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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작가: 마루콩
강이주가 병원을 나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장 여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강이주는 전화받지 않은 채 그대로 두었다.

벨이 울리다 끊기고, 다시 울리고, 또 끊겼다.

그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됐다.

사실 강이주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전화받지 않는 한, 장 여사의 전화는 멈추지 않을 거라는 걸.

결국 강이주는 한숨을 삼키고 전화받았다.

[심명그룹에서 투자 철회한대. 두 집안 협력도 전부 종료됐어. 이제 속 시원하니?]

전화기 너머로 장 여사의 분노 섞인 고함이 그대로 쏟아졌다.

장 여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강이주에게 계속 따졌다.

그동안 그렇게 참고 버티던 강이주가, 왜 하필 지금 와서 이런 선택을 하느냐는 말이었다.

핸드폰을 쥔 강이주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귀에는 이성을 잃은 어머니의 거친 말들이 쉴 새 없이 흘러 들어왔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이미 익숙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강이주는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철회할 테면 하라죠. 회사 문제는 제가 방법을 찾아볼게요...”

[말은 쉽지.]

장 여사는 강이주의 말을 거칠게 끊었다.

[네가 철회하자면 다 끝나는 줄 아니? 심명그룹이 진짜 손 떼면, 강중그룹 직원 수만 명은 어떻게 하라고? 다 굶어 죽으라는 거야?]

어머니의 말에 강이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장 여사의 비난을 들었다.

강이주는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오늘 이 분노를 다 쏟아내지 않으면, 앞으로 며칠 동안은 더 괴로워질 거라는 걸.

그래서 아무 말 없이 장 여사의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조용히 듣기만 했다.

마침내 장 여사의 목소리 톤이 조금 낮아졌고, 전화기 너머에서는 흐느낌이 들려왔다.

강이주는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돈 문제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 엄마, 오늘은 이만 끊을게요.”

전화를 끊은 뒤, 강이주는 곧바로 강중그룹의 현 상황을 확인했다.

심명그룹의 투자 철회는 사실이었고, 이미 양측의 협력 사업 정리 절차가 시작된 상태였다.

그제야 강이주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심원후는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

자신이 그렇게 마음을 줬던 사람은, 결국 칼날을 돌려 강이주에게로 향했다.

가슴이 천천히 베이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강이주는 한동안 그 감각을 그대로 견뎠다.

그리고 그 통증이 조금 잦아들었을 때, 핸드폰을 꺼내 부동산 공인중개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파트 매각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도 오늘 집을 본 사람들은 모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구매 의사가 있는 사람도 여러 명이었다.

다만 그중 한두 명은 아직 고민 중인 상태였다.

나머지는 강이주가 최종 결정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고, 이후에는 소유권 이전 절차만 진행하면 될 것이다.

부동산 공인중개사의 설명을 들으며 강이주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가격은 중요하지 않아요. 자금이 최대한 빨리 들어오는 게 우선이에요.”

아파트 대금은 혼자 가질 생각이 없었다.

명의는 자신이었지만, 절반은 심원후의 몫이었다.

아파트값이 입금되면, 그 절반은 그대로 돌려줄 생각이었다.

강이주의 뜻을 이해한 공인중개사는 곧바로 준비에 들어가겠다고 했고, 강이주는 연락을 기다리기로 했다.

통화를 마친 뒤, 강이주는 아파트로 향했다. 이미 팔기로 마음먹은 집에 더 머물 이유는 없었다.

어젯밤에 짐은 거의 정리해 두었고, 이제 이삿짐센터만 부르면 완전히 떠날 수 있었다.

다만, 강이주는 예상하지 못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심원후와 마주칠 줄은.

강이주의 눈이 잠시 커졌다.

‘이 사람... 병원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었어?’

강이주의 시선은 심원후의 오른손으로 옮겨갔다.

그 손에는 분홍색 작은 여행 가방이 들려 있었다.

심원후는 역시 이렇게 빨리 다시 강이주를 마주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그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차갑게 강이주를 바라봤다.

“집이 왜 이렇게 비어 있어?”

백초아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에서 경과를 지켜봐야 했다.

심원후는 입원 절차를 마친 뒤, 필요한 물건을 챙기러 돌아온 참이었다.

어젯밤에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지만, 방금 들어오며 보니 집 안에서 강이주와 함께 찍은 사진들, 둘이 함께 쓰던 물건들이 거의 사라지고 없었다.

강이주가 끝까지 이별을 고집하던 태도가 떠오르며, 심원후의 마음속에서 짜증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이 여자... 언제까지 이렇게 밀당할 셈이지?’

결국, 심원후는 믿지 않았다. 강이주가 정말로 자신을 놓을 수 있을 거라고는...

강이주는 그만큼 자신을 사랑한다고 확신했다.

강이주는 고개를 들어 심원후의 불편한 얼굴을 한 번 바라보고 담담하게 답했다.

“낡아서 다 버렸어.”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말에 심원후의 미간이 바로 찌푸려졌다.

어딘가 말에 다른 뜻이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심원후는 한동안 강이주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나한테 할 말 없어?”

심원후는 믿지 않았다.

강중그룹이 자신의 지원 없이 버틸 수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강이주가 다시 집에 온 것도 결국은 자신에게 고개 숙이러 온 거라 여겼다.

그래서 일부러 한발 물러났다.

이 정도면 강이주도 적당히 받아들이고 내려오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심원후의 말이 끝나자 강이주는 고개를 들어 심원후를 바라봤다.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없어.”

강이주는 정말로 더 할 말이 없었다.

이미 끝난 관계였다.

심원후의 표정이 굳었다.

“너...”

그는 자신이 내민 이 ‘퇴로’를 강이주가 모를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리며 끝까지 사과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

이건, 그가 알던 강이주가 아니었다.

강이주는 심원후가 자신에게 길을 열어주고 있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기쁘게 그 손을 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강이주는 짜증이 묻은 심원후의 얼굴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안 가면 네 소중한 사람 또 혼자 있다가 상태 나빠질까 봐 걱정 안 돼?”

강이주의 말에는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

그저, 이 남자가 빨리 떠나주길 바랄 뿐이었다.

예전처럼 백초아 이야기가 나오면, 심원후는 늘 바로 돌아섰으니까.

이번에도 그럴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심원후의 얼굴은 오히려 더 어두워졌다.

“내가 말했잖아. 나는 초아랑 아무 사이 아니라고. 지금 그 말투는 뭐야?”

그 말을 들은 강이주는 계속 변명으로 일관하는 심원후에게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이 주제로 더 얽힐 생각도 없었다.

강이주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그런 뜻 아니야.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고, 난 올라갈게.”

그 말을 남기고, 강이주는 심원후 앞에서 그대로 계단을 향해 돌아섰다.

그때, 뒤에서 다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이주.”

발걸음을 멈춘 강이주는 고개를 돌렸다.

“또 뭐야?”

심원후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한층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알아. 초아 때문에 너한테 소홀했던 거. 시간 좀 내서, 우리 제대로 얘기해 보자. 나도...”

그가 말을 잇기도 전에 핸드폰 벨이 울렸다.

심원후는 화면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전화받았다.

“초아야, 왜? 알겠어. 지금 바로 갈게. 거기서 기다려.”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가 그대로 강이주의 귀에 들어왔다.

강이주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자신을 비웃듯 웃었다.

‘봐. 백초아 일만 생기면, 이 남자는 늘 제일 먼저 반응해.’

‘그리고 언제나 나를 두고 돌아서지.’

수없이 반복된 장면이었으니, 이제는 놀랍지도 않았다.

강이주는 시선을 거두고, 아무 일 없다는 듯 혼자 계단을 올라갔다.

심원후는 단지 강이주가 자신과 백초아의 통화를 듣고 괜히 기분 상해 또 다투는 게 싫었다.

백초아를 겨우 달래 놓고, 다시 강이주와 못다 한 말을 이어가려 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자 거실에는 아무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이미 강이주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제야 심원후의 얼굴에 분노가 스쳤다.

결국 그는 씩씩거리며 그대로 아파트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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