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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소경절
서도훈은 엄마가 자신을 공기처럼 대하는 것을 보고 미간이 점점 더 깊게 찌푸려졌다.

‘엄마가 집에 온 거야? 언제 온 거지? 나는 전혀 몰랐는데?’

예전이라면 강시원이 집에 돌아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저택을 샅샅이 돌아다니며 그를 찾는 것이었고, 찾기만 하면 다정한 미소를 머금고 그를 꼭 안아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러다 나중에 그는 임지민을 좋아하게 되었고, 매번 그가 강시원과 친근하게 굴 때마다 임지민이 아주 실망한 표정을 짓는다는 걸 알아차렸다.

점점 그는 강시원과 멀어졌고, 그녀가 자신에게 입 맞추는 것도 더는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강시원은 그를 보기만 하면 여전히 눈빛 가득 기쁨으로 넘쳤다. 지금처럼 이렇게 무심하지는 않았다.

임지민이 말했다.

“도훈아? 아직 듣고 있어?”

“이모, 우리 내일 다시 얘기하자.”

말을 마치고 서도훈은 통화를 끊고는 강시원을 향해 소리쳤다.

“엄마!”

강시원은 걸음을 멈추고 담담히 뒤돌아봤다.

서도훈은 소파에서 폴짝 내려와 두 손을 등 뒤로 하고, 아이치고는 조금 어른스러운 걸음으로 엄마 앞까지 와서 말했다.

“엄마, 돌아왔으면서 왜 나한테 한마디도 안 했어?”

강시원은 잠시 말이 없었다.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너랑 너희 이모가 통화하는 데 방해하고 싶지 않았어. 그게 네가 늘 바라던 거 아니니?”

서도훈은 입술을 꾹 눌렀다.

강시원의 말이 맞았다. 매일매일 즐겁게 임지민을 만날 수 있고, 강시원의 기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며, 임지민과 마음껏 얘기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지금 그가 가장 바라던 삶이었다.

그런데 왜인지, 오늘 강시원이 평소와 달리 아주 순순해지자 오히려 마음이 이상하게 뒤틀렸다. 무척 어색했다.

서도훈은 못마땅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엄마, 내가 이모랑 가까이 지낸다고 나랑 아빠한테 삐진 거야?”

강시원의 뜨거웠던 마음은 거의 다 식어 버렸다. 그녀는 지친 듯 미소 지었다.

“앞으로는 너랑 임지민이 지내는 일에 끼어들지 않을 거야. 오히려 너희가 늘 사이좋게 지내길 바랄게.”

‘어차피 걔는 네 새엄마가 될 테니까.’

“서도훈, 잘 자. 안녕.”

강시원은 5년 동안 지켜 온 아들에게 정중한 어조로 작별을 건네고는 막 한 발 내디뎠다. 그때 서도훈이 단호한 얼굴로 그녀를 불러 세웠다.

“엄마!”

원래는 떠나기로 마음을 굳힌 강시원이었지만, 그 앳된 부름에 다시 한번 발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비록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더라도, 최소한 아들이 생일 축하한다는 한마디는 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것만으로도 헛수고는 아닐 테니까.

그러나 다음 순간 서도훈의 말은 머리 위에서 퍼붓는 찬물처럼 그녀의 뼛속까지 시리게 했다.

“오늘 이모가 병원에서 엄마 때문에 놀라서 울었어. 나는 엄마가 이모한테 전화해서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해.”

강시원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서도훈의 어투는 더 차갑고 단단해졌다.

“엄마가 평소 나한테 늘 가르쳤잖아. 사람은 한 일을 책임지고, 잘못을 용감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그런데 왜 엄마는 스스로 그렇게 못 해?”

“그런 말 한 적 있어. 하지만 전제는 내가 정말 잘못했을 때야. 나는 잘못하지 않았어. 그런데 무슨 사과를 해?”

강시원의 아몬드 빛 눈동자는 싸늘히 가라앉았다.

“내가 보기에 사과해야 할 사람은 너, 서도훈이야. 오늘 왜 사람들 앞에서 거짓말을 했어? 거기에 진 기사님까지 모함했지?”

서도훈은 어머니의 아름답고 위엄 있는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작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마음은 불안해졌다.

강시원은 늘 온순한 성격이었지만, 엄중해질 때의 위압감은 서정혁 못지않았다. 그는 조금 겁이 났다.

그에 비하면 역시 임지민이 나았다.

무얼 해도 임지민은 다 응원해 주고, 뭘 먹고 싶다 해도 뭐라 하지 않았다.

“엄마가 이모를 곤란하게만 안 만들었으면, 나도 거짓말 안 했어!”

서도훈은 콧소리를 내며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엄마는 평소에 내가 이모랑 어울리는 걸 싫어하잖아. 매번 화내고. 나 중간에서 너무 힘들어!”

“네가 거짓말을 한 건, 네 이모를 지키려는 마음에서였겠지. 하지만 다른 방법도 분명 있었는데, 하필이면 가장 부적절하고, 가장 부끄러운 방법을 택했어.”

강시원은 소년을 똑바로 바라보며 눈빛을 서서히 식혔다.

“정말로 네 이모를 지키고 싶다면, 먼저 네가 떳떳하고 당당한 사람이 되어야 해. 그래야 누군가를 지킬 자격이 생겨.”

그녀는 더 나무라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은 낮처럼 화가 나지도 않았다.

어차피 앞으로는 그를 제대로 가르칠 기회가 없을 테니까. 그는 서씨 가문의 후계자고, 서씨 가문은 당연히 자신 같은 무용지물이 하늘의 총아를 가르치는 일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강시원은 말을 덧붙이지 않고 돌아서 대문 밖으로 걸어 나갔다.

서도훈은 홀로 선 어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큰 캐리어를 끌고 있는 것도 보였다. 입술이 달싹였고 어디로 가느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아빠가 가르쳤다.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말라고, 좀 더 성숙하라고, 엄마가 없다고 해서 울고불고하는 쓸모없는 어린애가 되지 말라고.

그는 돌아서서 강시원과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어차피 강시원이 어디를 가든, 마지막에는 다시 자신과 아빠 곁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녀는 애초에 갈 데가 없으니까.

이후 사흘 동안, 강시원은 집에서 몸을 추슬렀다.

서정혁과 서도훈, 부자 중 누구도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오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그녀가 바라던 바였다. 드디어 삶이 조용해졌다고 느꼈다. 매일 집안 잡일에 치여 정신없이 바치고, 비굴할 만큼 내주고도 한 톨의 보답도 받지 못하는 날들을 벗어났으니까.

이제는 온전히 학문과 연구에 몰두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아가씨, 이혼 협의서 벌써 서정혁한테 줬어?”

테이블 위 휴대폰에서 남자의 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응. 그런데 언제 사인할지는 아직 모르겠어.”

강시원은 책상 위의 자동차 모델을 정성스레 만지작거렸다. 비록 모형이지만 이미 멋지고 눈에 띄는 면모가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몇 년째 말했지. 다시는 나를 아가씨라고 부르지 마. 너무 민망하다고. 네가 그렇게 부를 때마다, 다음 순간 못 말리는 아가씨 하나 틀어 줄 것만 같아.”

남자는 웃었다. 목소리는 귓가를 간질였고 단어마다 애정이 묻어났다.

“그거 좋아해? 내가 춰 줄게.”

강시원은 딱딱딱 모델에 부품을 끼워 넣었다. 열 손가락은 경쾌하고도 민첩했다.

“됐어. 너는 사지가 따로 놀아. 네 춤 볼 바에는 차라리 주유소 풍선이 바람에 흔들리는 걸 보겠다.”

남자는 웃다가도 한숨을 쉬었다.

“시원아, 너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네. 독설, 예리함, 활발하고 장난기 많은 그 모습. 정말 좋다.”

강시원의 손끝이 살짝 떨렸고 옅은 분홍빛 입술이 씁쓸하게 올라갔다.

서정혁과 결혼하기 위해, 그녀는 해외 최고 학부에서 박사 과정을 밟을 기회를 포기했고, 자신의 연구의 꿈을 포기했고, 사회적 관계도 포기했다.

이름을 숨기고 서정 그룹에서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직원으로 일하며 자신에게는 그야말로 생명을 낭비하는 일만 했다.

그녀의 능력과 재능이라면 충분히 서정의 연구개발팀 핵심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인공지능으로 서정의 신에너지 자동차에 동력을 더해, 서정의 제품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서정혁은 단 한 번도 기회를 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행정 부서에 박아 두더니, 그녀가 온갖 방법을 써서 거듭 청하고 또 청하자 그제야 연구개발부로 보내 주었다.

2년 동안, 강시원은 성실하게 버티며 보통 사람이라면 견디지 못할 직장 내 괴롭힘을 참아 냈다. 오로지 그곳에 남아 언젠가 핵심에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때 그녀는 아직도 꿈꿨다. 자신이 얌전히 구는 덕목을 지키고, 영리하고 살뜰하게 굴며, 가정과 일을 균형 있게 꾸려 나가면, 서정혁이 자신을 새롭게 보지 않을까? 태도가 달라지지 않을까?

사실은...

눈웃음을 장님에게 보내는 꼴이었다.

혹은 서정혁의 눈에는 임지민만 들어오고, 그 외에는 아무도 자리할 곳이 없었거나.

“시원아, 너희 이제 곧 이혼할 것 같은데 서정혁은 네 진짜 정체를 알아?”

남자가 문득 캐물으며 그녀의 생각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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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5. 11. 26. AM.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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