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0화. 고백

Author: 6j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3 16:04:23

“15 년째 너 좋아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닫혔다. 센서가 몇 번이나 경고음을 냈지만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열다섯 살 때부터라면 고등학교 입학 전이었다. 나는 그동안 몇 번이나 연애하고 헤어졌고, 그때마다 도윤에게 전화해 상대 욕을 했다.

“거짓말이지?”

겨우 꺼낸 말에 도윤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내가 왜 이걸로 거짓말해?”

“지금은 우리가 거짓말로 먹고사는 상황이니까.”

“임신은 거짓. 약혼은 보류.”

그가 손목을 놓고 한 걸음 물러났다.

“좋아하는 건 사실.”

“왜 한 번도 말 안 했어?”

“기회가 없었어.”

“내가 언제 막았는데?”

“고백하려고 놀이공원 표를 샀더니 다른 학교 선배 농구 보러 간다고 취소했고, 대학 입학식 날에는 첫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자랑했지.”

기억이 하나씩 돌아왔다. 도윤이 유난히 말이 없던 날들이었다.

“군대 가기 전날에는?”

“네가 울면서 평생 변하지 말고 남사친으로 남아 달라고 했어.”

“편지는 왜 그렇게 자주 보냈어?”

“고백 대신 쓴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임신은 거짓말인데 남사친은 진심입니다   제30화. 제가 평생 책임지겠습니다(完)

    “신랑이 사라졌어.”오빠의 말에 신부 대기실이 얼어붙었다.엄마는 경찰부터 부르자고 했고, 혜진 이모는 아들이 도망갈 리 없다며 오빠 멱살부터 잡았다.“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너라며!”“제가 왜 용의자예요?”나는 도윤에게 다시 전화했다.[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맥박이 빨라졌다. 그래도 그가 결혼식에서 도망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십오 년을 기다린 남자였다. 사라졌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이유가 왜 결혼식 열 분 전에 생겼느냐였다.그때 ‘다섯 시부터’ 수빈에게 전화가 왔다.- 대표님, 정원 입구에서 웨딩 케이크 배송 차량이 접촉 사고가 났어요. 기사님이 머리를 부딪쳐서…….“사람은 괜찮아?”- 케이크가 늦어서 강 변호사님이 확인하러 나오셨다가 사고를 보자마자 119 불러 주셨어요. 기사님은 의식 있고요. 그런데 변호사님 휴대전화가 차 밑으로 떨어져서 완전히 깨졌대요.모두가 창가로 몰려갔다. 정원 입구에 검은 턱시도 차림의 도윤이 걸어오고 있었다. 한 손에는 사고 차량에서 건져 낸 케이크 상자, 흰 셔츠 소매에는 흙먼지가 묻어 있었다.그가 대기실 문을 열자 나는 부케로 가슴을 한 번 때렸다.“사람부터 도운 건 잘했어. 그래도 말은 남겨야지!”“민혁이 형한테 전달해 달라고 했는데.”모두의 시선이 오빠에게 향했다. 오빠는 한쪽 귀의 영상팀 이어폰을 빼며 굳었다.“나한테 말했어?”“케이크 차 사고 났고, 기사님 확인하고 바로 오겠다고.”“나는 ‘케이크 잘 나왔고 기사님 확인하고 온다’로 들었는데…….”“원흉 찾았네.”도윤은 숨을 고르며 상자를 열었다. 별 모양 설탕 장식이 올라간 흰 케이크는 한쪽이 조금 기울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예비 케이크도 있다며. 이건 왜 들고 왔어?”“네가 직접 만든 첫 웨딩 케이크잖아. 살릴 수 있으면 살려야지.”그 말에 더는 화를 낼 수 없었다. 도윤은 케이크보다 내 얼굴부터 살폈다.“많이 놀랐어?”“신랑 실종 신고서 쓸 뻔했어.”“변호인 선임부터 할게.

  • 임신은 거짓말인데 남사친은 진심입니다   제29화. 진실과 증거

    “이번에는 또 뭘 피하려는 거니?”할머니의 질문에 나는 병원에서 받아 온 검사 결과지를 꺼냈다.“아무것도 안 피해요. 저 정말로 임신했어요.”엄마는 서류를 받아 빛에 비춰 봤다.“이거 진짜니?”“병원에서 받았어요.”오빠는 휴대전화로 병원 직인을 검색했다.“직인은 같은데.”“왜 위조 감정까지 해!”도윤이 밀폐 봉투에 넣은 테스트기 네 개를 식탁 위에 나란히 놓았다.“오늘 세아가 직접 검사한 겁니다.”혜진 이모가 두 줄을 확인하고도 쉽게 기뻐하지 못했다.“지난번 것도 두 줄이었잖아.”“그건 지수 거였어요.”“이번엔 지수가 소변까지 빌려준 건 아니지?”“이모!”억울했지만 할 말이 없었다. 신뢰를 한 번 잃으면 진실 하나에 증거가 네 개씩 필요했다.엄마가 시험하듯 물었다.“태명은?”“아직 없어요.”“지난번에도 없다고 했잖아.”“진짜 임신이라고 자동으로 태명이 내려오는 건 아니에요!”오빠가 턱을 만졌다.“이번 반응이 더 억울하긴 하네.”“그게 과학적 기준이야?”할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병원 가자.”“지금 밤 아홉 시예요.”“응급실은 열려 있지.”“임신 확인하러 응급실 가면 병원에서 우리 가족 출입 금지해요.”결국 도윤이 담당 의사에게 전화했다. 의사는 내 동의를 확인한 뒤 검사 결과가 양성이라고 설명했다.그래도 할머니는 직접 듣겠다며 다음 날 온 가족을 병원에 끌고 갔다. 진료실 앞에 할머니, 엄마, 오빠, 혜진 이모, 비서까지 줄지어 앉자 다른 환자들이 우리를 구경했다.“가족분이 많으시네요.”의사가 말했다.“거짓 임신 전과가 있어서요.”내 대답에 의사는 이해하지 못한 채 웃었다.혈액 검사 결과까지 확인한 뒤에야 가족들의 표정이 바뀌었다.“임신 초기 수치가 맞습니다.”엄마는 세 번이나 다시 물었고, 오빠는 결과지 이름과 주민번호를 대조했다. 할머니가 병원 원장에게 전화하려 하자 내가 휴대전화를 빼앗았다.“이 정도면 믿어 주세요.”“네 전적이 화려해서 그렇지.”“한 번이에요!”엄마가 나를 끌

  • 임신은 거짓말인데 남사친은 진심입니다   제28화. 이번에는 진짜입니다

    두 줄짜리 테스트기를 들고 나오자 지수가 벌떡 일어났다.“진짜야?”“불량일 수도 있잖아.”“내가 방금 약국에서 산 거야.”“증발선일 수도 있고.”“저렇게 진한 증발선이면 제조사가 상 줘야 해.”나는 테스트기를 조명 아래로 들어 올렸다. 첫 거짓말 때 빌렸던 것과 똑같은 두 줄. 그런데 그때는 들킬까 손이 떨렸고, 지금은 믿어도 되는지 몰라 떨렸다.“도윤이한테 전화해.”“안 돼.”“왜?”“또 안 믿으면 어떡해?”지수가 어이없다는 듯 봤다.“그 인간은 네가 외계인 아이를 가졌다고 해도 우주법부터 찾을걸.”“가족들이 안 믿을 거야.”“맞선도 없는데 뭘 피하려고?”“습관성 거짓 임신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말하면서도 황당했다. 신뢰를 잃은 사람은 진실 앞에서도 증거부터 떠올린다.지수는 테스트기 세 개를 더 사 왔다. 나는 물을 마시고 기다렸다가 하나씩 확인했다.네 개 모두 두 줄이었다.사진을 찍었다가 지웠다. 지난번처럼 증거부터 만들기보다 도윤과 먼저 기뻐하고 싶었다.“나 엄마 되는 건가?”입 밖에 내자 갑자기 눈물이 났다. 지수가 나를 안고 등을 두드렸다.“응. 진짜.”“아직 병원 전이잖아.”“그럼 지금 가.”“도윤이 없이?”“아까는 말 안 한다며.”내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화장실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세아야?”도윤이었다.“재판 끝났어. 케이크 골랐어?”나는 테스트기들을 휴지로 덮었다. 지수가 입 모양으로 물었다.말해?고개를 세차게 저었다.문을 열자 도윤이 케이크 상자를 들고 서 있었다. 내 창백한 얼굴을 보자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어디 아파?”“아니.”“토했다며.”“버터를 너무 먹어서.”그의 시선이 내 뒤 세면대로 갔다. 몸으로 가렸지만 휴지 아래에서 테스트기 손잡이 하나가 삐져나와 있었다.“저건 뭐야?”“아무것도 아니야.”“지난번에도 그 말하고 지수 테스트기를 들고 있었지.”도윤이 다가오자 나는 네 개를 등 뒤로 숨겼다.“이번에도 지수 거야?”“아니.”“그럼?”더

  • 임신은 거짓말인데 남사친은 진심입니다   제27화. 싫어?

    “윤세아, 나랑 진짜로 결혼해 줄래?”나는 무릎을 꿇은 도윤을 내려다봤다.“싫어.”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왜?”“너 혼자 프러포즈하는 거.”“무슨 뜻이야?”나는 의자에서 내려와 맞은편에 함께 무릎을 꿇었다. 탄 달걀 냄새가 가득한 주방 바닥이었다. 나는 도윤 셔츠를 걸치고 있었고, 그는 아까 겨우 주워 입은 셔츠 차림이었다. 프러포즈치고는 낭만보다 탄 달걀 냄새가 더 진했다.“처음에는 네가 혼자 책임진다고 했잖아. 이번에는 같이 하자.”도윤의 눈이 천천히 커졌다.“나도 너랑 결혼하고 싶어.”“확실해?”“가족도 회사도 거짓말도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거 맞아.”어젯밤 그가 한 질문을 그대로 돌려주자 눈가가 붉어졌다.“녹음해 둘걸.”“평생 반복 재생해 줄 테니까 외워.”그제야 굳었던 입꼬리가 올라갔다.“사람 놀라게 하는 재능은 여전하네.”“거짓말 재능도 있었고.”“그건 없었어. 전 국민에게 들켰잖아.”도윤은 내 대답을 몇 번이나 확인했다.“방금 싫다고 한 부분은 철회?”“너 혼자 하는 프러포즈만.”“결혼 의사는 확정?”“네.”“번복 불가?”“강도윤, 입 다물어.”그제야 아주 길게 숨을 내쉬며 나를 더욱 단단히 끌어안고 주방 바닥에 함께 주저앉았다.“내 프러포즈 선물은?”“너면 돼.”“그 말 후회하지 마. 유지비 많이 들어.”“십오 년치 선납했어.”그가 내 손가락의 반지에 입을 맞췄다.그날 저녁 우리는 양가 가족을 다시 불렀다. 같은 식탁에서 첫 약혼을 취소한 지 보름도 지나지 않았다.할머니는 소식을 듣고도 한동안 무표정했다.“임신 때문은 아니지?”“아니에요.”엄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테스트기 같은 건 없고?”“없다니까요!”오빠가 휴대전화를 들었다.“프러포즈 증거 영상은?”“없어.”“거짓 임신 전과자의 단독 증언만으로 결혼을 승인해도 됩니까?”엄마가 오빠의 등을 세게 때렸다.“네 동생 좋은 날에 꼭 그렇게 말해야겠니?”“신뢰 회복 절차를 제안한 것뿐인데.”도윤이 탄 달걀

  • 임신은 거짓말인데 남사친은 진심입니다   제26화. 이번에는 전부 기억해

    팝업 완판 회식이 끝났을 때는 밤 열한 시였다.오빠는 도윤의 어깨를 두드렸다.“우리 세아 또 울리면 이번엔 CCTV 말고 네 흑역사 푼다.”“형이 가진 것보다 제가 가진 세아 영상이 많습니다.”“둘 다 지워.”지수는 택시에 타며 내게 윙크했다.“오늘은 내 테스트기 필요 없게 조심하고.”“김지수!”택시는 이미 출발했다. 도윤은 웃음을 참으며 차 문을 열어 줬다.“어디로 모실까요, 대표님?”원룸이라고 말해야 했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혼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너희 집.”도윤의 손이 문 손잡이 위에서 멈췄다.“확실해?”“응.”“술 마셨잖아.”“샴페인 반 잔. 음주 측정해?”“후회 여부 측정 중.”나는 그의 넥타이를 잡아 가까이 당겼다.“십오 년 기다렸다며. 내가 먼저 왔는데 왜 네가 겁먹어?”도윤의 눈빛이 순식간에 달라졌다.그의 아파트에는 내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현관의 슬리퍼, 욕실 선반의 새 칫솔, 내가 좋아하는 복숭아 향 클렌저와 머리끈.“이거 언제 준비했어?”“네가 가끔 자고 가니까.”“세 번뿐이었어.”“네 번째를 기다렸지.”거실 선반에는 오래된 사진들이 꽂혀 있었다. 한쪽에는 내가 스무 살 때 잃어버렸다고 난리 친 머리핀이 있었다.“이게 왜 여기 있어?”“내 차에서 발견했어.”“십 년 넘게 돌려줄 기회가 없었어?”“돌려주면 네 물건이 하나 줄잖아.”말도 안 되는 소리인데 그에게는 꽤 진지한 이유였던 모양이다. 고등학교 졸업식, 대학 축제, 내가 첫 브랜드를 열던 날. 사진마다 도윤은 카메라보다 나를 보고 있었다.“나만 몰랐네.”“네가 나를 너무 안전하게 봤지.”사진 끝에는 영화표와 메모가 작은 액자에 들어 있었다. 스무 살 때 냅킨에 적어 준 ‘다음에는 네가 팝콘 사’라는 문장까지.“이런 것도 보관해?”“네가 준 건 버리는 법을 못 배웠어.”십오 년이 숫자가 아니라 물건으로 펼쳐지자 코끝이 찡해졌다.도윤이 뒤에서 나를 안았다. 턱이 어깨에 닿고 두 팔이 허리를 감쌌다.“지금이라

  • 임신은 거짓말인데 남사친은 진심입니다   제25화. 정식 계약서

    “저 녀석과 결혼도 안 할 생각이냐?”할머니의 질문에 매장 안 시선이 한꺼번에 모였다.도윤은 계산기를 든 채 굳어 있었다. 분홍 앞치마 차림으로 결혼 허락을 기다리는 냉정한 변호사라니. 일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장면이었다.“결혼은 아직이요.”도윤의 얼굴에서 빛이 빠졌다.나는 웃음을 참고 말을 이었다.“제가 먼저 제대로 고백하고, 제대로 연애한 뒤에 할 거예요.”“십오 년 기다린 사람을 또 기다리게?”할머니가 도윤 편을 들자 오빠가 감탄했다.“우리 집 권력 구도 업데이트됐네.”도윤이 앞치마를 벗고 다가왔다.“얼마나 더?”“한 달이라고 했잖아.”“오늘로 열하루.”“정말 세고 있었어?”“분 단위로.”“업무 복귀하면 문제 되겠다.”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그런데 감형 가능성은 있어.”도윤의 눈이 바로 밝아졌다.할머니는 헛기침하며 매장을 둘러봤다.“내일 직원 간식으로 전량 주문하지.”“예약 순서 지켜야 해요.”“내가 새치기한다는 게 아니라 선결제하겠다는 말이다.”“환불 불가예요.”“장사꾼 다 됐구나.”할머니가 법인카드를 내밀었다. ‘다섯 시부터’의 첫 대량 주문이었다.오후 세 시, 준비한 제품이 모두 팔렸다. 차우진 측 법무팀에서는 공급 취소 손해를 배상하고 녹음 자료를 폐기하겠다는 합의안을 보내왔다.도윤이 태블릿을 내밀었다.“받을 거야?”“공개 사과까지는 필요 없어. 대신 다시는 내 사업이나 사생활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조항 넣어 줘.”“대표님 지시대로.”“그리고 휘낭시에 한 상자 보내.”“왜?”“돈으로만 안 되는 사업도 먹어 봐야 알지.”“내용증명 대신 디저트?”“사과 겸 교육비야.”“상대가 맛으로 반성하면 성공이네.”도윤이 무표정하게 말해 웃음이 터졌다.우리는 문에 ‘완판’ 종이를 붙였다. 지수는 배를 쓰다듬으며 투덜댔다.“가짜 임신 때문에 진짜 임산부가 제일 고생했어.”“계속 앉아 있었잖아.”“악성 댓글을 읽는 정신 노동이 얼마나 힘든데.”오빠와 수빈이 정리를 맡겠다며 우리를 뒤로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