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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강성도 줄을 서세요

Author: 월야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2 18:30:13

에이펙스 다이내믹스와의 협상이 끝난 뒤, 한서윤의 연구센터에는 국내 기업들의 방문 요청이 쏟아졌다.

세계적인 기업이 천억 원을 제시했다는 소식에 업계 전체가 들썩였다. 이틀 동안 여섯 곳에서 제안서가 도착했고, 연구센터 회의실은 오전부터 저녁까지 비어 있을 틈이 없었다.

마지막 방문단을 배웅한 이현석이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박사님, 이러다 연구보다 회의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겠습니다.”

서윤은 책상 위에 쌓인 제안서를 세 묶음으로 나눴다. 기술 검증 능력이 부족한 회사, 연구 성과에 지나치게 많은 권리를 요구하는 회사, 실제 협력이 가능한 회사였다.

“그런데 제대로 검토할 만한 곳은 두 군데뿐이에요.”

현석이 마지막 묶음을 들여다봤다.

“조건은 다들 좋던데요?”

“자기 회사에 필요한 기술부터 이야기하잖아요. 제가 앞으로 뭘 연구할지는 별로 관심이 없고요.”

서윤은 에이펙스와 협상하면서 정리했던 연구개발 계획서를 펼쳤다.

독립 연구소를 세우려면 연구비와 장비뿐 아니라 기술을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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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하자 국가가 나를 보호하고, 전남편이 집착하기 시작했다   184화 천재는 실패를 증거로 만든다

    “그건 연구에 대한 승인권을 요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재헌은 차갑게 대답했다.“그 여자가 혼자 모든 걸 결정하다가 문제가 생겼잖아. 누군가는 옆에서 관리해야지.”오세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서윤이 가장 싫어하는 방식으로 그녀를 도우려 한다는 사실을 재헌만 모르고 있었다.***오후 세 시, 서윤은 오래된 측정 장비 앞에 앉아 새로운 시험을 준비했다.현석은 아침부터 이어진 검증 때문에 지쳐 있었지만, 서윤의 표정은 오히려 처음보다 또렷해져 있었다.“박사님, 기존 장비의 자동 보정을 끄고 알고리즘을 수정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그렇게 하면 이번 문제는 해결할 수 있겠죠. 하지만 다른 장비에서 같은 문제가 다시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어요.”서윤은 노트에 세 개의 원을 그렸다.“지금까지 우리는 장비가 보여주는 결과를 믿고 보정했어요. 그런데 장비마다 신호를 정리하는 방식이 다르면 그 결과를 그대로 비교할 수 없어요.”현석은 그녀가 그린 원을 바라봤다.“그럼 모든 장비의 설정을 통일해야 합니까?”“그것도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겠죠. 다른 연구소에서 어떤 장비를 쓰는지 우리가 전부 통제할 수는 없으니까요.”서윤은 펜으로 원 세 개를 하나의 선으로 연결했다.“장비가 어떤 처리를 했든, 우리가 확인해야 하는 핵심 변화만 따로 찾아내면 어떨까요?”현석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원래 신호가 일부 제거됐다면 복원할 수 없지 않습니까?”“제거된 부분을 억지로 복원할 필요는 없어요. 남아 있는 변화의 관계를 이용하면 되죠.”서윤은 장비별로 다른 수치를 그대로 비교하는 대신, 신호가 변하기 시작하는 순서와 그 간격을 기준으로 새로운 계산을 만들었다.복잡한 수치를 설명하던 그녀는 현석이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짓자 작은 종이컵 세 개를 책상에 놓았다.“시계 세 개가 모두 다른 시간을 가리킨다고 생각해 봐요. 시간을 똑같이 맞추지 못하더라도 초침이 움직이는 간격은 비교할 수 있잖아요.”현석이 종이컵을 바라보다

  • 이혼하자 국가가 나를 보호하고, 전남편이 집착하기 시작했다    183화 누가 연구 결과를 바꿨나

    서윤은 고개를 저었다.“성능이 좋으면 원래 신호를 더 정확하게 읽어야 해요. 그런데 이 장비는 신호의 일부를 아예 보여주지 않고 있어요.”그녀는 성공한 결과의 한 구간을 확대했다.“여기 보세요. 센서가 온도 변화에 반응하는 동안 원래 있어야 할 작은 흔들림이 사라졌어요. 제가 만든 알고리즘은 그 결과를 받아서 한 번 더 보정했고요.”현석은 한참 화면을 바라보다가 얼굴이 굳었다.“그러면 장비가 이미 보정한 신호를 저희가 다시 보정한 겁니까?”“가능성이 있어요.”서윤은 장비 관리 프로그램을 열었다.자동 신호 안정화 기능이 활성화되어 있었다.그녀는 해당 기능을 해제하고 다시 측정하도록 했다. 이번에는 기존 장비에서도 외부 검증 장비와 비슷한 오차가 나타났다.현석이 의자에 주저앉았다.“정말이네요. 저희가 성공했다고 생각했던 결과가 장비 설정의 영향을 받은 거군요.”서윤은 화면을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이상해요.”“또 뭐가 있습니까?”“자동 보정 기능이라면 잡음이 심한 구간을 비슷한 기준으로 처리해야 해요. 그런데 이 장비는 제가 성능을 검증하던 구간에서만 유난히 강하게 작동하고 있어요.”그녀는 설정값을 하나씩 비교했다.특정 신호 범위에만 보정 강도가 집중되어 있었고, 그 범위는 서윤이 연구 성과를 판단하는 핵심 구간과 정확하게 겹쳤다.현석은 눈을 크게 떴다.“우연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수 있죠. 그래서 지금부터는 우연인지 확인해야 해요.”서윤은 기존 설정 파일을 복사해 별도로 보존하고, 장비의 마지막 수정 기록을 확인했다.설정 변경 시각은 지난주 정기 점검이 끝난 뒤였다.그러나 점검 기록에는 신호 안정화 기능을 변경했다는 내용이 없었다.서윤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렸다.“현석 씨, 지난주 점검 담당자와 장비 관리 계정 사용 기록을 확인해 주세요. 장비 설정은 더 건드리지 말고, 현재 상태부터 보존해야겠어요.”현석이 서류를 챙기려는 순간 서윤은 그를 다시 불렀다.“그리고 다른 연구원들에게도

  • 이혼하자 국가가 나를 보호하고, 전남편이 집착하기 시작했다   182화 권도준은 그녀를 의심하지 않았다

    사업본부장이 조심스럽게 덧붙였다.“일부 투자자들은 연구 책임자의 독립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번 기회에 투자사 측 검증위원회를 상설화하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도준은 그 말에 시선을 들었다.“검증위원회가 무엇을 결정합니까?”“연구 일정과 장비 구매, 필요하다면 연구 방향에 대한 승인권까지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그럼 검증위원회가 아니라 연구 책임자를 새로 두겠다는 말이군요.”회의실이 조용해졌다.도준은 서윤의 보고서를 다시 읽었다.그녀는 성공한 결과를 지우거나 실패를 장비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어떤 조건에서 가설이 성립하지 않았는지, 무엇을 다시 확인할 것인지, 추가 검증 전까지 어떤 발표를 보류해야 하는지까지 명확하게 적어두었다.“미확정 발주는 즉시 중단하세요. 이미 체결한 계약은 취소하지 말고 사양 변경 협의 기간을 확보하십시오. 계약금 손실보다 중요한 건 잘못된 장비를 들여오지 않는 겁니다.”도준이 지시하자 사업본부장이 빠르게 메모했다.“그리고 투자사에는 검증 결과를 그대로 전달하세요. 다만 연구 방향의 승인권을 투자사로 넘기는 조건은 검토 대상에서 제외합니다.”재무담당 임원이 난처한 얼굴로 물었다.“대표님, 투자자들이 책임을 요구하면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사업적 판단은 제가 했습니다. 그 책임도 제가 집니다.”도준은 계약서를 덮으며 말을 이었다.“한 박사님은 지금 오류를 발견했고, 원인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분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게 아니라 잘못된 계약이 체결되지 않도록 막는 겁니다.”임원들이 나간 뒤 도준은 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는 두 번째 신호가 울리기 전에 받았다.“도준 씨, 보고서 보셨어요?”“봤습니다. 발주는 일단 멈췄고, 계약 변경을 위한 시간도 확보하고 있습니다.”서윤은 잠시 침묵했다.“제가 너무 빨리 판단했어요. 기존 장비에서 얻은 결과를 다른 장비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도준은 창가로 걸어가며 대답했다.“그

  • 이혼하자 국가가 나를 보호하고, 전남편이 집착하기 시작했다    181화 제가 틀렸네요. 다시 하죠

    한서윤의 외부 검증이 실패했다는 소식은 연구센터 안에서 먼저 퍼졌다.오전 열 시 십칠 분, 외부 검증기관의 책임연구원이 세 번째 시험 결과를 화면에 띄웠을 때만 해도 누구도 그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도원에너지테크가 확보한 기존 장비에서는 오차가 허용 범위 안에 들어왔지만, 외부 기관이 제공한 독립 검증 장비에서는 같은 보정 알고리즘을 적용하고도 수치가 계속 흔들렸다.첫 번째 시험에서는 환경 차이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작은 오차가 발생했다. 두 번째에서는 허용 범위를 벗어났고, 세 번째에서는 신호가 안정되어야 할 구간에서 오히려 반응 지연이 커졌다.검증기관의 책임연구원은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안경을 벗었다.“한 박사님, 이 상태로는 재현성 확인서를 발급할 수 없습니다.”이현석이 급히 시험 조건표를 펼쳤다. 온도와 전압, 초기 입력값은 모두 일치했고 장비의 자체 진단 결과에도 이상이 없었으므로, 그는 외부 장비의 특성 차이를 먼저 확인해 보자고 제안했다.그러나 책임연구원은 고개를 저었다.“이미 두 종류의 장비에서 교차 검증했습니다.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는 사실 자체는 바뀌지 않습니다.”연구실 뒤편에서 누군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한서윤의 기술을 기반으로 조정된 장비 구매 계획은 이미 도원 내부 승인을 거쳤고, 대체 공급처와의 계약도 막바지 단계에 들어서 있었다. 기존 장비로 검증할 수 있다는 판단이 틀렸다면, 연구센터는 다시 고가의 장비를 확보해야 할 수도 있었다.서윤은 그 말을 듣고도 곧바로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첫 번째 시험에서 세 번째 시험까지의 원자료를 차례로 불러와 겹쳐 놓았다. 실패한 그래프의 모양은 조금씩 달랐지만, 신호가 흔들리기 시작하는 위치에는 공통점이 있었다.그보다 더 이상한 것은 성공한 결과였다.기존 장비에서 얻은 그래프는 외부 검증 결과보다 훨씬 매끄러웠다. 센서가 실제 환경에서 측정한 신호라면 아주 작은 잡음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특정 구간에서만 그 흔적이 거의 사라져 있었다.

  • 이혼하자 국가가 나를 보호하고, 전남편이 집착하기 시작했다   180화 한서윤의 연구에 손대지 마

    ***다음 날 아침, 도원에너지테크 법무팀으로 새로운 자료가 들어왔다.강성그룹의 협력업체 접촉 내역을 확인하던 중 도원의 내부 구매 검토자료가 외부로 전달된 정황이 추가로 발견된 것이다.권도준은 법무팀장이 가져온 보고서를 읽다가 한 페이지에서 손을 멈췄다.자료를 열람한 계정은 도원 내부 직원의 것이었다. 그런데 접속 시간에 해당 직원은 해외 출장 중이었고, 회사 시스템에 정상적으로 로그인한 기록도 없었다.도준은 화면을 확대했다.“이 계정으로 접속한 위치는?”“현재 확인 중입니다. 다만 정상적인 사내 접속 경로는 아니었습니다.”도준은 잠시 생각한 뒤 보고서를 덮었다.“보안팀에 원본 로그 보존을 지시하세요. 외부 침입인지 내부 계정 도용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강재헌이 세명정밀에 접근한 일과 도원의 내부 자료가 외부로 전달된 일이 같은 사건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우연으로 넘기기에는 시기가 너무 정확했다.그때 법무팀장이 다른 서류를 내밀었다.“대표님,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도원 내부 자료가 외부로 전달되기 직전에 연구센터의 장비 구매 목록을 조회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도준의 눈빛이 달라졌다.“연구센터 자료까지요?”“네. 다만 해당 계정에는 접근 권한이 없어서 실제 열람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도준은 서류를 받아 들었다.자료 조회 시각과 접속 경로가 표시되어 있었다.“한 박사님 연구자료에 대한 외부 접근은 모두 차단되어 있습니까?”“현재까지 확인된 침입은 없습니다. 연구센터는 별도 보안 체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도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체계를 유지하세요. 불필요하게 연구센터 시스템을 변경하거나 연구를 중단시키지 마십시오. 대신 누가 연구센터 자료까지 들여다보려 했는지는 반드시 밝혀내야 합니다.”법무팀장이 고개를 숙였다.그때 비서가 급히 들어왔다.“대표님, 세명정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어제까지는 강성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는데, 오늘 아침 갑자기 계약을

  • 이혼하자 국가가 나를 보호하고, 전남편이 집착하기 시작했다   179화 누가 도원의 자료를 훔쳤나

    그 모습이 이상하게 사랑스러웠다.“네. 제대로 들으셨어요.”도준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서윤 씨가 그런 말을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왜요? 도준 씨는 매번 좋아한다고 하면서요.”그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그건 제가 좋아하는 거니까요. 서윤 씨 마음까지 제 뜻대로 되는 건 아니잖습니까.”서윤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녀가 먼저 도준의 눈을 바라봤다.“그런데 저도 도준 씨가 좋아요.”도준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강재헌과 마주 앉았을 때도 흔들리지 않던 눈빛이 지금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손을 들어 서윤의 뺨 가까이 가져갔다가 잠시 멈췄다.“안아도 되겠습니까?”서윤은 대답 대신 한 걸음 다가섰다.도준의 팔이 그녀의 등을 감쌌고, 서윤은 그의 가슴에 이마를 기댔다. 단단한 체온과 규칙적인 심장 소리가 가까이 느껴졌다.도준은 그녀를 세게 끌어당기지 않았다. 다만 서윤이 물러서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 조금 더 깊이 품었다.“오늘 이 말을 들을 줄 알았다면 아침부터 이렇게 침착하게 일하지는 못했을 겁니다.”그가 낮게 웃자 서윤도 따라 웃었다.“권도준 대표님이 그렇게 쉽게 흔들리는 분이셨어요?”“다른 일에는 별로 그렇지 않습니다.”그는 그녀의 머리 위로 턱을 살짝 기울였다.“서윤 씨한테만 자꾸 이러네요.”서윤은 그의 품에서 고개를 들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시선이 마주치자 두 사람 모두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도준은 그녀의 뺨에 닿아 있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넘겨주었다.“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서윤이 눈을 깜빡였다.“왜요?”도준의 눈빛이 깊어졌다.“더 가까워지고 싶지만, 서윤 씨가 지친 날 제 욕심부터 앞세우고 싶지는 않아서요.”서윤은 그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다시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조금만 더 이러고 있을래요.”도준은 그녀를 품은 채 낮게 대답했다.“얼마든지요.”***같은 밤, 강성그룹 대표이사실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었다.재헌은 한서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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