مشاركة

제2화

مؤلف: 소피온
안제인은 침대 위에 웅크리고 누웠다. 옆으로 몸을 말고 팔로 자신을 감쌌다.

어둠 속에서 핸드폰 화면만 환하게 빛나 창백한 얼굴을 비췄다.

안동수와 장미희의 친딸인 한나경을 ‘되찾은’ 날이 떠올랐다.

집에는 장식등이 걸렸고, 부모님은 안제인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환하고 조심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부모님은 낯을 가리며 주저하는 여자아이 주변을 맴돌며 이것저것 챙겼다.

아이에게 집에서 가장 좋은 방을 내주고, 가장 부드러운 말을 건넸다.

안제인은 거실 구석에 서서, 10몇 년을 살아온 집이 하룻밤 사이 다른 사람의 무대가 되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부터 부모님의 시선은 안제인에게 거의 닿지 않았다.

오직 지태하만 그대로였다.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고, 같은 나무에 올라갔으며, 같은 연을 날리던 지태하는 예전처럼 안제인 곁에 남아 있었다.

지태하가 손을 잡고 말했다.

“제인아, 겁내지 마. 너한테는 내가 있잖아.”

안제인은 구명줄이라도 붙잡듯 지태하에게 매달렸다.

집안이 무너진 날도 그랬다.

집은 아수라장이었다.

채권자들이 문 앞을 막았고, 부모님은 정신없이 허둥댔다.

안제인은 방 안에 숨어 밖에서 낮게 오가는 다툼을 들었다.

결국 장미희가 빨개진 눈으로 들어와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제인아, 집이 정말 어쩔 수가 없다. 이 빚은 엄마 아빠가 미안해. 나경이는... 나경이는 아직 어리잖니.”

그 저녁 안제인을 찾아온 사람도 지태하였다.

지태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안제인을 일으켜 세워 품에 꽉 안았다.

이내 지태하는 말했다.

“제인아, 우리 결혼하자.”

지난 3년 동안 지태하는 나무랄 데 없이 잘해 주었다.

안제인은 진심으로 고마웠고, 진심으로 사랑했다.

고난은 끝났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기대며 남은 삶을 함께 걸어갈 수 있다고 믿었다.

3개월 전, 우연히 그 숨겨 둔 계정을 보기 전까지는.

‘오랜 이별 끝의 재회 첫날’이라는 문장을 보기 전까지는.

그 글자들 사이에는 억누른 설렘, 추억, 원망이 있었다.

한나경이 3년 전 모든 것, 심지어 지태하까지 두고 망설임 없이 떠나 버린 일에 대한 원망.

자신의 깊은 마음이 배신당했다는 원망.

안제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태하가 복수하기 위해 선택한 도구였을 뿐이었다.

딩동- 딩동-

안제인은 몸을 떨었다.

이를 악물고 침대 가장자리를 붙잡아 겨우 현관까지 걸어갔다.

현관 렌즈 밖 복도 조명은 어두웠다.

지태하의 품에는 누군가 안겨 있었다.

눈을 감은 한나경의 뺨이 붉었다.

긴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고, 지태하의 외투에 싸인 채 무방비 상태로 잠들어 있었다.

지태하는 고개를 들고 미간을 찌푸렸다. 입 모양으로 말했다.

“문 열어. 잠들었어. 조용히.”

문이 조금 열리자 지태하는 몸을 틀어 안으로 들어왔다.

안방 문이 조용히 열렸다가 다시 조용히 닫혔다.

안에서는 귓속말처럼 부드러운 달램과 이불을 덮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한참 뒤에야 지태하가 나와 문을 단단히 닫았다.

거실로 나온 지태하가 말했다.

“아직 안 잤어?”

목소리는 아주 낮았다.

“나경이가 오늘 술을 많이 마셔서 좀 힘든가 봐. 밖에 택시도 잘 안 잡혀서 일단 집으로 데려왔어. 오늘 밤은 여기서 재울게.”

지태하는 잠시 멈췄다가 설명처럼, 명령처럼 덧붙였다.

“너는 오늘 손님방에서 자.”

안제인의 시선이 지태하의 얼굴에서 닫힌 안방 문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지태하는 무언가 생각난 듯 두 걸음 다가왔다.

“참, 낮에 전화를 굉장히 많이 했던데 무슨 일 있었어?”

창백한 얼굴과 이마의 식은땀을 본 지태하가 또 미간을 좁혔다.

“얼굴이 왜 이렇게 안 좋아? 속이 또 안 좋아?”

안제인은 고개를 저었다. 입술은 움직였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아무 일 없으면 됐어.”

지태하는 한숨을 놓은 듯했다. 목소리도 조금 부드러워졌다.

“나경이 이번에 오래 못 있어. 새해 지나면 다시 나간대. 남은 한 달은 내가 나경이 곁에 좀 있어 주고 싶어.”

안제인의 위는 점점 더 세게 꼬였다.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안제인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희미했다.

“나도... 이번 달은 몸이 좀 안 좋아.”

고개를 들어 지태하를 보았다.

어쩌면 지태하가 예전처럼 바로 걱정하고, 바로 병원에 데려가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태하의 미간은 더 깊게 접혔다.

안제인을 보는 눈에는 책망과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

“나경이 이번에 어렵게 돌아왔어. 너 어릴 때부터 나경이하고 항상 경쟁해서 이기려고 했잖아. 커서도 그래?”

지태하가 한숨을 쉬었다.

“그만 좀 해. 우리 앞으로 살날 길잖아. 네가 나한테 얼마나 곁에 있어 달라고 하든, 나중에 다 해 줄게. 딱 이번 한 달만 나경이에게 양보해.”

위장의 통증과 가슴속 냉기가 한데 엉겨 감각이 무뎌졌다.

안제인은 입꼬리를 조금 움직였다.

“알았어.”

استمر في قراءة هذا الكتاب مجانا
امسح الكود لتنزيل التطبيق

أحدث فصل

  • 재회는 길고 긴 비였다   제22화

    지태하는 예배당 옆 뒤편의 커다란 참나무 아래 서 있었다. 거친 나무껍질에 등을 기대고서야 무너질 것 같은 몸을 간신히 버틸 수 있었다.손에는 이미 구겨질 대로 구겨진 청첩장이 들려 있었다.그 안에 적힌 두 사람의 이름이 눈을 찔렀다.안제인, 주재경.정말 안제인이었다.지난 몇 년 동안 지태하는 미친 사람처럼 안제인의 흔적을 찾아다녔다.하지만 안제인은 깨끗하게 사라져 버렸다. 연락처도 모두 바꾸었고, 국내에서 다니던 학교의 동기나 지인들조차 정확한 행방을 거의 몰랐다. 외국으로 갔고, 잘 지낸다는 소문만 어렴풋이 돌았다.안제인은 세상에서 증발해 버린 것 같았다. 어쩌면 일부러 지태하의 인생에서 자신이 존재했던 흔적을 모두 지워 버린 사람 같았다.지태하는 일어서 보려 했다. 일에 몰두해 보기도 했다. 분주함으로 자신을 마비시키려 했다.하지만 깊은 밤에 눈을 감으면, 머릿속에는 지난 생의 안제인만 떠올랐다.자신을 기다리던 눈빛, 위 통증을 참으며 창백하게 질린 얼굴, 냉장 보관함 안에 누워 있던 차갑고 여윈 모습.또 이번 생, 그 비 내리던 밤 자신을 밀어내던 눈의 무심함.두 시간대의 기억은 지태하의 마음을 찢어 놓았다. 죄책감과 후회의 통증은 밤낮으로 갉아먹었고, 지태하는 안제인처럼 새 삶을 시작할 수 없었다.지태하의 시간은 안제인이 죽었던 지난 생의 그 밤에 멈춰 있었다.며칠 전, 옛 지인이 SNS에 안제인의 결혼식에 참석한다는 글을 올리기 전까지는.지태하는 바로 가장 빠른 비행기표를 끊어 안제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오는 내내 머릿속은 어지러웠다.멀리서 한 번만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정말 잘 지내는지, 행복한 모습인지 확인하고 나면 안제인을 놓아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자신도 포기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예배당 뒤쪽 어둑한 자리에서, 햇살 속의 안제인이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다른 남자를 향해 확신 있게 걸어가는 모습을 본 순간.이미 무뎌졌다고 믿었던 마음은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아팠다.식이

  • 재회는 길고 긴 비였다   제21화

    안제인이 지원한 학교는 엄격한 면도 있었지만, 학생들의 자율성 또한 존중하는 곳이었다.그녀가 선택한 전공도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잘 맞았다.지도교수는 해당 분야에서 이름난 여성 교수였다. 눈빛은 예리하고 인내심이 깊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안제인을 발견하고 눈여겨보았다.“안제인 학생은 타고난 연구자예요.”한 세미나가 끝난 뒤, 교수는 따로 안제인을 남겼다. 눈에는 제인을 향한 칭찬을 감추지 않았다.“생각하는 방식이 독특해요. 들뜨지 않고, 깊이 들어갈 줄 알아요. 이 방향으로 집중해서 계속 파고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교수의 인정은 안제인에게 큰 힘이 되었다.안제인은 공부와 연구에 온 힘을 쏟았다. 도서관, 실험실, 기숙사를 오가는 생활은 단순했지만 전에 없이 만족스러웠다.지식을 쌓고 사고의 폭을 넓혀 가는 과정이 좋았다.노력한 만큼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성취감도 좋았다.가끔 늦은 밤 실험실을 나와 외국의 맑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고요한 행복이 밀려왔다.경제적으로도 임승기 부모의 도움이 순조로운 출발을 가능하게 했다. 안제인은 노력의 결과로 장학금과 연구 조교 자리를 차례로 얻었다. 생활은 사치스럽지 않았지만, 혼자서 학업에만 집중하기에는 충분했다.낯선 도시도 조금씩 탐험했다. 박물관에 가고, 음악회를 듣고, 교외로 걸어 나갔다.지난 생에 한나경이 SNS에 올렸던 명소들도 보았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지만 뜻밖의 아름다움을 가진 작은 길도 만났다.드넓은 바닷가에 서서 짠내나는 바람을 맞을 때, 문득 이해가 갔다. 지난 생의 지태하가 왜 외국에서 넓은 세상을 보고 온 한나경을 오래 잊지 못했는지...그때 안제인은 생존의 진흙탕 속에 갇혀 있었다. 빚을 갚고, 병을 견디고, 영원히 닿을 수 없을 것 같던 ‘자유’와 ‘사랑받는 삶’을 올려다보았다. 매일의 마모와 비교 속에서 마음이 변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안제인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과거에 관한 생각을 부드럽게 털어냈다.그 모든 것은 이미 지

  • 재회는 길고 긴 비였다   제20화

    한여름 시끄러운 매미 소리는 끝없이 맹렬하게 이어졌다. 마지막 시험 종료종이 울리면서 임승기의 수능시험은 끝났고, 거의 1년 가까이 이어졌던 안제인의 과외도 마침표를 찍었다.점수 발표는 아직 한참 동안 기다려야 하지만, 시험장을 나오는 임승기의 한결 홀가분한 얼굴과 숨기지 못하는 자신감만 보아도 결과가 나쁘지 않으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임승기의 부모는 아주 기뻐했다. 안제인에게 감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동안의 과외비를 전부 정산해 주었고, 감사 인사라며 두툼한 봉투까지 따로 건넸다.안제인은 통장에 쌓인, 자신에게는 제법 많은 돈이라 부를 만한 금액을 바라보았다. 마음은 평온했다.꼼꼼히 계획을 세운 뒤, 그중 3분의 1쯤을 익명으로 장미희 계좌에 입금했다.그 돈이면 집안의 급한 빚 일부를 갚을 수 있을 것이고, 부모님이 당장 벼랑 끝에 서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 낳고 길러 준 은혜라는 마지막 매듭을 나름대로 정리한 셈이었다.그 일을 끝내자 마음이 전에 없이 가벼웠다.남은 돈으로는 선명한 미래를 계획했다.유학.지난 생의 안제인은 빚과 병으로 인한 통증, 숨 막히는 관계에 갇혀 있었다. 안제인의 세상은 좁고 어두운 모서리뿐이었다.반면 한나경은 본래 자신의 것도 아니었던 돈을 들고 마음껏 외국으로 떠났다. 더 넓은 하늘을 보았다.안제인이 한나경을 부러워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다만 그때의 부러움에는 너무 많은 억울함과 씁쓸함이 섞여 있었다.이번 생에는 안제인이 직접 떠날 것이다. 더 넓은 세상에서 공부하고, 걸어 다니고, 아직 보지 못한 풍경을 보고, 오롯이 자신 앞에 펼쳐진 인생을 경험할 것이다.그리고 임승기 부모에게 조심스럽게 유학 생각을 털어놓자, 예상 밖으로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그거 정말 좋은 일이에요. 제인 씨는 성적도 좋고 성실해서 밖에 나가도 충분히 잘할 거예요.”임승기의 어머니가 손을 꼭 잡고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우리도 승기를 몇 년 정도 외국에 보내려고 했어요. 남자애도 좀 독립해

  • 재회는 길고 긴 비였다   제19화

    지태하는 포기하지 않았다.처음의 혼란이 지나자 더 집요한 생각이 자리 잡았다. 즉, 안제인을 반드시 되돌려야 했다.운명처럼 다시 찾아온 기회였다. 이번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놓칠 수 없었다.지태하는 모든 인맥을 동원해 안제인의 행방을 알아보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안제인이 임승기라는 고등학생의 과외를 맡고 있으며, 임승기의 집에 머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지난 생과 완전히 달랐다.불안은 지태하의 마음속에서 무섭게 자랐다.그리고 안제인도 돌아왔다는 확신은 더 강해졌다.‘내가 이전처럼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돼!’‘먼저 다가가야 해!’‘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고, 내 마음도 달라졌다고 제인에게 꼭 말해야 해!’그날 저녁, 지태하는 한울대학교에서 고급 주택가로 이어지는 길목에 일찍부터 서 있었다.오늘 안제인이 수업이 있고, 끝나면 임승기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익숙하면서도 낯선 모습이 나타났을 때, 지태하는 숨을 멈췄다.안제인은 흰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백팩을 메고 있었다. 지난 생의 늘 슬픔과 피로가 배어 있던 모습과는 달랐다.“제인아!”지태하는 빠르게 다가가 앞을 막았다.안제인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그를 보고도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무슨 일이야?” 목소리는 담담했다.“우리 얘기 좀 하자.”지태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뜨거운 시선으로 안제인을 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급박함과 조심스러운 확인이 뒤섞였다.“너도 나랑 똑같이 과거로 돌아온 거지? 기억하지? 그렇지?”안제인은 조용히 바라보았다. 인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하지만 그 침묵은 지태하에게 대답처럼 느껴졌다.복잡한 감정이 솟구쳤다.“우리 둘 다 돌아왔다는 건... 모든 걸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야.”지태하는 한 걸음 다가섰다. 목소리는 격해졌다.“내가 지난 생에 너한테 잘못했어. 말도 안 되게 잘못했어. 그런 글을 쓰는 것도 잘못 됐고, 너를 외면한 것도 나빴어. 마지막에 너를 그런 식으로 혼자 두지 말아야 했어.”

  • 재회는 길고 긴 비였다   제18화

    차문이 닫히자 안제인은 부드러운 뒷좌석에 등을 기대고 작게 숨을 내쉬었다.젖은 옷이 피부에 달라붙어 불쾌한 냉기를 남겼다.그런데 마음은 이상할 만큼 고요했다.눈을 감으니 조금 전 지태하가 빗속으로 뛰어들어 끌어안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 눈에는 들끓는 환희와 격동, 무언가를 잃었다가 되찾은 사람의 두려움과 안도가 있었다.그런 눈은 이 시기의 지태하에게 있을 수 없었다.그 순간 안제인은 알았다.지태하도 돌아왔다.4개월 전, 암 4기의 고통과 죽음 직전의 차가움에서 발버둥 치며 눈을 떴을 때, 안제인은 자신이 4년 전 대학 기숙사 침대에 누워 있다는 것을 알았다. 창밖은 맑았고, 룸메이트들은 점심과 오후 수업 이야기를 떠들고 있었다.처음에 그녀도 꿈이라고 생각했다. 죽기 전에 남은 미련이 만들어 낸 환상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손등을 세게 꼬집고, 핸드폰의 날짜를 확인하고, 도서관으로 달려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뉴스를 확인한 뒤에야, 거대한 허무와 충격 속에서 조금씩 사실을 받아들였다.안제인은 다시 과거로 돌아왔다. 비극이 시작되기 전,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출발점으로.집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고, 부모님은 한나경을 찾은 뒤 태도가 미묘하게 바뀌었지만 이전처럼 잔인하고 편파적이지는 않았다.지태하는 여전히 마음에 한나경을 품은 이웃 오빠였다.안제인에게는 건강한 몸도, 시간도, 운명을 바꿀 기회도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조용히 학업을 이어 갔다. 지난 생보다 훨씬 더 치열하게 공부했다.틈틈이 아르바이트와 과외를 시작했다.성적이 좋았고, 특히 이과 과목과 외국어에 강했다. 오래지 않아 동기 친구의 소개로 보수가 꽤 좋은 과외 자리를 구했다.고3 남학생에게 수학과 물리를 가르치는 일이었다.그 학생의 이름은 임승기였다. 지금 안제인을 태우러 온 최 기사가 모시는 집의 외아들이었다.임승기의 부모는 성공한 사업가였고, 대부분 외국을 오가느라 바빴다. 하나뿐인 아들에게 거는 기대는 컸지만, 함께할 시간은 부족했고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 재회는 길고 긴 비였다   제17화

    지태하는 강렬한 질식감 속에서 의식을 잃었다.안제인의 유골함 옆에 비어 있던 수면제 병. 탁자 위에 펼쳐진 참회와 절망으로 가득한 유서. 마지막으로 결혼사진을 바라보던 눈에 담겼던 끝없는 고통.지태하는 이제야 안제인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무릎 꿇고 늦은 사과의 말로 ‘미안하다’라는 한마디라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예상했던 영원한 어둠은 오지 않았다.대신 몸이 거세게 끌려가는 감각이 지나가고, 지태하는 거칠게 숨을 들이마시며 눈을 떴다.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차창 밖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와이퍼가 미친 듯 좌우로 움직였지만 앞길은 여전히 희미했다.익숙한 거리가 빗속에서 빠르게 뒤로 밀려났다.‘여긴 어디지?’지태하는 멍하게 고개를 숙였다. 핸들을 잡은 손은 젊었다. 몸에는 3년 전 자주 입던 짙은 회색 트렌치코트가 걸려 있었다.차량 디스플레이에 뜬 날짜와 시간이 시야에 들어오자 몸이 굳었다.3년 전.안제인의 집이 무너지고, 한나경이 외국으로 떠난 바로 그날. 안제인을 찾아 헤매던 저녁이었다.‘내가 과거로... 돌아온건가?’터무니없는 생각은 곧 환희가 되었다. 심장이 가슴안에서 미친 듯 뛰었다.지태하는 다시 과거로 돌아왔다.비극이 시작되기 전으로. 안제인이 아직 살아 있고,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는 때로.그는 엄청난 안도와 격동에 온몸이 떨렸다. 그리고 기억을 따라 그 버스정류장으로 차를 몰았다.‘있어. 바로 저기야!’거센 비와 흩뿌리는 물보라 너머, 지태하는 단번에 정류장 아래 웅크린 가느다란 그림자를 알아보았다.지태하가 기억하던 과거와 같았다. 안제인이 흠뻑 젖은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가슴이 따뜻한 손에 움켜쥐어진 듯 아리고 벅찼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지태하는 차를 급히 세웠다. 우산도 챙기지 않고 문을 열어 차가운 빗속으로 뛰어들었다.비가 곧장 온몸을 적셨지만 아무 상관 없었다. 눈에는 오직 한 사람만 보였다.“안제인!!”지태하는 이름을 외치며 달려갔다. 정류장 아래 웅

فصول أخرى
استكشاف وقراءة روايات جيدة مجانية
الوصول المجاني إلى عدد كبير من الروايات الجيدة على تطبيق GoodNovel. تنزيل الكتب التي تحبها وقراءتها كلما وأينما أردت
اقرأ الكتب مجانا في التطبيق
امسح الكود للقراءة على التطبيق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