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有

제11화

作者: 이야기보따리
소예지가 겸손하게 대답했다.

“장시간의 기초 연구와 아버지의 노트를 바탕으로 전 세계 여러 선진 의학 실험실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서 생각해낸 거예요.”

“아주 좋아. 학문에는 끝이 없는 법이지. 예지야, 네가 생각해낸 이론은 정말 놀라워.”

그들은 두 시간 동안이나 얘기를 나눴다. 이따가 회의가 있어 먼저 가봐야 했던 이성열이 떠나기 전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예지야,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연구실을 꼭 세워야 해. 난 전적으로 널 지원할 거야. 너도 네 아버지처럼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고 믿어.”

소예지와 윤혁은 두 시간 동안 더 얘기를 나눴고 고하슬을 데리러 갈 시간이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혁이 그녀에게 장담했다.

“연구실 설립에 관해서는 나한테 맡겨.”

고하슬을 유치원에서 데려온 후 소예지는 딸과 함께 근처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봄옷을 사주었다.

딸의 손을 잡고 로비에 나오자마자 익숙한 모습이 보였는데 바로 심유빈이었다. 매니저와 함께 인파 속을 걷고 있었고 이성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쏠렸다.

매니저가 일상용품을 가득 들고 있는 걸 본 소예지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심유빈이 우리 집 근처로 이사 온 거야? 이한 씨가 이사 오라고 했겠지. 그래야 사적으로 만나는 게 더 편리할 테니까.’

소예지는 고하슬이 심유빈을 발견하기 전에 빠르게 자리를 떠나려 했다.

“저기 강아지 있어요. 너무 귀여워요. 엄마, 나도 강아지 한 마리 키우면 안 돼요?”

고하슬은 강아지를 데리고 지나가는 한 여자아이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전에는 딸이 강아지에게 물릴까 봐 죽어도 안 된다고 했었다. 그런데 심유빈네 집에 강아지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는 계속 가보고 싶다고 졸랐다.

소예지가 고하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말 키우고 싶어?”

“네.”

고하슬이 고개를 끄덕이자 소예지도 동의했다.

“그래. 엄마랑 강아지 고르러 가자.”

“정말요? 진짜 강아지를 키워도 돼요? 아빠가 반대하면 어떡해요?”

고하슬의 작은 얼굴에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엄마만 동의하면 돼.”

소예지가 활짝 웃어 보였다.

“앗싸. 강아지 사러 간다!”

그녀는 아이와 함께 고급 애견 가게로 향했다. 고하슬은 강아지들을 보자마자 비글 새끼를 골랐고 가게 주인은 이 강아지가 조용하고 말도 잘 듣고 사람을 잘 따른다고 했다.

소예지가 돈을 내고 가게 주인이 강아지를 고하슬의 손에 쥐여주자 고하슬은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

“엄마, 너무 귀여워요. 강아지가 너무 예뻐요.”

“이제 집에 데려갈까?”

딸이 웃자 소예지도 함께 웃었다.

양희순은 고하슬이 강아지를 안고 집에 들어오는 걸 보고는 깜짝 놀랐다.

‘어지러워지는 걸 용납 못 하는 대표님께서 과연 강아지를 키우는 걸 허락하실까?’

고이한이 허락할지 소예지는 알 수 없었지만 고하슬이 원하는 거라면 고이한은 절대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고하슬은 직접 강아지 이름을 젤리라고 지었다.

저녁노을 아래 소예지는 찻잔을 들고 딸이 강아지와 함께 이리저리 뛰어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았다. 평화롭고 여유로운 이 순간이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이혼까지 했다면 더 완벽했을 텐데.’

고이한이 저녁 늦게 들어온 후 고하슬은 강아지를 안고 신난 얼굴로 그에게 달려갔다.

“아빠, 나 강아지 생겼어요. 이름은 젤리인데 마음에 들어요?”

고이한은 몸을 숙여 아이가 안고 있는 강아지를 내려다보았다. 강아지가 겁에 질려 덜덜 떠는 걸 본 순간 그의 표정이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

“젤리? 네가 지은 이름이야?”

“네. 내가 지었어요. 이름 예쁘죠?”

“예쁘네.”

고이한이 칭찬했다.

“괜찮아, 괜찮아. 아빠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아빠도 널 좋아할 거야.”

고하슬은 떨고 있는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애어른처럼 위로했다.

그때 소예지가 계단에서 내려왔다. 양복 외투를 벗던 고이한은 소예지가 옆으로 다가오자 긴 팔을 뻗어 자연스럽게 외투를 그녀에게 건넸다.

소예지는 흠칫 놀라며 그를 올려다봤고 고이한의 시선도 그녀에게 향했다. 예전이었더라면 바로 받았을 뿐만 아니라 양희순에게 다리라고 시켰을 것이다.

몇 초 후 고이한은 외투를 다시 거두고 미간을 찌푸린 채 소파에 툭 던지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고이한에게서 풍기는 냉랭한 기운이 공기 중에 흩어졌다. 소예지는 고하슬에게 다가가면서 양희순더러 고이한의 양복 외투를 정리하라고 했다.

저녁 식사 시간, 고이한이 편안한 홈웨어 차림으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검은 머리카락이 이마를 덮고 있었고 짙은 남색의 얇은 스웨터를 입어 귀티가 더 흘러넘쳤다. 만약 그가 외도하지 않았다면 아주 완벽한 남편이었을 텐데.

“엄마, 새우 껍질 까줘요.”

고하슬이 빨간 새우를 보며 군침을 삼키자 소예지가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엄마가 까줄게.”

소예지는 큰 새우 다섯 마리를 까서 고하슬에게 준 다음 손을 씻으러 갔다. 맞은편에 앉은 고이한은 먹다가 주방으로 향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빠, 내가 새우 한 마리 줄게요.”

고하슬이 껍질을 벗긴 새우 한 마리를 고이한의 그릇에 놓았다.

“괜찮아. 하슬이 먹어.”

고이한은 새우를 다시 딸에게 돌려주었다.

손을 닦고 식탁으로 돌아온 소예지는 계속 우아하게 밥을 먹었다. 먹는 내내 딸에게만 신경을 쏟았다.

고하슬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엄마, 아빠를 안 좋아해요?”

“좋아하는데?”

소예지가 대충 웃어 보였다.

“그럼 왜 아빠한테는 새우 안 까줘요? 전에는 까줬잖아요.”

이젠 다섯 살이 되어가니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소예지는 웃으며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엄마 손이 아파서 그래.”

“아파요? 어디 봐봐요.”

소예지는 손가락을 고하슬에게 보여주었다. 상처도 없고 붓지도 않았지만 고하슬이 손가락을 불어주는 걸 보고는 바로 눈웃음을 지었다. 조명까지 더해지니 더욱 밝고 아름다워 보였다.

“하슬이는 정말 착한 아이야.”

소예지가 칭찬했다.

그때 맞은편의 고이한이 젓가락을 놓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녁, 소예지는 딸을 씻긴 다음 젤리의 집을 소예지의 방으로 옮겨왔다. 고하슬과 젤리는 함께 놀다가 잠이 들었다.

벽의 조명이 부드럽게 비추는 가운데 소예지는 고하슬이 잠든 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때 고이한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막 샤워를 마치고 검은색 잠옷 가운을 걸치고 있었는데 옷깃 사이로 단단한 가슴 근육이 보여 무척이나 섹시했다.

소예지는 그를 무심하게 쳐다봤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그가 알몸으로 그녀 앞에 서 있는다고 해도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았다.

고이한은 몸을 숙여 딸의 머리에 입을 맞췄다. 바로 그때 소예지는 그의 가슴에 새로운 문신이 새겨진 걸 발견했다. 알파벳 Y와 B였는데 심유빈의 약자인 걸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고이한이 고하슬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거두었다.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손가락이 소예지의 볼을 스쳤다.

그 순간 소예지는 온몸이 굳어버렸다. 고이한의 커다란 손이 갑자기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막기도 전에 고이한이 남편의 권리를 행사했다.

그다지 다정하지 않은 손길에 도발적인 의미가 담겨 있었다. 소예지가 숨을 들이쉬자 고이한이 손을 빼내면서 낮고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방으로 와.”

그 뜻은 분명했다. 부부 관계를 원한다는 뜻이었다.

소예지는 가소롭기만 했다. 밖에서 바람을 피우면서 아내의 생리적인 욕구를 형식적으로 충족시켜주려고 하다니.

이런 베풂은 소예지도 원치 않았다.

소예지는 고이한의 잠자리 요구를 그냥 무시해버렸다. 그가 다시 방에 들어올까 봐 가차 없이 방 문을 잠가버렸다.

아침이 되어서야 소예지는 고하슬의 손을 잡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고이한이 식탁 앞에 어두운 얼굴로 앉아 있었다.

고하슬은 아빠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채고 애교를 부리며 그의 팔을 잡았다.

“아빠, 왜 그래요?”

“아무것도 아니야. 밥 먹고 아빠가 유치원에 데려다줄게.”

“네.”

고하슬이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

고이한이 차 키를 들고 문을 나서던 그때 소예지가 딸에게 달콤하게 웃어 보였다.

“하슬아, 오후에 봐.”

“엄마, 오후에 젤리랑 같이 데리러 와줄 수 있어요?”

고하슬은 강아지와 헤어지기 아쉬웠다.

“물론이지. 젤리랑 데리러 갈게.”

소예지가 웃으며 답했다.

오전 9시, 소예지는 차를 몰고 나가 친구 박시온을 만났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소예지의 얘기를 모두 들은 박시온이 그녀를 말렸다.

“정말 이혼하려고? 지금 그 자리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탐내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원한다면 양보하면 되지.”

“자산이 수조 원인 재벌가의 사모님 자리를 포기할 수 있겠어?”

“내 딸 하슬이 말고는 다 포기할 수 있어.”

소예지의 눈빛에 미련이 없었다.

“고이한도?”

박시온이 떠보듯 물었다.

“바람을 피운 남자는 그냥 줘도 싫어. 더러워.”

“그런데 충고하는데 이 소송 쉽지 않을 거야. 두 사람이 바람을 피우는 현장을 잡지 못하면 고이한도 양육권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수 있어. 그리고 너 5년 동안 가정주부로만 살아서 수입도 없고 권력도 없잖아. 뭐로 고이한이랑 양육권을 다툴 건데?”

この本を無料で読み続ける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をダウンロード

最新チャプター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40화

    지금 이 순간, 고이한은 깨달았다.고이한이 그토록 치열하게 살아온 이유는 결국 하나였다. 가족들이 앞으로도 평온하고 행복하게,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가길 바랐기 때문이었다.“오빠, 뭐 그렇게 멍하니 있어! 오늘 오빠가 주인공이잖아. 빨리 와!”“이한아, 너만 기다리고 있단다.”최현숙도 고이한에게 손짓했다.고이한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눈빛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고이한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가족들이 기다리는 따뜻한 자리로 향했다.“아빠.”고하슬이 자리에서 내려와 신이 난 얼굴로 고이한에게 달려왔다.고이한은 딸을 품에 안아 올린 뒤 식탁으로 향했다. 소예지 옆자리에 딸을 앉힌 뒤 맞은편 자리에 앉아 소예지에게 시선을 돌렸다.소예지도 고개를 들어 고이한을 바라보면서 이번에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생일 축하해.”담담한 말이었지만 고이한의 눈빛은 순간 깊어졌다. 고이한이 웃으며 답했다.“와줘서 고마워.”생일 파티는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되었다.최현숙이 직접 분위기를 이끌었다. 모두가 잔을 들어 고이한의 서른 번째 생일을 축하했다.오늘 밤만큼은 사업과 관련된 자리도, 서로의 의도를 계산하는 대화도 없었다. 그저 가족들 사이의 웃음과 따뜻한 정만이 가득했다.최고급 셰프가 준비한 요리를 모두 맛본 뒤, 고수경이 주문했던 삼단 케이크가 도착했다.고하슬은 고이한의 품에 안긴 채 함께 소원을 빌고 촛불을 껐다.맞은편에 앉아 있던 소예지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마음이 멈칫했다.그제야 소예지는 이번이 바로 고이한의 서른 번째 생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소예지는 고이한과 처음 만났던 시절을 떠올렸다.그때 고이한은 겨우 열아홉 살이었지만 어린 나이에도 눈빛에는 또래와 다른 침착함과 깊이가 있었다.소예지의 시선은 맞은편에 앉은 남자에게 오래 머물렀다.희끗한 머리카락이 섞인 고이한은 지금 훨씬 더 성숙하고 매력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흔들리는 촛불빛이 고이한의 살짝 내려앉은 속눈썹과 소원을 비는 진지한 표정을 비추었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39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가자. 나 만년필 고르는 것 좀 도와줘.”소예지가 박시온을 끌며 말했다.박시온은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소예지가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고이한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든 행동의 이유는 너무나 명확했으니까.“가자! 그런데 정말 만년필로 정한 거야?”“응.”소예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확실히 정한 선택이었다.“만년필도 괜찮긴 한데 혹시 고이한이 언젠가 이 펜으로 너희 재혼 서류에 도장 찍는 상상까지 하는 거 아니야?”박시온은 점점 더 엉뚱한 추측을 이어갔다. 소예지의 시선이 박시온에게 향했다.“박시온.”“알았어, 알았어. 장난 그만할게. 가자. 앞에 몽블랑 매장 있어.”박시온은 더는 소예지를 놀리지 않았다.만년필을 구입한 뒤, 두 사람은 아동복 매장도 함께 둘러보았다. 소예지는 마침 겸사겸사 아기를 위해 옷 세 벌도 골라주었다.오후 세 시, 소예지는 집으로 돌아와 다시 밀린 일을 처리했다.그렇게 일찍 고씨 저택으로 갈 생각은 없었기에 오후 다섯 시 반이 되어서야 차를 몰고 출발했다.고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 고수경은 이미 성대하게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정원 곳곳에는 생일을 축하하는 분위기가 가득했다.알록달록한 조명들이 반짝였다. 풍선들이 하늘에 떠 있었고 커다란 영문 장식 조명은 저무는 햇살 아래 은은하게 빛났다.잔디밭 중앙의 석판 위에는 긴 식탁이 놓여 있었다. 하얀 테이블보 위에는 정교한 식기와 꽃 장식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통일된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식탁 사이를 오가며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모든 것은 질서 있게 진행되고 있었다.고씨 저택에서 이렇게 성대한 자리를 마련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아마 이것도 고수경의 아이디어였을 것이다.소예지가 선물을 들고 거실 안으로 들어서자 최현숙이 환한 얼굴로 말했다.“예지야, 왔구나.”“할머니.”소예지가 최현숙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노부인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좋아 보였다.“이렇게 성대하게 함께 밥 먹어본 지도 오래됐구나. 수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38화

    고이한의 시선이 순간 더욱 깊어졌다.소예지는 편한 캐주얼 차림이었다.부드러운 옅은 색감의 옷은 평소보다 소예지를 한층 더 부드럽고 따뜻하게 보이게 했다.그때 양희순이 돌아왔다.양희순은 소예지가 집에 있는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잠깐 앉아 계세요. 제가 바로 만두 빚어드릴게요.”“제가 도와드릴까요?”소예지가 물었다.“아니에요. 아직 시간도 충분하니까 저 혼자 할 수 있어요.”양희순은 세 사람이 오랜만에 함께 있는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말을 마치고 곧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세 사람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문까지 닫아주었다.소예지는 딸 곁에 조용히 앉아 고하슬이 블록을 맞추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때 고이한이 소예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모레 저녁... 시간 있어?”소예지는 순간 고이한이 무엇을 묻는지 알아차렸다.‘모레가 고이한의 생일이었지.’“있어.”소예지가 대답했다.고하슬이 고개를 들어 아빠를 바라보았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아빠, 왜 그냥 엄마한테 모레가 아빠 생일이라고 말 안 해요? 엄마가 저한테 아빠 선물 준비해 준다고 약속했는데.”고이한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놀라움과 감추지 못한 기대가 눈빛에 스쳤다.“그래?”소예지도 조금 어색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응.”고이한의 입가에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사실 고이한은 소예지가 굳이 선물을 준비해 주길 바란 적이 없었다.생일날 소예지가 찾아와 함께 식사 한 끼만 해줘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고하슬이 먼저 생일을 알려준 덕분에 소예지가 여전히 자신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려 한다는 사실을 고이한은 뜻밖에 알게 되었다.“기대할게.”고이한이 조용히 말했다.소예지는 시선을 피하듯 눈길을 내리고 젤리의 커다란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때 고하슬이 곧바로 고이한 옆으로 다가가 목을 끌어안고 작은 목소리로 귀 가까이에 대고 물었다.“아빠, 무슨 선물 갖고 싶어요? 저한테 먼저 말해주세요. 제가 몰래 엄마한테 알려줄게요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37화

    한국은 어느새 새벽이 되어 있었다.소예지는 어젯밤 야근 때문에 끝내지 못했던 자료들을 정리해 노트북 가방 안에 넣었다.아래층으로 내려가니 고하슬이 젤리와 함께 소파에 앉아 퍼즐을 맞추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소예지의 마음 한구석이 미안해졌다. 여전히 일 때문에 딸과 보내는 시간은 부족했다.소예지는 노트북 가방을 내려놓고 딸 옆으로 다가갔다.“오늘은 엄마가 조금 일찍 퇴근해서 하슬이랑 같이 놀아줄게.”“엄마, 아빠 생일 곧이잖아요. 아빠 생일 선물 준비해 줄 거예요?”고하슬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 소예지는 순간 멈칫했다.8월 12일은 고이한의 생일이었다.결혼 생활을 할 때는 매년 빠뜨리지 않고 챙겼지만 이혼한 지 벌써 3년이 지나면서 소예지도 어느 순간 그 날짜를 잊고 있었다.아니, 이제는 굳이 그날을 특별히 기억하지 않게 된 것뿐이었다.“그래, 엄마가 선물 준비해 줄게.”소예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딸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럼 하슬이 선물은 엄마가 도와줘야 하나?”“괜찮아요. 제가 직접 카드 만들 거예요.”고하슬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제야 소예지는 딸이 정말 많이 컸다는 걸 느꼈다. 생각도 깊어졌고 예전보다 훨씬 철이 든 얼굴이었다.소예지는 몸을 숙여 딸에게 입을 맞췄다.“그래, 그럼 엄마 먼저 출근할게.”“다녀오세요! 이따 아빠가 데리러 올 거예요.”어젯밤 고이한도 소예지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딸을 데리고 골프장에 가서 스윙을 가르쳐주겠다고 했었다.출근하는 내내 소예지는 고이한에게 줄 생일 선물을 고민했다.넥타이나 벨트, 면도기 같은 것들이 먼저 떠올랐지만 왠지 그런 선물을 고르고 싶지는 않았다.‘그렇다면 뭘 줘야 할까.’고민 끝에 소예지는 만년필을 떠올렸다. 실용적이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선물이었다. 결정을 내린 소예지는 그제야 운전에만 집중했다.마침내 8월 12일 토요일이 되었다.소예지가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고이한은 이미 고하슬을 데리고 돌아와 있었다.고이한은 소파에 앉아 TV로 경기 중계를 보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36화

    심유빈의 어린 시절은 매질과 욕설, 어머니의 철저한 외면으로 채워져 있었다.심유빈이 고이한에게 의지하며 삶이 완전히 달라진 뒤에야 심미정은 조금씩 어머니다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하지만 지금 심미정이 내뱉은 말은 심유빈에게 또 다른 사실을 깨닫게 했다.지난 몇 년 동안 심유빈은 좋은 음식과 값비싼 술을 챙기며 어머니를 보살폈다. 하지만 결국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어머니의 진심 어린 관심도 사랑도 아니었다.심유빈은 한때 수천만 명의 팬들에게 사랑받던 사람이었고 국제 무대에서는 피아노 여신이라 불리기도 했다.누구보다 강한 자존심으로 버텼는데 지금 심유빈은 이렇게까지 무너져버렸다.“유빈아, 그 하종호 말이야... 하종호가 예전부터 계속 너 좋아했잖아. 결혼했다고 해도 한번 찾아가 봐. 조금만 도와달라고 하면 이 빚 정도는 갚을 수 있지 않겠어?”“입 다물어요!”심유빈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그 목소리는 너무 차가워 등골이 서늘할 정도였다.“엄마가 저지른 그런 더러운 일들, 저는 상관하지 않을 거예요.”“유빈아, 유빈아...”심미정은 몇 초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자신이 방금 내뱉은 말이 얼마나 잔인한지조차 깨닫지 못한 듯했다.심유빈은 휴대폰을 집어 들고 문을 세게 닫은 뒤 밖으로 나갔다.밖에서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고 하늘에는 밝고 깨끗한 달이 떠 있었다.모든 것이 문득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 하종호의 다정하고 부드러운 얼굴이 떠올랐다.마치 오래전에 끝나버린 한 장면처럼 매일 그녀에게 안부를 묻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처럼 대해주던 그 남자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만약 하종호가 지금 그녀 앞에 나타난다면 심유빈은 아마 그의 눈을 제대로 바라볼 용기조차 없을 것 같았다.그의 눈에서 혐오와 경멸을 마주하게 될까 두려웠다.자신이 이런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그는 결국 자신에게서 멀어질 거라고 생각했다.심유빈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휴대폰을 꺼내 하종호에 관한 소식을 검색했다.최근 하종호가 언론에 포착된 것은 공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35화

    “못 믿겠으면 네 엄마한테 직접 물어봐. 자기가 얼마 빚졌는지 본인이 제일 잘 알 테니까.”심유빈은 이 사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는 이 근처에서 칠팔 년 동안 가게를 운영해 온 사람이었다.“제가 대신 갚을게요.”심유빈을 휴대폰을 꺼냈다.사장은 그녀가 돈을 보내려는 모습을 보자 서둘러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입금 처리를 했다.확인이 끝나자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였다.“다음부터는 어머니한테 돈 없으면 도박하지 말라고 해.”문을 닫고 들어온 순간, 심유빈의 마음은 바닥까지 가라앉았다.보름 남짓한 시간 동안 그녀는 이미 두 번이나 어머니 대신 빚쟁이들의 돈을 갚아주었다.남은 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돈을 어머니의 도박 빚을 갚는 데 쓰고 싶지는 않았다.삼십 분 뒤, 심미정이 돌아왔다.소파에 앉아 있는 딸을 본 순간 심미정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과 눈치를 살피는 표정이 스쳤다.“유빈아, 뭐 먹었니?”심유빈의 시선이 차갑게 어머니에게 향했다.“밖에서 도대체 얼마를 빚진 거예요? 전부 솔직하게 말해요.”“유빈아, 나... 나 그렇게 많이 빚진 건 아니야.”심유빈은 옆에 있던 쿠션을 집어 그녀에게 던졌다.“빨리 말해요. 안 그러면 엄마가 죽든 살든 저도 더는 신경 안 쓸 거예요.”심미정은 놀라 몸을 움츠렸다.그러고는 침실로 들어가 장롱 안에서 작은 노트 하나를 꺼내 왔다. 딸에게 노트를 건네는 손끝은 조심스러웠지만 끝까지 눈은 마주치지 못했다.심유빈은 그녀의 손에서 노트를 거칠게 낚아챘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노트를 펼치자 안에는 날짜와 빚 목록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몇십만 원부터 수천만 원에 달하는 금액까지 끝도 없이 이어졌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총액이 정리되어 있었다.약 십오억이 넘는 금액이었다.심유빈은 온몸에 힘이 빠져 그대로 쓰러질 것 같아 급히 소파를 짚으며 숨을 몰아쉬었다.“엄마... 어떻게 이렇게 많은 돈을 빚질 수가 있어요? 이 돈을 도대체 무슨 수로 갚으려고요?”심미정은

続きを読む
無料で面白い小説を探して読んでみましょう
GoodNovel アプリで人気小説に無料で!お好きな本をダウンロードして、いつでもどこでも読みましょう!
アプリで無料で本を読む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で読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