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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작가: 마루콩
안방으로 막 들어온 강이주의 핸드폰에 곧바로 장 여사의 메시지 폭탄이 날아들었다.

[끝까지 이렇게 고집부릴 거야? 정말 강중그룹은 네가 책임 안 질 거니? 네 아버지랑 조상 대대로 이어 온 피땀 어린 회사야. 강씨 집안 100년 기반이 이렇게 무너지는 걸 정말 보고만 있을 거야?]

[네가 이렇게 하면, 나랑 네 아버지가 나중에 강씨 집안 조상들 앞에서 뭐라고 얼굴을 들겠니?]

[엄마도 알아. 이 일로 네가 얼마나 억울한지. 백초아는 원후의 마음속에 박힌 사람이야. 조금만 참고 넘기면 안 되니?]

[남자들 밖에서 바람피우는 거 흔하잖아. 그깟 사랑 못 받으면 어때, 돈만 손에 쥐고 있으면 되는 거 아니니?]

[이주야, 엄마가 부탁할게. 네 아버지 아직 병원에 계셔. 강중그룹이 정말 무너지면, 나는 네 아버지랑 강씨 집안 사람들 얼굴을 어떻게 보겠니.]

장 여사가 보낸 빽빽한 메시지를 보고도 강이주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강이주는 어머니의 말속에 담긴 무력감과 절박함을 충분히 읽어낼 수 있었다.

한 줄 한 줄 이어지는 호소는 마치 날이 선 칼처럼 강이주의 가슴 깊숙한 곳을 찔러댔다.

잠시 핸드폰을 바라보던 강이주는 그대로 화면을 껐다.

지금은 장 여사와 이 문제를 두고 더 이야기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사실 강중그룹은 심명그룹과 얽힌 사업이 너무 많았다.

단기간에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금 강이주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였다.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강중그룹과 심명그룹의 사업 관계를 분리해 내는 것.

그렇게 생각하며 비서의 연락처를 찾으려던 순간, 핸드폰이 진동했다.

화면에 뜬 번호는 낯설지 않았다.

구기빈이었다.

번호를 저장해 둔 적은 없었지만, 이전에도 몇 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탓에 강이주는 이미 그 숫자를 자연스럽게 기억했다.

전화받자 수화기 너머로 구기빈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주 씨.]

이상하게도 그가 ‘이주 씨’라고 부를 때마다 강이주는 이유 없는 여운 같은 것을 느꼈다.

하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고, 담담하게 답했다.

“네, 저예요.”

구기빈이 지금 이 시간에 전화를 건 이유가 단순한 안부일 리는 없었다.

강이주는 그가 먼저 본론을 꺼내길 기다렸다.

그리고 구기빈은 망설이지 않았다.

[도움이 필요하면, 저한테 말씀하셔도 됩니다.]

처음에는 그 말의 의미가 바로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곧 강이주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당신...”

구기빈이 해외 출장을 나가 있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빠르게 소식을 알았다는 사실에 강이주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미 구기빈은 강씨 집안과 심씨 집안이 완전히 틀어졌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

구기빈의 말은 명확했다. 강이주가 지금 한마디만 하면, 강씨 집안의 일에 직접 나서서 도와줄 수 있다는 뜻이었다.

강씨 집안에게는 말 그대로 가뭄 속 단비 같은 제안이었다.

하지만... 강이주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예전에 큰 위기를 맞았던 강중그룹이 떠올랐다.

그때 심명그룹의 지원은, 바다 한가운데서 붙잡은 부표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침몰하던 강중그룹은 겨우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강중그룹은 줄곧 심명그룹의 눈치를 보며 움직여야 했다.

‘또다시 같은 선택을 해도 되는 걸까.’

강이주는 그 생각 앞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강이주에게는 나름의 걱정이 있었다.

구기빈이 나선다면, 강중그룹이 심씨 집안에서 벗어나는 데에는 분명한 버팀목이 생긴다.

하지만 그건 강이주가 바라는 방향은 아니었다.

심씨 집안을 벗어나 또 다른 거대한 구씨 집안에 기대는 것이라면, 결국 강중그룹은 여전히 남의 손에 좌우되는 처지가 된다.

본질적으로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고, 여전히 누군가에게 의존해 강씨 집안을 지탱하는 구조였다.

강이주는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방식에서는 강씨 집안에 의사 결정권이 존재할 수 없다는 걸.

힘들게 심씨 집안에서 독립하려는 이 시점에 강이주는 강씨 집안이 또다시 다른 집안에 기대어 연명하는 꼴을 원하지 않았다.

이제는 자신이 직접 강중그룹을 떠받쳐야 했다.

물론, 그 무게를 과연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지는 강이주 자신도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심원후와의 일은 강이주에게 분명한 경고가 되었다.

‘산을 믿으면 산이 무너지고, 사람을 믿으면 사람은 떠날 거야.’

‘결국 믿을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야.’

그 생각에 이르자 강이주는 조심스럽게 거절의 뜻을 전했다.

“아니요, 괜찮아요. 제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어요. 구기빈 씨 마음만으로도 충분해요.”

말이 끝나자, 전화기 너머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저는 항상 여기 있습니다. 언제든지 필요하면 연락 주세요.]

강이주가 거절했음에도, 구기빈은 여지를 남겼다.

강이주는 입술을 꾹 다문 채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말했다.

“감사합니다.”

대화는 거기서 끊긴 듯했고, 잠시 두 사람 사이에는 말 없는 공백이 흘렀다.

그 침묵을 먼저 깬 건 구기빈이었다.

그는 가볍게 목을 가다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 결혼식에 대해서는 특별히 원하는 게 있습니까?]

구기빈은 강이주에게 일주일의 시간을 주긴 했지만, 그저 형식적인 혼인신고로 끝낼 생각은 없었다.

이미 혼인신고를 전제로 한 이상 결혼식 역시 당연히 논의해야 할 문제였다.

강이주는 잠시 말을 잃었다.

‘구기빈이랑... 결혼식을...?’

그건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심원후와 결혼을 이야기할 때조차 심씨 집안 쪽에서는 처음부터 결혼식을 할 생각이 없었다.

심원후는 결혼식이 번거롭다며 차라리 신혼여행이나 가는 편이 더 낫다고 말했었다.

그때의 강이주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단순히 심원후가 번잡한 걸 싫어한다고만 여겼다.

하지만 그녀가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심원후는 애초에 결혼 사실을 백초아가 알게 되는 걸 원치 않았던 게 아닐까?

아니면 자신과의 결혼 자체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을지도 몰랐다.

강이주는 쓴웃음을 지었다.

생각을 정리하고는 담담하게 답했다.

“저는 딱히 바라는 건 없어요. 사실... 안 해도 괜찮아요.”

심원후와의 결혼이 몇 번이나 미뤄지는 동안, 강이주는 이미 ‘결혼’이라는 말에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대답에 구기빈의 반응은 달랐다.

[그건 안 됩니다. 적어도 제 아내가 되는데, 최소한의 격은 갖춰야죠.]

강이주는 순간 멈칫했다.

‘아직 일주일도 안 지났는데... 우리가 정말 결혼하게 될지조차 확정된 건 아닌데.’

그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강이주는 결국 삼켰다.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지금 이 시점에서 구기빈의 기분을 건드릴 필요는 없었다.

강이주가 대답하지 않자 구기빈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제 방식대로 준비하겠습니다. 제가 돌아가면 직접 만나서 세부 사항을 상의하죠.]

[그동안 이주 씨도 차분히 생각해 보세요. 원하는 게 있으면 말씀하시고요. 저는 숨겨서 결혼할 생각도 없고, 제 아내 될 사람을 그렇게 대충 대우할 생각도 없습니다.]

그 말이 끝났을 때, 강이주의 반응이 아무리 늦어도 알 수 있었다.

구기빈은 지금 분명히 기분이 상해 있었다.

그 원인이 자신인지 아닌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강이주는 본능적으로 답했다.

“네, 다 구기빈 씨 뜻대로 할게요.”

그제야 구기빈의 목소리가 한결 누그러졌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그는 강이주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

강이주는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방금 나눈 대화를 곱씹었다.

그리고 작게 고개를 저었다.

잠시 후,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구기빈이 보낸 항공편 정보였다.

[5일 뒤, J시에 돌아갈 겁니다.]

누가 봐도 ‘마중 나오라’라는 의미였다.

강이주는 잠시 화면을 보다가 짧게 답장을 보냈다.

[네, 알겠습니다.]

그제야 강이주는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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