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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Author: Lady-Noir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18 21:58:42

4장

“그때 네가 말했던 그 남자...”

에단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지만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사람이... 우리 아버지였던 거냐?”

오로라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에단에게 붙잡힌 손목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세게 조여 왔다. 통증은 팔꿈치까지 번져 갔지만 오로라는 뿌리치려 하지 않았다. 그저 흐트러진 숨을 겨우 가다듬으며 말없이 에단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의 눈빛은 예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한때 오로라를 안심시켜 주던 따뜻함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남아 있는 것은 분노와 증오뿐이었다.

“대답해!”

에단이 갑자기 소리치자 오로라의 어깨가 반사적으로 움찔 떨렸다.

오로라는 잠시 눈을 감았다.

가슴이 너무 답답해 제대로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언젠가는 이 순간이 찾아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리처드와 함께 이 저택에 들어오는 모습을 본 이상, 에단이 아무 말 없이 넘어갈 리 없었다.

오로라는 천천히 다시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에단과 마주쳤다.

그녀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그 미소는 오히려 더욱 처절하게 느껴졌다.

“이미 답을 알고 있잖아.”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에단의 턱이 즉시 굳어졌다.

“한 번만 더 묻지.”

목소리는 더욱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 부자 남자... 우리 아버지였냐?”

오로라는 감정을 억누르느라 에단의 목에 핏줄이 선명하게 돋아난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거친 숨소리가 방 안을 메웠고, 그의 눈은 마치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고 말해 주기만을 바라는 듯 오로라에게서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로라는 그럴 수 없었다.

지금 와서 에단이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을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만약 이별의 진짜 이유를 알게 된다면...

모든 것이 훨씬 더 복잡해질 뿐이었다.

오로라는 목이 따끔거리는 와중에도 다시 희미하게 웃었다.

“그래.”

쾅!

에단은 거칠게 오로라의 손을 밀쳐냈다.

균형을 잃은 오로라는 침대 옆 작은 테이블에 부딪혔다.

“앗...!”

오로라는 고통에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에단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분노 어린 웃음을 흘렸다.

“미쳤네...”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난 그때 정말 널 사랑했는데.”

오로라는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가장 역겨운 게 뭔지 알아?”

에단은 다시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오며 말을 이었다.

“난 계속 네가 날 떠난 이유가 다른 데 있을 거라고 믿으려고 했어.”

오로라는 눈물이 에단 앞에서 떨어질까 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땐 다른 사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

에단은 비웃듯 웃었다.

“근데 결국 넌 정말 그렇게 싸구려 같은 여자였던 거야.”

그 말은 칼날처럼 천천히 오로라의 가슴을 찔렀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에단은 그렇게 믿어야만 했으니까.

“난 널 증오해, 로리.”

에단의 목소리는 한층 낮아졌지만, 오히려 더욱 아프게 가슴을 파고들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본 여자 중에 네가 제일 잔인해.”

오로라는 떨리는 숨을 참았다.

에단은 다시 거칠게 그녀의 어깨를 붙잡더니 그대로 밀어냈다.

오로라는 균형을 잃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하지만 에단은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몇 초 동안 내려다보기만 했다.

이내 몸을 돌려 그대로 방을 나갔다.

쾅!

침실 문이 거칠게 닫혔다.

그 소리와 함께 오로라가 간신히 버티고 있던 마음도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졌다.

오로라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흐느껴 울었다.

어깨는 크게 떨렸고, 가슴은 너무 아파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미안해...”

흐느낌 사이로 힘없이 속삭였다.

“미안해, 에단...”

그녀는 울음을 참으려 눈을 꼭 감았다.

“차라리... 이렇게 날 미워하는 게 나아...”

에단이 진실을 알게 된다면.

그는 또다시 오로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 할 것이다.

오로라는 그런 일을 절대 원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그저 악몽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눈을 뜨면 사라질 악몽.

하지만 손목을 파고드는 통증은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선명했다.

한편, 저택 위층.

에단은 침실 문을 있는 힘껏 닫아 버렸다.

벽에 걸린 액자가 흔들릴 정도였다.

“젠장!”

쾅!

그는 손으로 탁상 스탠드를 거칠게 쓸어 버렸고, 스탠드는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에단은 머리를 거칠게 쓸어넘기며 방 안을 계속 서성거렸다.

숨은 거칠게 차올랐고, 머릿속은 터질 듯 복잡했다.

오로라가 자신의 아버지와 엮여 있다는 사실을 아직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테이블 옆 의자를 힘껏 걷어찼다.

의자는 그대로 뒤집혔다.

“빌어먹을!”

넓은 방 안에는 그의 거친 숨소리만 울려 퍼졌다.

다행히 저택의 벽은 두꺼워 아무 소리도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집안 사람 모두가 지금 그가 이성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에단은 책상 서랍을 거칠게 열어 지갑을 꺼냈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던 그의 손이 문득 멈췄다.

그 안에는 작은 사진 한 장이 끼워져 있었다.

오로라의 사진이었다.

작년 여름 축제에 함께 갔을 때 찍은 오래된 사진.

사진 속 오로라는 솜사탕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었고, 코끝에는 달콤한 크림이 살짝 묻어 있었다.

에단은 그 사진을 언제나 지갑 속에 넣고 다녔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더욱 뒤엉켰다.

“난 정말 바보였어...”

그가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에단은 한참 동안 사진을 바라보다가 끝내 그것을 손안에서 세게 구겨 버렸다.

“이제는 더더욱 널 증오해, 로리.”

사진은 그의 손안에서 그대로 찢어졌다.

다음 날 아침.

오로라는 밤새 울었던 탓에 무거운 머리와 퉁퉁 부은 눈으로 잠에서 깼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그녀는 급히 몸을 일으켰다.

똑똑. 똑똑. 똑똑.

“아가씨, 들어가도 될까요?”

오로라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대답하기도 전에 침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거의 여섯 명에 가까운 하녀들이 커다란 상자들과 값비싼 옷이 걸린 행거를 들고 들어오는 모습을 본 순간, 그녀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게... 다 뭐예요...?”

오로라가 작게 중얼거렸다.

한 하녀가 공손하게 미소 지었다.

“리처드 님께서 아가씨를 위해 준비하라고 하셨습니다.”

오로라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파 위에 하나둘 펼쳐지는 고급 드레스들을 바라보았다.

은은한 색감의 드레스.

윤기 나는 새틴 원단.

명품 하이힐.

벨벳 상자에 담긴 보석들까지.

차례차례 눈앞에 놓였다.

마치 움직이는 명품 부티크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너무 많아요...”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아직 더 있습니다, 아가씨.”

하녀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오로라는 침을 삼켰다.

이토록 값비싼 물건은 한 번도 만져 본 적조차 없었다.

한 하녀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들고 다가오자 오로라는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준비를 도와드릴까요?”

오로라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거절조차 하지 못했다.

30분 뒤.

오로라는 커다란 거울 앞에 꼿꼿이 서 있었다.

심플한 흰 원피스였지만 그녀가 입으니 고급스러움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긴 머리는 부드럽게 손질되었고, 옅은 메이크업은 그녀를 한층 성숙해 보이게 만들었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낯설 정도였다.

그때 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리처드가 들어왔다.

짙은 회색 정장에 검은 넥타이를 맨 그는 깔끔했고,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그의 시선은 곧바로 오로라에게 멈췄다.

“아름답군.”

그가 마침내 말했다.

오로라는 어색한 듯 고개를 숙였다.

리처드는 천천히 다가와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녀를 훑어보았다.

“그 드레스가 잘 어울리는군.”

“감사합니다...”

오로라가 조용히 대답했다.

리처드는 옅게 미소를 지은 뒤 하녀들을 바라보았다.

“다들 나가 봐.”

하녀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인 뒤 방을 나갔다.

이제 방 안에는 오로라와 리처드 둘만 남았다.

이상하게도 오로라는 다시 긴장되기 시작했다.

리처드는 그녀 앞에 잠시 서 있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오로라의 턱을 들어 올렸다.

“눈이 왜 이렇게 부었지?”

그가 물었다.

오로라는 반사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잠을 잘 못 잤어요.”

리처드는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듯 바라봤지만 더 캐묻지는 않았다.

“그래.”

그의 목소리는 다시 차분해졌다.

“오늘 아침 연회에 나와 함께 가야 한다.”

오로라는 즉시 고개를 들었다.

“연회요?”

리처드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문제라도 있나?”

오로라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너무... 갑작스러운 거 아닌가요?”

그녀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조용히 물었다.

“물론 갑작스럽지.”

“하지만...”

오로라는 긴장한 채 드레스 자락을 꼭 움켜쥐었다.

“전 그런 자리에 익숙하지 않아요.”

리처드는 한 걸음 더 다가와 그녀의 뺨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조용히 정리해 주었다.

“곧 익숙해질 거다.”

리처드의 향수가 가까이 퍼지자 오로라는 숨을 삼켰다.

“오늘부터.”

리처드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모든 사람이 네가 내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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