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2억 원이면 고향에 돌아가 3층짜리 별장을 지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자도 마음껏 누릴 수 있을 정도로 큰돈이었다.“알아. 배후의 인간이... 분명 엄청난 이득을 주겠다고 약속했겠지.”깊게 숨을 들이쉰 강시원은 차분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얼마를 줬는데? 이거 풀어주면 내가 다섯 배, 열 배, 아니 그 이상을 줄게.”남자의 눈은 탐욕으로 가득 찼다. 열 배가 얼마나 될지 계산하고 있을 때 바지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진동했다.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본 남자는 급히 지하실을 나가 밖에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그 여자는 잘 통제하고 있지? 얌전히 잘 있어?”오대호가 음산한 목소리로 물었다.“한 대 때리니까 얌전해졌습니다.”머뭇거리던 남자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런데... 이 여자 남편이 누굽니까?”오대호가 경계하며 물었다.“갑자기 그건 왜 물어?”“아닙니다. 그냥 궁금해서요. 남편에게서 돈을 뜯어내라고 했잖아요. 그러려면 적어도 그쪽 상황을 좀 알려줘야 미리 플랜을 짜볼 거 아니겠습니까?”“다 짜 놨으니 넌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물론 미리 알려줘도 나쁠 건 없지.”오대호가 음흉하게 웃었다.“그 여자 남편은... 서정혁이다.”남자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네? 어떤 서정혁이요?”“하... 경시에 서정혁이 둘이 있어? 당연히 서정 그룹 대표이사지.”깜짝 놀란 남자는 당장이라도 심장이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것 같았다. 어찌나 놀랐는지 휴대폰까지 바닥에 뻔했으며 얼굴은 공포에 질려 완전히 쭈그러들 지경이었다.“감히 서정혁의 와이프를 납치하시다니? 나 죽이려고 작정한 거예요?”돈이 필요해 도둑질도 꽤 해봤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정 그룹 대표이사 심기를 건드릴 만큼 간이 크진 않았다.“쯧, 서정혁의 여자라고 해서 몸에 레이더나 카메라를 붙이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놀라.”오대호는 아주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겁먹지 마, 내가 이미 다 처리해 놨으니까. 돈만 손에 넣으면 너는 T국으로 가는 화물선 타고
한수현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서 대표님, 아까 사모님께 연락해 봤는데 사모님 핸드폰이 계속 꺼져 있더라고요. 좀 이상하지 않나요...?”눈에 음험하고 차가운 빛이 스친 임지민은 곁눈질로 곁에 있는 남자의 표정을 살폈다.“연결이 안 되는 게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시니컬하게 한마디 한 서정혁은 목소리에 약간의 분노가 섞여 있었다.“아마 남의 집 아이 새엄마 노릇 하느라 바쁘겠지. 본인이 좋아서 하는 일이니 괜히 방해하지 마.”이 말에 임지민은 조마조마했던 마음을 놓고 음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한수현은 울적하기 그지없었다.5년 부부 동안, 사모님이 서 대표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단지 다른 남자와 말을 섞었다는 이유만으로 사모님을 마귀처럼 몰아세우고 바람기 있는 여자로 생각하며 지난 5년 동안 쏟은 모든 사랑과 노력을 지워버리다니...한수현은 문득 실망감과 허탈함이 온몸을 휘감는 듯했다.그전까지 속으로 강시원과 서정혁 커플을 지지하며 이혼하길 절대 바라지 않았지만 지금은 차라리 서정혁을 가정 법원 앞까지 모셔다드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1분이라도 늦게 이혼하는 게 강시원의 사랑에 대한 모욕이라고 느껴질 정도로......지하실 문밖의 희뿌연 불빛 덕분에 강시원은 시야가 점차 트이는 것 같았다.있는 힘을 다해 몸부림쳐 간신히 일어나 앉은 뒤 어둡고 습한 구석으로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마른 체구에 키가 큰 남자가 검은 마스크를 쓴 채 음흉하고 흉악한 기운을 온몸으로 내뿜으며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최대한 마음을 다잡으려고 했지만 온몸이 떨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계집애가 목숨 하나는 질기네. 내가 액셀을 그렇게 세게 밟았는데... 그 자리에서 죽을 줄 알았더니 멀쩡히 살아있잖아.”남자가 몸을 굽혀 강시원의 입에 있는 천을 확 잡아당겨 빼냈다. 지저분한 냄새가 사라지자 강시원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어둡고 황량함 속에서도 하얀 도자기 같은 얼굴은 야광주처럼 윤기 나고 눈
“임지민 씨는 미모뿐만 아니라 재능 또한 뛰어나요. 정말 보기 드문 분이죠.”심지경은 서정혁보다 더 자랑스러운 얼굴로 사람들 앞에서 소개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을 보면 볼수록 더욱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세상에! 서 대표님이 천년에 한 번 만나기 어려운 보물을 얻으셨으니 천군만마가 두렵지 않겠어요.”임지민은 서정혁을 응시하며 눈빛을 반짝였다.“사실 저도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에요. 주로 서 대표님께서 제게 능력을 발휘할 무대를 마련해 주셨기 때문이에요. 그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을 뿐입니다.”이때 누군가 웃으며 물었다.“두 분을 보니 곧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네요. 두 분의 결혼 소식을 언제 듣게 될까요?”눈을 가늘게 뜬 서정혁은 입가에 걸렸던 미소도 순간 사라졌다.서정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난처해진 사람은 서로 얼굴만 번갈아 봤다.술만 마시는 심지경은 그들 대신 설명하려는 의사가 전혀 없어 보였다.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서정혁과 강시원은 이혼할 사이이고 조만간 서정혁이 임지민을 아내로 맞이할 것은 정해진 사실이나 마찬가지였다.‘미리 예열하는 것이니 괜찮지 않을까?’“서 대표님!”이때 운도 테크의 회장 임성호가 아내 박영주와 함께 걸어왔다.“아빠, 엄마!”임지민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맞이하며 다가갔다.옆에 있던 서정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회장님, 오랜만이에요.”임성호는 안색이 잔뜩 어두워졌다.서정혁이 단 한 번도 임성호를 ‘아버님’이라고 부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임성호는 서정혁이 자신을 우습게 보기에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강시원, 그 계집애가 제일 쓸모없어, 서 대표 마음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하지만 다행히 서정혁이 강시원보다 임지민을 더 많이 신경 쓰면서 임씨 가문에 오는 횟수도 늘어났다.비록 강시원도 임성호의 친딸이었지만 마음속으로는 강시원이 서정혁과 이혼하고 임지민에게 기회를 주기를 바랐다.그래야 임씨 가문
강시원의 입은 헝겊으로 막혀 있었고 목구멍에서는 울먹이는 소리가 흘러나왔다.속눈썹에는 아직도 굳은 핏덩이가 매달려 있었고 머리는 터질 듯이 아팠으며 시야는 뿌옇게 흐려져 있었다.하지만 절망적이고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강인한 의지를 내보였다. 수정처럼 맑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몸부림치면서 주변 상황을 끊임없이 살폈다.비록 불빛이 어두웠지만 희미하게나마 여기의 구조가 폐공장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알아챘다.게다가 구석에 흩어진 부품들도 몇 개 보였다.강시원은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며 천천히 그 부품들 옆으로 기어갔다.비록 손발이 단단히 묶여 있었지만 열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었다. 주위가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엄청난 힘을 들여야 겨우 부품 하나를 더듬어 찾을 수 있었다.이 물건은...어릴 적 강부안 곁에서 자라며 온갖 기계 부품을 접해봤기에 이것이 구식 인쇄기의 베어링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식은땀이 가득 맺힌 채 터질 듯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혼자 생각하던 강시원은 갑자기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북쪽 교외에 있는 역리 인쇄공장?!”갑자기 지하실의 무거운 철문에서 철컥하는 소리가 났다.음산하게 울려 퍼지는 메아리는 마치 지옥에서 들려오는 소리 같았다.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한편, 음악이 흐르고 웃음소리가 가득한 연회장 안.임지민은 서정혁의 곁에서 샴페인 잔을 손에 쥐고 술을 권하러 오는 손님들과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야말로 서씨 가문 사모님의 폼을 다 잡고 있는 셈이었다.자기보다 나은 사람에게는 미소로 맞이하고 자기만 못한 사람에게는 거만하고 도도한 척하며 마치 범접할 수 없는 높은 산의 꽃처럼 아첨꾼들의 알랑거림을 즐겼다.“하, 저 남자들이 임지민 주변을 맴도는 모습 좀 봐. 개 같다니까. 여자를 처음 본 것처럼 굴잖아. 임지민 씨가 어느 정도 예쁘긴 하지만 그렇다고 선녀도 아니고 말이야. 엄청 품위가 떨어져 보이네!”주변의 재벌가 사모님 중 임지민을 눈에 거슬려 하는 이가 나타났다.“임지민이 저렇게 우
지난번에 한 비서가 박영주 앞에서 서정혁이 강시원과 함께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다고 과대 포장해서 떠들어댔지만 아마 전혀 그런 게 아니었나 보다.서정혁이 정말로 강시원을 사모님 신분으로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면 어떻게 결혼반지를 안 낄 수 있겠는가?서정혁이 이번에 강시원을 파트너로 데려온 건 박해순이 뒤에서 강제로 시켜서 한 일일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속이 완전히 후련해진 임지민은 서정혁이 눈치채지 못하는 틈을 타 몰래 핸드폰을 꺼내 박영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엄마, 강시원 그년이 아직 나타나지도 않았어요.][지민아, 엄마가 완벽하게 일 처리했단다. 네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엄마가 반드시 다 치워 주마!][고마워요. 엄마. 엄마밖에 없어요.][아, 참. 딸아, 너 지금 어디 있니? 아까 네 아빠가 너를 찾느라 여기저기 돌아보던데.]임지민의 얼굴에 우쭐하면서도 음흉한 미소가 번졌다.[저 정혁 오빠 차 안에 있어요. 오늘 밤도 정혁 오빠 파트너로 있을 거예요.][어머나! 넌 정말 엄마의 착한 딸이구나! 좀 이따 네 아빠한테도 말씀드려서 준비를 하라고 해야겠다. 공개석상에서 예비 장인이 사위 될 사람을 보는 게 흔치 않은 일이라 분수를 잘 지키라고 해야지!]바로 그때 남자의 목소리가 곁에서 들려왔다.“지민아, 무슨 급한 일 있어? 자꾸 휴대폰 보네?”“아, 별거 아니야.”급히 화면을 가린 임지민은 눈가에 미소를 가득 담아 말했다.“엄마야. 나를 못 찾겠다고, 어디 있냐고 묻네.”“응.”임지민은 붉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 참. 오빠. 언니가 나랑 오빠가 같이 입장한 걸 알면 엄청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요?”“기분 나빠한다고? 기분 나빠할 자격이 있긴 하고? 신경 쓰지 마.”말을 마친 서정혁은 목을 뒤로 젖힌 뒤 눈을 감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이 모든 건 본인이 자초한 일이야.”...서정혁의 팔짱을 끼고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임지민은 우아하게 레드카펫 위를 걸었다. 두 사람은 순간 대낮
“부모님과 함께 왔어. 오늘 밤 출품작 중에 아빠가 무척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게 있어서 꼭 낙찰받고 싶어 하시거든.”남자 앞에 선 임지민은 아름답고 가녀린 몸에 서정혁이 원래 강시원에게 선물하려 했던 하얀색 드레스를 살짝 걸치고 있었다.청순하고 귀여운 작은 얼굴에 애처로우면서도 사랑스러운 사슴 같은 메이크업을 했다. 긴 속눈썹을 살짝 깜빡이면 호소하는 듯한 눈빛은 당장이라도 별이 쏟아질 듯했다.“이 옷, 네게 잘 어울리네.”무심히 임지민을 훑어본 서정혁은 얇은 입술을 살짝 올렸다.“정말?”임지민은 봄꽃처럼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남자를 애처롭게 바라보았다.“아까 오빠가 내 키와 몸무게를 물어보길래 내게 깜짝 선물을 주려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내 짐작이 맞았네. 드레스 정말 마음에 들어. 고마워. 오빠!”서정혁은 저도 모르게 왼손 새끼손가락에 낀 반지를 만지작거렸다.“마음에 든다니 다행이야.”얌전하고 영리한 임지민의 모습에 서정혁은 왠지 마음이 뿌듯했다.강시원처럼 본인 주제도 모른 채 상대방을 거역하면서 일부러 남자의 마음을 괴롭게 하지도 않았다.서정혁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강시원은 내가 우리 부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변하고 있는 게 안 보이는 걸까? 양보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걸까?’이 세상에 서정혁으로 하여금 먼저 화해를 구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강시원밖에 없을 것이다.하지만 강시원이 주제도 모르고 감히 함부로 나댄다면 서정혁도 이 인간성 없는 여자를 위해 더 이상 자세를 낮추고 싶지 않았다.기회는 이미 충분히 줬지만 본인이 싫다고 내던지니 그건 누굴 탓하겠는가?옆에서 임지민의 말을 들은 한수현은 정말 울고 싶었다.자기 대표가 임지민의 몸매를 기준으로 사모님께 옷을 사 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어떻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할 수 있어?’5년 동안 같은 침대에서 잔 부부인데 자기 아내의 몸매조차 모르다니... 한수현은 강시원이 너무 안타까웠다.‘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