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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작가: 소피온
그다음 일주일 동안 지태하는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매일 저녁 7시 30분이면 배달 알림이 안제인의 핸드폰에 정확히 도착했다.

뒤이어 지태하의 문자가 왔다.

[죽 뜨거울 때 먹어. 제때 밥 먹고, 나 걱정시키지 마.]

안제인은 예전이 떠올랐다. 지태하는 아무리 바빠도 최대한 집에 돌아와 부엌에서 한두 시간씩 시간을 들여 아내가 좋아하는 국을 끓였다.

지태하는 배달 음식은 믿을 수 없다며, 직접 만든 게 훨씬 마음 놓인다고 했다.

이제 배달된 죽을 안제인은 더는 먹지 않았다.

그때마다 몰래 지태하의 부계정에 들어갔다.

역시 날마다 글이 올라와 있었다.

[오랜 이별 끝의 재회 65일째. 나경이를 데리고 모교에 갔다. 예전 나무 길을 걸으니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오랜 이별 끝의 재회 67일째. 나경이가 감기에 걸렸다. 약을 사 주고 생강차를 끓였다. 여전히 자기 몸을 돌볼 줄 모른다.]

[오랜 이별 끝의 재회 70일째. 나경이와 집을 보러 다녔다. 국내에도 돌아올 곳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

...

일주일 지난 후, 안제인은 혼자 병원에 가 재검사를 받았다.

항암 치료는 고통스럽고 길었다.

뒤따라온 심한 메스꺼움 때문에 안제인은 병원 화장실에서 거의 쓸개즙까지 토해낼 것처럼 몸을 잔뜩 웅크렸다.

거울 속 초췌한 얼굴과 듬성듬성해져 두피를 가리지 못하는 머리카락을 보던 안제인은 수도꼭지를 틀어 찬물로 뺨을 여러 번 씻었다.

계단 입구로 막 걸어갔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아빠’라는 두 글자가 떠 있었다.

안제인은 잠시 멈칫했다. 안동수는 먼저 전화하는 일이 드물었다.

전화받자 말도 꺼내기 전에 안동수의 화난 목소리가 쏟아졌다.

[안제인! 오늘 어디 갔어? 오늘 네 엄마 생일인 거 몰라? 가족들이 너 기다리면서 밥도 못 먹고 있어! 네 엄마가 오후 내내 준비했는데, 그것도 잊었어?]

안제인은 핸드폰을 쥔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이번 달 내내 고통스러운 항암치료와 부작용에 시달리느라 날짜 감각이 흐려져 있었다. 정말로 잊고 있었다.

“죄송해요, 아빠.”

목소리는 작았고, 숨길 수 없는 쇠약함이 묻어 있었다.

“제가...”

[핑계 대지 마!]

안동수가 말을 끊었다.

[지금 당장 와. 음식 다 식겠다!]

전화는 곧 끊겼다.

안제인은 병원 복도 한가운데 서서 통화 종료음을 오래 들었다.

위 속이 다시 뒤집혔다. 겨우 눌러 두었던 메스꺼움이 올라왔다.

차가운 벽을 짚고 깊게 숨을 몇 번 들이마신 뒤에야 어지러움을 겨우 가라앉혔다.

...

가는 길, 안제인은 고급 스카프 매장 앞에서 택시를 세웠다.

매장에 들어가 얼마 남지 않은 은행 잔액으로 직원이 추천한 신상품 스카프를 골랐다.

어머니 장미희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생일 선물이 될 것이다.

문은 금세 열렸다.

장미희가 현관에 서 있었다.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있었지만, 그 시선이 안제인에게 닿자마자 웃음은 빠르게 사라졌다.

대신 숨기지 않은 불만과 못마땅함이 자리 잡았다.

장미희는 안제인의 창백하게 마른 얼굴과 생기 없는 눈을 위아래로 훑었다.

“꼴이 왜 이래?”

목소리는 날카롭고 짜증스러웠다.

“축 처져서는 보는 사람 기분까지 나빠지게. 나경이 좀 봐. 밝고 예뻐서 보는 사람도 덩달아 기분 좋아지잖아.”

안제인의 가슴이 둔하게 아팠다.

눈을 내리깔고 반박하지 않았다. 조용히 말했다.

“엄마, 생일 축하해요.”

고운 포장의 스카프 상자를 내밀었다.

장미희는 힐끗 보더니 안제인이 내민 선물을 받지 않고 옆으로 몸을 비켜섰다.

“들어와. 너만 기다렸어.”

안제인은 안으로 들어갔다.

식탁 위에는 음식이 가득했다.

간장새우, 대게찜, 전복장, 맑은 생선탕까지 푸짐했다.

지태하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자리 의자를 빼 주었다.

“미안해.”

지태하가 가까이 다가와 목소리를 낮췄다.

“요즘 정신이 없었어. 오늘 장모님 생신인 것도 나경이가 말해 줘서 알았어. 너한테 말해 주려고 했는데 바빠서 깜빡했어. 나도 나경이가 부르길래 막 온 거야.”

안제인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괜찮아.”

지태하는 너무 평온한 반응에 오히려 멈칫했다.

그때 한나경이 대게살을 발라 장미희의 그릇에 올렸다.

“엄마, 고생 많으셨죠. 엄마가 만든 대게찜 빨리 드셔 보세요! 솜씨가 더 좋아졌어요.”

“얘는 입에 꿀을 발랐나, 어찌나 말을 예쁘게 하는지.”

장미희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웃었다. 한나경에게 새우 한 마리를 집어 주었다.

“좋아하면 많이 먹어.”

식탁 분위기는 다시 살아났다. 안동수는 술잔을 들었고, 장미희와 한나경은 웃으며 말을 주고받았다.

지태하도 가끔 말을 보탰고, 시선은 무심한 듯 한나경에게 자주 닿았다.

안제인은 조용히 앉아 있었다. 앞에 놓인 작은 그릇은 비어 있었다.

그녀는 가까이 있는 브로콜리만 집어 흰밥과 함께 조금씩 먹었다.

“제인아, 너는 왜 안 먹어?”

장미희가 알아차리고 미간을 찌푸렸다.

말투는 또 좋지 않았다.

“네 살림 차리더니 이제 엄마가 만든 음식은 입에 안 맞아?”

식탁 위가 잠깐 조용해졌다.

지태하가 식탁을 둘러보고 멈칫했다.

“장모님, 제인이는 해산물 알레르기 있잖아요. 여기 있는 음식 대부분 못 먹습니다.”

장미희는 잠시 굳었다. 새우와 게, 전복이 가득한 식탁을 보고, 안제인 앞의 쓸쓸한 채소 접시를 보았다.

얼굴에 어색함이 스쳤지만 곧 짜증이 더 크게 떠올랐다.

“너는 참 유난스럽다.”

장미희가 중얼거렸다.

“이것도 못 먹고 저것도 못 먹으니 그렇게 말랐지.”

그 말을 끝으로 장미희는 더는 안제인을 보지 않았다. 곧 환하게 웃으며 한나경에게 음식을 더 올려 주었다.

“이 전복장 간이 잘 뱄다. 먹어 봐. 새우도 엄마가 까 줄게.”

지태하는 거의 손대지 않은 밥그릇과 마른 옆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마음에 걸렸는지 멀리 있던 제육볶음 한 점을 집어 안제인의 그릇에 올렸다.

“일단 이것 좀 먹어. 집에 가면 내가 맛있는 거 해 줄게. 네가 좋아하는 죽도 끓여 줄게.”

안제인은 그릇 위 기름진 고기를 바라보았다. 위가 다시 뒤집혔다.

이것이 안제인이 오랫동안 바라 왔고 기다렸던 ‘가족’의 생일 식사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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