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구급대원들이 침대를 밀고 들어왔고, 환자의 흉부 위에서는 이미 가슴 압박이 이어지고 있었다.
보호자로 보이는 여자가 비에 젖은 외투를 입은 채 따라 들어오다 간호사에게 제지당했다.
그녀는 “아빠”라는 말만 반복하며 울고 있었다.
민영은 장갑을 끼며 침대 옆으로 붙었다.
“나이, 경과요!”
“남자 62세. 집에서 갑자기 의식 잃고 쓰러졌습니다.
현장 도착 시 맥박 없었고, 심폐소생술 시작한 지 12분 됐습니다.”
“기저질환?”
“당뇨, 고혈압. 협심증 약 복용 중이라고 보호자가 말했습니다.”
태겸이 모니터 패드를 붙였다.
“리듬 확인.”
압박이 잠시 멈췄다.
모니터에는 심실세동이 거칠게 떨리고 있었다.
“제세동 가능 리듬. 충전 200.”
민영이 주변을 확인했다.
“다들 떨어져요.”
전기 충격이 환자의 몸을 흔들었다.
침대가 작게 밀렸고, 보호자는 유리문 바깥에서 손으로 입을 막았다.
“다시 압박.”
태겸이 바로 압박을 시작했다. 민영은 약물 투여 시간을 확인하고,
기도 확보 상태를 봤다. 응급실은 다시 빠르게 호흡했다.
누군가는 혈관을 잡고, 누군가는 약물을 준비하고, 누군가는 보호자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 와중에도 민영의 머릿속 한쪽에는 회복실의 도화준이 있었다.
‘살아 있는 몸은 이렇게 시끄럽나.’
그녀는 그 생각을 밀어냈다.
‘환자 봐.’
지금은 눈앞의 환자다.
“리듬 다시 확인할게요.”
압박이 멈췄다.
심실세동은 여전했다.
“한 번 더 갑니다. 충전 200.”
두 번째 충격.
환자의 몸이 다시 튀어 올랐다.
모니터 파형은 흔들렸지만 안정되지 않았다.
태겸이 이를 악물었다.
“잘 안 돌아오네.”
“압박 계속. 에피네프린 들어갔어요?”
“네, 들어갔습니다.”
민영은 환자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창백하고, 축축하고, 점점 죽음 쪽으로 기울고 있는 얼굴.
그녀는 환자에게 말을 걸었다.
“들리시면 버티세요. 따님 밖에 있어요.”
반응은 없었다.
보호자의 울음이 유리문 너머에서 낮게 번졌다.
그 순간 응급실 한쪽 자동문이 열렸다.
민영은 반사적으로 그쪽을 보았다가 굳었다.
도화준이 서 있었다.
환자복 위에 병원 가운 하나를 걸친 채, 벽을 짚고 서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숨은 일정하지 않았다.
누가 봐도 방금 수술을 끝낸 환자가 걸어 나올 상태가 아니었다.
민영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화준 선생님.”
태겸이 고개를 돌렸다가 욕을 삼켰다.
“야, 너 미쳤어?”
도화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응급실 전체를 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심정지 환자를 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환자의 얼굴이 아니라 환자 몸 위의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머물러 있었다.
민영은 급히 그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환자의 리듬 확인 타이밍이 먼저였다.
“리듬 체크.”
압박이 멈췄다.
여전히 심실세동.
“충전.”
민영은 도화준을 향해 말할 틈도 없이 다시 환자에게 돌아섰다.
“다들 떨어져요.”
세 번째 충격.
환자의 몸이 흔들렸다.
그 순간 도화준이 낮게 말했다.
“한 번 더.”
응급실 안에서 그 말을 들은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다.
하지만 민영은 들었다. 태겸도 들었다.
태겸이 그를 노려봤다.
“뭐?”
도화준은 환자를 바라본 채 말했다.
“지금 놓치면 안 됩니다.”
민영의 손끝이 굳었다.
환자 상태를 보고 하는 말이라고 하기엔 이상했다.
도화준은 아직 차트도 보지 않았다.
리듬 변화도 모니터를 정확히 볼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그런데 말투는 지나치게 확신에 차 있었다.
민영은 애써 그 생각을 밀어내고 다시 지시했다.
“압박 계속. 다음 리듬 보고 판단해요.”
태겸은 압박을 이어가며 낮게 말했다.
“민영아, 저 자식부터 눕혀야 되는 거 아니냐.”
“환자 먼저.”
“둘 다 환자야.”
“알아.”
민영은 이를 악물었다.
응급실 안에는 지금 두 명의 환자가 있었다.
죽음에서 끌어올려야 하는 남자와,
죽음에서 돌아온 것처럼 서 있는 남자.
압박은 계속됐다. 약물이 들어갔고, 산소가 들어갔다.
태겸은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공기를 보고 입술을 굳혔다. 그는 환자 이송팀을 따라가야 했지만, 잠시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민영이 도진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었다. 아주 미세하게, 그러나 분명히.그것이 태겸을 불안하게 했다.수술방 앞에서 보호자 설명을 마친 뒤, 민영은 한참 동안 돌아오지 못했다.박성재의 아내는 젖은 케이크 상자를 품에 안고 있었다. 구급대원이 챙겨준 것이라고 했다. 상자 옆면은 찌그러졌고, 리본은 피와 빗물로 젖어 있었다. 아내는 그것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품에 안았다.“오늘… 딸 생일이라서요.”그녀는 울면서 말했다.“퇴근길에 사 온다고 했는데…”민영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응급실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었다. 사람은 늘 평범한 일을 하다가 죽음에 닿는다. 케이크를 사러 가다가, 퇴근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잠깐 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죽음은 특별한 장면에서만 오지 않는다.그래서 더 잔인하다.“수술 들어갔습니다.”민영은 조심스럽게 설명했다.“상태가 많이 위중해요. 출혈이 컸고, 응급실에서 심장이 한 번 멈췄습니다. 그래도 지금 다시 뛰고 있고, 수술팀이 계속 보고 있습니다.”아내는 케이크 상자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살 수 있나요?”민영은 그 질문 앞에서 늘 같은 무게를 느꼈다.확실히 말할 수 없는 것.그래도 말해야 하는 것.“지금은 최선을 다해 버티고 있어요.”그녀는 거짓말하지 않았다.“저희도 놓지 않을 겁니다.”아내는 무너져 울었다.민영은 잠시 그녀 곁에 있었다. 할 말은 많지 않았다. 대신 의자에 앉을 수 있게 도왔고, 물을 가져다주었고, 연락할 가족이 있는지 물었다. 설명이 끝나도 보호자를 바로 떠나지 않는 것. 그것은 민영이 자신도 모르게 지켜온 습관이었다.응급실로 돌아왔을 때, 새벽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도진은 회복실에 있어야 했다.그러나 그는 응급실 한쪽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이번엔 간호사와 함께 있었다. 적어도 혼자 움직이지는 않았다. 민영은 다가
응급 개흉.그 단어는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모두가 떠올렸다. 흉부를 열고, 심장을 직접 압박하고, 출혈을 잡는 마지막 선택.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끝난다.민영은 환자의 얼굴을 보았다.딸.생일.젖은 케이크 상자.그녀는 숨을 짧게 들이마셨다.“준비해요.”태겸이 그녀를 봤다.“민영아.”“수술방 못 가면 여기서라도 해야 해.”외상외과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응급 개흉 준비합니다.”응급실이 다시 한 번 뒤집혔다.멸균포가 펼쳐지고, 기구가 준비되고, 추가 수혈이 연결됐다. 보호자들이 있던 쪽은 간호사들이 막았다. 누군가는 울음을 삼켰고, 누군가는 고개를 돌렸다. 응급실에서 생명을 붙잡는 장면은 때로 너무 잔인하다.도진은 휠체어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이 몸은 움직이면 안 된다.하지만 저 환자는 가고 있다.그리고 민영은 그 앞에 서 있다.피 묻은 장갑을 낀 채, 두려움보다 먼저 손을 뻗는 사람.도진은 처음으로 그 장면을 보는 것이 불편했다. 민영이 다칠까 봐서인지, 실패했을 때 그녀가 무너질까 봐서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가슴 안쪽에서 심장이 너무 시끄럽게 뛰었다.태겸이 압박을 교대하며 외쳤다.“민영아, 네가 빠져. 외상외과가 들어왔어.”“나 보조할게.”“너 지금 손 떨려.”“안 떨어.”“떨고 있어...”민영은 대답하지 않았다.정말 떨리고 있었다. 환자 때문만은 아니었다. 도화준 사고 때의 피 냄새가 다시 올라왔다. 고속도로, 흉부 손상, 수술방, 보호자에게 전할 말. 다 겹쳤다.그때 도진이 말했다.“민영 선생님.”그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민영은 들었다.“손을 보십시오.”민영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손을 봤다.떨리고 있었다.도진이 낮게 말했다.“숨을 한 번 쉬십시오.”민영은 그를 바라봤다.그 짧은 순간, 응급실 소음이 조금 멀어졌다. 도진의 눈은 차가웠지만, 이상하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 눈이 “지금 무너지지 말라”고 말하는 것
응급실 안의 움직임이 더 빨라졌다.환자의 보호자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그러나 구급대원이 가져온 휴대폰 화면에는 부재중 전화가 여러 개 떠 있었다. ‘여보’라고 저장된 이름이 반복해서 울리고 있었다. 민영은 그 화면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지금은 먼저 숨을 열어야 했다.“민영아, 복부 안에 피 있어.”태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초음파 화면 속 검은 액체가 보였다.민영은 망설이지 않았다.“외상외과 콜. 수술방 바로 준비해달라고 해요. 수혈 프로토콜 시작합니다.”그녀는 왼쪽 흉부 쪽으로 이동했다. 바늘 감압 준비가 끝났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움직임은 정확했다. 늑골 사이 위치를 확인하고, 소독하고, 바늘을 밀어 넣는 순간 공기가 빠져나오는 소리가 들렸다.쉭~환자의 산소포화도가 조금 올랐다.“흉관 들어갑니다.”민영은 바로 다음 처치를 이어갔다. 절개, 기구, 튜브 삽입. 피 섞인 공기와 액체가 배액관으로 흘러나왔다.간호사가 양을 확인하며 소리쳤다.“초기 배액량 600 넘습니다!”태겸의 얼굴이 굳었다.“계속 나오면 수술방 가야 돼.”“어차피 복부 출혈도 있어. 바로 올려야 해.”민영은 환자 손목의 맥박을 확인했다.약하고 빨랐다.“박성재 씨, 들리면 눈 떠보세요. 지금 병원이에요. 저희가 보고 있어요.”환자의 눈꺼풀이 잠깐 떨렸다.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말했다.“…딸…”민영의 손이 멈칫했다.“따님이요?”환자의 입술이 다시 움직였다.“…생일…”민영은 숨을 삼켰다.그 한마디가 응급실의 모든 소음 사이를 뚫고 들어왔다. 구급대원 가방 옆에 놓인 작은 종이 쇼핑백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비닐 안쪽으로 젖은 리본이 보였다.민영은 보지 않으려 했지만, 봐버렸다.케이크 상자였다.태겸도 그걸 봤다.“민영아.”“알아.”민영은 환자에게 다시 몸을 숙였다.“따님한테 가야죠. 그러니까 지금 버텨요.”환자의 눈가가 아주 희미하게 젖었다.그것이 눈물인지 빗물인지 피인지 알 수 없었다.모니터 알람이
민영은 돌아오지 않았다.도진은 당직실 의자에 앉은 채 복도 쪽을 보고 있었다. 민영이 남기고 간 컵라면은 불어 있었다. 뚜껑은 반쯤 열려 있었고, 국물 위로 식은 기름이 얇게 떠 있었다. 조금 전 그녀가 웃으며 “다녀올게요”라고 말했을 때만 해도 방 안에는 아주 작은 온기가 남아 있었는데, 지금은 형광등 아래 오래 방치된 음식 냄새와 식은 공기만 남아 있었다.복도 끝에서 들렸던 웃음소리는 사라졌다.그러나 도진은 그것이 완전히 없어진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 누군가 이 병원의 바깥쪽을 손끝으로 긁고 있다. 아직 문을 열지는 않았지만, 이곳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알아챈 듯한 기척. 도진은 그 불쾌한 감각을 따라가려다 멈췄다.약속했다.혼자 움직이지 않겠다고.그 말이 이렇게 몸을 묶을 줄은 몰랐다. 저승에서의 명령과는 달랐다. 명령은 지키거나 어기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약속은 이상하게 사람의 얼굴을 함께 떠올리게 했다. 민영이 손목을 잡고 “이번엔 진짜 안 돼요”라고 말하던 얼굴. 태겸이 “너 또 움직이면 진짜 묶어버린다”고 하던 목소리.도진은 문밖으로 시선을 두었다.응급실 쪽 소음이 평소보다 거칠었다.침대 바퀴 소리, 간호사들의 뛰는 발소리, 보호자의 울음, 누군가 낮게 욕을 삼키는 소리. 그 사이에서 민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또렷하고 빠르게, 그러나 흔들리지 않게.“압박 준비해요. 기도 먼저 봐요.”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도진은 자신도 모르게 의자 손잡이를 잡았다.민영은 살아 있었다.다녀오겠다고 했으니 돌아올 것이다.그렇게 생각한 순간, 응급실 전체를 찢는 호출음이 울렸다.트라우마 콜. 트라우마 콜. 응급센터 외상구역 준비 바랍니다.도진은 눈을 들었다.트라우마.도화준의 기억이 그 단어를 열었다. 대형 외상. 교통사고, 추락, 압궤 손상, 다발성 출혈. 한 생명이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무너지는 순간. 응급실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시간.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가 다시 멈췄다.민영은 돌아오지
죽음의 냄새 때문은 아니다. 민영에게서는 죽음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오래 버텨 닳은 사람의 피로, 소독약, 커피, 그리고 살아 있는 환자를 끝까지 놓지 않는 이상한 온기.그는 그 온기가 낯설어서 보고 있었다.“확인하게 됩니다.”“뭘요?”“민영 선생님이 무너지지 않았는지.”민영은 숨을 멈췄다.그 말은 너무 조용했다. 꾸미거나 떠보는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당황스러웠다.“저 안 무너져요.”“그건 모릅니다.”“왜요?”“무너지는 사람들도 대부분 직전까지 괜찮다고 합니다.”민영은 대답하지 못했다.그 말은 이상하게 정확했다.환자도, 보호자도, 의사도 그랬다. 괜찮다고 말하다가 무너진다. 버틸 수 있다고 말하다가 주저앉는다. 자신도 여러 번 그랬을 것이다. 다만 아무도 그 순간을 그렇게 똑바로 보지 않았을 뿐.도진은 그녀가 말이 없자 낮게 덧붙였다.“아까 태겸이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민영은 그제야 아주 작게 웃었다.“태겸이는 원래 잔소리가 많아요.”“걱정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맞아요.”민영은 시선을 내렸다.“오래 같이 일했으니까요.”도진은 그 말을 조용히 받아들였다.‘오래.’그 단어는 인간에게 무게가 있다.도진은 문득 자신에게는 그런 오래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저승에서 보낸 시간은 길었지만, 누군가와 함께 쌓은 오래는 아니었다. 그는 지나가는 죽음을 봤고, 끝난 시간을 데려갔고, 남겨진 사람들의 울음을 스쳐 지나갔다. 머문 적은 없었다.그런데 지금은 멈춰 서 있었다.민영 앞에서.“화준 선생님.”민영이 조용히 불렀다.“네.”“진짜로 잠이 안 와요?”도진은 잠시 침묵했다.“잠드는 방법을 모르겠습니다.”민영의 눈빛이 흔들렸다.농담처럼 들릴 수도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도진의 얼굴은 너무 진지했다. 사고 후 불면, 불안, 통증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말의 결이 달랐다.잠을 못 자는 사람이 아니라, 잠이라는 행위를 새로 배워야 하는 사람 같았
“너 말 잘한다.”“뭐가.”“죄책감은 나중에 와도 늦지 않다는 거.”민영은 잠시 멈췄다.“그냥… 지금 무너지면 아무것도 못 하니까.”“너한테도 해당되는 말이야.”민영은 대답하지 않았다.태겸은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화준이 사고, 네 탓 아니야.”“그 얘기 또 하려고?”“할 때 됐으니까.”“나 진짜 괜찮아.”“그 금지어 들으면 나 이제 혈압 오른다.”민영은 아주 작게 웃었다.“그럼 혈압 재봐.”“장난치지 말고.”태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민영은 그제야 그를 제대로 봤다.태겸은 평소처럼 농담을 섞고 있었지만, 눈은 진지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그녀를 이런 식으로 봤다. 너무 오래 버티고 있는지, 밥은 먹었는지, 손이 떨리는지, 웃는 척하는지.그 시선은 익숙했다.그래서 때로는 더 피하고 싶었다.“알아.”민영은 조용히 말했다.“내 탓 아닌 거 알아.”“아는 얼굴이 아닌데.”“그래도 알아.”태겸은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 대신 주머니에서 초콜릿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던졌다.“먹어.”“나 애 아니야.”“애보다 말을 안 들으니까.”민영은 초콜릿을 받아 들고 피곤하게 웃었다.그 순간 회복실 쪽에서 도진이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민영은 웃음을 거두었다. 도진은 멀리서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질투 같은 건 아니었다. 아직 그에게 그런 감정이 있을 리 없다.그런데도 그의 시선이 묘하게 걸렸다.태겸도 그걸 느꼈는지 고개를 돌렸다.“또 보고 있네.”민영은 대답하지 않았다.도진은 눈을 피하지 않았다.그는 두 사람이 주고받는 초콜릿, 짧은 농담, 걱정 섞인 말투를 보고 있었다. 인간의 관계는 복잡했다. 민영과 태겸은 서로를 오래 알고 있었다. 그 안에는 편함도 있고, 걱정도 있고, 말하지 않는 감정도 있어 보였다.도진은 그것을 불편하다고 해야 할지, 낯설다고 해야 할지 몰랐다.다만 가슴 안쪽이 조금 조용하지 않았다.밤이 다시 내려앉았다.사실 병원 안에서는 낮과 밤의 구분이 희미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