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入구희라는 강이주의 손을 잡아 끌고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방문이 닫히자마자 구희라는 다급하게 강이주의 위아래를 살폈다. 어깨, 목덜미, 손목까지 빠르게 훑어본 뒤에야 강이주의 몸에 남아서는 안 될 흔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그제야 구희라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아, 진짜 놀라 죽는 줄 알았네. 우리 오빠가 너한테 무슨 말도 안 되는 짓 한 줄 알았잖아.”아무리 친오빠라도, 술기운에 선을 넘는 일이 자기 가장 친한 친구에게 벌어지는 건 절대 보고 싶지 않았다.강이주는 괜히 눈을 내리깔았다.‘어떻게 말하지. 내가 어젯밤에 먼저 그 사람한테 매달려서 복근을 만졌다고?’이건 너무 오해를 부를 만한 일이었다.구희라는 말없이 굳어 있는 강이주를 유심히 보더니,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표정을 지었다.“너랑 우리 오빠... 설마 진짜로...”‘아니겠지. 우리 오빠 몸이면 절대 그렇게 조용히 끝날 리가 없는데...’‘이주 몸에 아무 흔적도 없잖아.’구희라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강이주가 구희라의 생각을 알았다면, 당장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을 것이다.문제는 강이주에게도 뒤의 기억이 전혀 없다는 점이었다.아침에 구기빈과 한 침대에서 눈을 뜬 장면을 떠올리자, 강이주의 뺨이 다시 붉게 달아올랐다. 강이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구희라가 벌떡 일어났다.“우리 오빠한테 물어볼래.”구희라는 지금 궁금해 죽을 지경이었다.어젯밤 구기빈이 정말 강이주에게 손을 댔는지 아닌지 반드시 확인해야 했다.만약 정말 무슨 일이 있었다면, 구희라는 자기 오빠에게 끝까지 책임지라고 할 생각이었다.강이주는 놀라 황급히 구희라의 팔을 붙잡았다.“아니야, 아니야. 아무 일도 없었어.”이미 오늘 아침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민망했다.여기서 구희라가 다시 구기빈을 찾아가 세세한 내용을 캐묻는다면, 강이주는 앞으로 구기빈을 어떻게 봐야 할지 알 수 없었다.“진짜?”구희라는 아직도 미심쩍은 눈으로 강이주를 바라봤다.강이주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진짜야. 진짜
‘아니야.’‘절대 아니야!’구희라는 필사적으로 자기 자신을 세뇌했다.‘아니야. 저건 이주가 아니야. 내가 아직 술이 덜 깬 거야.’그래서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둘이 계속해. 난 우리 이주를 찾으러 갈게.”말을 마치자마자 구희라는 거칠게 방문을 닫았다.강이주는 말문이 막혔다.‘내가 여기 있는데, 대체 어디 가서 나를 찾겠다는 거야?’구기빈이 헛기침을 하며 무슨 말인가 하려고 했다.쾅!닫혔던 방문이 다시 열렸다.동시에 구희라의 날카로운 비명이 방 안을 찢었다.“아악! 구기빈, 이 음흉한 놈! 우리 이주한테 무슨 짓을 했어? 아악!”구희라의 찢어지는 외침에 막 구기빈의 품에서 빠져나오려던 강이주가 깜짝 놀라 비틀거렸다.강이주는 다시 구기빈의 품 안으로 넘어졌다.구기빈은 본능적으로 강이주를 다시 끌어안았다.“구기빈, 내 친구 놔! 놔! 진짜 맞고 싶어?”구희라는 구기빈이 다시 강이주를 안는 모습을 보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구희라는 두 팔을 휘두르며 구기빈에게 마구 주먹을 날렸다.술이 덜 깬 몸짓이라 방향도 힘도 엉망이었다.구기빈은 구희라의 무차별 공격이 강이주에게 닿을까 봐, 한 손으로 강이주의 뒤통수를 감싼 채 품 안에 꼭 안았다.강이주도 구기빈이 자신을 지키고 있다는 걸 느꼈다.강이주의 몸은 구기빈의 품 안에 안전하게 갇혀 있었다. 뺨은 구기빈의 가슴팍에 닿아 있었다.그 사이 구희라의 고함은 멀리 밀려난 듯했다.강이주는 이상하게도 자신과 구기빈의 심장 소리만 또렷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쿵- 쿵-두 사람의 박자가 겹쳐졌다.구희라는 자기 오빠를 때리며 계속 소리쳤다.“놔! 구기빈, 빨리 말해. 내 절친한테 무슨 짓 했어?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내가 그렇게 믿었는데! 맞아, 너는 더 맞아야 해!”구희라의 주먹은 구기빈에게 별다른 타격도 주지 못했다.하지만 여동생이 자신을 향해 쏟아내는 말을 듣자, 구기빈의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졌다.‘친동생만 아니었으면 진작 밖으로 던졌을 텐데!’구희라
다음 날 아침.강이주는 뜨겁게 달아오른 감각 속에서 눈을 떴다.강이주가 번쩍 눈을 뜨자 낯선 천장이 먼저 시야에 들어왔다.‘여기가... 어디지?’뜨거운 감각의 근원은 허리 쪽이었다.강이주는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허리 위로 굵은 팔 하나가 가로질러 있었고, 그 팔은 강이주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고 있었다.등 뒤에서도 뜨거운 체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강이주는 허리를 감싼 손을 내려다본 채 몸이 굳어버렸다.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때 머릿속에 전날 밤의 장면들이 하나씩 떠올랐다.‘미쳤어!’강이주는 기억했다. 자신이 먼저 구기빈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그것도 아주 선명하게.거기서 끝이 아니었다.자신은 구기빈을 오빠라고 불렀던 것 같았다.복근을 보고 싶다고도 했다.오빠 복근 위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싶다는 말까지 했던 것 같았다.강이주는 괴로움에 눈을 감았다.기억이 너무 또렷해서 더 괴로웠다.‘하늘이시여! 술이 문제고, 얼굴이 문제야!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복근을 봤는지는 알 수 없었다.하지만 만진 건 확실했다.미끄럼틀은...강이주는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키스 뒤부터 기억이 통째로 끊겨 있었다.‘내가 필름이 끊겼다고? 내가?’강이주는 고개를 숙여 자기 몸을 내려다봤다.몸에는 낯선 남자 잠옷이 입혀져 있었다.강이주는 정말 울고 싶었다.전날 밤 그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말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강이주가 허리에 감긴 구기빈의 손을 조심스럽게 떼어내려던 그때였다.허리를 감싼 팔에 힘이 더 들어가더니 등 뒤에서 구기빈의 잠긴 목소리가 들렸다.“깼어?”강이주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자신의 등이 구기빈의 가슴에 바짝 붙어 있다는 사실을 너무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남자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강이주는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다.아직 깨지 않은 척했다.‘나는 안 깼다. 안 깼어. 아직 자는 중이야.’강이주는 필사적으로 자기 자신을 세뇌했다.하지만 구기빈은 강이주의 뻣뻣한 몸만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희라의 탄식은 조용해졌다.구희라는 차창에 몸을 기대더니 그대로 잠들어버렸다.강이주도 흔들리는 차 안에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구희라만큼 많이 마신 건 아니었지만, 강이주 역시 적지 않게 마신 상태였다. 술기운이 뒤늦게 올라오면서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았다.구기빈은 차 속도를 낮췄다.‘별나라’에 도착했을 때, 강이주와 구희라는 모두 잠들어 있었다.구기빈은 먼저 차 문을 열고 구희라를 안아 올렸다. 정확히는 안았다기보다 거의 어깨에 들쳐 멘 상태에 가까웠다.구기빈은 구희라를 집 안으로 데려가 객실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구기빈이 다시 강이주를 데리러 나가려던 때, 현관 쪽에서 비틀거리는 발소리가 들렸다.이미 차에서 내린 강이주가, 흔들리는 걸음으로 집 안에 들어오고 있었다.집 구조가 강이주의 집과 같아서인지, 강이주는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다만 현관 쪽 소품이 자기 집과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우리 집에 이런 게 있었나?’하지만 술기운에 흐려진 머리는 거기서 더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강이주는 아무렇게나 신발을 벗어 던졌다.발끝이 살짝 꼬이면서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그러자 구기빈이 빠르게 다가가 강이주의 몸을 받아냈다.강이주는 남자의 품에 기댄 채 눈을 깜빡였다.눈앞의 남자가 어딘가 익숙했다.‘어디서 봤더라?’‘아. 조금 전 희라의 핸드폰 속 남자잖아!’강이주의 머릿속에는 밤새 구희라가 떠들어대던 말들이 뒤엉켜 있었다.‘복근...’‘오빠의 복근...’술에 젖은 구희라가 한참이나 떠들어댄 탓에 강이주의 머릿속은 온통 그 단어로 가득 차 있었다.강이주는 멍한 눈으로 구기빈을 올려다봤다.“오빠, 복근 있어?”머릿속이 텅 비어 버린 강이주는 결국 그대로 묻고 말았다.거기서 끝도 아니었다.술기운은 사람을 대담하게 만들었다.강이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두 손을 들어 구기빈의 몸 쪽으로 뻗었다.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했다.강이주의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만 남아 있었다
강이주는 지금보다 더 민망한 상황은 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정말...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배려해주는 친구를 어디서 또 찾을 수 있을까?’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구기빈의 탐색하듯 내려앉은 시선이 지금 자신에게 향해 있었다.‘희라야, 진짜 나한테 왜 이래?’지금 강이주는 구희라를 어떻게든 바로 처리하고 싶은 마음이 극에 달했다.하지만 아직 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자기 오빠라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구희라는, 손까지 번쩍 들며 맹세했다.“진짜라니까. 야, 너 우리 오빠 몸 진짜 한 번은 봐야 돼. 와, 장난 아니야. 잠깐만. 나 우리 오빠 수영복 사진도 있어.”구희라는 그렇게 말하며 자기 핸드폰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구기빈은 그 말을 듣자마자 차를 갓길에 세웠다.브레이크를 거칠게 밟으면서.‘내 수영복 사진? 내가 언제 그런 사진이 찍혔지?’정작 당사자인 구기빈은 그런 사진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이번에는 구기빈이 진심으로 구희라를 차 밖으로 밀어내고 싶어졌다.“아야.”구희라는 머리를 앞좌석 등받이에 부딪혔다. 아픈 이마를 감싸쥔 채 눈물 고인 눈으로 투덜거렸다.“운전할 줄 몰라? 이 차 번호 몇 번이야? 내가 내일 가게에 컴플레인 넣을 거야. 오늘 이 돈은 무조건 까야 돼.”구희라의 손에는 방금 꺼낸 핸드폰이 들려 있었다.구기빈은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구희라를 바라봤다.구기빈이 손을 들어 구희라의 이마를 때리려는 걸 본 강이주가 급히 막았다.“취했어. 희라 취했어. 술 취한 사람한테 너무 진지하게 굴지 마.”강이주의 만류에 구기빈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친동생이다. 친동생이야. 참자.’구희라는 위험한 기운이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사실도 모른 채 핸드폰 화면을 열었다.곧 사진 한 장을 강이주 앞에 들이밀었다.“봐. 내가 거짓말했어? 이 정도 몸이면 너도 한 번은 감탄해야 되는 거 아니야?”사진 속 구기빈은 수영을 마치고 막 물 밖으로 나온 모습이었다.각도를 보아하니, 구희라가 구
이 와중에 구희라는 아예 잠들어버렸다.결국 강이주만 구기빈의 살벌한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야 했다.‘역시 내 친구답네. 좋은 건 같이 누리고, 힘든 건 나 혼자 감당하라는 거지.’원래라면 강이주가 이렇게까지 위축될 이유가 없었다.하지만 구기빈과 이미 혼인신고까지 마친 사이라는 사실이 머릿속을 스쳤다.‘이거... 괜찮은 건가?’아무리 생각해도 그리 괜찮은 상황은 아니었다.구기빈은 강이주를 따라 구희라 쪽으로 다가갔다. 허리를 숙여 소파에 늘어진 구희라를 안아 올린 뒤, 강이주를 바라봤다.“걸을 수 있어? 내가 먼저 희라 차에 데려다 놓을게. 당신은 여기 앉아 있어. 바로 다시 데리러 올게.”구기빈이 보기에도 강이주는 제법 취한 상태였다.지금 두 사람을 한꺼번에 챙기기는 어려웠다.우선 구희라라는 취객부터 처리해야 했다. 물론 구기빈의 표정에는 귀찮은 기색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강이주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혼자 걸을 수 있어. 나 여기 혼자 남기지 마.”강이주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뻗어 구기빈의 옷자락을 살짝 잡았다.“나 이렇게 잡고 따라가면 돼.”강이주의 말을 들은 구기빈은 자신의 옷자락을 꼭 붙잡고 있는 그녀를 내려다봤다.어린 새댁처럼 구기빈의 옷을 잡고 있는 모습에 구기빈의 기분은 단번에 좋아지면서 입가에 옅은 웃음이 걸렸다.“그래. 그럼 꼭 잡아. 집에 가자.”집에 돌아가서 오늘 호스트들을 부른 일에 대해 천천히 따져볼 생각이었다.강이주는 구기빈의 속마음을 전혀 알지 못했고, 그저 구기빈의 옷자락을 붙잡은 채 얌전히 뒤를 따라갔다.주차장에 도착한 구기빈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구희라를 뒷좌석에 내려놓았다.구희라는 거의 던져지다시피 뒷좌석에 누웠다.강이주가 허리를 숙이고 뒷좌석에 따라 타려고 하자, 구기빈은 곧바로 그녀의 옷깃을 잡아 조수석 쪽으로 데려갔다.강이주가 조수석에 앉자, 구기빈은 허리를 굽히고 그녀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구기빈은 강이주의 안전벨트를 채워주려고 했다.바로 그때, 뒷좌석에 있던 구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