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을 입으면 다 도독부 사람입니까?” “그럼 저도 지금 바로 형님과 형님 부하들에게 한 트럭씩 보내드릴 수 있어요!” 천우민은 눈물이 나올 정도로 크게 웃었다. 천천히 눈물을 닦고 나서야 그는 비로소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식 형님, 형님 정말 완전 바보 아니에요? 다른 사람의 작은 수법 하나에 속아 이렇게 놀라 죽을 지경이라니.” “형님,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요? 바로 진씨 가문의 그 멍청한 사위라고요.” “예? 그 사람이라고요?” 노무식은 놀라서 어쩔 줄 몰랐다. “나한테 여기 그놈 사진도 있으니까, 형님 사람에게 확인해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거예요.” 천우민은 휴대폰을 꺼내 몰래 찍은 동혁의 사진을 노무식에게 전송했다. 노무식은 즉시 장례식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확인해 보라고 지시했다. 바로 답장이 왔다. ‘진짜 동일인물이잖아!’ “젠장, 내가 속았다니.” 노무식이 정말 무식하게 펄쩍 뛰었다. 천우민은 표정을 굳히고 다시 물었다. “그런데도 형님은 지금 그놈에게 가서 무릎을 꿇으려고요?” “무릎 꿇다니? 말도 안 되죠!” “그 쓸모없는 놈에게 저 노무식을 무릎 꿇릴 자격이 있나요?” ‘이류 가문의 쓸모없는 사위에게 속았더라면, 하마터면 세간에 큰 웃음거리가 될 뻔했어.’ 노무식은 화가 나서 즉시 부하에게 지시했다. “가서 이동혁 그놈에게 한 시간 안에 내 앞으로 튀어와서 무릎 꿇으라고 다시 전해.” “1초라도 넘으면 이 몸이 그놈의 온 가족을 죽여버리겠다고도 해.” 노무식의 살벌한 모습을 보고 천우민은 만족을 느끼며 떠났다. 그는 이다음 일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동혁, 그 쓸모없는 놈은 노무식 같은 사나운 놈의 손에 걸리면 뼈도 못 추릴 거야.’ ‘틀림없이 아주 묵사발이 나겠군.’ ‘불쌍한 놈.’ 병원. 병실 문이 갑자기 사람의 발길에 걷어차여 열렸다. 한 사람이 걸어 들어와 물었다. “누가 이동혁이야?” “무슨 일인가요?” 동혁이 조용히 물었다. “네가 이동혁이
“선, 선도일!” 노무식은 선도일을 보자 너무 놀라 갑자기 눈꺼풀이 바르르 떨렸고 한기가 발바닥에서 이마로 치솟았다. ‘선도일.’ ‘염동철 밑에서 제 일인자라고 불리던 현우상을 참살해 버린 그 선도일이라니.’ 놀라 혼비백산한 노무식은 두 다리에 힘이 빠져 무릎을 꿇으려 했다. 바로 그때 선도일의 단검이 그의 턱을 치켜세웠다. 그 단검의 힘은 노무식이 무릎을 꿇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무릎 꿇지 말고 병원에 가서 무릎을 꿇어. 이제 30분 남았다.” 선도일은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 “우민 도련님이 그놈은 진씨 가문의 쓸모없는 사위라고 하지 않았어? 왜 선도일까지 그놈을 대신해서 여기까지 온 거지?” 노무식은 완전히 멍해졌다. “형님, 이제 30분밖에 안 남았어요.” 옆에 있던 부하들의 말로 그는 정신을 차렸다. “빨리, 빨리 병원으로 가자!” 노무식은 미친 듯이 밖으로 돌진해 뛰어 나갔다. 약속한 한 시간이 다 되어갈 쯤에 급하게 서둘러 온 노무식이 병원에 도착했다. “헉, 헉, 이 선생님, 저 도착했습니다.” 노무식이 100미터를 전력 질주하듯 병실로 뛰어들어와 동혁 앞에 무릎을 꿇었을 때, 그는 지쳐서 숨을 헐떡였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마치 방금 물에서 건져낸 것 같은 모습이다. “네가 그랬다며? 우리 가족을 죽이겠다고?” 동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노무식은 겁에 질려 고개를 들었다. “이 선생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다시는 그럴 일 없습니다.”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일단 다른 얘기부터 좀 하지.” 동혁이 차가운 음성으로 물었다. “내 형제 백항남의 유골을 네가 부하들에게 날려버리라고 했어?” “예, 그렇습니다.” 노무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랬지?” “3대 가문이 그렇게 하라고 시켰습니다.” 노무식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전 백 선생과 아무런 원한이 없습니다. 만약 3대 가문이 사주하지 않았다면, 돈이 되는데 굳이 유골을 날려버리지 않
동혁의 말을 듣고 노무식은 당황했다. “하지만 조씨 가문에서는 허락하지 않을 텐데요?” 조씨 가문 식구 백여 명이 모두 에메랄드정원에 살고 있다. ‘누군가가 그들의 코앞에 의관총을 세우는 것만 해도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 거기에 그렇게 하려는 사람이 조씨 가문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대체 무슨 배짱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겠다는 거지?’ “그러면 조씨 가문 사람들을 이사가게 하면 되잖아.” 동혁은 담담하게 말했다. “마침 이미 잘 만들어진 에메랄드정원이 있으니 내 형제의 의관총으로 만들면 토목공사를 크게 할 필요가 없어서 아주 좋겠어.” ‘항남의 기일이 며칠 남지 않았으니 딱이야.’ 당연한 얼굴을 하고 있는 동혁을 보고 노무식은 말문이 막혔다. 그는 동혁의 계획이 이렇게 거침없을 줄 몰랐다. ‘조씨 가문의 백여 식구를 쫓아내고 그들이 몇 대째 살고 있는 고택을 백항남의 의관총으로 만들라니?’ ‘이게 조씨 가문에게 있어서 얼마나 큰 수치인데 가만히 있겠냐고.’ 그러자 동혁은 노무식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넌 지금 당장 풍수사를 데리고 에메랄드전원을 답사해 살펴보고 동시에 3대 가문에게 말을 전해.” ... 에메랄드정원. 조구영, 천정윤, 허윤재. 세 가주가 다시 모였다. 요 며칠 H시 암흑가에서 큰 일들이 많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염동철이 도주했고 행방불명됐다. 그러면서 유일한 암흑가의 은둔고수이자 대부가 된 장해조가 강오그룹과 함께 성세그룹에 합병했다.이 일련의 일들이 암흑가의 구조를 크게 변화시켰고 3대 가문의 관심을 끌게 했다. “허 회장, 천 회장, 5일 후면 심 총지휘관의 취임식이야.” “이번에 잘 준비해서 지금껏 농간을 부리던 백항서를 해결하면 그다음에 성세그룹 문제를 처리할 수 있을 거야.” 조구영이 차를 마시며 나지막이 말했다. “조 회장의 말이 일리가 있어.” 천정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성세그룹이야말로 우리의 최대 적이고, 그 놈들을 H시 안에서 무너뜨려야 한다고 생각해.”
“의관총이라고?” “우리 조씨 가문 사람 백 명이 사는 에메랄드정원에 의관총을 세운다는 거야?” “네 놈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죽고 싶거든 다시 한번 말해봐? 내가 지금 당장 네놈을 여기에 묻어주마. ” 조구영은 여태까지 많은 일을 겪었지만 처음 듣는 황당한 말에 화가 나서 펄쩍펄쩍 뛰었다. ‘정말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우리 조씨 가문 조상들이 아시면 화가 나 당장 관 뚜껑을 열고 나오시겠군!’ “조 회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예요. 그분 뜻이 그러하니 저도 재차 반복해 말하지 않겠습니다.” 노무식이 말했다. “아, 그리고 마침 세 분의 회장님이 함께 계시니 그분이 회장님들께 전하라는 말을 알려드릴게요.” 3대 가문의 가주들은 인상을 쓰며 노무식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분이 전하라는 말은 이겁니다.” 노무식은 천천히 말했다. “3일 뒤면 백항남의 기일이다.” “조씨 가문의 모두는 3일 이내에 에메랄드정원에서 이사해.” “동시에 기일에는 3대 가문의 어른이나 아이,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두 백항남 관을 모시고 혼령을 위로해라.” “모두 상복을 입고 애도해야 한다.” “만약 따르지 않는다면 패가멸족시키겠어!” 노무식은 자신이 들었던 동혁의 냉혹한 말투를 흉내 내며 말했다. 3대 가문의 가주 모두 분노하여 안색이 심하게 어두워졌다. “노무식, 네 놈에게 말을 전하라고 한 사람이 누구냐?” 노무식을 매섭게 노려보는 조구영은 이미 화가 극에 달해 이마에 핏줄이 솟구쳐 올랐다. “전 그분이 누군지 감히 말할 수 없습니다.” 노무식은 병원을 나서면서 본 도독부 번호판을 단 지프를 떠올렸다.그 순간 그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동혁이 정말 이 전신이었어!’ ‘천우민, 그 개X식이 나를 함정에 빠트렸구나.’ 다행히 그는 동혁 앞에 제때에 무릎을 꿇었고 게다가 항남의 유골을 날린 주모자가 아니어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허윤재가 콧방귀를 뀌며 차갑게 말했다. “네 놈이 말하지 않는
허윤재가 다시 방법을 제안했다. “우리가 지금 백항서를 어떻게 할 수 없지만, 항난그룹에 문제를 일으킬 수는 있어.” “다른 곳에 불을 내서 주의를 돌리게 하는 거지.” “상대방을 공격할 수 없다면, 상대방을 구역질이 나도록 바쁘게 하는 거야.” 병원. “이 선생님, 노무식이 3대 가문에게 선생님의 말을 전했다고 합니다.” “동시에 그는 이미 자기 명의 회사의 모든 자산을 국가에 헌납했고, 백항남 씨의 기일에 모든 부하들과 상복을 입고 관을 들어 그분의 혼령을 위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장양호가 동혁에게 보고했다. “음, 그놈이 조금 반성하는 것 같으니 잠시 그놈 목숨은 살려주지.” 동혁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3대 가문과 노무식뿐 아니라 기일 당일 항남의 사고에 조금이라도 상관이 있는 사람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참석하게 해야 해.” “예, 제가 나중에 백효성을 통해 그 사람들을 모두 끄집어내도록 하겠습니다.” 장양호는 며칠 전에 동혁을 따라 R시에 갔었는데, 그때 이후로 백효성이 동혁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이 바로 그놈이 진정한 자기 역할을 할 때야.’ 동혁은 알았다고 대답을 하고는 장양호를 돌려보냈다. 바로 그때 백문수 부부가 입원한 것을 알게 된 수소야가 급히 병원에 도착했다. 육수아는 지나친 상심으로 혼절해 아직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백문수는 CT를 찍었는데 팔의 부상이 비교적 심각해 수술을 받았다. 백문수 부부가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것을 알고서 수소야는 비로소 한숨을 내쉬었다. “소야 씨, 항남에 관한 일은 들었지요?” 동혁이 물었다. 수소야는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고 눈빛에는 깊은 슬픔과 증오가 가득했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회장님, 저는 회장님께서 항남 씨를 대신해 꼭 모든 것을 바로 잡을 거라고 믿어요.” 동혁은 수소야가 백문수 노부부처럼 항남의 일로 충격을 받아 견딜 수 없을까 봐 걱정했었다. ‘지금 보니 소야 씨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희 씨의 콘서트 당일은 항난그룹 전 회장이었던 백항남 씨가 세상을 떠난 지 2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한데요.] [백항남 씨 기일에 항난그룹에서 기념행사를 준비한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혹시 이것이 조희 씨가 임시 콘서트를 연 것과 관련이 있나요?] 인터뷰가 계속 진행되었다. 왕조희가 대답했다. [그건 단지 우연일 뿐이에요.] 당사자의 입에서 우연이라는 단어가 나올수록 그 일은 더 미심쩍기 마련이었다. [그럼 조희 씨, 2년 전 H시에서 떠들썩했던 백항남 회장이 조희 씨를 성폭행한 사건에 대해 다른 할 이야기가 있나요?] [다른 할 말은 없어요. 이미 지난 일이에요. 전 과거에 얽매이는 거보다는 앞을 보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왕조희는 대범하게 말했다. [저에게 악몽 같았던 일이 있었던 H시로 돌아오기로 한 것도 제가 이미 과거의 일을 모두 내려놓았기 때문이기도 해요.] [항난그룹은 2년 전 들끓는 여론 끝에 파산을 했지만 최근 다시 그룹을 재건했는데요.] [조희 씨께서는 항난그룹에 대해 하고 싶으신 말이 있나요?] [특별히 할 말은 없어요.] 왕조희는 이렇게 말하면서 화제를 전환했다. [하지만 영향력 있는 사회적 기업인 항남그룹은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저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모든 것을 용서할 겁니다.] 왕조희의 솔직함과 관대함은 다시 한번 어린 간호사들의 놀라움과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왕조희, 정말 대단하다!” “우리 조희 언니는 정말 용감해! 성폭행을 당한 고통스러운 일을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칠 텐데 저렇게 태연하게 말을 할 수 있다니.” “백항남 그 짐승 같은 놈은 마누라와 자식까지 있는데 그런 일을 벌였으니 죽어도 싸.” “항난그룹이 분명히 사과해야 해.” 간호사들 사이에서 떠드는 소리가 멀리까지 들렸다.말을 들은 수소야는 충격으로 온몸이 떨렸고 힘은 빠져서 벽을 짚고 서야 할 정도였다. “그건 사실이 아니야, 사실이 아니라고...” “항남 씨는 나처럼 조희를 여
“이 양심도 없는 계집애 같으니, 내가 지 아빠랑 출장 갔다가 비행기 타고 올 때는 마중 한 번을 나오지 않더니!” 류혜연은 딸을 원망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또 왕조희인가?’ ‘정말 공교롭군.’ 동혁이 말했다. “하지만 방금 뉴스를 보니 왕조희는 이미 H시에 있는 호텔에 묵고 있던데요?” “그럼 분명 다른 데서 놀고 있겠지, 동혁 씨가 직접 전화해서 물어봐요. 그렇게 다 큰 여자애가 가면 어딜 갔겠어요?” 류혜연은 짜증스럽게 말하고는 언니인 류혜진과 이야기를 나누러 들어갔다. 동혁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집을 나섰다. 차를 몰고 고급 주택가를 벗어나 그는 장현소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아님 형부?] 곧 반대편에서 장현소가 말했다고는 믿기 어려운 단어가 들려왔다. 장현소는 원래 처음 만났을 때 동혁을 형부라고 시원스럽게 불렀다. 장현소의 가족에게 동혁은 능력 있는 남자로 좋은 이미지를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후 장해조의 일이 일어났다. 누명을 쓴 동혁은 결국 나중에 억울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그 사건은 동혁이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했고 그때부터 동혁은 장현소 가족의 무시를 받게 되었다. 장현소는 자신의 훌륭한 사촌 언니인 세화와 동혁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와는 반대로. 그녀는 백천기와 세화가 천생연분이라고 여겼다. 동혁은 장현소의 말에서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하고 말했다. “현소야 너 어디야? 네 엄마가 너를 데리고 오라고 하셨어.” [형부, 지금 전 팬클럽 친구들 몇 명하고 골드스타필드에서 놀고 있어요. 이따 저녁에 다른 일이 있고요. 나중에 제가 택시 불러서 타고 알아서 돌아갈게요.] 골드스타필드.동혁은 이곳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착한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어울려 노는 장소였다. 그래서 동혁이 말했다. “안돼, 네 엄마가 내게 시킨 이상 널 데려와야 해. 그러다 네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해?” 진지하게 한 동혁의 말이 장현
“어떻게 찾긴, 그냥 찾았지.” 동혁은 아무렇게나 대답하며 코를 움찔거렸고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 룸 안은 환기가 안돼 술 냄새와 담배 냄새로 가득했다. 이곳에 있는 팬클럽의 남자와 여자들은 나이가 많지는 않았지만 모두 사회인이어서 온갖 저속한 말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장현소는 평소에 단속이 엄격한 집안에서 잘한 순진한 여자였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을 상대해 볼 기회가 많이 없었다. 그녀는 때때로 순진한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들의 탐욕스러운 시선에 대해 조금도 경계심이 없었다. “현소야, 집에 가자. 엄마가 데려오라고 하셨어.” 동혁이 말했다. 너무 놀라 동혁을 쳐다보기만 하던 장현소는 동혁이 직원에게 물어서 자신의 위치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장현소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조금 있다가 다른 일이 있으니 형부 먼저 돌아가세요. 전 나중에 알아서 돌아갈 거예요. 엄마한테는 제가 전화해서 말할게요.” 동혁은 장현소의 불그스름한 얼굴을 보고 확신했다. ‘이미 술을 좀 마셨군.’ ‘만약 내가 이대로 가버리면 오늘 밤 현소에게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어.’ “그건 안돼. 그냥 지금 나하고 함께 집으로 가자.” 동혁은 바로 장현소에게 다가가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내려고 했다. 짝! 바로 그때 누군가 한 손을 뻗어 동혁의 손등을 세게 두드렸다. “지금 뭐지?” 동혁은 장현소의 옆에 앉아 있는 젊은이를 차가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 젊은이는 바로 좌영석, 그는 일어서서 동혁을 도발적으로 바라보았다. “뭐냐고? 당연히 현소의 일에 쓸데없이 참견하지 말라는 경고야!” “내가 현소의 사촌 형부인데, 왜 참견할 수 없지?” 동혁의 말투가 약간 차가웠다. ‘방금 전까지 이 놈이 현소를 보는 눈빛이 가장 수상했어.’ ‘그래, 내가 현소를 데려가려 하니 네놈의 계획을 망칠 것 같냐?’ 좌영석은 콧방귀를 뀌며 냉소했다. “당신이 현소의 사촌 형부인데, 그래서? 아무리 친형부라고 해도 현소가 무엇을 하든 참견할 수 없어.” 좌영석은
이 강 대표는 당연히 이전에 H시에 와서 세화를 만났던 강경영이다.거의 바닥에 엎드릴 듯한 자세의 우대평을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자격으로 H시상공회의소에 왔어. H시상공회의소를 재편성하고 분회로 만드는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서 말이야.”말을 하던 강경영이 소윤석 등을 힐끗 보고 무심한 듯이 물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모두 H시상공회의소의 회원이야? 거 참 공교롭네. 한 명씩 통지할 필요는 없는데.”강경영의 말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마치 H시상공회의소가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되는 문제는 이미 결정되었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에 전혀 아랑곳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눈알을 굴리던 우대평은 소윤석 등에게 망신을 주기로 했다.곧바로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공교롭게도 강 대표님이 오시기 전에, 이 100명이 넘는 회원들이 마침 이 세 가주의 인솔 하에 단체로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했습니다.”“지금의 H시상공회의소는 사령관인 저 우대평 한 사람만 남았습니다!”우대평은 체면이 깎이는 것도 마다 않고 거침없이 나불거렸다.세 가주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서,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앞에서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그러나 우대평은 소윤석 등이 갑자기 회원들과 함께 집단적으로 탈퇴했다는 사실을 강경영이 알게 하려는 것이다.‘사해상공회의소가 곧 H시상공회의소를 합병하려는 마당에 말이야,’‘그럼 고의로 사해상공회의소에 대항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겠지.’우대평의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재주가 뛰어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이 능청스러운 말을 듣자, 강경영은 곧바로 표정이 무거워지면서 냉소했다.“허허, 재미있네, 재미있어.”“누군가 일부러 우리 사해상공회의소와 손을 잡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야?”“우 회장, 방금 누가 앞장섰다고 했지?”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세 사람을 쓸어본 우대평이 흥분을 억누르며 말했다.“H시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입니다. 소윤석, 오종천...”“됐어, 됐어
그 말을 듣고도 우대평이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면, 정말 나이를 헛먹은 것이다.‘소씨, 오씨, 정씨 이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이 결국 이동혁만 신뢰하고 그 말을 따른다는 거야!’지금 우대평은 이미 진상을 알았지만, 왜 그런 지는 때려 죽여도 알 수가 없었다.“나는 불복해! 받아들일 수 없어!” “너는 새파란 양아치에 불과한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네 말을 따르는 거야?”비통한 표정으로 일어선 우대평이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 개자식, 세 가문이 네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대단한 거야?” “나 우대평의 머리 위에 올라타고 사람을 마구 업신여기겠다고?”“웃기지 마!”“그리고 소윤석, 오종천 이 개X끼들, 나 우대평이 늙어서 쓸모가 없다고 멋대로 내 얼굴을 때렸지?”“너희들은 나를 너무 얕본 거야!“내가 전력을 다해 추진해서, H시상공회의소가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기나 해?” “나는 앞으로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돼!”“이 신분이 있는데, 무슨 일류 가문이나 투자개발회사 모두 쥐뿔도 아니야!”“이동혁 저 개자식하고 나를 때린 이 개X끼들,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해!”우대평은 미친 듯이 모두를 향해 고함을 쳤다.먼저 이동혁이라는 한 새파랗게 어린 놈에게 미친 듯이 따귀를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직접 부른 회원들에게 따귀를 맞았기에, 우대평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났다.그러나 우대평의 이 말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었다.사해상공회의소라는 이 말을 듣자, 세 가주를 포함해서 그 자리에 있던 회원들 모두 표정이 갑자기 변했다.‘사해상공회의소, 그건 재계에서 두말이 필요 없는 거두야.’‘N도 재계 전체에 공포스러운 영향력과 통치력을 가지고 있지!’일부 S시 명문 가문의 핵심 구성원들도 모두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다. 예를 들어 S시 사씨 가문의 가주 사세충처럼.이런 거대 단체는 H시처럼 작은 곳에서는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다.지금 우대평이 자신이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될 거라
연이어 뺨을 네 대나 맞자, 우대평은 완전히 멍해졌다.뒤에 있던 백 명 가까운 회원들도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세 가문의 가주와 류진광을 보았다.이어서 눈빛은 홀 뒤편의 소파로 향했다.찻잔에서 조용히 김이 올라오고 차의 향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같은 세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짝!한 회원이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와서 우대평의 따귀를 때렸다.“나는 H시상공회의소를 탈퇴합니다!”“나도 탈퇴합니다!”“탈퇴합니다...”한 마디씩 울릴 때마다 한 대씩 뺨을 맞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10여 차례나 뺨을 맞은 우대평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그의 늙은 얼굴은 이미 맞아서 흐물흐물해질 정도였다.‘다른 회원들이 계속 앞으로 나오는데, 이대로 가면 우대평은 정말 산 채로 맞아 죽을 거야.’자기도 모르게 우대평을 동정한 소윤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여러분도 한 사람만 때리지 마세요. 옆에 두 사람이 더 있지 않습니까?”‘뭐, 두 사람?’우시연과 나건성이 설마 하면서 주저하는 사이에 한 사람이 앞으로 다가왔다.짝!손바닥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이어서 여기저기서 낭랑한 따귀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매를 맞은 두 사람이 울면서 용서를 빌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따귀를 때리는 건 계속되었다.모든 회원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뺨을 때리고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한다고 선포했다.우시연과 나건성 두 사람은 죽은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얼굴에는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이!‘이건 진짜 맞아서 흐물흐물해진 거야!’비록 두 사람을 나눠 때리느라 한 사람이 50대도 안 되게 따귀를 맞았다 해도, 이 역시 정상적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지금 두 사람은 마치 영혼이 가출한 듯 절망하면서 허공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우대평도 멍하니 앉아 있었다.“우 회장, 이게 바로
거의 100명에 달하는 회원들은 모두 H시 각 업계의 선두주자들이다.소씨, 오씨, 정씨의 3대 가문 가주의 인솔하에 일제히 H시상공회의소 본부로 몰려들었다.H시상공회의소가 설립되었을 때에도 이렇게 떠들썩하지는 않았다.이런 장관인 장면을 보자, 늙은 우대평의 마음은 큰 위안을 받았다. 흥분해서 피에 묻은 수염이 마구 떨릴 정도로!거들먹거리는 우시연과 나건성도 오늘처럼 의기양양했던 적이 없었다.우대평이 눈짓하자 나건성이 앞으로 나섰다.“회원 여러분, 오늘 여러분을 부른 이유는, 덕망 높으신 회장님이 뜻밖에도 자신의 근거지인 H시상공회의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맞았기 때문입니다!”“여러분, 회장님의 얼굴을 보세요. 모두 저 새끼가 때린 겁니다.” “연세도 많은 회장님인데, 저놈은 노인에게 이렇게 무자비하게 손을 댄 겁니다!”“여러분 중에 우리 회장님과 연세가 비슷한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오늘 만약 저놈이 참혹한 대가를 치르지 못하게 한다면, 앞으로 저놈은 점점 더 심하게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여러분을 업신여기지 않겠습니까!”“저런 흉악하고 악랄한 극악무도한 흉악범은 바로 눌러서 일벌백계해야 합니다!”나건성은 더없이 슬프고 분개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선동했다.단 몇 마디 말로 동혁을 극악무도한 흉악범으로 만든 것이다.“맞아요, 바로 눌러버려야 해요!”우시연도 튀어나와서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저희 큰아버지는 H시의 1세대 기업가입니다. 1세대 갑부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서, H시 재계의 발전을 위해서 헤아릴 수 없는 발전을 이루었습니다.”“저 이동혁이 저희 큰아버지에게 불경한 짓을 한 건 바로 H시상공회의소를 도발한 겁니다.”“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 회원들을 도발하는 겁니다. 절대 쉽게 용서할 수 없습니다!”“큰아버지가 여러분이 한 사람씩 이동혁의 뺨을 때리라고 하셨어요. 얼굴이 문들어질 때까지!”“소씨, 오씨, 정씨 세 가문의 가주들께서 먼저 모범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우시연은 선두에 선 소
다행히 차는 한 모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시연의 얼굴은 망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큰아버지, 저 개자식이 감히 끓는 물을 나한테 끼얹었어요. 저 자식을 죽여요! 죽여버려요!”우시연은 감히 더 이상 동혁에게 소란을 피우지 못한 채, 멀찌감치 숨어서 우대평의 팔을 잡아당기며 소리를 질렀다.우대평은 냉혹한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연아, 걱정 마라. 회원들이 도착하면 바로 저 나쁜 놈은 죽어!”“우리 H시상공회의소는 H시 최고의 기업가들을 망라하고 있지. 저놈은 그게 얼마나 공포스러운 힘인지 전혀 몰라!”우시연을 달래면서 동시에 동혁을 협박하는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단지 여유롭게 앉아서 진득하게 세화에게 차를 끓여 주었다.“회장님, 전화 다 했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건성이 핸드폰을 들고 달려왔다.우대평은 동혁을 일끗 보고는 일부러 침착하게 물었다.“오고 싶지 않다는 회원이 있으면 바로 노트북에 기록해 둬.” “저 이가 놈 양아치를 해치운 뒤에, 내가 바로 그자들과 결판을 내겠어. 몽땅 다 H시상공회의소에서 쫓아낼 거야!”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그 역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지 알고 싶었다.이는 자신의 체면과 관계된 중대한 일이기에.“회장님, 노트북에 기록할 필요도 없어요!”나건성이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서 말했다.“제가 일단 몇몇 일류 가문의 가주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동혁이 H시상공회의소에서 또 소동을 피우고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가주들 모두 두말없이 즉시 달려오겠다고 했습니다.”“H시에 있는 다른 회원들도 모두 두말하지 않고 곧바로 출발했습니다.”“가까운 곳에 있던 회원들은 아마 벌써 도착했을 겁니다!”“하하하...”나건성의 말에 우대평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거들먹거리면서 동혁을 노려보던 우대평이 이를 갈며 말했다.“나쁜 자식, 들었지! 이게 바로 나 우대평의 체면이야! 이게 바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인 내 권위야!”“
“어? 이 늙은이가, 이제는 체면도 내팽개쳤네. 아예 필요 없다는 거야?”동혁은 오히려 이전과 다름없이 침착했고 심지어 웃기도 했다.“다행히 나는 진작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어. 네 뺨을 때리면, 이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개X끼, 이제 보니 이게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었어!”손으로 입가의 혈흔을 닦아낸 우대평이 이를 갈면서 동혁을 노려보았다.“방금 나를 때린 행동이 네게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올지 알려주겠어!”지금 우대평은 이미 동혁을 평생 가장 증오하는 사람으로 여겼다.만약 동혁의 무서움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우대평 자신의 손으로 동혁의 가죽을 벗기고, 동혁의 살을 씹어 먹고 피를 마시고 싶을 정도였다!“재앙? 이번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와 비교할 수 있겠어?”갑자기 앞으로 나간 동혁이 우대평을 집어서 한쪽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몸을 돌려 세화에게 손을 흔들었다.“여보, 이리 와.”“왜?”동혁의 속내를 알 수 없었지만, 세화는 그래도 동혁에게 다가왔다.“우대평 저 늙은이는 기본적인 예의도 몰라. 당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서 있는데도, 자리도 마련하지 않고 말이야.”“이제 이 자리가 당신 자리야, 앉아!”동혁은 다짜고짜 세화를 우대평이 앉았던 소파에 앉게 했다.이 자리는 바로 H시상공회의소의 우대평 회장 자리다.“목마르지, 내가 차를 끓여 줄게.”동혁은 옆의 쟁반에 있던 주전자를 들고 찻잔을 데운 뒤에 차를 추가했다. 곧 우롱차 한 주전자를 끓여서 두 사람의 잔에 따랐다.우대평 일행은 모든 과정을 빤히 지켜보았다. 두 눈에서는 불을 뿜었지만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동혁의 발이 우대평의 가슴을 계속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들 모두는 동혁이 조심하지 않아서 우대평을 산 채로 밟아 죽일까 봐 두려웠다!그제서야 동혁은 우대평의 가슴에서 발을 뗀 뒤에 찻잔을 쥐고 세화의 옆에 앉았다.“이 차는 괜찮네.”동혁은 천천히 한 모금 음미한 뒤 고개를 들고 우대평을 힐끗 보았다.“내게 재난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