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강현재는 안전벨트를 잠그고 긴 숨을 내쉬었다.강이연과 강이준은 뒤로 멀어지는 도아영을 보며 말 못 할 아쉬움이 가슴에 차올랐다.‘왜 우리 엄마들은 하나같이 우리 곁을 떠나는 걸까?’“아빠.”강이준이 조심스레 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신호에 걸려 멈춘 차 안에서 운전석의 남자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바지 위에 조용히 스며드는 눈물을 보며 강현재는 지금 도대체 무슨 감정이 드는지 형용할 수 없었다.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돌아갈 수 없었다.강현재는 다시는 도아영과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아이들을 위해
도아영은 이내 씩 웃었다.도아영은 애초에 어떤 사람과 좋은 결말이 없을지도 몰랐다.그래서 아이들의 체육 대회가 끝난 후, 도아영은 강현재와 두 꼬맹이를 데리고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도아영이 고른 식당은 꽤 고급스러운 곳이었다.도아영은 반 달 치 월급을 탈탈 털어 밥 한 끼를 사줄 생각이었다.자리에 앉은 강이연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이모, 무슨 일이 있어요?”도아영은 그 말에 순간 멈칫했다.역시 자기 딸이라 그런지 눈치 하나는 번개 급이었다.“너희 집에 얹혀산 지 벌써 일 년이 넘었잖아. 나도 이제는 좀 보
도아영은 턱을 괴고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여기 봐봐. 이건 문법 문제야.”두 아이는 정말 똑똑해서 배우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도아영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공부 잘하네, 배우는 능력은 너희들 아빠랑 비슷하네.”“이모는 어렸을 때 공부를 잘했어요?”강이준의 질문에 도아영은 당당하게 대답했다.“꽤 잘했지.”이건 구라도 아니고 과장도 아닌 사실이었다.도아영은 어릴 때 진짜 공부를 잘했다.도아영은 두 아이에게 꼼꼼하게 잉글어를 가르쳤고 인내심도 있었다.강현재가 집에 들어왔을 때 보게 된 장면은 거실 샹들리에
“내 돈을 잘 모아둬. 슬쩍 써버리면 안 돼. 나 나중에 집을 사야 한단 말이야.”평생 별장 같은 건 살 수 없지만 조금 작은 고급 아파트라도 괜찮았다.물론 정경에서 아파트를 사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그래도 도아영은 급하지 않았다.어차피 퇴직하기 전에 살 수 있으면 만족했다.그러고 나서 그 아파트에서 조용하게 노후를 보내면 됐다.게다가 도아영은 그 두 꼬맹이한테 기댈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같은 회사에 있다 보니 강현재도 도아영의 변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강현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가슴이 꽉 조여온 도아영은 벌떡 일어나 강현재에게 달려가 안겼다.“흑흑...”그러고는 세상이 끝난 것처럼 오열을 터뜨렸다.강현재 일행은 순간 멈칫하더니 두 꼬맹이는 재빨리 눈을 가렸다.강현재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그만해.”도아영은 지금 이 순간, 서럽고 외로운 마음에 목 놓아 울었다.뿌리내릴 곳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는 도아영은 자기가 당장 죽어도 누구도 알아줄 것 같지 않았다.“집에 가자.”강현재가 차갑게 말했다.“응.”몇 발짝 걷다가 도아영은 다시 부모님 묘 앞에 돌아갔다.“아빠, 엄마, 저 이
제아로 가는 길에서 강현재는 스쳐 지나가는 거리와 도시를 바라봤다.이곳은 강현재가 어릴 때부터 자라온 곳이었고 추억도 너무 많은 곳이었다.그런데 도아영이 뜬금없이 한마디를 던졌다.“여기는 허인하랑 보낸 추억이 많잖아? 여기 오니까 마음이 아파?”도아영의 표정은 완전히 흥미진진한 구경꾼과도 같았다.강현재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지만 이내 쌀쌀하게 되물었다.“너랑 무슨 상관이야?”그 말을 던지고 곧 스스로 중얼거렸다.“상관있긴 해.”누구도 탓할 수 없었다.책임 대부분은 자기에게 있었다.모든 게 강현재의 잘못이었다.그때
윤은찬의 저런 다정함이 허인하에게만 향하는 사실이 분통스러웠다.명서현이 아는 윤은찬은 사실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었다.윤은찬의 인생은 오로지 사업의 성공과 권력을 거머쥐는 데 열정을 다 퍼우어야 했는데 이런 사랑놀이에 빠진 걸 보니 기가 막혔다.“아주머니, 저 잠깐 저기 가서 이야기 좀 할게요.”명서현의 말에 정영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래, 나도 올라가서 좀 쉬어야겠어.”오늘 허인하를 일부러 맞이하지 않은 일이 아마 내일쯤이면 이금설 귀에도 들어갈 것이다.딸을 누구보다 아끼는 이금설이 이 결혼을 달가워할 리 없
외국인들은 현수막을 걸었다는 사실보다 거기에 적힌 내용의 신빙성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명서현의 목젖이 오르내렸고 굴욕과 긴장이 뒤섞인 표정이 얼굴에 나타났다.한참을 버티던 명서현은 끝내 이를 악물고 부정했다.“저... 저 아니에요.”정영숙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스태프들은 계속 당사자와 현수막을 건 사람을 찾고 있었다.멀리서 장민기자 조용하게 여쭸다.“민혁 형, 이 정도면 충분히 눈에 띄죠?”“잘했어.”이민혁의 목적은 단 하나였는데 바로 정영숙을 자극해서 명서현을 멀리하게 하는 것이었다.그
“그러니까 언제까지 이럴 거냐는 말은 저한테 할 게 아니라 명서현 씨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명서현 씨가 끝내야 저도 끝낼 겁니다.”장민기는 속으로 박수를 치고 싶었지만 그럴 분위기가 아니기에 꾹 참았다.비서님의 입담은 진짜 십 년이 지나도 녹슬지 않는 것 같았다.명서현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몸은 바람에 흔들리는 낙엽처럼 휘청거렸다.명서현의 눈동자가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다.“지금 그 말들은 이 비서님 생각인가요? 아니면 윤은찬이 시킨 거예요?”“여기 서 있는 게 윤 대표님이었으면 아마 이 문도 열지 않았을 겁니다.
남편도 아들도 떠나버리고 집에는 정영숙 혼자만 남았다.시간이 한참 흐른 뒤, 집사 한승훈이 조심스레 다가왔다.“사모님, 반찬을 다시 데워드릴까요?”정영숙은 멍한 얼굴로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한승훈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아 그냥 무의식적인 반응이었다.지금 정영숙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윤은찬이 했던 말만 맴돌았다.윤은찬은 자기 입으로 친형 윤수찬이 죽게 된 건 자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하지만 윤수찬의 엄마 정영숙의 입장에서 그건 변명에 불과했다.윤은찬의 변명은 명백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