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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Author: 도도보
채연서는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묻으며 문지혁 옆의 그네에 앉았다.

밤하늘에는 별이 찬란하게 떠 있었고, 작은 그네에 나란히 앉은 남녀의 모습은 마치 서정적인 소녀 만화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오늘 지나윤 회사에 다녀왔어.”

문지혁이 말했다.

채연서는 일부러 놀란 척했지만, 사실 조금도 의외가 아니었다.

지난번 문지혁을 만났을 때, 일부러 지나윤이 LD주얼리 패션위크에서 자신의 경쟁자라고 일부러 말했었다.

그 말을 함으로써 문지혁이 지나윤을 찾아가 문제를 일으키길 바랐기 때문이다.

“미란다도 함께 데려갔어.”

“미란다? 패션계의 거물,「션샤인」 편집장 미란다 말하는 거야?”

채연서는 순진하고 무구한 눈을 깜빡이며 물었으나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미란다가 얼마나 까다롭고 냉정한 인물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문지혁이 미란다를 데려간 이상, 분명 지나윤의 흠을 잡아 LD주얼리 패션위크 참가 자격을 취소시키려는 의도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미란다는 뭐라고 했는데?”

채연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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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826화

    오늘은 C국 최대 규모의 경제 관련 시상식이 열리는 날이었다.C국에서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대형 시상식을 개최했다.자국을 대표하는 우수 기업들을 전 세계에 소개하기 위한 자리였다.투자 유치이자 문화적 영향력 과시였고, 동시에 국가의 위상을 드높여주는 상징 같은 행사이기도 했다.무엇보다 이 시상식은 매년 전 세계 생중계로 진행됐다.그래서 단순히 재계 사람끼리 즐기는 행사에 그치지 않았다.재계는 물론 대중과 각 업계에서도 큰 관심을 받는 초대형 이벤트였다.이런 대형 시상식은 연예계 시상식처럼 레드카펫 행사부터 시작됐다.이후 본 행사장에서 본격적인 시상식이 진행된다.수상 기업들은 대부분 C국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한 대기업이거나. 혹은 최근 재계에서 급부상 중인 신흥 기업들이었다.시상식이 끝난 뒤에는 짧은 자선 경매 순서도 이어졌다.그 수익금은 전부 기부에 사용됐다고 마지막으로 생중계에는 공개되지 않는 비공개 경제계 파티가 열렸다.즉 이 시상식은 단순한 행사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기업의 위상을 상징하는 자리이자 동시에 앞으로 C국 경제계 흐름을 보여주는 기준 같은 행사였다.그리고 예년까지만 해도 항상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건 이씨 집안이었다.하지만 이경성이 세상을 떠난 뒤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이안영이 LY그룹을 엉망으로 만들면서 기업 이미지는 계속 흔들렸다.작년에도 이안영은 시상식 초청을 받긴 했지만 가장 큰 상인 ‘올해의 최고 기업상’은 받지 못했다.그래서 올해 역시 이안영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무엇보다 최근 손경우 일까지 엮이며 여론도 계속 나빠지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런데 뜻밖에도 이번 시상식 주최 측인 C국 정부 쪽에서 직접 연락이 왔다.단순 초청이 아니라 올해 ‘최고 기업상’ 수상 기업이 LY그룹이라는 사실까지 미리 알려준 것이다.그 소식에 이안영은 한동안 기분이 들떠 있었다.하지만 조금 진정하고 나니 점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왜 하필 올해 다시 LY그룹이 최고 기업상을 받는 걸까?’솔직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825화

    오현준이 머무는 숙소 문 앞에는 보기만 해도 믿음직한 경호원들이 서 있었고, 지나윤은 그 모습을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지금 이 분위기 보호라기보다는 거의 감금 같아 보이는데?”“오현준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미 다 했으니까.”유시진은 지나윤 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말했다.“그렇긴 하지.”지나윤도 고개를 끄덕였다.자기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고 믿고 있었다.경호원이 문을 열어주자 지나윤과 유시진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숙소 안.오현준은 침대에 걸터앉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안색은 몹시 좋지 않았다.짙게 내려앉은 다크서클만 봐도 어젯밤 한숨도 못 잔 게 분명했다.자기가 사실상 감시당하고 있다고 느껴서일까?아니면 이안영이 또 사람을 보내 자신을 없앨까 두려운 걸까?혹은 다친 지나윤에 대한 죄책감 때문일까?아마 전부 다일지도 몰랐지만 지나윤은 확실하게 알 수 없었다.“변호사님, 저 왔어요.”지나윤이 먼저 입을 열자 오현준은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먼저 지나윤을 바라봤는데 눈빛이 조금 누그러져 있었다.“등은 좀 괜찮으세요?”지나윤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곧 미소를 보였다.“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크게 다친 건 아니에요.”“제가 약 발라줬어요.”그 순간 유시진이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받았다.이에 오현준 시선이 다시 유시진에게 향했다.유시진이 지나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숨길 생각조차 없어 보였고 시각장애인이라도 알아챌 정도였다.오현준은 씁쓸하게 웃었다.“정말 후회되네요. 그때 제가 욕심에 눈이 멀지 말아야 했는데...”웃음은 천천히 사라졌고 눈 속에는 짙은 후회와 고통만 남았다.지나윤은 오현준이 연기가 아니라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숙소 안에는 다시 적막이 흘렀다.오현준도, 지나윤도, 유시진도 누구 하나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한참 뒤, 오현준이 먼저 침묵을 깼다.“두 분은 참 여유롭네요. 진짜 유언장 빨리 손에 넣고 싶지 않나요?”그러자 지나윤은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824화

    지나윤은 유시진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지는 걸 봤다.“난 네가 오현준을 혼자 만나러 가게 둘 수 없어.”“근데 당신까지 같이 가면 오현준이 당신을 경계할 수도 있잖아.”지나윤 걱정은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었다.무엇보다 유시진은 지나윤과 달랐다.오현준 입장에서 지금 지나윤은 목숨 위협까지 함께 겪은 사람이었다.어젯밤 일을 겪고 난 뒤 오현준이 자기에게 느끼는 신뢰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을 거라고 지나윤은 확신했다.하지만 거기에 유시진까지 함께 나타난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유시진이 가진 압박감은 워낙 강했고, 지금처럼 예민해져 있는 오현준은 더 큰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높았다.그렇게 되면 지나윤이 지금까지 공들여 쌓아온 흐름도 모두 무너질 수 있었다.“저기...”지나윤은 차분히 설득해 보려 했지만 유시진 눈빛은 예상 이상으로 단호했고 도무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나윤아.”그런데 막상 입을 연 유시진 목소리는 의외로 부드러웠다.“어젯밤 네가 오현준이랑 단둘이 있었다가 저렇게 다쳐서 돌아왔는데, 내가 어떻게 널 또 혼자 보내.”“근데 어젯밤 그건...”지나윤은 설명하려 했지만 사실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어젯밤 일이 어떤 의도였는지 유시진 역시 전부 알고 있었다.지나윤이 일부러 만든 상황이었다는 것도.하지만 아무리 계획이었다고 해도 다친 건 사실이었다.지나윤은 유시진의 눈 속에서 마치 지나윤이 다친 게 자기 책임이라도 되는 사람처럼 짙은 걱정과 자책을 읽었다.그 눈빛을 보고 있으니 지나윤은 더 이상 혼자 다녀오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가끔은 자기만이 아니라 유시진 마음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알겠어. 그럼 같이 가자.”그 말을 들은 순간 유시진 눈빛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나윤아...”“응?”두 사람이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유시진이 다시 지나윤 이름을 불렀다.“너 사실...”‘아직도 나 신경 쓰는 거지?’그러나 유시진은 끝내 그 뒷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지나윤은 고개를 갸웃한 채 다음 말을 기다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823화

    “등 다친 사람이 혼자 어떻게 약 바르려고?”지나윤은 유시진 말에 순간 아무 대꾸도 못 했다.“얌전히 엎드려.”“싫어.”지나윤은 두 손으로 가운을 꽉 움켜쥐었고, 그 모습에 유시진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약 발라주는 것뿐인데. 나 너무 경계하는 거 아니야?”지나윤은 입을 달싹이다가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사실 이렇게까지 유시진을 경계할 필요는 없었다.두 사람은 이미 오랫동안 같은 집에서 지내왔다.그러니 유시진이 정말 무슨 마음을 먹었다면 지나윤이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하지만 지나윤 심장은 자꾸만 빨리 뛰었다.설령 약 때문이라 해도 유시진 앞에서 스스로 옷을 벗는 건 괜히 부끄러웠다.“그럼 너 뒤돌아 있어.”지나윤은 결국 유시진 말대로 몸을 돌리고는 등을 유시진 쪽으로 향했다.유시진 손이 천천히 지나윤 어깨 위에 닿았는데 크고 단단한 손이었다.그리고 곧 지나윤 몸에 걸쳐져 있던 가운이 어깨를 따라 스르르 아래로 흘러내렸고, 여자는 그대로 굳어버렸다.급히 뒤돌아보려는 순간, 등 뒤에서 유시진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돌아보지 마. 지금 돌아보면 일부러 유혹하는 걸로 생각할 거야.”“나...”지나윤은 순간 다시 고개를 홱 돌렸다.뒤통수만 유시진 쪽으로 향한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그때 유시진 웃음 섞인 숨소리가 귓가를 스쳤다.사람 마음을 괜히 간질이는 소리였다.유시진은 손끝에 연고를 묻혀 천천히 지나윤 등 위에 발랐다.연고는 차가웠지만 유시진 손끝은 따뜻했다.정반대의 느낌이 동시에 피부 위를 스치며 선명한 대비를 이루자 지나윤은 괜히 가슴 안쪽이 울렁거리는 느낌이 들었다.“좀 빨리하면 안 돼?”“천천히 해주는 게 싫어?”유시진 반문에 지나윤은 결국 아랫입술을 깨물었다.아무리 생각해도 유시진은 일부러 사람 놀리는 것 같았다.“이 약 꽤 효과 좋네. 등도 많이 괜찮아졌어. 근데 멍이 아직 남아 있어서 며칠은 더 발라야 할 것 같은데.”유시진의 말을 들은 지나윤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몽둥이 한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822화

    “유시진, 내려놔!”지나윤은 유시진 품에 안긴 채 계속 항의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그러나 유시진은 그대로 지나윤을 안고 욕실까지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그리고 욕조 안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씻겨줄까?”유시진은 눈을 가늘게 휘며 지나윤을 바라봤는데 웃는 얼굴은 꼭 능청스러운 여우 같았다.순간 지나윤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지금 지나윤 몸에는 속옷밖에 걸쳐져 있지 않았고, 욕조 옆에 서 있는 유시진은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이 상황을 누가 본다면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고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당장 나가!”지나윤은 얼굴을 붉힌 채 소리쳤다.유시진은 지나윤이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아챘는지 눈웃음은 더 짙어졌다.“다 본 사이인데 이제 와서 부끄러워?”“누가 너랑 다 본 사이야!”지나윤은 바로 샤워기를 집어 들어 물을 틀어 유시진에게 뿌렸다.하지만 유시진은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즐거워하는 얼굴이었다.“이러면 더 못 나가겠는데? 설마 일부러 붙잡는 거야?”“유시진!”지나윤은 부끄럽고 화가 나서 얼굴이 새빨개졌다.“진짜 샤워기로 때리기 전에 나가!”유시진은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결국 지나윤의 뜻대로 욕실 밖으로 나갔다.욕실에 혼자 남은 지나윤은 크게 숨을 몰아쉬었는데 심장은 여전히 빠르게 뛰고 있었다.지나윤은 물 온도를 조금 낮춰 복잡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싶었다.사실 지나윤은 이미 오래전부터 유시진을 미워하지 않았다.유시진이 과거에 자기에게 상처 준 건 분명 사실이었지만 그 상처들도 결국 시간 속에서 조금씩 아물었다.지나윤은 더 이상 과거에만 붙잡혀 살고 싶지 않았다.시간은 멈춰 있지 않은 만큼 사람도 결국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무엇보다 유시진 역시 정말 많이 변했다.지나윤을 위해 수없이 많은 일을 했고 몇 번이나 목숨까지 구해줬다.솔직히 유시진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살아 있지 못했을지도 몰랐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윤이 유시진과 다시 시작할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원래 혼자서도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821화

    지나윤이 데리고 있던 경호원들도 근처에 숨어 있었다.손경우가 보낸 사람들이 튀어나와 지나윤에게 손을 대려는 순간, 여자는 일부러 오현준에게 저 사람들이 전부 오현준을 노리고 온 거라고 믿게 했다.그리고 자기 경호원들을 해결사 무리 속에 섞어 넣은 뒤, 일부러 오현준 보는 앞에서 몽둥이로 자기 등을 내리치게 했다.그 몽둥이에는 미리 손을 써둔 상태였고 이미 금이 가 있도록 톱질해둔 것이었다.겉으로 보기에는 너무 세게 내려쳐서 두 동강 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금이 가 있던 덕분에 충격이 어느 정도 분산됐다.게다가 경호원 역시 힘 조절을 잘하고 있었다.그렇게 상황은 자연스럽게 바뀌었다.이안영이 오현준을 없애려 했고, 지나윤은 거기에 휘말려 다친 피해자가 된 것이다.오현준은 자기 목숨이 진짜 위협받고 있다는 걸 직접 체감했다.동시에 지나윤에 대한 죄책감도 더 커졌다.이렇게 되면 오현준과 이안영 사이에는 다시 화해할 가능성이 남지 않았고, 지나윤이 진짜 유언장을 손에 넣는 날도 머지않았다.다만 지나윤이 예상 못 한 게 하나 있었다.유시진이 돌아왔다는 점이었다.“왜 그렇게 네 몸을 안 아껴?”“미안.”지나윤은 유시진이 화를 내는 이유가 결국 자기 걱정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사과하고 난 뒤 잠시 망설이던 지나윤은 다시 작게 말했다.“그리고 고마워.”유시진 손이 잠깐 멈췄다.“약 발라줘서?”“아니.”유시진은 눈을 살짝 들어 지나윤을 바라봤다.“그러면 뭐가 고마운데?”“내 멋대로 하게 놔둬서.”지나윤 말끝에는 저절로 웃음이 묻어났다.이번 계획은 경호원들도 알고 있었으니 당연히 유시진 귀에도 들어갈 게 뻔했다.애초에 경호원들의 진짜 고용주는 유시진이었으니까.유시진은 지나윤이 자기 몸을 너무 함부로 굴린다는 점에서는 화가 났지만 그렇다고 계획 자체를 막지는 않았다.지나윤 등을 어루만지는 유시진 손은 따뜻했다.기억 속보다 훨씬 더 따뜻했고 손길도 몹시 조심스러웠다.조금이라도 아프게 할까 봐 신경 쓰는 것처럼 느껴졌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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