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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Author: 이야기보따리
진가영은 처음부터 아들의 결혼을 못마땅해했다. 며느리도 아들처럼 훌륭한 사람이어야만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발전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고 향락만 좇는 평범한 아내를 부양해야 하다니, 생각할수록 아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심유빈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가방에서 예쁜 선물 상자를 꺼내 고하슬에게 다가갔다.

“하슬아, 이모가 선물 준비했어.”

고하슬이 놀란 얼굴로 선물을 받았다.

“이게 뭐예요?”

“하슬이가 직접 뜯어봐.”

심유빈이 웃으며 말했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자 향수 냄새가 소예지의 코끝을 스쳤다. 매일 고이한에게서 나던 냄새와 똑같은 냄새였다.

심유빈이 고이한의 옆에 서서 선물을 건넸는데 몸을 굽히면서 일부러 고이한의 어깨를 터치했다.

그 모습을 본 소예지는 찻잔을 든 채 얼굴을 돌렸다.

고하슬은 선물 상자를 뜯어 안에 담긴 예쁜 크리스털 볼을 보고는 좋아서 폴짝폴짝 뛰었다.

“와. 너무 마음에 들어요.”

심유빈이 사랑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하슬이가 좋아하니까 이모도 너무 기뻐.”

자리로 돌아간 후 소예지의 덤덤한 눈빛과 마주쳤다. 심유빈이 웃고 있긴 했지만 그 미소 속에는 남들이 알아챌 수 없는 도발이 숨겨져 있었다.

음식이 나오자 최현숙은 맛을 보면서 요리법을 연구했고 진가영은 옆에서 함께 대화를 나눴다. 소예지는 딸에게 반찬을 집어주었고 고이한의 신경도 온통 딸에게 쏠려 있었다.

“이거 먹기 싫어요. 아빠가 드세요.”

고하슬은 소예지가 집어준 브로콜리를 골라냈다. 소예지는 고하슬이 고기와 채소를 골고루 먹기를 바랐다.

고이한은 아이가 골라낸 브로콜리를 보며 다정하게 말했다.

“고기만 먹으면 안 돼. 채소도 좀 먹어야지.”

고하슬이 닭 다리를 뜯으면서 턱에 기름을 가득 묻힌 채 오물거리며 고이한에게 말했다.

“아빠, 닦아줘요.”

고이한은 사랑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따뜻한 물수건으로 딸의 입가를 닦아주었다. 소예지는 고하슬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다가 무심결에 고이한이 그 브로콜리를 젓가락으로 집어 쓰레기통에 버리는 걸 보게 되었다.

그 순간 소예지는 가슴을 바늘로 쿡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심유빈도 그 모습을 봤다. 고개를 숙이더니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소예지는 입맛이 사라져 시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님,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그녀는 화장실에서 10분 정도 머물렀다. 살짝 열린 룸의 문틈으로 시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빈아, 많이 먹어. 넌 너무 말랐어. 몸보신 좀 해야지.”

“고마워요, 어머님. 어머님은 저한테 너무 잘해주세요.”

“당연한 거 아니야? 앞으로 이한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어려워하지 말고.”

“오빠도 저한테 충분히 잘해주고 있어요.”

소예지는 복잡한 기분을 안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시어머니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소예지는 이 식사가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다.

8시 30분쯤 고이한이 종업원을 불러 계산을 부탁하자 종업원이 웃으며 심유빈을 가리켰다.

“저 여자분이 이미 계산하셨습니다.”

최현숙과 진가영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스치더니 진가영이 한마디 했다.

“유빈아, 우리가 너한테서 얻어먹으면 안 되지.”

“어머님, 제가 평소에 너무 바빠서 찾아뵙지도 못했는데 식사 한 끼 대접하는 건 당연한 거죠.”

심유빈이 입술을 적시며 웃었다.

“너도 참...”

진가영의 미소에 철이 든 심유빈을 칭찬하는 뜻이 담겨 있었다.

모두가 일어설 때 심유빈은 재빨리 최현숙을 부축했다.

“할머니, 천천히 일어나세요. 제가 부축해드릴게요.”

최현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가영의 눈에 그녀에 대한 칭찬이 가득했다. 오늘 밤에는 소예지보다 심유빈이 더 훌륭한 며느리 같았다.

진가영은 키 크고 잘생긴 아들과 또 유능하고 예쁜 심유빈을 번갈아 보았다.

‘이한이가 예지 말고 유빈이랑 같이 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매일 속상할 일도 없을 텐데.’

심유빈과 비교하고 나니 소예지가 조용히 있는 모습이 답답하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심유빈은 최현숙을 차에 태울 때까지 계속 부축했고 차 문 앞에 서서 진가영이 차에 타는 것까지 지켜봤다.

“어머님, 할머니, 다음에 뵐게요.”

“그래. 다음에 우리 집에 와서 밥 먹어.”

진가영이 반갑게 초대했다.

옆에 있던 고이한이 딸을 안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

“운전 조심하세요.”

그들이 탄 차가 먼저 출발했다. 심유빈이 고이한의 옆에 서서 고하슬에게 말했다.

“오늘 하슬이 너무 예뻐. 아 참, 이모 가방에 먹을 것도 있는데 먹을래?”

“네.”

먹을 것이라는 소리에 고하슬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심유빈은 가방에서 헤이즐넛 초콜릿을 꺼내 고하슬의 고사리 같은 손에 쥐여주었다. 초콜릿인 걸 보자마자 고하슬의 눈이 다 빛났다.

그 모습에 소예지의 얼굴이 확 굳어졌다. 심유빈이 고하슬에게 몰래 단 것을 먹인 것 때문에 줄곧 화가 나 있었다.

“집에 가자.”

소예지가 고이한에게 말했다.

“하슬아, 다음에 봐. 이모한테 뽀뽀해주면 안 될까?”

심유빈은 볼을 내밀며 고하슬에게 뽀뽀를 요구했다.

아이는 초콜릿을 받고 기분이 좋았던 터라 기꺼이 심유빈에게 뽀뽀하려 했다.

고하슬이 고이한의 품에 안겨 있어 심유빈은 발꿈치를 살짝 들고 자연스럽게 고이한의 어깨를 붙잡은 다음 얼굴을 고하슬에게 가까이 가져갔다.

“하슬아, 차에 타야지.”

소예지는 한 걸음 앞으로 나가 고이한의 품에서 딸을 빼앗고는 차에 올라탔다.

심유빈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고이한에게 말했다.

“오빠, 운전 조심해.”

고이한은 고개를 끄덕이고 차에 올라탔다. 차가 떠날 때도 심유빈은 그 자리에 서서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고하슬도 손을 흔들자 소예지는 딸을 꽉 껴안았다. 지금 마음속에서 분노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엄마, 너무 꽉 껴안아서 숨을 못 쉬겠어요.”

고하슬의 말에 소예지는 그제야 힘을 빼고 고하슬을 놓아주었다. 창문을 열어 찬바람을 조금 맞고 나니 이성을 되찾은 것 같았다.

“우리 언제 귀국해?”

소예지가 운전하는 고이한에게 물었다.

“3일 후에.”

고이한이 답했다.

그 후 이틀 동안 고이한은 집에서 딸과 함께 시간을 보냈고 가끔 서재에 들어가 일을 처리했다.

3일 후 최현숙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먼저 귀국했다. 떠날 때 최현숙이 소예지의 손을 잡고 말했다.

“예지야, 설 전에 우리도 귀국할 생각이야.”

소예지는 최현숙이 귀국하는 날을 기대하며 무척이나 기뻐했다.

23시간의 여정 끝에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고하슬을 안고 집에 들어온 순간 소예지는 너무나 지쳐 있었다. 양희순이 고하슬을 씻기는 사이 소예지도 방에 들어가 샤워했다.

10시 30분, 고하슬은 그녀의 품에 안겨 조용히 잠이 들었다. 소예지도 딸을 안은 채 바로 꿈나라에 빠졌다.

집에서 이틀 쉰 후 고하슬을 유치원에 보냈다.

오전 9시, 소예지가 서재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는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예지야, 시간 있어? 지금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데.”

그녀 아버지의 제자인 윤혁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서 만날까요?”

소예지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실험실 설립 계획을 이젠 진행해야 할 때가 왔다.

카페.

소예지는 윤혁이 혼자 온 게 아니라는 걸 보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박사님이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윤혁이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너의 그 충격적인 실험 계획 프로젝트 때문에 오셨지.”

“앉으세요, 박사님.”

소예지가 깍듯하게 말했다.

“네 연구 계획을 봤는데 도무지 믿을 수가 없더라고.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다 이론적 기초 단계에 있어. 네가 윤혁이랑 힘을 합쳐 하루빨리 실험 단계에 돌입했으면 좋겠어. 만약 돌파구가 생긴다면 그건 의학계, 나아가 전 인류의 복지가 될 거야.”

소예지가 고개를 끄덕이고 진지하게 말했다.

“저도 그럴 생각입니다. 다만 연구실을 건설할 자금이 부족하고 사람을 모으기도 어려워요.”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지금 전 세계의 이목이 의학 분야에 집중되어 있어서 너의 실험을 지원해줄 사람이 분명 있을 거야. 난 믿어. 그나저나 예지야, 이 실험 이론은 어떻게 생각해낸 거야?”

이성열이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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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의 목소리는 늙고 쇠약했지만 따뜻했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잠시 서 있던 소예지의 손을 고이한이 말없이 가볍게 쥐어주었다.소예지는 고이한의 손길에 힘을 얻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노인에게 인사했다.“진 교수님, 안녕하세요. 소영욱 교수의 딸 소예지예요.”진경수 교수는 고개를 들어 소예지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증손녀를 바라보는 것처럼 한없이 다정했다.“닮았구나. 정말 많이 닮았어.”노인이 나지막이 중얼거리더니 소예지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특히 그 눈이 닮았구나. 강단이 있어.”고이한도 뒤따라 인사했다.“진 교수님, 안녕하세요.”진경수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이한에게도 무척 온화한 태도를 보이며 옆에 있는 의자를 두드렸다.“둘 다 앉게.”진경수 교수 역시 눈앞의 젊은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고이한은 그동안 수많은 연구 프로젝트에 투자해왔고 안목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사람이었다.노인의 시선이 다시 소예지에게 향했다. 눈빛에는 자애로움이 가득했다.“지금 하고 있는 연구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이 늙은이한테 한번 이야기해 보렴.”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연구의 기초 이론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진경수 교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소예지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소예지가 연구 내용을 세세하게 설명할수록 노인의 눈은 점점 밝아졌고 얼굴에 깊게 자리 잡은 주름마저 활짝 펴지는 듯했다.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주경화의 치료와 현재 회복 상태로 이어졌다.소예지의 설명을 들은 진경수 교수의 눈시울이 살짝 젖었다. 목소리에도 흥분이 묻어났다.“그렇다면 그 파형이 이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거냐?”“현재까지는 계속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요. 환자의 기억도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고 거의 정상적인 기억 수준까지 회복됐어요.”진경수 교수가 고개를 들었다. 눈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대단하구나. 정말 대단해. 우리 때는 장비도 부족했고 의료 기술도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했지. 나 역시 그 파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7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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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분 뒤 주경화는 병실로 옮겨졌다.이런 치료는 앞으로 최소 3개월 동안 계속해야 했다.잠시 후 윤하준이 소예지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소파에 앉아 있는 친구를 발견한 그는 먼저 인사를 건넸다.“이한아, 너도 왔네.”고이한이 고개를 끄덕였다.“어머님 상태는 어때?”“기억이 돌아왔어. 예지 씨가 또 한 번 기적을 만들어냈어.”윤하준의 시선이 소예지에게 향하자 그녀가 차분하게 말했다.“사실 난 처음부터 이 이론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과거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임현욱을 깨웠을 때부터 이 이론은 이미 상당히 성숙한 단계에 이르러 있었다. 단지 적절한 조건과 이상적인 수치를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소예지는 마침내 안정적인 특이점을 찾아냈다.윤하준은 소예지를 바라보았다. 눈빛에 가득한 감사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마워요. 예지 씨한테 정말 큰 신세를 졌네요.”소예지가 그를 향해 웃었다.“신세로 따지면 나도 하준 씨한테 진 게 많아요.”그때 고이한이 물 두 잔을 들고 다가왔다. 한 잔은 윤하준에게 건네고 다른 한 잔은 소예지에게 주었다.소예지가 물을 받아 한 모금 마셨을 때 안시윤이 서류를 들고 들어왔다. 그러자 고이한은 소예지의 손에 있던 컵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고 그대로 한 모금 마신 뒤 윤하준에게 말했다.“우리 휴게실 가서 좀 앉아 있자.”윤하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고이한과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윤하준의 눈에도 두 사람의 사이는 확연히 보였다. 소예지와 고이한은 이미 부부였을 때의 친밀함을 완전히 되찾은 듯했다.윤하준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재결합은 언제 할 생각이야?”고이한이 웃었다.“억지로 할 생각은 없어. 예지 뜻에 맡겨야지.”윤하준의 눈에 부러운 기색이 스쳤지만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축복이 담겨 있었다.“다시 결혼식 올리게 되면 제일 먼저 알려줘.”“그건 예지한테 달렸지. 그래도 기다리고 있긴 해.”고이한은 다시 웃었다. 눈에 어린 행복만큼은 감출 수 없었다.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717화

    정월 초나흘부터 소예지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주경화의 병세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상태였다. 조용한 실험실 안에는 기계가 작동하는 소리만 들려왔고 이지원과 안시윤, 이서연도 휴가를 일찍 끝내고 돌아와 일을 돕고 있었다.윤하준은 병실 구역에서 주경화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예지야, 준비 끝났어.”장비실에서 나온 이지원이 검사 목록을 건넸다.“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조정도 끝났고 신경 신호 수집 장비 보정도 마쳤어.”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검사 목록을 받아 꼼꼼히 확인했다.“좋아. 그럼 시작하자.”소예지는 주경화에게 다가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몸을 낮췄다. 오늘 주경화는 얼마 전보다 상태가 좋아 보였다. 눈빛에는 여전히 혼란스러움이 남아 있었지만 적어도 거부감을 보이지는 않았다.“어머님, 우리 검사 하나만 해볼까요?”주경화가 윤하준을 바라보자 그가 다가와 어머니를 부축해 일으켰다.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설치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필요했다. 소예지는 직접 전극 패치를 하나씩 주경화의 두피에 부착한 뒤 복잡한 장비들을 차례로 연결했다. 손길은 부드러우면서도 능숙했다.곁에서 지켜보던 윤하준도 눈에 띄게 긴장하기 시작했다.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소예지가 안심시키듯 그를 바라보았다.윤하준은 소예지와 눈을 맞춘 뒤 고개를 끄덕이고 가볍게 숨을 들이마시며 최대한 긴장을 풀었다.모든 준비가 끝나자 소예지는 조작대 앞으로 돌아가 헤드폰을 착용한 뒤 화면 위에서 움직이는 신경 신호 파형을 주시했다.“수집 시작해.”이지원이 시작 버튼을 눌렀다.화면 위에서 거의 움직임이 없던 파형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주 미약했지만 신호가 강해질수록 파동도 점차 뚜렷해졌다.“해마 영역의 신호가 강해지고 있어요.”안시윤이 데이터를 주시하며 말했다.“측두엽 영역에서도 반응이 나타났어요.”소예지는 대답하지 않은 채 화면에 집중하며 빠르게 조작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의 수치를 조정했다.주경화는 진정제의 효과로 편안하게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716화

    소예지는 몇 가지 치료 방안을 마련했지만 어느 방안이든 효과를 입증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앞으로의 치료는 장기전이 될 터였다.그러는 사이 어느덧 연말이 다가왔고 고하슬의 겨울 해외 연수도 무사히 끝났다.고이한과 소예지는 함께 공항으로 딸을 마중 나갔다. 잠시 후 사람들 사이로 혼자 여행 가방을 끌며 걸어오는 고하슬의 모습이 보였다. 전보다 키가 조금 더 자란 데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한층 눈부셔 보였다.이번 연수를 거치며 확실히 더 성장했고 전보다 독립적으로 변한 딸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에 자랑스러운 미소가 번졌다.“아빠, 엄마.”고하슬은 두 사람을 발견하자 신이 나서 달려와 소예지의 품에 와락 안겼다.“재미있었어?”“네! 정말 재미있었어요.”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세 사람은 저녁이 되자 고씨 집안 본가로 가서 함께 식사했다.진가영은 최근 상태가 상당히 좋아 보였고 식사를 마친 뒤에는 소예지에게 섣달그믐 저녁도 고씨 집안에서 함께 보내자고 권했다.소예지는 흔쾌히 승낙했다. 마침 명절을 맞아 양희순에게도 휴가를 줄 생각이었기에 설 연휴 동안에는 고씨 집안에서 함께 식사하게 될 터였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섣달그믐날이 찾아왔다.소예지는 모처럼 늦잠을 자고 아홉 시가 다 되어서야 눈을 떴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딸의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빠, 그거 거기 아니에요. 이쪽에 맞춰야 돼요.”소예지가 거실로 향하자 고이한과 고하슬이 나란히 앉아 퍼즐을 맞추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아직 맞추지 못한 퍼즐 조각들이 잔뜩 흩어져 있었고 고하슬은 고이한이 집어 든 조각을 가리키며 어디에 놓아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었다.고이한이 딸의 말대로 조각을 끼워 넣자 이번에는 정확히 맞아떨어졌다.“거봐요. 제가 맞다고 했죠?”고하슬이 뿌듯한 얼굴로 웃었다.식탁 위에는 아침 식사로 우유 한 잔과 샌드위치가 준비되어 있었다. 소예지는 우유를 마시며 퍼즐에 푹 빠진 부녀를 웃으며 바라보았다.점심이 되자 세 사람은 고씨 집안 본가로 향했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715화

    고이한이 커피 한 잔을 들고 와 소예지에게 물었다.“좀 마실래? 이따 내가 데려다줄게.”소예지는 고이한의 커피잔을 받아 두 모금 마셨다.그렇게 간단히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함께 집을 나섰고 뒤에 남아 옷가지를 정리하던 양희순은 나란히 걸어 나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고이한은 소예지를 실험실 사무실까지 데려다준 뒤에야 돌아갔다. 소예지는 그가 떠나자 곧바로 업무에 몰두했고 그렇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주일을 보냈다.그동안 고이한은 대체로 소예지의 바쁜 일정을 이해하고 기다려주었지만 가끔은 제 마음 가는 대로 굴기도 했다.그러는 사이 고하슬의 학교에서는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다. 학부모가 동행하지 않는 일정이라 고하슬은 앞으로 한 달 동안 M국에서 지내야 했다.마침 고수경도 업무차 M국으로 출장을 갈 예정이었다. 현지에서 조카를 돌봐주겠다는 고수경의 말에 소예지는 한결 마음을 놓을 수 있었고 고하슬은 연말이 되어서야 M국에서 돌아올 예정이었다.소예지는 경주에 입원 중인 송세아의 치료 방안을 검토하며 몇 가지 핵심 수치를 조정했다.동시에 신경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 D국에서 개발한 최첨단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칩도 하나 신청했다.한편 소예지가 진행 중인 연구도 속도를 내고 있었다.그렇게 보름이 흐른 뒤 윤하준이 어머니를 모시고 소예지의 실험실을 찾아왔다.다시 만난 주경화의 상태는 지난번보다 확연히 나빠져 있었다. 이제는 소예지조차 알아보지 못한 채 소파에 앉아 낯선 사람을 보듯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그 모습을 마주한 순간 소예지는 가슴 한구석이 세게 죄어들었다. 주경화와는 몇 번 만난 사이에 불과했지만 지금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저릿했다. 그제야 어머니의 병세를 걱정하며 애태우던 윤하준의 심정이 진심으로 이해됐다.지난번보다 훨씬 야윈 주경화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빛에는 공허함과 혼란스러움이 뒤섞여 있었다. 두 손으로는 무의식적으로 옷자락을 계속 만지작거렸고 입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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