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화

Author: 디어파이어
강문수는 그 말을 듣자 앞으로 내딛던 발을 멈추더니 얼굴에는 순간적으로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무심결에 이연우를 올려다본 그는 입꼬리를 살짝 씰룩이며 약간 난처한 듯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게까지 흥분해서 말씀하실 필요는 없어요.”

두 사람은 고층으로 향했다.

강문수는 손을 들어 조심스럽게 사무실 문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돌렸다.

문이 서서히 열리자 이연우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엉망진창인 광경을 기대하며 긴장과 호기심으로 가득 찬 눈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사무실 전체가 유리창처럼 깨끗했고 책상과 의자는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었으며 서류는 흐트러짐 없이 책상 위에 쌓여 있었고 바닥에는 먼지 한 점 없었다.

“강 비서님, 대표님이 화내셨다고 하지 않았어요?”

이연우는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강문수에게 바싹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고 속삭였다.

“네, 엄청 화내셨어요!”

강문수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에 잔뜩 잡힌 주름이 그의 심란한 심경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런데 왜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하진 않으셨대요?”

이연우는 의아한 듯 눈을 굴리며 작게 속삭였다.

심형빈이 분노할 때마다 사무실이 아수라장이 되던 끔찍한 광경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찢긴 서류들이 눈발처럼 휘날리고 책상 위의 책들은 힘없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던...

그녀는 속으로 묵묵히 감탄했다.

‘비교하니까 괜히 더 상처받잖아! 방 대표님 좀 봐, 감정 컨트롤 얼마나 잘하시는지!’

“화가 나면 물건을 던져야 하나요?”

바로 그 순간, 묵직하고 매력적인 저음이 두 사람의 귓가를 강타했다.

마치 마른하늘에 날벼락과 같이 강문수와 이연우는 주문에 걸린 것처럼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 버렸다.

강문수의 얼굴색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이연우는 더욱 놀라 숨을 들이켰고 심장이 귓가에 닿을 듯 맹렬하게 고동쳤다.

“방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는 심성 그룹의 대표 비서 이연우라고 합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미안하면 그런 짓을 하지 말아야죠.”

멀지 않은 곳에서 그는 우뚝 선 자세로 날카로운 눈썹을 살짝 찌푸린 채 냉랭한 어조로 이연우의 말을 잘라냈다.

그러고는 모델처럼 매끄러운 걸음걸이로 몸을 돌려 사무실 책상으로 향했다.

훤칠한 키에 쭉 뻗은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연우는 입가를 씰룩거리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역시 화내는 방식이 다르네. 저 사람은 물건을 던지는 대신, 가장 돈이 안 드는 말로 사람을 잡는구나!’

하지만 겉으로는 티를 낼 수 없었기에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얼굴 근육이 경직될 정도로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방 대표님, 농담도 잘하시네요. 계약 건은 저희 회사 문제이니 하루만 말미를 주시면 내일 만족스러운 계약서로 보답하겠습니다.”

그녀는 말하면서도 방현준의 반응을 살피며 불안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이 비서, 나는 사업가예요. 내 시간을 하루 낭비하게 하면 얼마나 큰 손해를 보는지 아세요?”

방현준은 책상 앞에 서서 손으로 책상을 짚고 몸을 약간 숙인 채 매의 눈으로 이연우를 훑어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하여 이연우는 자신이 마치 현미경 아래 놓인 것처럼 느껴져 온몸이 불편했다.

“방 대표님, 어떤 요구든 말씀하십시오. 최선을 다해 맞춰드리겠습니다.”

이연우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심호흡하며 침착하고 단호하게 말하려고 애썼다.

어떻게든 회사 손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좋았다.

비록 그녀가 앞으로 심성 그룹에 계속 다닐지는 모르겠지만 3팀 직원들이 이 계약을 위해 며칠 밤을 새우며 야근했던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번 실수 때문에 그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면 너무나 안타까울 것이다.

“이 비서가 심형빈의 결정을 좌우할 수 있나요?”

방현준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비꼬듯 말했다.

그는 의자에 기대앉아 팔짱을 끼고 마치 진열된 상품을 감상하듯 그녀를 훑어보았다.

“제 능력 안에서 감당할 수 있는 조건이라면 제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연우는 단호하게 방현준의 시선을 마주하며 머릿속으로 회사의 마지노선을 빠르게 계산했다.

그녀는 이 계약에 심성 측의 이윤이 20%나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최악의 경우 이윤의 절반인 10%를 양보할 수도 있었다. 이 협력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허허...”

방현준은 차갑게 코웃음 쳤다. 조용한 사무실에 싸늘한 냉소가 울렸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에 손을 짚고 몸을 앞으로 기울이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이연우를 쏘아보며 말했다.

“심성 그룹도 이제 끝인가 보네요. 겨우 어린 계집을 보내서 나를 상대하려는 걸 보니!”

잠시 말을 멈춘 그는 더욱 차가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심형빈더러 직접 와서 얘기하라고 하세요!”

“방 대표님, 저희 혹시...”

이연우는 다급하게 한 발짝 내디뎠지만 방현준의 날카로운 눈빛에 압도되어 다시 물러섰다. 뒷말도 목구멍에 걸려 더이상 잇지 못했다.

“내일 정오까지가 마지막 기회예요. 그렇지 않으면 심성 그룹의 모든 이익을 빼앗을 겁니다.”

방현준은 싸늘하게 말하고는 의자에 앉아 서류를 집어 들고 이연우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의 말은 마치 심성 그룹에 내리는 최후 통첩과 같았다.

단 한마디로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이연우는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런데 문을 나서려는 순간, 방현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연우 씨는 앞으로 외출 전에 거울부터 보는 게 좋겠네요.”

이연우는 무심결에 머리를 만졌다가 깜짝 놀랐다. 딸기 머리띠가 만져진 것이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급하게 나오느라 벗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사무실에서 나오자 이연우는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다리가 천근만근이었다.

손을 들어 이마를 만져보니 그제야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조금 전 사무실에서의 교전을 떠올렸다. 방현준의 압도적인 카리스마는 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그림자가 되어 그녀를 옴짝달싹 못 하게 옭아매는 듯했다.

그녀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도 상대방은 빈틈없이 반박했다.

이연우는 뛰어난 말솜씨를 자랑하며 그동안 뛰어난 언변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했지만 오늘 방현준을 만나고 나서야 진정한 강자를 만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연우는 휴대폰을 꺼내 심형빈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뚜뚜...”

전화는 오랫동안 울렸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다시 걸었지만 여전히 받지 않았다.

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고 마침내 전화기에서는 전원이 꺼졌다는 안내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이연우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휴대폰 화면을 향해 이를 갈며 욕설을 내뱉었다.

“심형빈, 이 개자식!”
Patuloy na basahin ang aklat na ito nang libre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Pinakabagong kabanata

  • 이혼 후의 꽃길   제100화

    강문수는 문을 살며시 닫고는 귀를 대고 병실 안의 대화를 엿들었다.“이렇게 빨리 연락한 걸 보니 이미 우리와 함께 갈 준비가 된 건가?”진태호는 침대 옆으로 다가가 의자를 끌어 앉으며 물었다. 그리고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그의 눈을 응시했다.방현준은 뒤로 기대어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망설이고 있었다. 아직 준비하지 못하는 눈치였다.이연우를 구하기 위함이 아니었다면 아마 진태호에게 연락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진태호는 그 망설임을 간파하더니 미소를 지었다.“내가 전부터 말했지... 감정에 얽매이지 말라고. 게다가 어르신께서는 이미 네 신부 후보를 정해두셨어.”“시간이 얼마나 남았죠?”방현준이 고개를 들자 진태호가 바로 대답했다.“1년.”“충분해요!”방현준의 입가에 흘러나온 미소는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기대로 가득했다.그러나 진태호는 그가 왜 그렇게 대답하는지 의아했고 결국 참다못해 주의하라고 경고했다.“그 여자도 좋은 사람 같던데... 너무 마음을 주지는 마. 결국 상처받을 사람은 그쪽이 될 테니까”“그냥 떠나기 전에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려는 거예요. 게다가 왜 그녀가 안 된다고 단정하시죠?”“설마 반항할 생각이냐?”진태호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되물었다.“한두 번도 아닌데... 한 번 더 반항한다고 나쁠 건 없죠.”방현준은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려다 상처를 건드렸는지 이내 얼굴을 찡그렸다.이를 본 진태호가 그를 붙잡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어르신을 닮았다더니 정말인가 보네.”진태호는 한숨을 내쉬며 이연우를 동정하고 있었다.“좋아, 1년 동안 잘 준비해 봐. 이연우 씨가 깨면 너희를 데려다주마.”진태호가 몸을 돌려 문을 열자 강문수가 귀를 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강문수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진태호의 칼날 같은 눈빛이 강문수를 향해 날아가자 강문수는 순간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바다에 던져버려야 했었는데...”진태호는 담담하게 말을 내뱉고는 자리를 떠났다.강문수는 그의 뒷모습을 보더니 천천히 일어나

  • 이혼 후의 꽃길   제99화

    한편 바다 한가운데 작은 섬의 병실에서 이연우와 방현준이 조용히 누워 있었다.두 사람은 모두 의식이 없었다.이연우의 얼굴은 피 한 방울도 없는 듯 창백했고 다리와 발에는 빽빽이 찔린 상처들이 가득했다.일부 상처에는 고름이 차 있었고 주변 피부가 붉게 부어올랐는데 산의 가시와 바닷물에 의한 손상이 분명했다.강문수는 병실 복도를 왔다 갔다 하며 발걸음을 멈추지 못했다.의자에 앉아 있던 중년 남자 진태호는 그런 모습에 점차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진태호는 이마를 찌푸리며 불평했다.“그만 왔다 갔다 해. 바다에 던져넣어 상어 밥이 되고 싶냐?”강문수는 떨리는 마음으로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우리 대표님과 이 비서님은 왜 아직도 안 깨시는 거예요? 정말 괜찮은 거 맞아요?”“그러게 왜 우리가 오기도 전에 바다에 뛰어내려서...”진태호의 얼굴은 차가웠고 방현준과 이연우의 행동에 화가 난 표정이었다.“어떻게든 빨리 깨우는 방법을 생각해주세요. 어떡해요!”강문수가 다시 사정하자 진태호는 돌아서며 그를 노려보았다.“내가 신이야? 깨우라고 하면 깨우게?”‘어휴! 여자 하나 때문에 나에게까지 찾아오다니... 대업을 꿈꾸는 자가 어찌 남녀의 정에 마음을 빼앗길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이미 결혼한 여자에게... 이 사실을 어르신께서 알게 된다면 가문의 가법을 피할 수 없을 텐데.’진태호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이때, 방현준의 병실 안에서 미약하지만 분명한 기척이 감지되었다.방현준이 천천히 눈을 떴다.바다에 뛰어들 때의 충격이 컸는지 그의 머리는 몽둥이로 맞은 듯 어지러웠고 짠 바닷물을 너무 많이 마신 터라 목이 타들어 가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강문수가 황급히 달려갔다.“대표님! 깨어나셨어요? 정말 깜짝 놀랐잖아요!”“이 비서님은?”방현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걱정이 가득했다.“옆 병실에 계세요. 아직 의식은 없지만 의사님 말씀으로는 생명에 지장은 없대요.”강문수는 이연우의 외상이 매우 심각하다는 사실은 알리지 않았

  • 이혼 후의 꽃길   제98화

    경호원 팀장이 고개를 들어 애원했다.“어르신, 구해주십시오! 저희는 어르신과 고수영 씨의 지시대로만 했을 뿐입니다.”“네, 어르신. 이건 전부 고수영 씨의 잘못입니다. 그녀가 사모님을 죽이려 하지 않았다면 사모님도 도망가지 않았을 겁니다.”또 다른 경호원이 머리를 숙이며 용서를 빌었다.경호원들의 비참한 모습을 본 임금영도 불안에 떨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지금 그녀 자신도 위태로운 상황인데 어떻게 경호원들을 보호할 수 있겠는가!그때 한 경호원이 무언가 생각났는지 눈을 반짝이며 말을 꺼냈다.“어르신, 차라리 모든 죄를 고수영 씨에게 뒤집어씌우는 게 어떻습니까? 고수영 씨가 심 대표님의 아기를 품고 있어 죽이지는 않을 겁니다.”이 말을 들은 임금영의 눈에 희망의 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고개를 홱 들어 희망 섞인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그래. 맞아! 형빈이가 수영에게 목숨 빚을 졌잖아. 수영이를 해치지는 않을 거야!”한편 절벽 아래에서는 거센 바람과 파도가 바위를 내리치며 굉음을 내고 있었다.심형빈은 수색대를 이끌고 절벽 아래를 몇 번이고 샅샅이 뒤졌다.그의 눈은 바다 위를 집중적으로 살피며 어느 한구석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초조하고 피로에 젖은 얼굴이 그의 간절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파도가 그의 옷을 아무리 적셔도 심형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수색대원이 심형빈 앞에 와서 주저하며 말을 꺼냈다.“대표님, 이곳 파도가 너무 거세서 아마도 이미 멀리 떠내려갔을 겁니다. 게다가 이 근처에는 상어도 출몰하는데... 사모님의 시신이...”짝악!심형빈은 그 남자의 뺨을 힘껏 후려치고는 차가운 표정으로 소리쳤다.“내가 멈추라고 하기 전까지 절대 멈추면 안 돼! 살아서든 죽어서든 반드시 찾아내!”심형빈은 바르르 떨고 있었다.사실 그는 알고 있었다. 찾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을.실종이 반드시 죽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그때 고수영은 심형빈이 아직도 수색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황급히 달려왔다.그녀는 심형빈의 팔

  • 이혼 후의 꽃길   제97화

    심형빈은 초조한 마음에 차가 심씨 가문의 저택에 차를 멈추자마자 문을 내리쳤다.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별장 대문을 향해 돌진했을 때 소파에 앉아 있는 임금영을 단번에 발견했다.임금영은 평소의 위엄은 온데간데없이 불안에 떨고 있는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꼬아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피하는 모습이 뭔가를 감추려는 듯했다.그 곁에는 몇 명의 경호원들이 고개를 숙인 채 긴장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엄마, 연우가 죽었다고 수영이가 그러던데... 대체 무슨 일이에요?”심형빈이 초조하고 격분된 목소리로 달려가자 임금영은 자기도 모르게 한발 뒤로 물러나며 대답했다.“그... 그게...”이연우에 관한 질문을 들은 그녀의 목구멍은 무언가에 막힌 듯했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말해보세요. 대체 무슨 일이냐고요!”심형빈이 다시 소리쳤다. 그 한마디에는 그의 온 힘이 실려 있었다.“난 그냥 연우를 우성 별장에 데려가 이혼서류에 서명하게 하려고 했을 뿐이야. 수영이가 연우를 죽이려 한 건 전혀 몰랐어. 정말이야... 연우가 2층 창문에서 뛰어내려 도망쳐서 우리 경호원들이 쫓아갔더니... 잡히는 게 싫어서 절벽에서 뛰어내렸대.”임금영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고 고개는 점점 숙였다.감히 아들의 눈을 마주 보지 못했다.‘바보 같으니라고... 그냥 돌아왔으면 목숨은 건질 수 있었을 텐데... 그냥 이혼하면 될 일을 왜 절벽에서 뛰어내리려?'임금영은 마음속으로 생각했을 뿐 이 말을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했다.심형빈의 얼굴은 순식간에 핏기없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몰래 이런 일을 벌이고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심형빈은 멍하니 얼어붙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억눌렸던 분노가 화산처럼 폭발했다!화가 머리 끝까지 난 그는 주변에 있던 꽃병을 움켜쥐더니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이어서 커피 테이블을 엎어버리자 위에 놓인 장식품들이 쿵쿵 굴러 떨어지며 박살이 났다.마치 이성의 끈을 놓은 야수처럼 그는 집안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버렸다.임금영은

  • 이혼 후의 꽃길   제96화

    두 사람은 서로를 꼭 안은 채로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귓가를 스치는 바람 소리는 마치 악마의 울부짖는 소리와도 같았고 이연우는 눈을 꼭 감은 채 내장이 뒤틀리는 듯한 추락감에 휩싸였다.“안돼!”경호원은 절망과 후회가 담긴 목소리로 외쳤다.그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달려나가 손을 뻗었지만 허공만 움켜쥐었을 뿐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경호원은 두 사람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뒤따라온 다른 경호원들도 그 광경을 목격하더니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들의 얼굴에는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무력감이 가득했다.그리고 경호원 팀장이 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고 임금영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상황을 어렵사리 보고한 후 다른 경호원들을 데리고 마치 무언가에게 쫓기듯 절벽에서 허둥지둥 도망쳤다.하지만 그들이 떠난 직후 아무도 모르게 한 대의 헬리콥터가 바다 건너편에서 날아오기 시작했다. 마치 신비로운 별처럼 절벽 아래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임금영은 이연우가 절벽에서 뛰어내렸다는 소식을 듣자 당장 벼락에 맞기라도 한 듯 휘청거렸다. 그리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몸을 가누지 못했다.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고수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는 계속해서 연결되지 않았다.경호원들에게서 고수영이 이연우를 죽이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임금영은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소름이 돋았다.이제야 그녀는 고수영이 얼마나 무서운 여자인지 뼈저리게 느꼈던 것이다.평소 고수영애 했던 말과 행동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그 순진해 보이는 미소 뒤에 그토록 깊은 악의가 숨어있을 줄이야!‘연우가 절벽에서 뛰어내렸는데 어떻게 형빈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어휴...’임금영의 얼굴에는 절망과 무력감이 가득했고 가슴 깊은 후회가 밀려왔다.일이 이 지경이 될 줄 알았다면 차라리 고수영의 말을 듣지 말았어야 했다!한편 고수영은 이연우의 소식을 듣더니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그녀는 잠시 멍해졌다가 괴이한 미소를 지었다

  • 이혼 후의 꽃길   제95화

    이연우는 본능적으로 소리를 지르려 했으나 목구멍이 누군가에 조여지는 듯했다.목소리가 막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이 비서님, 저예요!”어둠을 가르며 들려온 그 목소리는 다급함과 친숙함이 섞여 있었고 이연우의 팽팽했던 신경을 순간적으로 풀어주었다.‘방 대표님? 방 대표님이야!’이연우의 눈은 휘둥그레지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녀는 마지막 희망이라도 잡은 듯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단숨에 쏟아졌다. “방 대표님...”한없이 떨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오랜 겨울을 견딘 새싹처럼 상처로 가득했다.그러나 방현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경호원들의 긴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저쪽으로 가봐!”아마도 두 사람이 풀숲에 쓰러지며 낸 소음이 그들의 주의를 끈 모양이다.손전등 빛이 어둠 속에서 유령처럼 흔들리며 점점 가까워졌다.발소리도 선명해지며 분위기는 다시 한번 팽팽해졌다.방현준은 이연우를 바라보며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방금 바다에 뛰어들려고 했어요?”“잡혀 돌아가서 고수영 그 미친년에게 고문당하느니 차라리 바다에 뛰어드는 게 낫다고 판단했어요...”이연우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수영의 사나운 얼굴과 잔인한 수단을 떠올리더니 소름이 돋는 구토감이 밀려왔다.“두 사람이 뛰어드는 게 혼자 뛰어드는 것보다 재밌을걸요. 저를 잘 잡으세요.”방현준은 말을 마치자마자 이연우가 반응할 틈도 없이 팔로 그녀를 단단히 감싸 안았다.이연우는 화들짝 놀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희망으로 가득 찼던 눈빛이 다시 의혹과 걱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그는 방현준이 자신을 구하러 온 줄 알았는데 지금 상황은 두 사람이 함께 바다에 뛰어드는 것처럼 느껴졌다.게다가 이 일은 방현준과 무관한 일이었기에 그를 죽음으로 끌고 갈 수는 없었다.“방 대표님까지 말려들게 할 수는 없어요. 얼른 도망치세요...”이연우는 끓어오르는 자책감에 방현준을 뿌리치듯 자신의 몸을 떼어냈다.“찾았습니다!”이연우의 말이 끝나기 전에 한

Higit pang Kabanata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