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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作者: 마루콩
안방으로 막 들어온 강이주의 핸드폰에 곧바로 장 여사의 메시지 폭탄이 날아들었다.

[끝까지 이렇게 고집부릴 거야? 정말 강중그룹은 네가 책임 안 질 거니? 네 아버지랑 조상 대대로 이어 온 피땀 어린 회사야. 강씨 집안 100년 기반이 이렇게 무너지는 걸 정말 보고만 있을 거야?]

[네가 이렇게 하면, 나랑 네 아버지가 나중에 강씨 집안 조상들 앞에서 뭐라고 얼굴을 들겠니?]

[엄마도 알아. 이 일로 네가 얼마나 억울한지. 백초아는 원후의 마음속에 박힌 사람이야. 조금만 참고 넘기면 안 되니?]

[남자들 밖에서 바람피우는 거 흔하잖아. 그깟 사랑 못 받으면 어때, 돈만 손에 쥐고 있으면 되는 거 아니니?]

[이주야, 엄마가 부탁할게. 네 아버지 아직 병원에 계셔. 강중그룹이 정말 무너지면, 나는 네 아버지랑 강씨 집안 사람들 얼굴을 어떻게 보겠니.]

장 여사가 보낸 빽빽한 메시지를 보고도 강이주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강이주는 어머니의 말속에 담긴 무력감과 절박함을 충분히 읽어낼 수 있었다.

한 줄 한 줄 이어지는 호소는 마치 날이 선 칼처럼 강이주의 가슴 깊숙한 곳을 찔러댔다.

잠시 핸드폰을 바라보던 강이주는 그대로 화면을 껐다.

지금은 장 여사와 이 문제를 두고 더 이야기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사실 강중그룹은 심명그룹과 얽힌 사업이 너무 많았다.

단기간에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금 강이주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였다.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강중그룹과 심명그룹의 사업 관계를 분리해 내는 것.

그렇게 생각하며 비서의 연락처를 찾으려던 순간, 핸드폰이 진동했다.

화면에 뜬 번호는 낯설지 않았다.

구기빈이었다.

번호를 저장해 둔 적은 없었지만, 이전에도 몇 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탓에 강이주는 이미 그 숫자를 자연스럽게 기억했다.

전화받자 수화기 너머로 구기빈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주 씨.]

이상하게도 그가 ‘이주 씨’라고 부를 때마다 강이주는 이유 없는 여운 같은 것을 느꼈다.

하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고, 담담하게 답했다.

“네, 저예요.”

구기빈이 지금 이 시간에 전화를 건 이유가 단순한 안부일 리는 없었다.

강이주는 그가 먼저 본론을 꺼내길 기다렸다.

그리고 구기빈은 망설이지 않았다.

[도움이 필요하면, 저한테 말씀하셔도 됩니다.]

처음에는 그 말의 의미가 바로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곧 강이주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당신...”

구기빈이 해외 출장을 나가 있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빠르게 소식을 알았다는 사실에 강이주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미 구기빈은 강씨 집안과 심씨 집안이 완전히 틀어졌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

구기빈의 말은 명확했다. 강이주가 지금 한마디만 하면, 강씨 집안의 일에 직접 나서서 도와줄 수 있다는 뜻이었다.

강씨 집안에게는 말 그대로 가뭄 속 단비 같은 제안이었다.

하지만... 강이주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예전에 큰 위기를 맞았던 강중그룹이 떠올랐다.

그때 심명그룹의 지원은, 바다 한가운데서 붙잡은 부표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침몰하던 강중그룹은 겨우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강중그룹은 줄곧 심명그룹의 눈치를 보며 움직여야 했다.

‘또다시 같은 선택을 해도 되는 걸까.’

강이주는 그 생각 앞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강이주에게는 나름의 걱정이 있었다.

구기빈이 나선다면, 강중그룹이 심씨 집안에서 벗어나는 데에는 분명한 버팀목이 생긴다.

하지만 그건 강이주가 바라는 방향은 아니었다.

심씨 집안을 벗어나 또 다른 거대한 구씨 집안에 기대는 것이라면, 결국 강중그룹은 여전히 남의 손에 좌우되는 처지가 된다.

본질적으로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고, 여전히 누군가에게 의존해 강씨 집안을 지탱하는 구조였다.

강이주는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방식에서는 강씨 집안에 의사 결정권이 존재할 수 없다는 걸.

힘들게 심씨 집안에서 독립하려는 이 시점에 강이주는 강씨 집안이 또다시 다른 집안에 기대어 연명하는 꼴을 원하지 않았다.

이제는 자신이 직접 강중그룹을 떠받쳐야 했다.

물론, 그 무게를 과연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지는 강이주 자신도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심원후와의 일은 강이주에게 분명한 경고가 되었다.

‘산을 믿으면 산이 무너지고, 사람을 믿으면 사람은 떠날 거야.’

‘결국 믿을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야.’

그 생각에 이르자 강이주는 조심스럽게 거절의 뜻을 전했다.

“아니요, 괜찮아요. 제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어요. 구기빈 씨 마음만으로도 충분해요.”

말이 끝나자, 전화기 너머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저는 항상 여기 있습니다. 언제든지 필요하면 연락 주세요.]

강이주가 거절했음에도, 구기빈은 여지를 남겼다.

강이주는 입술을 꾹 다문 채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말했다.

“감사합니다.”

대화는 거기서 끊긴 듯했고, 잠시 두 사람 사이에는 말 없는 공백이 흘렀다.

그 침묵을 먼저 깬 건 구기빈이었다.

그는 가볍게 목을 가다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 결혼식에 대해서는 특별히 원하는 게 있습니까?]

구기빈은 강이주에게 일주일의 시간을 주긴 했지만, 그저 형식적인 혼인신고로 끝낼 생각은 없었다.

이미 혼인신고를 전제로 한 이상 결혼식 역시 당연히 논의해야 할 문제였다.

강이주는 잠시 말을 잃었다.

‘구기빈이랑... 결혼식을...?’

그건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심원후와 결혼을 이야기할 때조차 심씨 집안 쪽에서는 처음부터 결혼식을 할 생각이 없었다.

심원후는 결혼식이 번거롭다며 차라리 신혼여행이나 가는 편이 더 낫다고 말했었다.

그때의 강이주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단순히 심원후가 번잡한 걸 싫어한다고만 여겼다.

하지만 그녀가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심원후는 애초에 결혼 사실을 백초아가 알게 되는 걸 원치 않았던 게 아닐까?

아니면 자신과의 결혼 자체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을지도 몰랐다.

강이주는 쓴웃음을 지었다.

생각을 정리하고는 담담하게 답했다.

“저는 딱히 바라는 건 없어요. 사실... 안 해도 괜찮아요.”

심원후와의 결혼이 몇 번이나 미뤄지는 동안, 강이주는 이미 ‘결혼’이라는 말에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대답에 구기빈의 반응은 달랐다.

[그건 안 됩니다. 적어도 제 아내가 되는데, 최소한의 격은 갖춰야죠.]

강이주는 순간 멈칫했다.

‘아직 일주일도 안 지났는데... 우리가 정말 결혼하게 될지조차 확정된 건 아닌데.’

그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강이주는 결국 삼켰다.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지금 이 시점에서 구기빈의 기분을 건드릴 필요는 없었다.

강이주가 대답하지 않자 구기빈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제 방식대로 준비하겠습니다. 제가 돌아가면 직접 만나서 세부 사항을 상의하죠.]

[그동안 이주 씨도 차분히 생각해 보세요. 원하는 게 있으면 말씀하시고요. 저는 숨겨서 결혼할 생각도 없고, 제 아내 될 사람을 그렇게 대충 대우할 생각도 없습니다.]

그 말이 끝났을 때, 강이주의 반응이 아무리 늦어도 알 수 있었다.

구기빈은 지금 분명히 기분이 상해 있었다.

그 원인이 자신인지 아닌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강이주는 본능적으로 답했다.

“네, 다 구기빈 씨 뜻대로 할게요.”

그제야 구기빈의 목소리가 한결 누그러졌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그는 강이주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

강이주는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방금 나눈 대화를 곱씹었다.

그리고 작게 고개를 저었다.

잠시 후,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구기빈이 보낸 항공편 정보였다.

[5일 뒤, J시에 돌아갈 겁니다.]

누가 봐도 ‘마중 나오라’라는 의미였다.

강이주는 잠시 화면을 보다가 짧게 답장을 보냈다.

[네, 알겠습니다.]

그제야 강이주는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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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538화

    강이주는 구기빈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작게 말했다. “화내지 마. 나 지금 뭘 하는지 알고 있어. 이제 화 풀면 안 돼?”구기빈이 고개를 돌려 강이주를 바라봤다. “정말 그대로 할 생각이야?”강이주가 화제를 돌리려 한다는 걸 모를 리 없었다. 딴말하며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가 구기빈에게는 너무 뻔히 보였다.강이주는 깊게 가라앉은 눈과 마주 보며 말했다. “나도 당신이 앞으로 뭘 할 건지 하나하나 캐묻지 않았잖아. 당신이 그렇게 움직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믿으니까. 나도 똑같아. 내가 이렇게 하는 데에는 내가 생각하는 이유가 있어.”오늘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두 사람 마음에 불편함이 남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강이주가 원하는 건 그런 일이 아니었다.지금은 둘이 다툴 때가 아니라 같은 편에서 밖에 있는 적을 상대해야 했다.강이주는 먼저 한발 물러선 태도로 구기빈을 바라봤다. “내가 뭘 하는지 알고 있어. 그러니까 당신도 나를 좀 믿어 주면 안 돼?”마지막 말에는 부탁과 애교가 조금 섞였다.그 말을 듣고 나서야 구기빈도 자신의 태도가 지나쳤음을 깨달았다. 괜히 강이주를 위축시켰을지도 몰랐다.구기빈은 자신을 달래려는 강이주를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당신이 알아줬으면 좋겠어. 난 누구도 나 때문에 희생하는 걸 바라지 않아. 당신도 마찬가지야.”“나한테 우산을 씌워 주겠다고 내 여자가 비를 다 맞는 건 희생이 아니야. 나한테는 부담이고 압박이야. 동시에 내 능력을 믿지 못한다는 뜻처럼 느껴져.”구기빈은 돌려 말하지 않고 속마음을 그대로 꺼냈다.강이주가 이해할지는 알 수 없었다.하지만 소위 말하는 자기만족식 희생은 필요하지 않았다.너무 직설적인 말에 강이주의 미소가 잠깐 굳었다.솔직히 조금 화가 났다.그래도 감정에 휩쓸리기 전에 이성을 되찾았다.구기빈에게도 나름의 자존심은 있었다. 강이주가 강중그룹까지 미끼로 내세우는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착각이었다.강이주는 고개를 저었다. “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537화

    구호민은 바로 그 점을 노렸다. 강중그룹에 큰일이 생기면 강이주를 아끼는 구기빈이 해외 병상에 누운 척한 채 강중그룹이 무너지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강이주를 미끼로 구기빈을 끌어내려는 수였다.주선하가 강이주를 바라봤다. “전할 말은 다 전했어요. 대표님도 조심해요. 저는 이제 갈게요.”주선하가 돌아서려 하자 강이주가 붙잡았다. “그냥 여기 내 곁에 있는 건 어때요? 지금 주선하 씨 혼자 나가게 두기는 좀 불안해요.”구희라는 떠나기 전 강이주에게 주선하를 맡겼고 반드시 안전하게 지켜 달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여기서 내보낸 직후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강이주는 친구인 구희라를 볼 면목이 없었다.주선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요. 대표님 말대로 할게요. 제가 먼저 구호민 회장 앞에 찾아가 잡혀 주는 일은 안 해요. 그쪽 사람들이 저를 잡지도 못할 거고요.”“대표님도 할 일이 많잖아요. 방해하지 않을게요. 저도 선을 넘는 행동은 안 할 테니까 믿어 주세요. 약속할게요.”강이주가 못 믿을까 봐 주선하는 손까지 들어 약속했다.강이주는 위아래로 주선하를 살폈다. 장난치는 기색 없이 진지해 보이자 마지못해 말했다. “좋아요. 대신 매일 한 번은 나한테 연락해요. 혹시 내가 먼저 연락해도 확인하면 꼭 답하고요.”주선하가 정말 안전한지 확인할 방법은 있어야 했다.주선하는 흔쾌히 동의했다. 직접 연락처를 알려 주고 강이주와 연락처도 교환했다.그렇게 필요한 일을 모두 마친 뒤에야 병실을 나갔다.주선하가 떠나자 구기빈이 화장실에서 나왔다.방금 전 대화도 전부 들은 모양이었다. 표정이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구기빈은 애초부터 구호민이 자신이 중상을 입어 돌아오지 못한다는 말을 쉽게 믿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기에 대역까지 철저하게 준비했다.그런데도 구호민의 의심은 예상보다 집요했다.강이주까지 이용해 자신을 떠보려 하고 있었다.강이주는 구기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걸 느끼고 조용히 불렀다. “여보.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536화

    주선하가 격하게 분노하는 이유를 강이주는 충분히 이해했다.그래서 아무 말 없이 주선하가 스스로 차분히 감정을 가라앉히기를 기다렸다.주선하도 방금 강이주에게 화를 낼 일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미안한 표정으로 먼저 사과했다. “대표님, 미안해요. 대표님한테 화내려던 게 아니에요. 그냥 제가 너무 무능한 것 같아서 저 자신에게 화가 났어요.”좋아하는 여자 하나 제대로 지켜 주지 못했으니 자신도 한심하게 느껴질 만했다.강이주는 그런 일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대신 차분하게 주선하를 설득했다. “주선하 씨가 지금 그 집으로 가는 건 스스로 덫에 들어가는 거예요. 구호민 회장은 오히려 선하 씨가 찾아오길 바랄걸요? 선하 씨를 잡아 두고 희라를 협박하는 데 쓸 사람이에요.”실제로 구호민은 이미 비슷한 짓을 여러 번 해 왔다.구희라가 직접 말하지 않았다고 해도 오랜 친구인 강이주가 모를 리 없었다.구희라가 주선하를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았다면 혼인신고까지 하고 어떻게든 보호하려 들지도 않았을 것이다.구희라는 누군가를 정말 좋아하게 되면 혼자 마음을 삭이며 참고 있을 성격이 아니었다.다만 구씨 집안의 사정과 구호민의 반응까지 생각해 상대를 먼저 지키려 했을 뿐이다.주선하는 주먹을 꽉 쥐더니 벽을 세게 내리쳤다. “그럼 저는 아무것도 못 하는 거예요? 살면서 이렇게 답답하고 비참한 적은 없어요.”지금 구호민이 눈앞에 있었다면 당장 달려들어 한 대라도 때렸을 것이다.평소에는 능청스럽게 구희라에게 들이대는 것처럼 보여도 주선하는 결코 가벼운 사람이 아니었다.구희라를 진심으로 좋아했기 때문에 구희라가 좋아하는 모습이라면 무엇이든 보여 주고 싶었다.구희라에게 혼인신고를 하자는 말을 들은 전날 밤에는 설레서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주선하는 처음부터 구희라와 헤어질 생각이 없었다. 혼인신고는 평생을 약속한 일이었고 이혼할 생각도 없었다.죽는 한이 있어도 이혼은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강이주는 피가 배어 나오는 주선하의 주먹을 보고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535화

    강이주도 알고 싶었다. 다만 자신이 알았을 때는 이미 혼인신고까지 끝난 뒤였고, 막으려 해도 늦은 상황이었다.구기빈이 다시 물었다. “그 남자는 누구야?”“희라 옆에서 일하던 비서야. 주선하라고, 곧 졸업하는 대학생인데 희라를 아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강이주는 숨기지 않고 주선하의 신분을 사실대로 설명했다.‘주 씨?’구기빈의 머릿속에 곧바로 한 집안이 떠올랐다.‘하지만...’그 집안에서 주선하라는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구기빈은 금세 떠오른 생각을 지웠다. 바로 그때 병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강이주와 구기빈이 서로를 바라봤다.“누구세요?” 강이주가 천천히 물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강 대표님, 저예요. 주선하예요.”강이주는 구기빈을 힐끗 바라봤다.구기빈은 재빨리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조용히 닫았다.강이주가 문을 열었다가 주선하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 얼굴에는 맞은 흔적이 있었고 옷도 군데군데 찢어져 있었다.누군가와 크게 몸싸움을 벌인 게 분명했다.주선하는 어두운 표정으로 낮게 말했다. “희라 누나가 대표님을 찾아가라고 했어요. 안에 들어가도 돼요?”구희라가 보냈다는 말을 들은 강이주는 옆으로 비켜 주선하를 병실 안으로 들였다.주선하를 살핀 강이주가 말했다. “간호사 불러서 상처부터 치료해 달라고 할게요.”“괜찮아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주선하는 손등으로 입가의 피를 거칠게 닦았다. 씁쓸한 표정으로 강이주를 바라봤다. “구호민 회장이 희라 누나한테 맞선을 보라고 했어요. 누나가 저랑 혼인신고한 서류를 내밀었더니 사람을 보내서 저를 잡아 오고, 둘이 이혼하라고 했어요. 그 사람들하고 부딪치다가 싸움이 났고요.”주선하의 상처는 전부 구호민이 보낸 사람들과 싸우며 생긴 것이었다.강이주는 놀랐다. 정말 구기빈의 말대로 구호민은 곧바로 구희라의 결혼 문제부터 건드렸다.아마 구희라는 이런 결과를 예상했기에 주선하를 데리고 혼인신고까지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534화

    강이주가 연기를 위해 병원에 입원한 김에 구기빈도 같은 층의 다른 병실에서 지내기로 했다.목요일 아침, 두 사람은 아침을 먹고 병실에 숨어 함께 영화를 보고 있었다.오전 11시쯤 구기빈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상대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들리지 않았다. 구기빈은 낮게 한마디만 답했다.“할아버지랑 할머니만 잘 지켜봐 줘. 부탁할게.”전화를 끊은 구기빈은 다시 강이주 곁에 앉았다.강이주도 더는 영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됐어?”오늘 RG그룹 이사회와 관련된 전화라는 건 짐작하고 있었다.다만 현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지 못했다.구기빈이 설명했다. “아버지가 정말 희도를 내 자리에 앉히겠다고 추천했어. 이사회에서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고, 할아버지 측 사람이 연락해서 할아버지가 직접 회의장에 오셨어. 결국 거부권을 행사하셨고.”원래 구호민은 절반이 넘는 이사들을 설득해 찬성을 받아 둔 상태였다.그런데 약속했던 이사들이 정작 회의가 시작되자 갑자기 입장을 바꿔 반대했다.구호민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화를 내기도 전에 구계배가 회의장에 나타나 바로 거부권을 행사했다.구계배는 구호민이 계속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면 지금 구호민이 가진 권한까지 거둬들이겠다고 경고했다.부자는 여러 사람 앞에서 크게 충돌했다.구계배도 상당히 화가 났는지 좋지 않은 안색으로 회사를 떠났다.주치의가 곧바로 본가로 가 구계배의 상태를 살폈다.다행히 크게 탈이 난 건 아니고 화가 치민 정도였다.강이주는 구계배가 괜찮다는 말을 듣고서야 조용히 안도했다.그래도 걱정은 남아 있었다. “이번 일이 막혔다고 다른 일을 꾸미는 건 아닐까?”구호민은 쉽게 포기할 사람이 아니었다.구기빈은 안심하라는 듯 강이주를 바라봤다. “당분간은 조용할 거야.”구기빈을 완전히 처리할 방법을 찾기 전까지 구호민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게다가 이번 일에 구호민이 직접 들인 힘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구희도를 시험하고 키워 보려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533화

    어쩌면 구계배의 반응을 떠보려는 것일 수도 있었다.이유가 무엇이든 구기빈은 굳이 막을 생각이 없었다.권력에 취해 헤어 나오지 못하는 구호민이 노리는 건 결국 더 많은 실질적 이익이었다.구기빈은 어릴 때부터 구호민의 본성을 똑똑히 봐 왔다.지금 구씨 집안의 지위와 영향력만으로도 이미 충분했다.그런데도 구호민은 거기에 만족하지 못했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고 싶어 했다.그래서 구기빈이 자신의 사업에 도움이 되고 집안과 배경, 능력까지 걸맞은 여자를 아내로 맞길 바랐다.심지어 구호민은 구기빈이 제2의 자신이 되어 훗날의 아내를 유만정처럼 길들이기를 바랐다.그렇게 아내의 집안까지 집어삼켜 더 많은 이익을 얻고 구씨 집안의 사업 영역을 넓히려 했다.구씨 집안의 사업 규모가 끝없이 커져 가장 강력한 기업 제국이 되기를 원했다.그 목적을 위해서라면 자식들의 결혼도 철저히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이어야 했다.그런 구호민의 통제를 벗어난 구기빈이 몰락한 집안의 여자 강이주를 선택해 구씨 집안의 안주인 자리에 앉히려는 일은 받아들일 수 없는 배신이었다.몇 번이나 기회를 줬는데도 구기빈은 말을 듣지 않았고 오히려 거세게 반항하며 여자 하나 때문에 아버지에게 끝까지 맞섰다.그전까지 구기빈은 구호민이 가장 성공적으로 길러 냈다고 자부하던 작품이었다.자신의 냉혹함과 잔인함, 끝없이 커지는 야망까지 완벽하게 물려받았다고 믿었다.그런데 그 모든 것이 강이주 때문에 망가졌다고 생각했다.가장 아끼던 작품이 실패작이 되었다면 구호민은 차라리 완전히 부숴 버릴 사람이었다.구기빈은 구호민의 뒤틀린 속내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자신이 못 가지면 남도 가질 수 없게 부숴 버려야 분이 풀리는 인간이었다.친아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여보?” 강이주는 구기빈의 표정이 점점 험악해지고 온몸에서 차가운 기운이 번지는 걸 알아차렸다.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불렀다.구기빈이 눈을 들어 강이주를 바라봤다. 그 눈에 스친 사나운 살기와 적의에 강이주는 흠칫했다.그 눈빛만 보면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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