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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Auteur: 마루콩
심원후는 J시에서 가장 이름난 한정식집인 ‘사랑채’를 예약해 두었다.

통이 큰 성격답게 심원후는 아예 한 층 전체를 통째로 빌려 버렸다.

다만 강이주는 눈앞에 걸린 식당 간판을 바라보다가, 곁눈질로 심원후를 한 번 훑어봤다.

역시나 심원후의 표정은 몹시 험악했다.

억지로 쓴 것이라도 삼킨 사람처럼 낯빛이 굳어 있었다.

사랑채는 RG그룹 계열사였다.

J시에서 심원후와 구기빈의 사이가 틀어졌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이건 누가 봐도 백초아가 벌인 일이었다.

자기 체면을 얼마나 크게 세울지만 생각했지, 이렇게 중요한 대목은 놓쳐 버린 모양이었다.

백초아는 심원후의 불쾌한 기색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 채 심원후의 팔을 가볍게 감았다.

“들어가자.”

그렇게 말하며 백초아는 슬쩍 강이주 쪽을 바라봤다.

눈에는 감추지 못한 우쭐함이 어려 있었다.

강이주도 그 시선을 느끼지 못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강이주는 못 본 척 넘겼다.

그런데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채 음식은 강이주의 입맛에 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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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746화

    강이주도 장숙연의 눈에 담긴 걱정을 읽었다. 입가에 미소를 띠고 물었다. “엄마, 하실 말씀 있으면 편하게 하세요. 그렇게 조심하실 필요 없어요.”강이주가 먼저 말문을 열자 장숙연도 그제야 말을 꺼냈다. “회사 일은 아빠랑 다 들었어. 우리가 뭘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없고...”“이거 받아.” 장숙연이 말하며 주머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냈다.전에 구기빈이 강서규에게 건넸던 카드였다.강이주의 계좌에 연결된 카드.강이주는 뜻밖이라는 눈으로 어머니를 바라보다가 거절하려 했다.장숙연이 먼저 손에 카드를 쥐여 주고 가볍게 감쌌다. “아빠랑 엄마는 여기 있는 돈 한 푼도 안 썼어. 조금 더 넣어 두기도 했고.”“이렇게 힘든 일을 겪는데 부모라는 사람들이 제대로 도와주지도 못해서 미안하구나.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이더라.”장숙연의 눈에 미안함이 가득했다.강중그룹의 사정은 몇 년째 좋지 않았다.그렇지만 않았어도 강이주가 지금 같은 처지에 놓이지는 않았을 것이다.결국 강서규와 장숙연의 마음속에도 자책이 자리하고 있었다.강이주가 카드를 돌려주려 했다. “엄마, 돈 안 보태주셔도 돼요. 제가 해결할 수 있어요.”‘어떻게 부모님 돈을 받아.’노후에 쓰시라고 자신이 드린 돈이 아닌가.하지만 장숙연도 물러서지 않았다. “주면 받아. 고집부리지 말고. 우린 네 부모야.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너를 지켜 줘야지.”카드를 돌려주려는 강이주의 손을 막았다.장숙연이 다시 물었다. “구 서방은 어디 있니? 요 며칠 새벽같이 나가서 늦게 들어오던데, 무슨 일로 그렇게 바쁘대?”장숙연도 구기빈이 뭘 하는지, 이번 일과 관련된 건지 알지 못했다.다만 강이주가 힘들어하고 있으니 남편인 구기빈이 아내의 마음을 좀 더 살펴 줬으면 했다.‘이렇게 중요한 때에 모른 척하고 매일 밖으로만 나다니면 어떡해...?’그 부분은 장숙연도 구기빈에게 조금 서운했다.그렇다고 사위에게 대놓고 말하기도 어려웠다.혹시 강이주가 부모에게 무슨 말을 했다고 사위가 오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745화

    구호민은 강이주가 남몰래 참여한 사업 목록까지 손에 넣었을 가능성이 컸다.구희라는 유만정이 죽은 이유가 강이주 때문이라고 단정했고, 결국 강이주를 배신했다.실제로 구희라는 구호민에게 명단 하나를 넘겼다.강이주가 투자한 사업들과 직접 세운 여러 소규모 업체가 적힌 목록이었다.업종도 분야도 다양해 그 범위가 상당히 넓었다.이번 교통사고로 강이주와 구희라 사이의 단단했던 우정이 무너지지만 않았다면.구희라는 절대로 그 명단을 내주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강이주는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고 만신창이가 됐다.벌써 여러 사업이 무너졌고, 진행 중이던 사업마저 빼앗기고 있었다.하루도 채 안 되는 사이에 수십 건이 넘는 계약이 틀어졌다.그중에는 강이주 쪽에서 위약금과 손해배상금까지 물어야 하는 건도 있었다.그런 비용까지 감당하다 보니 사업을 맡아 진행하던 직원들도 부득이하게 여럿 내보내야 했다.운영하던 회사들 역시 계속되는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 문을 닫았다.언제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눈앞에 닥친 일만 수습하기도 버거울 만큼 강이주는 바빴다.그다음을 고민할 여유는 없었다.당장 걱정되는 건 현재 보유한 자금으로 구호민의 악의적인 압박을 버틸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이대로 가다가 자금줄이 끊기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그런 상황을 떠올리기만 해도 강이주는 불안해졌다.구기빈이 며칠째 무슨 일로 바쁜지 알 수 없었다.매일 이른 아침에 일어났고, 강이주가 눈을 뜨면 곁에는 이미 구기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그사이 재활 치료에도 두세 번이나 함께하지 못했다.구기빈답지 않은 일이었다. 강이주의 부상에 누구보다 신경을 쓰던 사람이었으니까.강이주는 방의 통창 앞 긴 의자에 앉아 말없이 바깥을 바라보았다.핸드폰을 꺼내 구기빈에게 언제 돌아오는지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전송하기도 전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이주야, 엄마 들어가도 되니?”강이주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네, 들어오세요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744화

    구희라가 떠난 뒤에도 강이주의 표정은 무거웠다.구기빈이 말했다. “희라 말은 신경 쓰지 마.”구기빈은 유만정의 죽음이 강이주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애초에 구호민은 제 곁에서 기르던 애완동물이 주인을 무는 일을 용납할 사람이 아니었다.지난번 유만정이 구호민을 칼로 찌른 건 구호민의 자존심을 정면으로 짓밟은 일이었다.구호민의 성격을 생각하면 지하실에서 벌받게 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건 오히려 가벼운 처분이었다.유만정을 그 정도로 내버려둘 리 없었다.원한은 반드시 되갚는 사람이었으니까.그러니 구호민이 유만정의 차에 손을 댔을 가능성도 충분했다.문제는 구호민이 워낙 교활하다는 점이었다.구희라는 물론이고 구기빈 쪽에서도 구호민이 손을 썼다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증거가 없는 한 구호민은 아무 상관 없는 사람처럼 빠져나갈 수 있었다.일 처리가 늘 빈틈없었으니 증거를 쉽게 찾아내리라 기대하는 것부터 무리였다.구기빈은 유만정의 장례가 끝난 뒤 줄곧 증거를 모으는 일에 매달렸다.하지만 단서 하나 잡을 수 없었다.강이주가 고개를 저었다. “알아.”“그럼 회사는... 어쩔 생각이야?” 구기빈이 화제를 돌렸다.강이주에게 사업을 계속할 생각이 있는지 묻고 싶었다.그럴 마음이 있다면 도움을 줄 만한 지인들을 소개해 줄 수 있었다.강이주는 구기빈이 꺼낸 다른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관심을 옮겼다.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됐어. 처음에 절차를 전부 희라가 맡아서 했거든. 난 그때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았고.”“희라 성격은 당신이 나보다 잘 알잖아. 이렇게 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건 우리 사이에 남아 있던 정까지 제 손으로 깨 버렸다는 뜻이야.”어긋난 우정을 한쪽에서는 되돌려 보려고 애쓰는데, 다른 쪽에서는 원망을 품고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다.강이주 혼자 아무리 노력해도 구희라와의 관계를 예전으로 돌이킬 수는 없었다.사실 누구보다 잘 아는 건 강이주 자신이었다.그런데도 구희라와 마주할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 희미한 기대가 남았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743화

    하지만 강이주도 상황이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다.지금 보니 구기빈이 자신에게 숨기는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강이주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구기빈도 강이주의 기분이 달라진 걸 뚜렷하게 느꼈다.눈을 가늘게 뜨고 구희라를 바라보았다. 더는 말하지 말라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구희라는 시선을 돌린 채 말을 이었다. “우리 엄마 교통사고, 사고가 아니었어. 누가 브레이크를 망가뜨려서 밟아도 작동을 안 한 거라고. 누구 짓일 것 같아?”“첫 번째는 엄마였어. 강이주, 그럼 두 번째는 누구일까? 너? 네 부모님? 아니면 우리 오빠?”구희라는 강이주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하나씩 입에 올렸다.한 사람을 언급할 때마다 강이주의 표정이 달라졌다.마지막에는 낯이 옅게 질렸다.강이주도 구희라가 그저 겁을 주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구호민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다.‘유만정의 교통사고가 정말 누군가 꾸민 일이었다면...’가장 먼저 의심할 사람은 구호민이었다.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으니 당장은 구호민을 어쩔 수 없었다.강이주는 지금까지 구희라가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자신을 유만정을 죽인 원흉으로 여기는 줄 알았다.그런데 방금 구희라의 말을 따져 보면 자신과 아주 무관한 일이라고 하기도 어려웠다.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살인자라는 말까지 받아들일 생각은 없었다.강이주의 표정이 점점 무거워지자 구기빈은 구희라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구기빈은 강이주가 그 속사정까지는 알지 못하도록 온갖 애를 썼다.그런데 구희라는 거리낌없이 전부 강이주에게 쏟아 내고 있었다.구기빈은 동생 구희라에게 완전히 실망했다.당장 상대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고 싶다는 이유로 이 지경까지 오다니. 이제는 제 동생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구희라는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곁눈으로 강이주의 표정을 계속 살폈다.강이주가 자신의 말을 흘려듣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렇지 않다면 저렇게 무언가 묻고 싶은 눈으로 쳐다볼 이유가 없었다.어쨌든 목적만 이루면 그만이었다.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742화

    누가 봐도 구기빈은 몹시 화가 나 있었다.구희라도 그걸 느끼지 못할 리 없었다.그런데도 구희라는 조금도 수긍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구기빈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했다.두 사람 사이에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긴장이 감돌았다.“여보.” 강이주가 구기빈을 나직하게 불렀다.강이주의 목소리에 구기빈을 감싸던 서늘한 기운이 조금 누그러졌다.강이주를 돌아보는 눈은 어느새 더없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왜 그래?”목소리까지 한결 다정해졌다.강이주가 말했다. “우리 돌아가자.”여기서 더 실랑이를 해 봐야 달라질 건 없었다.강이주는 구기빈과 구희라가 이곳에서 크게 다툴까 봐 걱정이었다.만약 소동이 벌어져 밖으로 알려지면 좋을 게 없었다.구기빈이 강이주의 뜻을 모를 리 없었다.구기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강이주가 구희라와 다투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화가 나도 싸움을 벌일 수는 없었다.구기빈은 강이주의 뜻을 존중했다.구희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두 사람을 살폈다.불만 가득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오빠는 정말 여자 하나 때문에 엄마 유언까지 무시할 거야?”말끝마다 못마땅한 기색이 묻어났다.구기빈은 구희라에게 비스듬히 시선을 던졌다. 더 할 말이 있어도 삼키라는 경고였다.그 표정을 보니 구희라는 기가 막혀 웃음이 났다.‘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구희라가 강이주를 보았다.“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오빠한테 편지를 남겼어. RG그룹을 포기하지 말라고. 그룹을 손에 쥐고 있어야 앞으로 아빠가 미친 듯이 몰아붙여도 버틸 수 있으니까.”“내가 정말 네 지분이 탐나서 그런 줄 알아? 오빠는 너밖에 몰랐어. 너 때문에 친엄마도 돌볼 생각이 없었다고. 내가 힘을 가져야 엄마를 데리고 나올 수 있었어.”그날 구희라는 영안실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목숨을 잃은 유만정의 몸을 살피다가 쪽지 한 장을 찾아냈다.쪽지에는 여자 하나 때문에 구씨 집안을 떠나지 말아 달라는, 구기빈을 향한 간절한 당부가 적혀 있었다.구기빈은 구씨 집안의 실권자이자 구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741화

    구희라에게는 마음껏 복수하라는 강이주의 말조차 마치 동정이나 적선처럼 들렸다.‘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마치 큰 아량이라도 베푸는 사람처럼 나를 타이르다니...’‘정말 역겨워.’강이주는 미간을 살짝 좁혔을 뿐, 대꾸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그렇게 입을 다물고 있을수록 구희라는 더 미칠 것 같았고,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치밀었다.‘잘못한 건 강이주잖아.’‘무슨 낯으로 저렇게 태연하게 서 있어?’‘나 혼자 미쳐 날뛰는 꼴이 재밌기라도 한 거야?’구희라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강이주를 향해 달려들었다.강이주는 목발을 짚고 있었지만 여전히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했다.구희라가 험악한 얼굴로 달려드는 걸 보자 본능적으로 몸을 옆으로 피했다.하지만 미리 경계하고 있어도 구희라의 움직임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구희라.”구희라가 강이주에게 닿기도 전에 등 뒤에서 차갑게 가라앉은 구기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온 구기빈의 눈에 들어온 건 또다시 난동을 부리는 구희라의 모습이었다.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구기빈은 곧장 두 사람 쪽으로 달려갔다.커다란 손으로 구희라의 뒷덜미를 움켜쥐더니 옆으로 내던졌다.미처 대비하지 못한 구희라는 구기빈의 손에 붙들려 그대로 벽에 부딪혔다.이마가 벽을 세게 들이받았다.발까지 헛디뎌 발목이 접질렸다.구희라는 볼썽사납게 바닥에 주저앉았다.발목에서 살을 찢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늘 자신을 아끼던 오빠가 다른 여자에게 달려가, 잔뜩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 여자의 다친 곳을 살피고 있었다. 구희라는 그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다.처참한 몰골이 된 구희라는 이를 악물고 두 사람을 노려보다가, 남은 힘을 끌어모아 벽을 짚고 일어났다.더 초라해 보이기 싫어 신음 한 번 내지 않았다.구기빈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강이주의 몸을 꼼꼼히 살폈다. 정말 다친 데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강이주를 제 몸에 기대게 한 뒤 구기빈이 돌아섰다. 구희라를 향한 눈빛은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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