서정혁은 늘 싸늘하게 거절했다.

‘나는 바빠서 시간이 없어. 게다가 도훈도 아직 어려서 한시도 떨어질 수 없잖아. 나중에 이야기하자.’

알고 보니 그는 바쁜 게 아니라 그녀와 함께하기 싫었을 뿐이었다.

강시원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 이미 찢어질 듯 아프던 심장이 다시 한번 칼에 찔린 듯 욱신거렸다.

병실로 돌아온 강시원은 복통을 참으며 몸을 웅크리고도 끝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 신호음이 간 뒤, 낮고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야?”

“정혁아, 나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있어... 조금만 일찍 돌아올 수 있어?”

강시원의 얼굴은 잿빛으로 질렸고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남자는 담담하게 말했다.

“여기 프로젝트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어. 이틀은 더 걸려. 이 집사더러 너를 돌보라고 할게.”

강시원은 휴대폰을 꽉 쥐었다.

“정혁아, 너 지금 지민이랑 같이 있어?”

“이렇게 뻔뻔하게 구는 거 재미있어?”

서정혁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배어 있었다.

“벌써 5년이야. 내가 몇 번이나 말했지? 나랑 지민이는 아무 사이도 아니고, 나는 지민이를 동생으로만 여겨. 설령 지금 지민이랑 같이 있어도 뭐 어쩌라고? 괜히 우기는 수준만 한 단계 올랐네. 아픈 척까지 하고 동정심을 노리겠다는 거야?”

“아빠, 전화 목소리가 너무 커서 나랑 이모가 시끄러워!”

어린 서도훈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엄마는 그냥 내버려두면 안 돼? 왜 그렇게 귀찮게 굴지?”

강시원이 말 꺼내기도 전에 서정혁은 전화를 끊었다. 그녀에게는 머리카락 한 올만큼의 인내도 주지 않았다.

텅 빈 병실에서 그녀는 이불 속으로 몸을 웅크렸고 한기가 사지를 휘감는 것만 같았다.

...

사흘 뒤, 강시원은 예정보다 일찍 퇴원하기로 했다.

연구개발부 쪽에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일이 많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 신제품 발표는 서정혁이 매우 중시하고 있다. 그녀는 좋은 결과를 내고 싶었다. 묵묵히 2년을 통째로 바쳐온 일이니까.

해 질 무렵, 강시원은 지친 표정으로 연안 빌리지로 돌아왔다. 몸도 마음도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막 거실에 들어서자 환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들 서도훈과 임지민의 목소리였다.

강시원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재빨리 몸을 숨겨 화분 뒤에 붙고, 그쪽을 엿보았다.

소파 위, 가늘고 연약한 체구에 맑고 사랑스러운 얼굴을 한 임지민이 서정혁과 서도훈 둘의 가운데 앉아 있었다. 티 테이블에는 생일 케이크가 놓여 있었고, 그녀의 목에는 루비 펜던트 목걸이가 반짝였다. 어느 하이엔드 브랜드의 한정 모델이었다.

한 달 전, 그녀가 우연히 백화점을 지나치다 본 것이었고, 마음에 쏙 들었지만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비싸 감히 탐낼 수조차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것이 임지민의 목에서 빛나고 있었다.

“정혁 오빠, 선물 고마워. 정말 마음에 들어.”

임지민은 펜던트를 가볍게 어루만지며 잘생긴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빛은 물처럼 출렁였다.

“이거 엄청 비싸지? 앞으로는 나 때문에 돈 쓰지 마. 나 그랬잖아, 선물은 중요하지 않고 마음이면 충분하다고.”

서정혁의 잘생긴 얼굴은 담담했다.

“돈은 별거 아니야. 네가 좋아하는 게 제일 중요해.”

“이모, 눈 감아!”

서도훈이 웃으며 재촉했다.

임지민은 얌전히 말을 따랐다.

희고 작은 서도훈의 손이 오색 크리스털 팔찌를 그녀의 손목에 끼워 주었다.

“다 됐어!”

“와, 정말 예쁘다!”

임지민의 얼굴에 놀람이 번졌다.

서도훈이 히히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 이 구슬 하나하나 내가 오래 고르고, 내 손으로 꿰었어. 이모한테 주는 생일 선물이야.”

“고마워, 도훈아. 이모가 평생 간직할게. 꼭 소중히 대할 거야.”

임지민이 몸을 굽혀 붉은 입술을 서도훈의 이마에 가까이 가져갔다.

바로 그때 서도훈이 얼굴을 번쩍 들더니 쪽 소리를 내며 먼저 임지민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서도훈은 아버지를 닮아 본래 냉담하고 자존심이 셌다. 엄마와는 살갑게 굴지 않았다.

그런데 임지민은 강시원이 애써도 얻지 못하던 것을 너무도 손쉽게 받아 갔다.

그녀의 심장은 세상에서 가장 많은 가시가 박혀 거대한 두 손에 무정하게 으깨졌다. 오장육부가 다 젖어 들고 혀 밑까지 시고 쓰게 저렸다.

서도훈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이모는 몸이 안 좋으니까, 앞으로는 나랑 아빠가 이모를 지켜 줄게. 비바람도 다 막아 줄게, 좋지?”

“좋아, 앞으로 이모는 너한테 의지할게.”

임지민의 얼굴이 수줍게 달아오르며 곁에 있는 남자를 흘깃 보았다.

서정혁은 가늘게 뜬 눈에 미소를 머금고, 직접 케이크를 한 조각 잘라 임지민의 손에 건넸다.

그 한 장면이 본래도 창백하던 강시원의 얼굴에서 마지막 핏기마저 걷어 갔다. 그녀는 거의 휘청이며 서 있지도 못했다.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남자는 다른 여자 생일을 챙겨 줬고, 반쯤 목숨을 걸고 낳은 아들은 입버릇처럼 자신이 지키겠다며, 제 어머니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간 여자를 감쌌다.

강시원은 눈가가 붉어진 채로 웃었다. 그리고 돌아서서 자신을 5년 동안 가둬 둔 결혼의 우리에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왔다.

별장 밖에는 가랑비가 자박자박 내렸다.

강시원은 온몸이 흠뻑 젖은 채 길가에 서서, 오래간만에 누르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쪽에서 반가움이 묻어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정말 오랜만이네. 요즘 잘 지냈어?]

그녀는 미소 지었다. 눈빛은 어느 때보다 맑고 차갑게 결연했다.

“응. 그리고 나 이혼할 거야.”

[뭐라고?]

“부탁할게. 이혼 협의서 초안 작성해 줘. 가능한 한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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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5. 11. 26. AM.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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