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효성은 즉시 앞으로 나서며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그분이 오늘 저녁 식사 전에 하 선생님을 H시로 돌려보내라고 했습니다.” “동시에 원용 사장님과 선생에 납치에 가담한 부하들에게 H시 하늘 거울 저택으로 찾아와서 무릎을 꿇고 그들에게 맞은 부부에게 사과하라고 했습니다.” “또한 하 선생의 머리털 하나라도 건드렸다면 R시 이씨 가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거라고도 전하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하원종은 자꾸 웃음이 나왔다. 그는 이미 동혁이 손을 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천미는 이상하게 표정을 찡그렸다. 그녀도 이것이 확실히 동혁의 원래 말투라는 것을 단번에 알았다. ‘백효성에게 말을 전하게 한 그 거물이 정말 이동혁이라고?’ 그리고 말을 들은 이씨 부자 둘은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 “백효성, 네놈이 죽고 싶어?” 이원용은 벌떡 일어나 상대방을 향해 노발대발했다. 이정산은 계속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풀썩! 백효성은 놀라서 즉시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급히 해명했다. “회장님, 이건 제가 한 말이 아닙니다. 저도 단지 그분을 대신해 말씀을 전한 것뿐입니다. 그분 말투가 원래 이렇습니다.” “그게 대체 어떤 놈이야? 내가 당장 그놈을 죽여버릴 거야.” 이원용이 분노해 소리쳤다. “닥쳐!” 이정산은 손을 내밀어 이원용을 저지하고 굳은 표정으로 백효성을 노려보았다. “백 사장, 네가 말하는 그분이 누구야?” “그분은 H시에 계시는데 이름은 이무적이라고 합니다.” 백효성은 고개를 들고 조용히 이정산의 안색을 살폈다. 역시‘이무적'이라는 세 글자를 들으니. 이정산은 표정이 즉시 변하며 온몸을 떨었다. 그의 눈에는 두려움이 짙게 배어 있었다. ‘이무적?’ ‘설마 군부에 계시는 그 이 전신?’ “백효성, 너도 죽고 싶어서 그래? 지금 우리를 놀리는 거야? 우리 아버지를 이무적이라고 부르는 것 말고 누구를 감히 이무적이라고 부르는 거야?” 이원용은 살기를 풍겼다. 옆에서 천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
백효성은 곧바로 정원에서 쫓겨났다. 천미는 동혁을 위해 몇 마디 부탁했지만 이정산은 망설임 없이 그것을 거절했다. “벌레 같은 놈이 감히 하늘을 향해 덤비다니. 죽는 자리인지도 모르는 놈. 이번엔 그 누구도 그놈을 지켜줄 수 없어.” 이정산은 이번에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이 이 전신을 사칭해서 하마터면 내가 바로 추태를 부릴 뻔했어.’ ‘그랬다가 엄청난 웃음거리가 될 뻔했다고.’ “하하, 정산 형님, 손가락 하나로도 죽일 수 있는 그 쓸모없는 인간을 가지고 괜히 화를 낼 필요 없어.” 이때 이심이 크게 웃으며 이정산에게 권했다. 이정산은 이심의 말을 무시하며 물었다. “이심이 너는 이번에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어?” “나도 하 선생의 일로 왔지. 형님에게 우리 N도 이씨 가문의 얼굴을 좀 봐서 하 선생을 데려가게 해달라고 부탁하려고.” 이심은 말하면서 하원종을 향해 웃었다. 그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가 동혁을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불렀을 때 하원종은 속으로 그를 완전히 비웃고 있었다. 하원종은 이심이 이 집에서 자신을 데려가겠다는 호의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데려간다고? 안 돼! 오늘은 그 누가 와도 하 선생을 데려갈 생각 마!” 이심은 자신이 방금 제시간에 도착해 이정산의 난처함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상대방은 분명히 자신의 부탁을 흔쾌히 승낙할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정산이 바로 부탁을 거절할 줄은 몰랐다. 이심의 표정이 즉시 나빠졌다. “정산 형님, 이러깁니까? 형님과 N도 이씨 가문은 모두 먼 친척인데 이렇게 체면을 구기기 있어요?” “N도 이씨 가문이 뭐라고.” 이정산이 콧방귀를 뀌며 일어나 이심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모를 것 같아. 이번에 원용이가 하 선생을 납치한 게 모두 네놈이 이용한 거잖아.” “그러면서 감히 거들먹거리며 달려와 사람을 데려가겠다고 요구하다니. 지금 이 이정산을 뭘로 보는 거야?” “이제 내가 하 선생을
“뭐라고? 그 인간이 미쳤나?” 동혁은 갑자기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왔다. “어, 알겠어.” 동혁은 전화를 끊었다. 바로 그때 세화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다가왔다. “동혁 씨, 나가지 말라는 내 말만 듣고 그 입은 도저히 통제가 안되는 거야?” 세화는 동혁을 노려보았다. “왜 그래, 세화야?” 류혜진이 얼른 물었다. “동혁 씨가 백효성에게 말을 전하게 했어요. 또 이 전신을 사칭해서요. 그랬더니 이제 이정산이 저녁 식사 전에 자기 앞에 무릎을 꿇으래요.” 세화는 어쩔 수 없이 사실을 말했다. “동혁이 너 죽고 싶어서 그래? 네가 하 선생님을 아무리 구하고 싶어도 그렇지 이 전신을 사칭할 필요는 없잖아. 이전의 교훈으로는 부족한 거야?” 류혜진은 동혁의 귀를 세게 잡아당겼다. “언니, 진짜 어이가 없네. 언니는 어떻게 이런 이상한 사위를 다 받아준 거야?” 류혜연도 동혁이 이렇게 죽을 짓을 벌일지 몰랐다. “이제 어떻게 할 건지 말해봐. 하 선생님 때문에 이미 마음을 졸이고 있었는데 지금 너 때문에 또 걱정이 늘었어. 이런데 우리가 어떻게 괜찮을 수가 있어?” 류혜진은 화가 나서 또 동혁을 꼬집었다. 동혁이 말했다. “어떻게 하긴요. 이정산이 저에게 R시로 오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럼 제가 지금 만나러 가야죠.” 동혁은 태연한 얼굴로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류혜진은 그 모습을 보고 화가 더 치밀었다. “지금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몰라서 그래? 네가 가면 이정산이 널 가만 놔둘 줄 알아?” “그 사람은 N도 이씨 가문도 그냥 무시한다고.” 류혜진은 세화를 바라보았다. “세화야, 천미는 뭐라고 해? 동혁이가 사과하면 용서해 주겠데?” 이번에 동혁은 진창하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하원종을 데려왔다. 그 일로 동혁은 류혜진에게 많은 점수를 땄다.그녀는 동혁을 생각해 그에게 사고가 생기지 않기를 바랐다. “언니가 일단 동혁 씨를 먼저 보내면 그들이 동혁 씨를 해치지 않도록 도와준데요.” 세화는 차 열쇠를
쾅! 큰 소리와 함께. 길목에 있는 무게가 수백 킬로에 달하는 검은색 화산석 현판이 큰소리와 함께 떨어졌다. 현판은 땅에 세게 쓰러져 산산조각이 났다. 강변 관광로. 사람과 차를 막론하고 모두 그 모습에 가던 길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현판이 쓰러진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정산, R시에 수십 년 동안 자리를 지킨 은둔 고수.’ ‘저 사람 집 현판이 오늘 다른 사람에 의해 헐리다니.’ 누군가가 석훈의 머리에 돌을 던지려 했다. “누가 감히 우리 이씨 가문 현판을 헐어? 죽고 싶어?” 거대한 움직임이 정원의 경호원들을 놀라게 했다. 정장 차림에 헤드셋을 낀 한 무리의 사내들이 대뜸 소리치며 뛰쳐나왔다. “내가 헐었는데 왜?” 석훈은 당당하게 걸어갔다. “너 죽고 싶어?” 선두에 선 정상 차림의 사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주먹을 쥐고 바로 손을 쓰려고 했다. 뒤에 있는 동료들이 막으려고 해도 이미 늦었다. “무석 형님, 저 많은 군인들이 총을 들고 있는 게 수상해요.” 동료가 주의를 줬을 때는 이미 늦었다. 쓱! 척! 총기들이 움직이며 가지런한 소리를 냈다. 다음 순간. 하나같이 시커먼 총부리가 이미 주무석을 겨누고 있었다. 그의 뒤에 있는 경호원들도 예외가 없었다. 모두 총부리에 겨냥되어 있었다. “이런...” 주무석의 얼굴에 있던 화가 그대로 굳었다. 분명히 더운 날인데도 그는 몹시 추운 듯 몸이 떨려왔다.얼굴이 하얗게 변하더니 입술도 파랗게 질린 채 꼼짝도 하지 못하고 서 있었다. 나머지 경호원들도 모두 그와 똑같았다. 괜히 움직여 몸에 총알구멍이 생길까 봐 두려웠다. “나보고 죽고 싶냐고?” 석훈이 담담하게 물었다. “아니요, 저에게 말한 거예요.” 주무석은 입술을 바르르 떨며 두 팔을 올렸다. 석훈은 콧방귀를 뀌며 손을 내저었다. “모두 잡아!” 뒤에 있던 강철장갑 제1병단 사람들이 대답과 함께 움직였다. “머리에 손 올리고 움직이지 마.” 주무석 등은 가만히 머리에 손을 올리
이 싸늘한 목소리를 듣고 이정산은 눈살을 찌푸렸다. “원용아, 밖에 누구야? 이정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이원용은 대답하지 않았다. “내 손발을 부러뜨릴 거야?” 그 싸늘한 목소리가 다시 물었다. “그, 그게, 농담이야, 농담...” 이원용은 다급해진 목소리로 말했는데 약간의 울음소리도 섞여 있었다. 이정산은 마침내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응접실 입구를 바라보았다. 이원용이 이정산을 등지고 있었다. 그리고는 두 손을 들고 조심스럽게 안쪽으로 물러났다. “헉!” 다음 순간 놀란 이정산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눈꺼풀은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뜻밖에도 이원용이 권총에 겨냥되어 안으로 들어왔다. 권총을 든 석훈은 이원용을 겨눈 채 응접실 안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들어섰다. 동혁과 천미는 말없이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 뒤에는 무장한 강철장갑 제1병단 군인들이 있었다. 이정산은 더 이상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는 몸을 일으켜 응접실 중앙으로 걸어갔다. 힐끗 쳐다보니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리는 자신들 정원의 경호원들이 바깥 공터에 머리에 손을 올리고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이정산은 이원용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석훈을 바라보았다. ‘견장을 보니 지휘관이군.’ ‘강철장갑 제1병단 대장까지 저 사람 뒤를 따르고 있어.’ 그 순간 이정산은 이미 석훈의 정체를 알아챘다. 이정산의 마음속에 거칠고 사나운 동요가 일었다. 하지만 애써 침착하게 석훈에게 인사했다. “심 총지휘관께서 이런 곳까지 오셨군요, 무슨 일이신가요?” “이 늙은이, 모르는 척하기는?” 석훈은 이원용을 그대로 당기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어제 하 선생님을 납치했는데, 네 아들놈도 나를 흉내 냈더군. 난 어릴적부터 하 선생님을 알고 자라서 아무 상관없지만 네 아들이 나처럼 해도 된다고 생각해?” 퍽! 말을 마치자 석훈은 한 발로 이원용을 걷어찼다. 이원용은 괴로워하며 끙끙 앓
천미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석훈이 도착하자 동혁은 기세등등해졌다. ‘또 남을 믿고 허세를 부리기 시작했구먼.’ ‘그래도 이번에는 눈치가 있는지 감히 자기가 이 전신이라고는 안 하네.’ ‘하긴 그랬다간 석훈 오빠가 저놈을 산 채로 죽일 테니.’ 이정산은 무릎을 꿇고 계속 벌벌 떨었다. 그는 당연히 동혁의 말을 사실로 여기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그는 절대 “이무적”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 “병원에 가서 사람을 납치한 게 누구지?” 동혁은 높이 있는 의자에 가서 앉으며 담담하게 물었다. “이 선생님, 제 밑에 개 같은 놈들이 납치한 겁니다. 제가 당장 그 놈들을 불러오라고 하겠습니다.” 이정산은 무릎을 꿇고 그의 주변으로 몸을 돌렸다. 동혁은 알겠다며 대답했다. 곧 이원용을 따라 H시로 가던 다섯 부하들이 모두 손이 꺾여서 들어왔다. 그들은 땅바닥에 일렬로 무릎을 꿇었다. 이원용도 스스로 무릎을 꿇고 말했다. “이 선생님, 제가 자백하겠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정말로 하 선생님을 별로 존경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선생님을 거칠게 대하지는 않았습니다.” “나도 알아. 하 선생님도 그런 것을 따지지 않는 분이시지. 그러니 나도 그 일은 잠시 언급하지 않겠어.” 동혁이 말했다. “지금 내가 지금 따지고 싶은 것은 다른 일이야.” ‘하 선생님을 납치한 것 외에 또 무슨 일이 있지?’ 모두들 멍하니 생각했다. 이대 하원종이 분노를 표출하며 말했다. “이원용, 네놈이 병원에서 뺨을 때린 류 사모님이 저분의 장모님이야.” “뭐라?” 이원용은 너무 놀라서 순간 멍해졌다. “개X식, 당신은 왜 나한테 그걸 알려주지 않았어? 정말 간이 부어서 죽고 싶은 거야?” 이정산도 깜짝 놀라 이를 갈며 욕설을 퍼부었다. “빨리 이 선생님에게 사과하지 않고 뭐 하고 있어?” “사과는 나중에 저놈의 아버지인 네가 대신 H시로 가서 해.” 동혁은 이원용에게 손짓을 했다. “이리 와.” “이 선생님, 제
이정산이 자신의 전 재산을 내놓겠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은근히 이정산의 결단에 감탄했다. ‘뜻밖에도 그 아까운 전 재산을 내놓아 재앙을 모면하려 하다니.’ 하지만 그가 화나게 한 것은 동혁이었다. “좋아, 그럼 국가에 헌납하는 것으로 하지.” 동혁은 손을 내저었는데, 그 돈을 자신이 갖지 않았다. 더욱이 동혁은 이런 돈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동혁이 다시 말했다. “그리고 R시의 일은 심천미에게 맡기고 자네는 은퇴해.” 이곳으로 들어오기 전에 동혁은 마침 천미가 가진 암흑가의 영향력을 강화시킬 생각이 있었다. ‘이렇게 하면 나와 세화 모두 많은 번거로움을 덜 수 있으니까.’ 천미는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동혁이 이렇게 대담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저렇게 허세를 부리며 이정산에게 권력을 넘겨주라니.’ 그녀는 석훈을 보았다. 상대방은 동혁의 말에 아무런 이의가 없는 것 같았다. 천미는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동혁, 이 녀석 정말 일을 잘 처리는 데? 석훈 오빠 앞에서 내를 위하는 척하다니.’ ‘어쩐지 석훈 오빠가 먼저 앞장서더라니.’ 아말을 들은 이정산. 이미 부모를 잃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동혁이 이런 결정을 내릴 줄은 몰랐다. 동혁 결정은 R시 이씨 가문에게 매우 큰 타격이다. 재산이야 잃으면 다시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일단 은퇴하면 이정산은 다시 권력을 회복할 가능성이 없었다. “감사합니다. 제 작은 목숨을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설사 마음에서 피눈물을 흘리더라도 이정산은 동혁에게 끊임없이 감사를 표했다. 이정산이 지금 와서 후회해도 이미 상황은 늦었다.그는 이제야 하원종이 말한 멸문지화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무리 중에서 소식을 듣고 달려온 백효성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원래 동혁의 손을 빌려 이정산을 없애려고 생각했었고 그렇게 되면 자신이 R시의 최고 고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의 계획이 이렇게 허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동혁의 한마
‘이런!’ ‘또 심천미가 쓸데없는 참견을 하는군.’ 동혁은 천미를 생각하며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 그는 석훈을 불러서 일을 시켰다. 그리고 천미는 그 모든 것을 직접 눈으로 지켜봤다. 그럼에도 그녀는 동혁이 아직도 고집스럽게 이 전신을 사칭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됐어. 이번 일에 대한 얘기는 여기까지 할게.” 동혁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옆에서 웃으며 음식을 먹는 하원종에게 말했다. “하 선생님은 이제 이곳에서 지내세요. 그럼 아무도 감히 선생님을 납치하러 올 수 없을 겁니다.” 동혁이 하원종을 다시 집으로 데려왔다. 이 일은 세화 가족을 매우 기쁘게 했다. 분명 하원종을 자신들의 할아버지처럼 보살필 것이다. “하하, 오늘 일을 모두 아는데 누가 감히 날 또 납치하겠나.” 하원종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는 거절하지 않았다. 사실 그와 동혁은 생사를 함께한 사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하원종은 아무런 위험 없이 구조되었다. 세화 가족은 오늘 밤 모두 편안히 잠을 잤다. 하지만 진씨 가문 사람들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또 불면의 밤을 보냈다. 진씨 가문의 고택에는 절망적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인수한 사업들이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켰다. 대동사채는 또 기회를 틈타 찾아와 4000억을 요구했다. 심한 압박감에 진씨 가문 사람들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 엊그제만 해도 진씨 가문이 최고 명문가였을 때는 서로 관계를 맺으려고 여러 가문들이 모여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하나둘씩 모두 연락을 끊었다. 진씨 가문은 이번에 정말 힘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이는 것이 무엇인지 느꼈다. “괘씸한 것, 우리는 이렇게 위기로 힘든데, 세화는 오히려 태평함을 누리다니!” “들으셨어요? 어제 심천미가 R시 암흑가의 최고 고수가 되었다는 소식이에요. 이제 두 도시의 암흑가는 모두 그녀가 관할하는 거라고요. 세화와 그녀는 사이가 좋잖아요.’ “그래, 세화를 만나야 해. 세화의 도움만 있으면 사업이든 대동사채의 일이든 모
이 강 대표는 당연히 이전에 H시에 와서 세화를 만났던 강경영이다.거의 바닥에 엎드릴 듯한 자세의 우대평을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자격으로 H시상공회의소에 왔어. H시상공회의소를 재편성하고 분회로 만드는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서 말이야.”말을 하던 강경영이 소윤석 등을 힐끗 보고 무심한 듯이 물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모두 H시상공회의소의 회원이야? 거 참 공교롭네. 한 명씩 통지할 필요는 없는데.”강경영의 말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마치 H시상공회의소가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되는 문제는 이미 결정되었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에 전혀 아랑곳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눈알을 굴리던 우대평은 소윤석 등에게 망신을 주기로 했다.곧바로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공교롭게도 강 대표님이 오시기 전에, 이 100명이 넘는 회원들이 마침 이 세 가주의 인솔 하에 단체로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했습니다.”“지금의 H시상공회의소는 사령관인 저 우대평 한 사람만 남았습니다!”우대평은 체면이 깎이는 것도 마다 않고 거침없이 나불거렸다.세 가주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서,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앞에서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그러나 우대평은 소윤석 등이 갑자기 회원들과 함께 집단적으로 탈퇴했다는 사실을 강경영이 알게 하려는 것이다.‘사해상공회의소가 곧 H시상공회의소를 합병하려는 마당에 말이야,’‘그럼 고의로 사해상공회의소에 대항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겠지.’우대평의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재주가 뛰어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이 능청스러운 말을 듣자, 강경영은 곧바로 표정이 무거워지면서 냉소했다.“허허, 재미있네, 재미있어.”“누군가 일부러 우리 사해상공회의소와 손을 잡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야?”“우 회장, 방금 누가 앞장섰다고 했지?”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세 사람을 쓸어본 우대평이 흥분을 억누르며 말했다.“H시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입니다. 소윤석, 오종천...”“됐어, 됐어
그 말을 듣고도 우대평이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면, 정말 나이를 헛먹은 것이다.‘소씨, 오씨, 정씨 이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이 결국 이동혁만 신뢰하고 그 말을 따른다는 거야!’지금 우대평은 이미 진상을 알았지만, 왜 그런 지는 때려 죽여도 알 수가 없었다.“나는 불복해! 받아들일 수 없어!” “너는 새파란 양아치에 불과한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네 말을 따르는 거야?”비통한 표정으로 일어선 우대평이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 개자식, 세 가문이 네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대단한 거야?” “나 우대평의 머리 위에 올라타고 사람을 마구 업신여기겠다고?”“웃기지 마!”“그리고 소윤석, 오종천 이 개X끼들, 나 우대평이 늙어서 쓸모가 없다고 멋대로 내 얼굴을 때렸지?”“너희들은 나를 너무 얕본 거야!“내가 전력을 다해 추진해서, H시상공회의소가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기나 해?” “나는 앞으로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돼!”“이 신분이 있는데, 무슨 일류 가문이나 투자개발회사 모두 쥐뿔도 아니야!”“이동혁 저 개자식하고 나를 때린 이 개X끼들,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해!”우대평은 미친 듯이 모두를 향해 고함을 쳤다.먼저 이동혁이라는 한 새파랗게 어린 놈에게 미친 듯이 따귀를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직접 부른 회원들에게 따귀를 맞았기에, 우대평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났다.그러나 우대평의 이 말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었다.사해상공회의소라는 이 말을 듣자, 세 가주를 포함해서 그 자리에 있던 회원들 모두 표정이 갑자기 변했다.‘사해상공회의소, 그건 재계에서 두말이 필요 없는 거두야.’‘N도 재계 전체에 공포스러운 영향력과 통치력을 가지고 있지!’일부 S시 명문 가문의 핵심 구성원들도 모두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다. 예를 들어 S시 사씨 가문의 가주 사세충처럼.이런 거대 단체는 H시처럼 작은 곳에서는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다.지금 우대평이 자신이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될 거라
연이어 뺨을 네 대나 맞자, 우대평은 완전히 멍해졌다.뒤에 있던 백 명 가까운 회원들도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세 가문의 가주와 류진광을 보았다.이어서 눈빛은 홀 뒤편의 소파로 향했다.찻잔에서 조용히 김이 올라오고 차의 향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같은 세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짝!한 회원이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와서 우대평의 따귀를 때렸다.“나는 H시상공회의소를 탈퇴합니다!”“나도 탈퇴합니다!”“탈퇴합니다...”한 마디씩 울릴 때마다 한 대씩 뺨을 맞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10여 차례나 뺨을 맞은 우대평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그의 늙은 얼굴은 이미 맞아서 흐물흐물해질 정도였다.‘다른 회원들이 계속 앞으로 나오는데, 이대로 가면 우대평은 정말 산 채로 맞아 죽을 거야.’자기도 모르게 우대평을 동정한 소윤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여러분도 한 사람만 때리지 마세요. 옆에 두 사람이 더 있지 않습니까?”‘뭐, 두 사람?’우시연과 나건성이 설마 하면서 주저하는 사이에 한 사람이 앞으로 다가왔다.짝!손바닥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이어서 여기저기서 낭랑한 따귀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매를 맞은 두 사람이 울면서 용서를 빌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따귀를 때리는 건 계속되었다.모든 회원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뺨을 때리고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한다고 선포했다.우시연과 나건성 두 사람은 죽은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얼굴에는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이!‘이건 진짜 맞아서 흐물흐물해진 거야!’비록 두 사람을 나눠 때리느라 한 사람이 50대도 안 되게 따귀를 맞았다 해도, 이 역시 정상적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지금 두 사람은 마치 영혼이 가출한 듯 절망하면서 허공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우대평도 멍하니 앉아 있었다.“우 회장, 이게 바로
거의 100명에 달하는 회원들은 모두 H시 각 업계의 선두주자들이다.소씨, 오씨, 정씨의 3대 가문 가주의 인솔하에 일제히 H시상공회의소 본부로 몰려들었다.H시상공회의소가 설립되었을 때에도 이렇게 떠들썩하지는 않았다.이런 장관인 장면을 보자, 늙은 우대평의 마음은 큰 위안을 받았다. 흥분해서 피에 묻은 수염이 마구 떨릴 정도로!거들먹거리는 우시연과 나건성도 오늘처럼 의기양양했던 적이 없었다.우대평이 눈짓하자 나건성이 앞으로 나섰다.“회원 여러분, 오늘 여러분을 부른 이유는, 덕망 높으신 회장님이 뜻밖에도 자신의 근거지인 H시상공회의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맞았기 때문입니다!”“여러분, 회장님의 얼굴을 보세요. 모두 저 새끼가 때린 겁니다.” “연세도 많은 회장님인데, 저놈은 노인에게 이렇게 무자비하게 손을 댄 겁니다!”“여러분 중에 우리 회장님과 연세가 비슷한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오늘 만약 저놈이 참혹한 대가를 치르지 못하게 한다면, 앞으로 저놈은 점점 더 심하게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여러분을 업신여기지 않겠습니까!”“저런 흉악하고 악랄한 극악무도한 흉악범은 바로 눌러서 일벌백계해야 합니다!”나건성은 더없이 슬프고 분개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선동했다.단 몇 마디 말로 동혁을 극악무도한 흉악범으로 만든 것이다.“맞아요, 바로 눌러버려야 해요!”우시연도 튀어나와서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저희 큰아버지는 H시의 1세대 기업가입니다. 1세대 갑부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서, H시 재계의 발전을 위해서 헤아릴 수 없는 발전을 이루었습니다.”“저 이동혁이 저희 큰아버지에게 불경한 짓을 한 건 바로 H시상공회의소를 도발한 겁니다.”“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 회원들을 도발하는 겁니다. 절대 쉽게 용서할 수 없습니다!”“큰아버지가 여러분이 한 사람씩 이동혁의 뺨을 때리라고 하셨어요. 얼굴이 문들어질 때까지!”“소씨, 오씨, 정씨 세 가문의 가주들께서 먼저 모범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우시연은 선두에 선 소
다행히 차는 한 모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시연의 얼굴은 망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큰아버지, 저 개자식이 감히 끓는 물을 나한테 끼얹었어요. 저 자식을 죽여요! 죽여버려요!”우시연은 감히 더 이상 동혁에게 소란을 피우지 못한 채, 멀찌감치 숨어서 우대평의 팔을 잡아당기며 소리를 질렀다.우대평은 냉혹한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연아, 걱정 마라. 회원들이 도착하면 바로 저 나쁜 놈은 죽어!”“우리 H시상공회의소는 H시 최고의 기업가들을 망라하고 있지. 저놈은 그게 얼마나 공포스러운 힘인지 전혀 몰라!”우시연을 달래면서 동시에 동혁을 협박하는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단지 여유롭게 앉아서 진득하게 세화에게 차를 끓여 주었다.“회장님, 전화 다 했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건성이 핸드폰을 들고 달려왔다.우대평은 동혁을 일끗 보고는 일부러 침착하게 물었다.“오고 싶지 않다는 회원이 있으면 바로 노트북에 기록해 둬.” “저 이가 놈 양아치를 해치운 뒤에, 내가 바로 그자들과 결판을 내겠어. 몽땅 다 H시상공회의소에서 쫓아낼 거야!”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그 역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지 알고 싶었다.이는 자신의 체면과 관계된 중대한 일이기에.“회장님, 노트북에 기록할 필요도 없어요!”나건성이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서 말했다.“제가 일단 몇몇 일류 가문의 가주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동혁이 H시상공회의소에서 또 소동을 피우고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가주들 모두 두말없이 즉시 달려오겠다고 했습니다.”“H시에 있는 다른 회원들도 모두 두말하지 않고 곧바로 출발했습니다.”“가까운 곳에 있던 회원들은 아마 벌써 도착했을 겁니다!”“하하하...”나건성의 말에 우대평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거들먹거리면서 동혁을 노려보던 우대평이 이를 갈며 말했다.“나쁜 자식, 들었지! 이게 바로 나 우대평의 체면이야! 이게 바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인 내 권위야!”“
“어? 이 늙은이가, 이제는 체면도 내팽개쳤네. 아예 필요 없다는 거야?”동혁은 오히려 이전과 다름없이 침착했고 심지어 웃기도 했다.“다행히 나는 진작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어. 네 뺨을 때리면, 이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개X끼, 이제 보니 이게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었어!”손으로 입가의 혈흔을 닦아낸 우대평이 이를 갈면서 동혁을 노려보았다.“방금 나를 때린 행동이 네게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올지 알려주겠어!”지금 우대평은 이미 동혁을 평생 가장 증오하는 사람으로 여겼다.만약 동혁의 무서움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우대평 자신의 손으로 동혁의 가죽을 벗기고, 동혁의 살을 씹어 먹고 피를 마시고 싶을 정도였다!“재앙? 이번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와 비교할 수 있겠어?”갑자기 앞으로 나간 동혁이 우대평을 집어서 한쪽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몸을 돌려 세화에게 손을 흔들었다.“여보, 이리 와.”“왜?”동혁의 속내를 알 수 없었지만, 세화는 그래도 동혁에게 다가왔다.“우대평 저 늙은이는 기본적인 예의도 몰라. 당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서 있는데도, 자리도 마련하지 않고 말이야.”“이제 이 자리가 당신 자리야, 앉아!”동혁은 다짜고짜 세화를 우대평이 앉았던 소파에 앉게 했다.이 자리는 바로 H시상공회의소의 우대평 회장 자리다.“목마르지, 내가 차를 끓여 줄게.”동혁은 옆의 쟁반에 있던 주전자를 들고 찻잔을 데운 뒤에 차를 추가했다. 곧 우롱차 한 주전자를 끓여서 두 사람의 잔에 따랐다.우대평 일행은 모든 과정을 빤히 지켜보았다. 두 눈에서는 불을 뿜었지만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동혁의 발이 우대평의 가슴을 계속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들 모두는 동혁이 조심하지 않아서 우대평을 산 채로 밟아 죽일까 봐 두려웠다!그제서야 동혁은 우대평의 가슴에서 발을 뗀 뒤에 찻잔을 쥐고 세화의 옆에 앉았다.“이 차는 괜찮네.”동혁은 천천히 한 모금 음미한 뒤 고개를 들고 우대평을 힐끗 보았다.“내게 재난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