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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Lady-Noir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18 21:57:43

3장

남자의 걸음이 계단 한가운데에서 멈췄다.

처음에는 무심하던 그의 시선이 오로라의 얼굴을 알아본 순간 서서히 날카롭게 변했다. 턱이 굳게 다물렸고, 바지 주머니에 느슨하게 넣어 두었던 손도 천천히 주먹을 움켜쥐었다.

“오로라...?”

그는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오로라의 가슴이 순식간에 조여 왔다.

에단?

그 이름이 악몽이 되살아난 것처럼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다리에 힘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지난 1년 동안 수없이 재회를 상상했지만, 이런 방식은 단 한 번도 떠올린 적이 없었다.

자신을 가족에게서 돈으로 데려간 남자의 집에서.

그리고 리처드 캘러웨이의 미래의 아내라는 신분으로.

‘왜 에단이 여기에 있는 거지...?’

오로라는 숨이 점점 가빠지는 것을 느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소파 근처에 서 있던 리처드는 두 사람의 표정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시선이 에단과 오로라 사이를 평소보다 오래 오갔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그가 차분하게 물었다.

오로라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반면 에단은 마치 유령이라도 본 사람처럼 오로라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리처드는 몇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두 사람, 아는 사이인가?”

그 한마디에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은 듯했다.

오로라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잠깐 마주쳤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에단이었다.

“전혀 모르는 사이입니다.”

너무도 빠른 그 대답에 오로라의 가슴 한편이 이상하게 저려 왔다.

에단은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가까워질수록 1년 전과 달라진 그의 모습이 더욱 또렷하게 보였다.

에단은 여전히 오로라가 기억하는 그대로 잘생긴 남자였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훨씬 차가워져 있었다.

“그래서 이 여자는 누구죠?”

에단은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지만, 턱 근육은 눈에 띄게 굳어 있었다.

리처드는 옅게 미소를 지으며 오로라를 힐끗 바라봤다.

“내 미래의 아내다.”

에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로라는 그의 몸이 순간 굳어지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그러나 리처드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곧...”

잠시 말을 끊은 그는 태연한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네 새어머니가 될 사람이기도 하지.”

“뭐라고요?”

에단의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높아졌다.

오로라는 그의 표정이 조금씩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썹이 치켜올라갔고, 감정을 억누르려는 듯 혀끝이 볼 안쪽을 스쳤다. 손을 너무 세게 움켜쥔 탓에 손등의 핏줄까지 선명하게 드러났다.

“아버지... 진심이세요?”

그가 낮게 물었다.

리처드는 오히려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내가 농담하는 것처럼 보이느냐?”

에단은 짧게 헛웃음을 흘린 뒤 다시 오로라를 바라봤다.

그리고 오로라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에단도 자신과 같은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는 것을.

1년 전.

오로라가 자신의 손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끝내 버렸던 그날을.

지금 에단의 눈빛은 1년 전 마지막으로 봤던 때보다 훨씬 차가웠다.

그리고 오로라는 그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의 관계를 망가뜨린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오로라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대학교 근처 카페에서 테이블 아래로 떨리는 손을 감춘 채, 차갑게 보이려 애썼던 자신을.

사실은 심장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는데도.

그때 에단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그녀만 바라보고 있었다.

1년 동안 아무 문제 없이 이어졌던 연애를 왜 갑자기 끝내려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하지만 오로라는 끝내 이별을 선택했다.

이 관계에 지쳤다고 말했다.

한 번도 진심으로 사랑한 적 없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에단의 돈과 화려한 생활에만 관심이 있었다며 잔인한 말까지 내뱉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의 에단의 얼굴은 아직도 생생했다.

하지만 가장 잔인했던 거짓말은 따로 있었다.

오로라는 자신보다 훨씬 부자인 다른 남자를 이미 만났다고 말했다.

그 말이 에단의 마음을 완전히 산산조각 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리처드가 선택한 여자가 되어 캘러웨이 저택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은, 그 거짓말이 사실이었다는 증거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에단의 눈빛은 그날보다도 더욱 차갑게 식어 있었다.

오로라는 더 이상 그의 눈을 바라볼 수 없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 안에 담긴 증오를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을 계속 지켜보던 리처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왜 다들 이렇게 조용하지?”

에단은 턱을 거칠게 문지르며 피식 웃었다.

“그냥 놀라서요.”

“뭐가 그렇게 놀랍지?”

리처드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에단의 시선이 다시 오로라를 향했다.

이번에는 더욱 날카로웠다.

“아버지 취향이...”

잠시 말을 멈춘 그는 비꼬는 미소를 옅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생각보다 꽤 독특하시네요.”

오로라는 살며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에단의 말투에 속이 메스꺼워졌다.

리처드는 오히려 여유롭게 웃었다.

“당연하지. 아직도 잘생겼고 늙어 보이지도 않잖아?”

에단은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네, 네. 아버지 말씀이 맞습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어색하게 가라앉았다.

오로라는 어깨가 아플 정도로 가방을 꼭 움켜쥔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지금 그녀는 그저 이 저택에서 사라지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에단의 존재는 모든 상황을 더욱 끔찍하게 만들고 있었다.

잠시나마 그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기를 바랐던 자신이 어리석었다.

1년 전 자신의 자존심을 짓밟은 여자를 에단이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아버지, 저 피곤해서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에단이 나지막이 말했다.

“방으로 올라가겠습니다.”

리처드는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에단은 그대로 몸을 돌려 계단을 올라갔다.

그러나 완전히 떠나기 직전, 그의 걸음이 잠시 멈췄다.

오로라는 다시 자신에게 향하는 그의 시선을 느꼈다.

그 눈빛에는 증오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리고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실망감도.

몇 초 뒤 에단은 그대로 사라졌다.

오로라는 그제야 참아 왔던 숨을 길게 내쉬었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조금 전 자신을 바라보던 에단의 눈빛이 떠올라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리처드는 잠시 오로라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물었다.

“정말 탄탄을 모르는 건가?”

오로라는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아, 아니에요.”

대답이 너무 빨랐다.

하지만 리처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오로라의 얼굴을 몇 초 동안 바라보며 무언가를 읽어 내려는 듯했다.

오로라는 식은땀이 밴 손바닥을 감추며 애써 태연한 척했다.

마침내 리처드는 시선을 거두었다.

“클레어.”

조금 전의 하녀가 곧바로 다가왔다.

“네, 도련님.”

“아가씨를 객실로 안내해.”

“알겠습니다, 리처드 님.”

오로라는 다시 가방을 꼭 움켜쥐었다.

떠나기 전 잠시 리처드를 돌아보았다.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소파에 앉아 서류를 펼쳐 보고 있었다.

오로라는 클레어를 따라 저택의 웅장한 계단을 천천히 올라갔다.

이 집의 모든 공간이 그녀에게는 너무나도 사치스러웠다.

은은한 조명, 벽에 걸린 값비싼 그림들, 공기 속에 퍼지는 고급 원목과 향수 냄새.

모든 것이 자신은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더욱 절실하게 깨닫게 했다.

“아가씨 방은 저 끝입니다.”

클레어가 친절하게 말하며 크림색으로 꾸며진 넓은 침실 문을 열어 주었다.

오로라는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은 예전 자신의 방보다 훨씬 넓었다.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침대 옆 버튼을 눌러 주세요.”

클레어는 그렇게 말한 뒤 방을 나갔다.

오로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문이 닫히는 순간, 그녀의 몸에서 힘이 완전히 빠져나갔다.

가방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오로라는 침대 가장자리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이제는 정말 울고 싶었다.

모든 일이 너무 순식간에 벌어졌다.

자신이 이제 리처드 캘러웨이의 미래의 아내라는 사실도.

에단의 미래의 새어머니가 되었다는 사실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오로라는 체념이 섞인 작은 웃음을 흘렸고, 결국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렸다.

얼마나 그렇게 앉아 있었는지도 모른 채 시간을 보내던 순간.

똑똑. 똑똑. 똑똑.

노크 소리에 그녀는 화들짝 몸을 떨었다.

오로라는 재빨리 눈물을 닦았다.

어느새 밤 11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다.

이 시간에 누가 온 걸까?

심장이 불안하게 뛰는 가운데, 오로라는 천천히 문으로 걸어갔다.

문을 살짝 여는 순간.

그녀의 몸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문 앞에는 에단이 서 있었다.

그는 아까와 같은 검은 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얼굴은 훨씬 더 차가워져 있었다.

굳게 다문 턱과, 오로라가 다 읽어낼 수 없는 복잡한 감정으로 가득한 눈빛.

오로라가 입을 열기도 전에 에단은 곧바로 방 안으로 들어와 침실 문을 세게 닫았다.

쾅!

“뭐 하려는—”

쾅!

에단은 거칠게 오로라의 손목을 붙잡아 그대로 뒤로 밀어붙였다.

오로라는 작게 신음했다.

“아파... 에단...”

“그때 네가 말했던 그 남자...”

에단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지만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사람이... 우리 아버지였던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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