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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ผู้เขียน: 디어파이어
새벽 3시, 고요한 방 안에 날카로운 전화벨 소리가 갑작스레 울려 퍼졌다. 깊은 잠에 빠져있던 이연우는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 깨어났다.

그녀의 몸은 흠칫 떨렸고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은 헝클어진 채 베개에 흩어져 마치 엉킨 실타래 같았다.

두 눈은 핏발이 서 있었고 피곤과 짜증이 뒤섞인 눈빛은 지금 당장이라도 전화를 건 놈을 찢어 죽이고 싶을 만큼 분노로 이글거렸다.

그녀는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오늘 밤에만 도대체 몇 번째야? 작정하고 잠을 못 자게 하네!'

“여보세요!”

이연우는 휴대폰을 낚아채듯 잡아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받았다.

막 잠에서 깨어난 탓에 목소리는 거칠고 짜증으로 가득했으며 마치 사람이라도 잡아먹을 듯 험악했다.

“사모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막 요트에서 내린 진수혁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확인했다가 깜짝 놀랐다. 화면에는 부재중 전화가 30통 넘게 찍혀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늦은 밤에 쉴 새 없이 전화가 걸려오는 걸 보니 심상치 않은 일이 터진 게 분명했다.

“대표님께 말씀드려요. 진양의 계약에 문제가 생겼고 지금 해명을 요구하고 난리가 났어요. 내가 간신히 하루 시간을 벌어놨으니 내일 심 대표님이 나서서 상황을 설명하지 않으면 이번 계약은 완전히 날아갈 거예요!”

이연우는 감겨오는 눈꺼풀을 억지로 치켜올리며 온몸의 기력을 쥐어짜 내는 듯 힘겹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사모님. 즉시 대표님께 보고드리겠습니다.”

이연우는 더 상대하기 귀찮아서 아예 휴대폰을 꺼버린 뒤,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이연우는 여전히 커다란 다크서클을 한 채 무거운 발걸음으로 회사에 나갔다.

그러나 아직 자신의 사무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진수혁이 서둘러 그녀의 길을 막았다.

진수혁은 말끔한 정장 차림이었지만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고 눈빛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파르르 떨면서도 차마 입을 떼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모님, 대표님께서 사무실로 부르십니다.”

“이 시간에 방 대표를 찾아가지 않고 왜 나를 찾는대요? 설마 정말로 계약을 포기할 생각이래요?”

이연우는 발걸음을 멈추고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수혁은 입을 열었다가 굳게 다물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망설인 후, 그는 이연우에게 따라오라는 몸짓을 했다.

이연우는 진수혁을 꿰뚫어 볼 듯 날카롭게 쏘아보며 불안한 기분에 휩싸였다.

문을 열고 심형빈의 사무실로 들어간 이연우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3팀 전체가 고개를 숙인 채 마치 천근만근의 짐이라도 짊어진 듯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그들의 어깨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마치 서리를 맞은 가지처럼 생기를 잃은 모습이었다.

몇몇 사람이 이연우를 발견하고는 어둡게 가라앉았던 눈에 희망의 빛을 되찾았다.

마치 그녀가 그들의 마지막 구명줄이라도 되는 듯 말이다.

심형빈은 거대한 책상에 앉아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인 채 손을 모으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연우를 쏘아보았다.

그의 입꼬리는 약간 처져 있었고 목소리는 마치 매서운 겨울바람처럼 차가웠다.

“진양 프로젝트를 어떻게 진행한 거야? 그렇게 뻔한 실수를 못 본다는 게 말이 돼?”

그 어조에는 반박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질책이 담겨 있었고 마치 이연우가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를 저지른 듯했다.

이연우는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왜 이 모든 책임을 그녀에게 뒤집어씌우는 걸까?

“연우 씨, 이번 일은 정말 심각해요. 진행 상황을 보고할 때 양측의 수익 배분 비율을 왜 제게 알려주지 않으셨나요? 이렇게 심각한 실수를 어떻게 책임지시려고 그러세요!”

고수영은 가느다란 허리를 흔들며 심형빈 옆에 서서 두 팔을 가슴에 얹고 의기양양하게 이연우를 추궁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턱을 살짝 치켜들고 눈에 약간의 의기양양함을 드러냈다. 마치 이연우에 대한 재판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그 말을 들은 이연우는 분노가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고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

이건 누가 봐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뻔뻔한 수작이었다.

“이번 일로 우리가 이익을 10%나 양보했어. 회사에 큰 손해라고. 이 비서, 이건 당신 책임이야!”

심형빈은 미간을 찌푸린 채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말투는 반박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

의자에 기대앉은 그의 모습은 이미 이 일에 대해 결론을 내린 듯했다.

이연우의 얼굴색은 순식간에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심형빈을 쳐다봤고 마음속에는 실망과 분노가 가득했다.

‘그깟 첫사랑 때문에 어떻게 이렇게까지 뻔뻔해질 수 있는 거지...’

그녀는 조롱 섞인 눈빛으로 진수혁과 3팀 팀원들을 향해 말했다.

“다들 먼저 나가 있어요. 누군가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는데 괜히 엮이지 말고요.”

일이 이 지경까지 됐으니 그들은 작정하고 책임을 떠넘기려는 게 분명했다.

진수혁과 팀원들은 눈치를 보며 황급히 사무실을 나갔다.

문이 닫히자 심형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연우를 쏘아보며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네가 맡아왔던 거니까 책임도 네가 져야지.”

“심 대표님, 뜬금없이 멀쩡히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고수영 씨한테 넘겨버린 건 대표님이시잖아요? 잘 되면 제 덕이고, 잘못되면 제 탓이라는 건가요? 은혜를 모르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연우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심형빈의 눈을 똑바로 쏘아보았다.

심형빈은 얼굴을 찌푸리며 잠시 머뭇거렸다.

그는 이연우의 능력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고수영은 회사에 갓 들어와 업무에 능숙하지 않았으므로 그처럼 막중한 책임을 지게 할 수는 없었다.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수영이 실수를 통해 배우고 주의를 기울여 앞으로는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랐다.

“수영이는 업무에 대해 잘 모르니, 그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어!”

“어휴, 지X하고 자빠졌네!”

이연우는 더 이상 분노를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이연우, 지금 무슨 망발이야!”

심형빈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눈을 부릅뜬 채 충격과 분노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과거의 이연우는 그의 앞에서 항상 온순하고 순종적이어서 마치 순한 양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까지 이성을 잃다니.

“끝까지 말하면 더 듣기 거북해질 텐데. 형빈 씨, 당신은 이 일이 누구의 책임인지 뻔히 알면서도 나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겠다는 거잖아요. 어제 요트에서 바람 너무 맞아서 머리가 이상해졌어요?”

“연우 씨가 나와 형빈이를 오해하고 있다는 거 알아요. 내가 심성에서 사라져주는 게 당신 소원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사표 낼게요!”

고수영은 애처로운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심형빈을 바라보았다.

“형빈 씨, 이것은 내 잘못이야. 나를 해고해서 연우 씨를 기쁘게 해줘!”

이연우는 이 광경을 보고 참지 못하고 눈을 흘겼다.

‘젠장, 쇼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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