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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타로볼 망고
곧이어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희 이모랑 아빠가 영원히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 주세요!”

고원희가 웃으며 농담처럼 말했다.

“엄마 소원은 안 빌어도 되겠니?”

“엄마는 나빠요. 맨날 이모 괴롭히잖아요. 신이나 부처님도 엄마는 안 도와줄 거예요!”

소찬미는 마치 얼음 구덩이에 떨어진 듯한 기분이었다.

한참 동안 그녀는 말없이, 불사 앞에서 고원희의 안녕을 빌고 있는 남편과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그녀가 6년이나 사랑해 온 남자였고, 피로 이어진 그녀의 아이들이었다.

소찬미는 문득 자리에서 일어나, 망설임 없이 그곳을 떠났다.

그녀는 6년 동안 그를 고집해 왔다.

박성주가 마음을 돌리기를 기다렸지만 그녀가 보게 된 것은 신과 부처 앞에서 다른 여자를 세심히 보살피는 그의 모습이었다.

이런 집착은 결국 스스로를 모욕하는 일에 지나지 않았다.

소찬미는 본가로 돌아가 자신의 짐을 모두 정리했다. 그리고 박성주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보냈다.

[성주 씨, 우리 이혼해요.]

그녀는 침대 머리맡에 결혼반지를 내려놓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사찰에서 나온 박성주는 두 아이를 데리고 본가로 돌아왔다.

사람들로 붐비는 사찰 밖에서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메시지를 확인하려는 순간, 갑자기 소란스러운 외침이 연이어 터졌다.

“도둑이야!”

경호원이 박성주를 감싸려는 찰나, 떠밀리던 고원희가 그대로 박성주의 품에 부딪혔다.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이 높은 곳에서 떨어졌고 사람들 발에 밟혀 순식간에 망가졌다.

“성주 씨, 미안해요. 휴대폰이...”

박성주는 잠깐 눈썹을 찌푸렸을 뿐,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새로 사면 되지.”

그 휴대폰은 대개 가족과 연락하는 용도였다.

박씨 가문 사람들은 원래 메시지를 주고받는 걸 좋아하지 않았고 그나마 연락을 보내는 사람도 대부분 소찬미였다.

다만, 그녀의 일은 늘 중요하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 내내, 두 아이만은 유난히 들떠 있었다.

딸 박은심이 박성주의 옷자락을 붙잡고 애교를 부렸다.

“아빠, 며칠 후에 이모 진짜 우리 집에 와서 사는 거 맞죠? 이모가 저 데리고 캔디 랜드에 가 준다고 했어요.”

박우환 역시 기대에 찬 눈빛이었다.

“그래.”

박성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박우환은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아빠, 엄마가 전에 우린 몸이 약해서 캔디 랜드 냄새가 안 좋다고 못 가게 했잖아요. 엄마가 막지는 않을까요? 그리고 엄마가 이모가 집에 오는 걸 알면 화낼 것 같아요.”

박성주는 부드럽게 말했다.

“이모는 의학 지식을 알아. 예전에 아빠 목숨도 구해 줬고. 이모가 있으면 괜찮을 거야. 엄마는 오래 머물지 못하니까 이모가 잠깐 머물면서 너희 몸조리도 도와줄 거야.”

아이들 몸이 약한 만큼 고원희가 곁에 있으면 분명 도움이 될 터였다.

“와아!”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 그보다 더 기쁜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가 해성으로 돌아갔다는 것이었다.

박성주는 침대 머리맡 탁자 위에 놓인 결혼반지를 보고 잠시 의아해했다.

결혼한 뒤로 아무리 크게 다퉜어도 소찬미는 한 번도 결혼반지를 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말도 없이 떠나면서, 반지까지 두고 갔다니...

그가 차갑게 대했다고 또 심술을 부리는 걸까?

예전의 소찬미는 온화하고 순종적이었고 해성 사람 특유의 전통적이고 내성적인 기질을 지니고 있었다.

그가 아무리 냉담하게 굴어도 그녀가 화를 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렁이도 세 번 밟히면 꿈틀한다지, 박성주는 별일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는 결혼반지를 아무렇게나 옆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집사람은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그 사람 물건은 정리해 두고 방도 비워 두세요. 며칠 후에 원희가 함께 와서 지낼 겁니다.”

박은심과 박우환의 눈이 동시에 반짝였다.

엄마가 떠났으니, 이제 이모가 들어와 살 수 있었다! 엄마가 이것저것 간섭하며 의사한테 운동량을 캐묻는 일도 없을 테고.

엄마는 원래 사소한 일도 너무 크게 걱정했다. 꼭 매달 정해진 운동을 하라고 몰아붙였고 집에 올 때마다 그들 상태를 집요하게 살폈다.

“근데 좀 아쉽긴 해. 지난번에 엄마가 우주선 퍼즐 같이 맞춰 준다고 했잖아. 그거 엄청 어려운데.”

박우환도 그 생각에 풀이 죽었다.

수천 조각짜리 퍼즐을 다 맞추면 아주 화려한 우주선이 완성된다. 그는 그걸 이모에게 생일 선물로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 퍼즐은 눈도 아프고 손도 많이 가는 작업이라 원래는 엄마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박은심 역시 불만스러운 얼굴이었다.

“엄마가 가기 전에 인형 옷도 다 만들어 줬으면 좋았는데.”

엄마는 집에 올 때마다 인형 옷을 잔뜩 만들어 줬고 이모는 늘 센스가 좋다며 칭찬해 줬다.

그런데 이번엔 너무 갑자기 떠나는 바람에 인형 옷을 하나도 준비하지 못했다.

이모가 그걸 보지 못하면 칭찬도 못 받을 텐데.

엄마는 이모만큼은 아니지만 이런 귀찮고 손이 가는 일만큼은 제법 잘해 주었다.

...

그와 동시에, 천 리 떨어진 해성.

소찬미는 박성주와 함께 살던 신혼집으로 돌아왔다.

박성주가 아이들을 데리고 강성으로 돌아간 뒤, 소찬미는 해성에 남아 있었다. 공적인 일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박성주의 부모를 돌보기 위해서였다.

박성주의 할아버지 박상철은 오래전부터 강성에 머물러 있었지만 박씨 가문의 다른 식구들은 십여 년 전 이미 해성으로 이주한 상태였다.

강성의 재벌가는 규율이 엄격해 의식주 하나하나까지 까다로웠다.

김영화는 박상철과 사이가 좋지 않았고 오랫동안 편안한 생활에 익숙해진 탓에 강성으로 돌아가길 꺼렸다.

박씨 가문은 여자가 밖으로 나돌며 야심을 드러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소찬미 역시 박성주를 위해 해성에 남아 시부모를 모시며 지냈다.

박호 그룹에서 맡고 있던 일도 사실상 이름만 걸어둔 자리였다.

하지만 이제 박성주와의 이혼을 결심한 이상, 박씨 가문의 일은 더 이상 그녀의 몫이 아니었다.

소찬미는 신혼집에 있던 자신의 짐을 모두 정리했다. 그리고 열쇠를 박성주의 집사에게 맡기려던 참이었다.

마침 집사가 그녀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말을 걸었다.

“작은 사모님, 돌아오셨군요. 큰 사모님께서 지난번에 작은 사모님이 해 주신 은어 조림을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요.”

그러다 그녀 손에 들린 여행 가방을 보고 집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소찬미는 조용히 열쇠를 내밀었다.

“이제부터 저 여기서 살지 않아요.”

잠시 웃음을 지은 뒤, 덧붙였다.

“은어 조림은 전문 요리사에게 부탁하세요.”

집사의 당황한 얼굴을 뒤로 한 채 소찬미는 그대로 등을 돌려 떠났다.

그날, 김영화는 끝내 은어 조림을 맛보지 못했다.

그날 밤, 박성주가 영상 전화를 걸었을 때 김영화는 참지 못하고 불평했다.

“내가 보기엔 말이야, 애초에 해성 여자랑 결혼한 게 잘못이야. 은어 조림 하나 제대로 만들 줄도 모르잖아.”

박성주는 조금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예전의 소찬미는 어떤 상황에서도 어른 앞에서는 늘 공손하고 순했다.

이번엔 생각보다 화가 꽤 많이 난 모양이었다.

“그냥 평범한 요리잖아요. 안되면 요리사 시키면 되죠.”

김영화는 조금 머쓱해졌다.

요리사를 여럿 불러보긴 했지만 누구도 소찬미만큼은 하지 못했다. 그래도 아들 앞에서 체면을 구길 수는 없어 대충 말을 넘겼다.

그때, 물건을 들고 들어오던 집사는 소찬미가 신혼집을 떠났다는 사실을 말해야 할지 망설였다.

“대표님, 사모님께서...”

‘집을 나가셨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성주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집사람 일은 저에게 보고하지 않아도 됩니다. 알아서 처리하세요.”

집사의 말은 그대로 끊겨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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