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문에 막 들어서자 가정부 방미희가 눈웃음을 지으며 맞이하러 나왔다.“심 대표님! 드디어 돌아오셨네요!”“성수는?”심지경이 정장 외투를 벗어 방미희에게 던졌다.“수연 씨는 위층에서 쉬고 계세요.”“요즘 어때? 밤에 나가서 설치지 않았지?”심지경은 성수연이 은근히 걱정되어 꼬치꼬치 캐물었다.이런 행동에 방미희는 살짝 어이가 없었지만 덤덤히 대답했다.“심 대표님, 출장 간 후에도 하루에 몇 번씩이나 물어보셨잖아요. 말씀드렸던 것과 같습니다. 수연 씨는 가끔 낮에 나가서 물건을 사거나 강시원 씨와 만나는 것 외에는 밤에 항상 일찍 집에 돌아왔어요. 그래도 마음이 안 놓이시면 별장에 CCTV 카메라 몇십 대 설치하시죠. 수연 씨의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으로 감시하실 수 있게요.”뒤에 있던 김호진이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졌다.그러자 심지경의 안색이 잔뜩 어두워졌다.“내가 곁에 둔 게 사람이지 애완동물이야? 매일 카메라로 성수가 뭘 하는지 관찰할 필요까지는 없어.”그러더니 잠시 멈칫한 후 또 한마디 물었다.“몸이 어디 아프다거나 한 적은 없지?”방미희는 요 며칠 안색이 매우 안 좋았던 성수연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성수연이 전에 신신당부를 했기에 차마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본인이 일개 가정부인데 집주인의 사사로운 일에 너무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삼켰다.“성수연 씨는 잘 지내세요, 빨리 올라가서 보세요. 줄곧 대표님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위층 침실, 성수연은 막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 앉아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평소 일 때문에 치마를 입거나 하이힐을 신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긴 머리는 위로 대충 올려 묶어 시원한 포니테일 스타일을 고수했다.그런데 막 샤워를 마쳐 머리를 풀어 헤친 데다 고개를 숙이자 검은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리며 아래로 떨어졌다. 매끄러운 비단결 같은 머리는 보기만 해도 저도 모르게 쓰다듬고 싶었다.바로 그때 누군가 손에 있던 드라이기를 뺏어갔다
강용호는 온몸이 터질 정도로 화가 났다.둘이 짜고 치는 고스톱에 본인이 완전히 놀아나는 것 같았다.속으로 강시원을 죽일 년이라고, 정신이 나갔다고 욕했다. 비록 두 사람 사이에 앙금이 있어도 회사는 여전히 그들 강씨 가문의 것이지 않은가? 어떻게 외부인과 손잡고 자기 집안사람을 칠 수 있단 말인가?만약 배기훈이 이사회 거부권을 손에 넣게 되면 배기훈이 회사 경영진을 통제할 수 있었다. 남이 회사 경영에 참견하는 것도 배 아파 죽을 지경인데 모든 권력까지 넘겨야 하다니!한편 강시원은 자신만의 생각이 있었다.비록 강시원의 손에 주식이 있지만 외삼촌과 대항하기에는 부족했고 게다가 자신이 대표이사라고 해도 회사의 권력은 여전히 외삼촌 손에 있었다. 크게 활개를 치고 싶어도 여전히 제약이 있었다.하지만 배기훈이 개입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우선 자본이 주입되면 강용호 손에 있는 주식이 자연스럽게 적어져 배기훈은 그와 대항할 수 있는 대주주가 될 수 있었다. 게다가 손에 이사회 거부권까지 쥘 수 있었다. 그러면 앞으로 영원 테크는 더 이상 강용호의 놀이터가 아닐 것이다.이렇게 생각하자 강시원은 마음이 점차 안정되었다.자신이 점차 배기훈을 신뢰하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순간 남자가 갑자기 음침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두 번째는 회사의 전체 구성원, 부서 업무 상황, 그리고 재무 보고에 대해 전문적인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검토 후 현재 직원 20%를 감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음 주부터 시작합니다.”“감원이요?!”강시원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휘둥그레 커졌다.“이건 저도 동의합니다!”강용호는 진작부터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 인건비를 절약하고 싶었다. 배기훈이 악역을 자처하겠다는 말을 듣자 속으로 좋아 죽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즉시 두 손을 들고 찬성했다.“사실은 배 대표님이 말씀하지 않으셔도 저도 구조조정을 할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영원 테크는 진작부터 직원 수에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출근을 해도 할 일이 없어 놀
순간 위기감이 온몸을 덮쳐왔다.“강 회장님, 이분이 바로 라이트 미라클 아시아 지역 대표이사, 배기훈, 배 대표님입니다.”강시원은 강용호가 자리에 선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자 어색함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배기훈을 소개했다.“배 대표님, 이분은 우리 영원 테크의 회장님...”“강용호, 강 회장님, 만나서 반갑습니다.”강시원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배기훈이 먼저 받아쳤다. 긴 다리를 꼰 채 우아하게 앉아 있는 모습에서 상위자의 거만함이 풍겨 나왔다.전혀, 그를 이 당당한 회장님으로 눈에 담지 않았다.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강용호는 당장이라도 소리를 내지르고 싶었지만 배기훈이 투자자인 이상 감히 화를 낼 수 없어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배 대표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배기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강용호를 바라보았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세 사람이 모두 자리에 앉았다. 옥같이 맑은 배기훈의 차가운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덤덤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한참 후 배기훈이 드디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오늘 알려드려야 할 일이 두 가지 있어 이렇게 두 분을 부르게 되었습니다.”배기훈은 상의한다는 단어가 아닌, 알려드린다는 단어로 입장을 확실히 했다.즉 배기훈은 이미 마음을 정했으니 그들은 이 일에 더 이상 토를 달 수 없다는 것이었다.강시원이 붉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깊이를 알 수 없는 남자의 눈동자를 빤히 응시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조금 긴장되었다.배기훈을 알고 지낸 시간이 그리 길지도, 하지만 그렇다고 짧지도 않았다. 다만 이 남자가 일할 때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강한 기세와 화내지 않아도 위엄이 있는 위압감에 두 눈을 감히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마치 태어날 때부터 백성들을 내려다보는 한 나라의 군주로 태어난 것 같았다.이 남자가 배씨 가문 사생아이며, 가문에서 쫓겨난 어두운 과거가 있다는 것은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배기훈이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다음 날, 강시원이 라이트 미라클의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이, 순식간에 영원 테크에 퍼졌다.사람들은 떠들썩하게 저마다의 의견을 꺼내놓았다.“들었어? 우리 회사가 라이트 미라클의 투자를 받았대! 400억을 투자했다고 하더라고! 앞으로 우리 회사, 점점 더 좋아질 거야!”“그건 장담할 수 없어, 지금 라이트 미라클이 우리 회사의 대주주가 됐으니 강 회장님과 강 대표님 손에 쥔 권력도 작아졌어. 앞으로 회장님과 대표님도 모두 라이트 미라클 배 대표님의 눈치를 봐야 해. 우리의 리더가 이제는 배 대표님이라는 뜻이야. 배 대표님이 어떤 사람인지 우리 아무도 모르잖아. 만약 매우 엄격하면 우리는 앞으로 고생길이 열리는 거야!”“배 대표님이 어떤 사람이냐고? 매우 잘생긴 남자지!”“잘생긴 게 무슨 소용이야, 그 얼굴이 사람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웃기고 있네! 네가 지금 밥 먹을 수 있는 것도 배 대표님 덕분인 거야. 배 대표님은 젊고 잘생긴 데다 돈도 많아! 이거 말고 뭐가 더 필요해?”“그런데 강 대표님 말이야, 정말 능력 있네. 취임한 지 며칠 만에 강 회장님이 2년 동안 뛰어다녀도 못 얻은 투자를 받아냈어. 정말 여자가 남자보다 낫다는 말, 이래서 하는 건가 봐!”“에휴, 그건 배 대표님이 남자고 강 대표님이 예쁜 여자라서 그래. 어떤 일은 남자보다 여자가 더 쉽게 할 수 있는 법이니까.”한편 회장 사무실의 강용호는 강시원이 첫 투자를 받아냈다는 소식에 안절부절못했다. 따온 협력처가 원항 캐피탈보다 세력이 훨씬 더 강한, 해외 자본의 지원까지 받는 라이트 미라클이라니! 게다가 라이트 미라클의 아시아 지역 대표이사가 바로 강시원과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배기훈이라는 것을 알자 은근히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관계가 애매한 두 남녀를 혼자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두 사람이 회사에 있으면 앞으로 회사에 있는 나날이 순탄하지 않을 것 같았다.“젠장... 안해준, 왜 그렇게 쓸모가 없는 거야! 담력이 그렇게나 없어서야 무슨 큰일을 한다고 그래!
한수현은 겉으로는 미친 듯이 잘못을 인정했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되뇌었다.‘아무리 봐도 대표님이 배 대표님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은데요...’“가서 사람 한 명 조사해.”한수현이 급히 물었다.“누구요?”“배기훈!”“아? 배, 배 대표님을 조사하라고요?!”한수현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배 대표님이 어떤 분인데... 조사하는 게 쉬울까요. 경찰 잠복 수준일 겁니다.”“그럼 배강 그룹 쪽부터 조사해. 배강수, 배명욱 사이에 뭔가 없는지 조사해. 찾을 수 있는 모든 것들 하나도 빠짐없이 낱낱이.”서정혁의 눈빛은 음침하고 차가웠다.“인간이라면 빈틈이 있기 마련이야. 시원이에게 접근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 거야!”...서정혁은 자정이 넘은 후에야 무거운 표정으로 연안 빌리지에 돌아왔다.막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걸음이 뚝 멈췄다.어두운 거실에 소파에 흰 원피스를 입은 가느다란 실루엣이 앉아 있었다.심장이 멎을 듯 떨리는 느낌에 침을 꿀꺽 삼켰다. 낮은 소리로 천천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강...시원?”서정혁이 밖에서 고객 접대로 늦게 돌아오거나, 출장을 갔다가 돌아온 밤이면 강시원은 이렇게 잠옷으로 갈아입지도 않은 채 거실에 앉아 조용히 서정혁을 기다렸다.“오빠, 드디어 왔네!”임지민이 즉시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서둘러 서정혁을 향해 달려갔다.눈앞의 환상이 순간 사라진 서정혁은 눈빛이 차가워졌다.“지민아,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집에 가서 쉬라고 했잖아?”“오빠가 갑자기 인사도 없이 가서... 너무 걱정돼서 왔어.”입술이 새하얗게 질린 임지민은 눈에 걱정하는 기색이 다분했다.“게다가 출장 간 며칠 동안 도훈이를 못 봤잖아. 너무 보고 싶어서 아이도 볼 겸 온 거야.”서도훈이 걱정돼 왔다는 말에 서정혁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너도 많이 피곤할 텐데 얼른 쉬어, 사람 시켜 데려다주라고 할게.”당연히 이대로 갈 생각이 없었던 임지민은 얼른 화제를 돌렸다.“오빠, 도대체 무슨 일이야? 언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비열한 자식! 네가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서정혁의 눈빛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당장이라도 배기훈의 얼굴을 베어버릴 듯했다. 하지만 배기훈은 시종일관 담담함을 유지했다.서정혁은 아직도 깨닫지 못했다. 아무도 자신의 마음을 어지럽힐 수 없다고 늘 자부했지만 지금은 소유욕, 질투, 분노에 점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하고 있었다.“내가 속셈을 품고 있는 걸 알고 있다니 다행이네요.”배기훈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지만 눈빛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시원 씨를 완전히 잃었을 때 분에 못 이겨 완전히 미쳐버릴까 봐 걱정했거든요.”“배기훈, 마지막 경고야!”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선 서정혁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다시 한번 감히 내 여자를 넘보면 그때는 나도 가만히 있지 않아!”배기훈이 코웃음을 쳤다.“넘보면 어쩔 건데요?”‘넘본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배기훈은 서정혁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랫동안 강시원만 바라봤다.‘10년도 넘게 참다가 마침내 이 여자 앞까지 왔는데 이제 와서 물러서라고? 꿈 깨!’“염치없는 개자식!”서정혁은 봉황 같은 눈이 새빨개졌다. 그러다가 결국 참지 못한 듯 배기훈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딱!배기훈은 재빨리 손을 들어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서정혁의 단단한 주먹을 감쌌다. 하지만 표정은 시종일관 덤덤했다.서정혁은 손목을 비틀며 손을 빼내려 했지만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그제야 배기훈이 주먹도 좀 쓰는 사람임을 알았다. 힘 또한 무서울 정도로 강렬했다.“염치없는 사람은 오히려 서 대표 아닌가요?”배기훈이 어두운 눈빛으로 서정혁을 바라봤다. 다섯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자 뼈마디가 불끈 솟아올랐다.“시원 씨 시간 5년 넘게 허비했잖아요. 시원 씨가 서 대표 때문에 인생의 청춘도 버렸어요. 시원 씨가 서 대표를 가장 사랑했던 그 시간에 서 대표는 다른 여자만 바라봤죠. 임지민과 가까이 지낼 때 본인이 비열하고 염치없다는 생각은 안 했나 봐요? 그런데 지금 시원 씨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