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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디어파이어
집에 돌아온 이연우는 조용히 문을 열었다. 칠흑 같은 어둠이 그녀를 덮쳤다.

거실에는 한 줄기 빛도 없었고 가구들은 그림자를 드리운 채 침묵하는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역시, 심형빈은 또 고수영에게 붙잡혀 있었다.

이연우의 입가에 희미한 자조가 스쳤다.

‘매일 같이 엉겨 붙어 있으니 몸이 남아나려나.'

이혼을 결심한 후로 그런 일들은 무덤덤해졌다. 이제 그녀의 마음은 심형빈에게 이별을 고할 방법을 찾는 데 온통 쏠려 있었다.

샤워를 한 김이 자욱한 욕실은 잠시 현실을 잊게 해주는 공간이었다.

수건으로 몸을 감싸고 나오자 휴대폰에 여러 개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잠금 화면을 풀자 고수영에게서 온 메시지가 보였다.

[이연우, 네가 형빈이랑 결혼하면 뭐해? 내 전화 한 통에 널 버리고 나를 찾아왔잖아!]

문자 뒤에는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요트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여유롭게 바람을 쐬는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사진 속 심형빈의 눈빛은 다정함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이는 이연우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부드러운 모습이었다.

[우린 지금 요트에서 촛불 켜놓고 저녁 식사를 즐기고 있어. 넌 평생 형빈의 마음을 가질 수 없을 거야!]

고수영의 말은 거만하고 득의양양했다.

이연우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조용히 심호흡을 하며 손가락으로 화면을 빠르게 두드렸다.

[그래, 너희 정말 대단하다. 끼리끼리 잘 만났어. 평생 딱 붙어살아!]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그녀는 휴대폰을 옆에 있는 소파에 던졌다.

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바로 다음 순간,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울려댔다.

이연우가 짜증을 내며 휴대폰을 움켜쥐자 화면에는 고수영이 보내는 메시지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대부분은 그녀와 심형빈의 다정한 사진이었고 심지어 몇 장은 고수영이 반라 상태로 일부러 유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이연우는 가슴이 쥐어짜듯 아팠다. 비록 이혼을 결심했지만 심형빈을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역겨운 사진들을 보니 마음이 쓰라렸던 것이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린 그녀는 재빨리 감정을 가다듬고 심호흡을 한 후 답장했다.

[몸매 죽이네. 너희 둘 영상 내가 야동 사이트에 올려도 되겠다. 돈 좀 벌겠더라.]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상대방은 미친 듯이 사진을 취소하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된 영상들은 취소할 수 없었다.

고수영이 얼마나 당황할지 상상하며 이연우는 복수심에 쾌감을 느꼈고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그러나 이연우가 막 잠자리에 들려던 찰나, 핸드폰이 다시 미친 듯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빌어먹을, 끝이 없네! 이 밤중에 누가 염장 지르는 사진을 보고 싶어한다고 자꾸 보내!’

잔뜩 불쾌한 마음으로 핸드폰을 집어 들고 막 욕을 하려던 찰나, 메시지가 고수영이 아니라 진양 대표의 비서 강문수에게서 온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대화창을 열려던 순간, 손이 닿기도 전에 강문수의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강 비서님, 이렇게 늦은 시간에...”

이연우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강문수의 다급한 목소리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아이고, 이 비서님, 드디어 연락이 닿았네요. 진 비서님께 전화를 해도 안 받고 심 대표님께 전화를 해도 안 받아서, 어쩔 수 없이 연락드렸어요! 혹시 방해한 건 아니죠?”

강문수는 눈에 띄게 조급하고 불안한 목소리로 숨 돌릴 틈도 없이 말을 쏟아냈다.

‘이미 방해됐는데요.’

이연우는 속으로 툴툴거렸다.

하지만 심형빈은 지금 바다에 있을 테니 휴대폰이 터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진 비서 역시 동행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강문수의 말투를 보니 급한 일인 것 같아서 짜증을 누르고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

“저희랑 계약한 내용 말인데요, 분명히 수익 배분을 4대 6으로 합의했는데, 왜 6대 4로 뒤바뀐 거죠? 대표님께서 지금 엄청나게 화가 나셨어요. 이 비서님께서 심 대표님께 연락해서 빨리 처리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강문수의 목소리는 거의 울먹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대표한테 단단히 혼난 모양이었다.

‘진양 그룹과의 계약 건?’

이연우는 머릿속으로 관련 프로젝트 내용을 빠르게 훑었다.

이 건은 원래는 자신이 3팀 팀원들과 함께 진행하던 프로젝트였는데, 지난달 고수영이 회사에 합류한 이후 심형빈이 뜬금없이 고수영에게 맡겼다.

그런데 이 정도로 믿음직스럽지 못할 줄은 몰랐다. 이렇게 중요한 원칙적인 문제를 알아채지 못하고 뻔뻔하게 문제 있는 계약서를 진양 방 대표에게 넘기다니.

이연우는 속으로 크게 욕했다.

‘고수영은 머리가 장식인가!'

잠시 생각한 이연우는 심형빈 그 바람둥이가 오늘 밤 고수영과의 달콤한 시간에 푹 빠져 중요한 일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그녀가 먼저 진양으로 가서 시간을 벌고 상황을 수습하는 수밖에 없다.

“강 비서님, 지금 바로 출발할게요. 대표님 좀 붙잡아 주세요!”

이연우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망설임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30분 버텨볼게요!”

강문수의 말투에는 안도감과 함께 약간의 초조함이 묻어 있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이연우는 태엽이 감긴 기계처럼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옷을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신발을 신으면서 이연우는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었다.

“제기랄 심형빈, 너는 밖에서 신나게 놀아나겠지. 이 몸은 네가 싼 똥 치우느라 정신없는데. 이혼하기 전에, 내가 너한테 몇백억은 뜯어내야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회사에 뼈 빠지게 일한 내 세월이 아깝지 않겠어!”

그녀의 목소리는 분노로 약간 떨렸고 얼굴 표정도 분통함으로 일그러졌다.

정신없는 와중에 그녀는 자신의 머리에 귀여운 딸기 머리띠를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연우는 문을 박차고 나가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곧 타이어가 굉음을 내며 바닥을 긁는 소리와 함께 차는 화살처럼 튀어 나갔다.

가는 내내 그녀는 발에 힘을 줘서 액셀을 밟았고 차는 거의 날아갈 듯 빠르게 달렸다.

마침내,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연우는 30분 안에 진양 그룹 빌딩 앞에 도착했다.

차가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이연우는 문을 열고 뛰어나왔다.

강문수가 초조하게 서성거리는 모습이 보이자 이연우는 서둘러 다가가 말을 걸었다.

“강 비서님...”

“아이고, 드디어 오셨네요! 심 대표님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죠? 그렇게 중요한 계약서를 제대로 확인도 안 하다니! 돈 챙기는 덴 아주 도가 텄다니까요!”

강문수는 이연우를 보자마자 구세주를 만난 듯 안색이 조금 밝아졌지만 심형빈에 대한 불만은 여전했다.

애초에 심형빈을 이 프로젝트에 끌어들인 게 천추의 한이었다.

초기에 이연우가 뛰어난 능력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추진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쉽게 이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연우는 강문수를 향해 힘껏 고개를 끄덕이고는 매서운 눈빛을 번뜩이며 말했다.

“강 비서님 말씀이 백번 옳아요! 심형빈은 눈이 삐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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