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경매가 시작되기 전에 규칙을 말씀드리겠습니다!”그때 곽경신이 앞의 단상에 올랐다.이번 경매는 정규 경매 행사도 아니기에, 엠퍼러는 전문적인 경매회사에 위탁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준비했다. 곽경신이 사회와 진행을 맡았다.“규칙은 아주 간단합니다. 우리 엠퍼러에서 20%의 지분을 걸고 경매를 진행하는데, 가격이 높은 사람이 얻게 됩니다!”‘20%의 지분이라면 상당히 많은 걸.’리성투자회사처럼 5%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 투표권을 가진 중요 대주주가 되어 직접 이사회를 소집하고 이사장을 해임할 수도 있다.가족기업인 엠퍼러는 대부분 주식이 임씨 가족의 손에 장악되어 있어서, 지분율이 줄어들지 않았다.20%의 지분이라면, 엠퍼러에서 상당히 높은 발언권을 가질 수 있고, 엠퍼러의 향후 중대한 전략과 운명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엠퍼러의 임원들은 정말 멍해졌다.‘거액의 자금을 얻기 위해서, 엠퍼러를 이렇게 외부인이 장악하는 위험한 지경에 이르게 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다니!’동혁은 가성휘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지만, 어떻게 임씨 가문 사람들을 설득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이때 곽경신이 이어서 말했다.“이번 경매의 시작 가격은 천억 원입니다. 매번 인상가는 20억 원 이상이어야 합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천억 원?’동혁은 눈살을 찌푸렸다. ‘엠퍼러의 현재 국민적 인기라면, 한번에 20%의 지분을 경매하는데 천억 원의 시작 가격은 너무 낮아.’세화가 옆에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NS홀딩스에 맞추기 위해 일부러 시작가를 낮게 정한 뒤 그 배우들에게 가격을 높이라고 했을 거야.” “그리고 다시 NS홀딩스가 높은 가격을 불러서 경쟁이 치열하다는 허상을 만드는 거지. 마지막 거래가는 그리 높지 않을 거야.”세화는 한 눈에 곽경신 일당의 속임수를 간파했다.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럼 한번 지켜보지, 뭐.”“천이십억 원”“천사십억 원!”“...”현장에 있던 투자자들은 이미 팻말을 들고 가격을 경쟁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팻
그리고 뒤돌아선 강 팀장이 보안 대장과 직원을 가리키며 말했다.“너, 그리고 너희들 말이야, 이 선생님이 오셨는데 접대를 잘 하지 않은 건 말할 것도 없고, 오히려 쫓아내려고 하다니! 어디서 간이 배밖으로 나온 거야!”“이 선생님이 한 마디만 하시면, 너희들은 바로 해고라는 걸 알아?”“잘 기억해! 컨벤션 센터에서 이 선생님은 영원히 가장 존귀한 귀빈이시니까!”강 팀장은 굳은 표정으로 경비원들을 한바탕 꾸짖었다.“이 선생님 죄송합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얼굴이 하얗게 질린 보안팀장과 경비원들은 얼른 사과했다.강 팀장이 다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이 선생님, 나중에 제가 이 친구들에게 반성문을 쓰게 하겠습니다.” “조금 있다가 저하고 함께 센터를 한번 참관하지 않으시겠습니까?”“모처럼 컨벤션 센터에 오신 김에 저희 업무도 한번 살펴보시지요. 저희 전체 직원들이 이 선생님 가르침을 경청할 수 있게요!”곽경신과 가성휘, 그리고 투자자들은 지금 좀 멍한 상태였다.‘어떻게 된 거야?’‘저 강 팀장은 이동혁을 마치 큰 지도자처럼 여기고 있잖아?’이 사람들은 당연히 동혁의 진짜 정체를 모른다.그러나 강 팀장은 당연히 알고 있다. 강 팀장이 보기에는 정말 동혁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아니다.곽경신이 엠퍼러를 대표한들 무슨 소용인가! 그 투자자들이 하나같이 H시에 거대한 투자를 가져다줄 수 있다 해도 무슨 소용인가! 모두 동혁이 한 마디만 하면 아무 효과가 없는 것을!‘시장님이 한 마디만 하면, 저 인간들은 기가 죽은 채 그대로 찌그러져야 하는 걸.’동혁은 손사래를 쳤다.“됐어, 지금은 시찰하러 온 게 아니야.”“그거 정말 아쉬운데요.”아쉬운 표정을 지은 강 팀장이 또 곽경신을 힐끗 보고는 먼저 말했다.“엠퍼러의 사람이 뜻밖에도 이 선생님을 쫓아내려고 하다니!” “그렇다면 내가 직접 당신들을 쫓아내겠어! 길거리에 서서 경매를 하게 말이야!”이 말을 듣자, 곽경신과 가성휘 등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만약 정말 쫓
“곽경신, 당신한테 나보고 꺼지라고 할 권한이 있어?”동혁이 눈썹을 찌푸렸다.곽경신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권한이라, 권한은 바로 우리 엠퍼러가 오늘 컨벤션센터에서 경매를 거행하는 거야.” “네가 경매에 초청을 받지 못했으니, 우리는 너를 추방할 수 있지!”“낯가죽도 두껍지, 빨리 꺼져! 여기서는 너를 환영하지 않아!”“억지로 안 가는 게 재미있어?”가성휘 계열의 투자자들도 끊임없이 빈정거리면서 즐기고 있었다.세화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동혁의 팔을 잡아당기면서 말했다.“여보, 우리 가자.”세화는 오히려 이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만 남아 있어도 또 가성휘 패거리의 냉소와 조롱을 들어야 할 테니, 별로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다.“왜 우리가 가야 해? 누가 가야 하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아!”웃으면서 세화의 손을 어루만지던 동혁이,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지금 컨벤션센터에 있는데, 누군가가 나를 쫓아내려고 하네요.”전화를 받은 사람은 바로 시청의 2인자인 임창호 부시장이었다. 이 말을 듣자, 식은땀을 흘리면서 임창호가 재빨리 대답했다.[그게... 시장님, 제가 곧 컨벤션센터 책임자에게 처리하라고 하겠습니다!]동혁은 전화를 끊었다.H시 컨벤션 센터는 시청의 자산이다. 직원들도 모두 시에서 정식으로 뽑은 공무원이고 시청 산하의 정식 기관이다.‘그런데 여기서 시장인 자신을 쫓아내려고 하다니.’ 동혁은 정말 웃음만 나왔다.“이동혁, 네가 누구에게 전화를 하든 오늘 너는 반드시 꺼져야 해!”동혁의 행동을 그저 잔꾀를 부리는 걸로 치부한 곽경신은, 곧바로 뒤에 있는 부하들에게 손짓을 했다.“경비원을 불러서 쫓아내!”곧 경비원 10여 명이 몰려왔다.우두머리의 보안팀장이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선생님, 경매장의 질서를 어지럽히지 마시고 바로 나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강제 조치를 취할 겁니다!”“당신들은 컨벤션 센터의 경비원이야, 아니면 저 인간이 기르는 개야!”동혁은 곽경신을 가리키며 차가운 목소
“풉!”동혁의 말에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엄마라고 부르라고?’‘저 투자자 나이는 진세화의 아버지뻘도 되겠는데!’다행히 동혁도 반격을 생각해 낼 수 있었다.세화도 화를 내며 동혁에게 눈을 흘겼다. 하지만 방금 전에는 분명히 화가 났는데, 지금은 화도 나지 않고 오히려 마음이 흐뭇했다.그 투자자를 힐끗 보던 동혁의 안색이 갑자기 싸늘해졌다.“정 발을 씻겨 주고 싶으면, 집에 가서 니 엄마 발이나 씻겨 드려! 내 앞에서 모욕이나 당하지 말고!”‘무슨 얼어 죽을 투자계 선배야, 그저 찌질한 놈일 뿐인데.’‘다른 사람을 희롱할 때는 히죽거리면서, 자신이 희롱 당하는 차례가 되니까 수치심에 화나 내고 말이야.’동혁은 이런 인간은 쳐다보는 것도 귀찮았다.“너!”그 투자자는 두 눈에 핏발을 세우면서 동혁을 씹어먹지 못하는 걸 한스러워했다.“이 친구야...”남자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한 가성휘는 고개를 돌려 싸늘한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았다.“자식, 주둥이를 제법 잘 터네. 그런데 너는 여기 왜 온 거야? 너희 원화투자회사는 이미 배제되었는데, 오늘 경매가 너하고 관계가 있어?”동혁이 씩 웃으며 말했다.“가 회장이 오자마자 곳곳에서 저격하네, 왜? 내가 경매에 참가해서 네 먹이를 뺏을까 봐?”그 말을 듣자 가성휘의 안색이 잠시 흐려졌지만, 여전히 냉소했다.“내가 너를 무서워할 것 같아?”“이동혁, 오늘 이 경매는 우리 NS홀딩스가 반드시 얻게 될 거야. 너 같은 구경꾼은 말할 것도 없지.”“너도 안 보여? 심권호나 조세강, 노청원 나태현 같은 사람들 왔어?”가성휘는 승세를 잡았다는 듯한 뉘앙스로 말했다.그 말을 듣고 난 뒤에야, 동혁은 조세강 같은 사람들이 확실히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레드썬저축은행, 녹원펀드, HG저축은행.’‘이런 H국 최고의 투자회사들이 모두 이 자리에 오지 않았어.’‘N도 투자계에서는 손꼽히는 심권호의 NG홀딩스도 사람을 보내지 않았어.’동혁이 장내를 쓱 훑어보았다.장내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은 동혁에게 집중되었다. 곽경신의 갑질에 과연 어떻게 대답할지 보고 싶어서, 흥미진진하게 동혁을 지켜보았다.동혁은 고개를 끄덕였다.“봤지, 왜 안 봤겠어?”“어때, 내 인터뷰가 괜찮았어? 충분히 시원하게 욕을 했나?”곽경신은 조롱하듯이 도발적인 표정을 지었다.동혁은 여전히 평온하고 담담하게 웃었다.“그럭저럭 괜찮았어.”곽경신의 표정이 가라앉으면서 입을 열려고 할 때, 시원한 웃음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그럭저럭 괜찮았다고? 곽 부사장이 아직 심하게 욕을 하지 않았나 봐, 하하하...”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성큼성큼 다가왔고, 동혁은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었다.NS홀딩스의 오너인 가성휘!“가 회장님 오셨군요. 왜 일찍 말씀해 주시지 않았어요? 제가 문 앞에서 영접했을 텐데!”아부와 비위를 맞추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곽경신은 얼른 다가가서 가성휘와 악수를 했다.이전에도 가성휘는 감히 곽경신이 우러러볼 수밖에 없는 거물이었는데, 바로 방금 전에 비로소 가성휘의 뒤에 더 강한 배경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이 사람이 튤립펀드가 H국에서 뒤를 받쳐주는 대리인이라니.’‘임문한도 튤립펀드의 체면을 세워줘야 할 정도인데 말이야.’튤립펀드가 후원한다고 생각하자, 가성휘는 곽경신의 마음속에서 훨씬 더 대단한 존재가 되었다.“하하, 모두 친구인데 이렇게 사양할 필요 없어.”입에 시가를 문 가성휘가 짐짓 보스의 기세를 풍기면서 손사래를 쳤다. 눈빛은 또다시 동혁에게 향하면서 전혀 거리낌 없이 비웃었다.“어떤 사람은 얼굴이 너무 두껍네. 이미 거절당했는데도 뻔뻔스럽게 오늘 경매에 참석하다니 말이야.” “곽 부사장이 욕을 해도 그저 간지러운 정도인 모양이지.”“맞습니다, 맞습니다.”곽경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저도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스러울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평소에 너무 많이 무시당해서 이미 존엄이 뭔지도 모르는 모양이지요.”“하하...”동혁에게 호감이 없는 일부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데려온
임홍장이 말했다.“그리고 제가 듣기로는 당시 이동혁이 튤립 가문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죽고 싶어 환장을 했는지, 이 전신을 사칭하면서 Y국 총영사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간이 배밖에 나온 거지요!”“재미있네, 재미있어...”씩 웃은 임문한이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동혁이 튤립펀드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모양이네. 그렇다면 이번에는 내가 앤드류 경에게 작은 선물을 해야겠어.”곽경신이 냉소하며 말했다.“임 선생님, 오늘 경매에 무법천지로 날뛰는 이동혁이 분명히 와서 소란을 피울 겁니다. 어쩌면 암흑가의 부하를 보내서 소란을 피울 수도 있고요.” “그때 경찰에 신고하면, 곧바로 조폭 두목의 죄명을 뒤집어 씌우면서 잡을 수 있습니다.”“그거 마음에 딱 드네!”임문한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이동혁이 제 발로 찾아온다면, 내가 다시 갈 필요도 없겠지!”바로 그때 곽경신의 핸드폰이 울렸다.핸드폰을 보던 곽경신이 경악하면서 말했다.“임 선생님, 연락이 왔습니다. 이동혁은 역시나 이미 아래층의 경매 장소에 도착했는데, 자기 아내만 데리고 왔다고 합니다.”“어?”임문한이 눈썹을 세우면서 손짓했다.“네가 내려가서 이동혁을 맞이하도록 해.”“네!”곽경신은 공손하게 인사한 뒤 곧바로 사무실에서 나갔다....이때 세화는 동혁을 따라서 경매장이 있는 층에 도착했다.오늘 이 장소에 온 사람들은 적지 않았다. 사람들 속에서 앞서 금우자동차센터에서 만났던 투자자들도 볼 수 있었다.동혁을 발견한 투자자들도 순간 모두 의아한 표정이었다.어제 곽경신의 인터뷰를 통해서, 사람들은 이번 경매에서 원화투자회사가 유일하게 배제된 투자자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원화투자회사 사장 이동혁이 왜 직접 온 거지?’의아하게 생각하긴 했지만, 이 투자자들도 단지 보기만 할 뿐, 더 추측하기도 귀찮았다.동혁에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기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