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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Author: 이야기보따리
“앞으로 그런 소리 두 번 다시 하지 마.”

하지만 고이한의 말투도 냉정하고 단호했다.

고수경은 씩씩거리며 전화를 끊어버렸고 잠시 후 진가영이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여보세요, 엄마.”

고이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을 나서더니 마당 한쪽으로 걸어가 전화를 받았다.

“이한아, 예지가 정말 특효약 개발자 맞니?”

진가영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재차 확인했다.

“네, 맞아요.”

이미 사실을 확인한 고이한은 확실하게 대답했다.

“잘됐네. 그럼 내일 집에서 축하 파티를 열자. 가족끼리 모여서 성대하게.”

“알겠어요.”

한편, 불과 1km 떨어진 윤하준의 저택에서 가정부가 이안을 목욕시키는 동안, 윤하준은 서재에서 화상 회의를 막 끝내고 잠시 숨을 돌리려 했다. 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는데 발신자는 절친 하종호였다.

“여보세요?”

“하준아, 뉴스 봤냐? 예지 씨가 이번에 나온 특효약의 개발자래! 그것도 이한이가 직접 상을 줬더라니까!”

놀라움이 가득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윤하준도 그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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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96화

    “네, 부장님. 바로 준비하겠습니다.”방유나는 곧바로 대답했다. 눈에는 들뜬 기색과 감추지 못한 욕심이 스쳤다.빠른 걸음으로 자료실로 향하면서도 가방에서 작은 거울을 꺼내 화장을 확인하는 걸 잊지 않았다.입사한 지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고이한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서류를 나눠주고 차를 준비하는 사소한 일이라도 고이한에게 얼굴을 익힐 수만 있다면 충분했다.자료실 유리창에 비친 모습을 보며 머리와 정장을 꼼꼼히 정돈했다. 어디 하나 흐트러진 곳 없이 가장 완벽한 모습으로 보이고 싶었다.유리창에 비친 얼굴은 젊고 아름다웠으며 생기가 넘쳤다. 다만 눈빛에는 욕심과 계산이 어려 있었다.방유나에게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고신 그룹 안에서 자신을 밀어줄 인맥이 있었다. 감히 고이한을 욕심낼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문득 이모가 고이한의 전처를 두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과학자면 어떻고 아무리 뛰어난 여자면 또 어떤가. 고씨 집안의 대를 이을 아이를 더 낳아줄 수 없다면 그게 가장 큰 약점이었다.남자란 결국 자신의 뒤를 이을 아들을 원하기 마련이었다. 특히 고이한처럼 막대한 부와 권력을 가진 남자라면 더더욱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니 자신은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기다렸다가 적당한 기회가 왔을 때 자신의 가치와 장점을 보여주기만 하면 됐다. 어쩌면 그것만으로 인생이 완전히 달라질지도 몰랐다.회의 시작을 앞두고 방유나는 자료를 안은 채 회의실로 들어갔다. 안에는 이미 십여 명의 임원이 자리를 잡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상석만 비어 있었다.방유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지 않고 각 자리 앞에 회의 자료를 차례로 놓았다. 일 처리만큼은 능숙하고 빈틈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그때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김경환이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보고하는 소리가 이어졌다.방유나는 세차게 뛰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얼른 허리를 펴고 한쪽으로 물러나 고개를 살짝 숙였다.곧 회의실로 들어선 고이한에게서는 등장만으로도 분위기를 압도하는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95화

    고이한은 일부러 몸을 기울여 소예지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거리낌 없이 파고드는 눈빛이 꽤나 짙었다.“내가 그 오해가 진짜가 되길 얼마나 바라는지 뻔히 알면서 일부러 그런 말로 약 올린 거야? 응?”마지막 한마디가 낮고 묘하게 사람을 간질였다.소예지는 다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고이한과 눈을 마주치기도 싫었고 속내를 들킨 게 민망하기도 했다.“운전해. 나 회의 가야 돼.”더는 이 이야기를 이어갈 생각이 없었다.“억지로 재촉하진 않을게.”고이한은 한마디 한마디 분명하게 말했다.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그래도 내 마음속에서 당신은 언제나 내 유일한 아내야.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아.”소예지가 홱 고개를 돌렸다. 다정하면서도 진지한 눈빛과 정면으로 마주치자 숨이 잠시 막혔다.고이한은 피하지 않았다. 솔직한 눈으로 소예지를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마침 소예지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소예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부탁했다.“제발 출발해 줘. 나 진짜 시간 없어.”고이한은 할 말을 잃은 듯 잠시 입을 다물었지만 결국 얌전히 차를 출발시켰다.집까지는 차로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금세 도착한 소예지가 차에서 내려 자신의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으려는데 어느새 고이한이 뒤까지 따라와 있었다.소예지가 고개를 들었다.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고이한이 몸을 숙여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마에 입을 맞췄다.“운전 조심해.”소예지가 얼떨떨하게 굳어 있는 사이, 고이한은 이미 자신의 차로 돌아가 그대로 떠났다.고신 그룹 본사 임원실이 있는 층.방유나는 서류를 품에 안고 연결 통로를 지나고 있었다. 일부러 평소보다 먼 길로 돌아가던 중, 뒤쪽에서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방유나는 품에 안은 서류를 저도 모르게 꽉 끌어안았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숨을 죽인 채 슬쩍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 쪽을 바라봤다.문이 완전히 열리고 고이한이 먼저 걸어 나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94화

    소예지는 잠시 멈칫했다.고이한이 그런 소예지를 보며 살짝 웃었고 두 사람은 차례로 교장과 악수를 나눴다. 소예지도 굳이 오해를 바로잡지는 않았다.50대 초반인 교장은 미국 출신으로 현지 국제 초등학교에서 교장을 지낸 경력이 있어 교육 경험이 풍부했다.고하슬은 다정한 외국인 담임 선생님의 손을 잡고 교실로 향했다.소예지는 딸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한 뒤 멀어지는 뒷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대견한 마음과 걱정이 뒤섞였다. 아무래도 처음 다니는 학교이다 보니 부모로서 걱정이 되는 건 당연했다.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지도 신경 쓰였고 처음으로 품을 떠나 학교생활을 시작한다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허전하기도 했다.딸을 교실까지 보낸 뒤 두 사람은 나란히 주차장으로 향했다.고이한이 먼저 물었다.“연구소까지 데려다줄까?”“괜찮아. 당신은 회사로 가.”소예지는 괜히 고이한의 시간을 뺏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연구소에 들어간 투자금이 사실 고이한의 돈이라는 걸 알게 된 뒤로는 그가 짊어진 부담도 적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알았어. 일단 집까지 데려다줄게. 운전 조심하고 이문혁이 뒤에서 따라갈 거야.”소예지의 마음이 따뜻해졌다.“고마워.”고이한은 잠시 후 다시 입을 열었다.“아까 교장 선생님이 오해한 건 신경 쓰지 마.”“응, 알았어.”고이한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사실 소예지의 반응을 떠보려고 일부러 꺼낸 말이었다. 그런데 정작 소예지는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그럼... 오후에는 내가 하슬이 데리러 올게. 당신은 굳이 서둘러 돌아오지 않아도 돼.”고이한은 화제를 돌리며 다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부탁할게.”소예지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고이한은 결국 참지 못했다.“다른 사람이 또 당신을 ‘사모님'이라고 부르면 싫어?”운전대를 잡은 손가락에 슬며시 힘이 들어갔다. 시선은 앞을 향하고 있었지만 곁눈질로는 소예지의 표정을 놓치지 않고 살폈다.차 안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고이한이 다시 화제를 돌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93화

    소예지가 얼떨떨해하는 사이 고하슬이 엄마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엄마도 아빠한테 잘 자라고 해야죠!”그제야 소예지는 딸이 조금 전 고이한에게 무슨 귓속말을 했는지 알아차렸다.딸의 손을 잡은 소예지는 옆에 선 고이한을 보지 않은 채 나지막이 말했다.“잘 자.”그러고는 고하슬을 데리고 돌아섰다.소예지의 집으로 돌아오자 고하슬이 고개를 들어 엄마를 바라봤다.“엄마, 나 기억나요. 예전에는 아빠가 매일 우리한테 잘 자라고 해주고 뽀뽀도 해줬잖아요.”딸이 예전 일을 떠올리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소예지는 조용히 대답했다.“응, 그랬지.”고하슬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폴짝폴짝 뛰더니 2층으로 올라가 양치를 하고 잘 준비를 했다.밤이 깊어지고, 고하슬은 소예지의 품에 누워 커다란 눈을 깜빡거렸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올랐는지 엄마를 꼭 끌어안으며 서운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이제는 엄마랑 아빠가 다시는 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갑작스러운 딸의 한마디가 소예지의 가장 여린 곳을 건드렸다. 숨이 잠시 멎는 듯했다.소예지는 품 안의 딸을 조금 더 꼭 끌어안았다. 고하슬은 더 말하지 않고 엄마 품을 파고들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소예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히려 잠이 달아난 건 소예지였다.이어폰을 끼고 휴대폰 앨범을 열어 오래된 사진들까지 거슬러 올라가던 손가락이 사진 한 장에서 멈췄다.눈으로 뒤덮인 풍경 속에서 고이한이 패딩을 벌려 소예지를 품 안에 꼭 감싸고 있는 사진이었다. 지나가던 사람에게 부탁해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사진 속 소예지는 털모자 아래로 두 눈을 초승달처럼 휘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고이한은 그런 소예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옆얼굴은 여전히 선이 뚜렷하고 차가운 인상이었지만 소예지를 바라보는 눈만큼은 놀랄 만큼 밝았다.감출 생각조차 없어 보이는 애정이 눈빛에 가득했고 입가에 걸린 미소는 주변의 눈마저 녹일 만큼 다정했다.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두 사람은 눈을 보러 겨울 풍경으로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92화

    저녁이 되자 양희순은 기분 좋게 세 사람의 식사를 준비했다. 고이한도 이제는 완전히 제집처럼 드나들었고 양희순은 차를 마실 때 쓰라고 전용 컵까지 따로 마련해 두었다.저녁에 한숨 푹 잔 고하슬은 다시 기운이 넘쳤다.소예지는 조금 피곤해 2층 작은 거실에서 책을 읽었고 고하슬은 젤리를 데리고 아빠를 찾아갔다. 소예지도 굳이 말리지 않았다.그러다 밤 10시가 다 되도록 딸이 돌아오지 않자 결국 옆집으로 찾으러 갔다.고이한의 2층 놀이방에서는 고하슬이 인형을 가지고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다. 고이한은 옆 매트에 느긋하게 앉아 긴 다리를 편 채 작은 장난감 하나를 들고 딸의 놀이에 맞춰주고 있었다.“엄마 왔어요? 빨리 와서 우리랑 같이 놀아요!”고하슬이 반갑게 손짓했다.밤공기가 제법 서늘해진 탓에 소예지는 얇은 니트 카디건을 걸치고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는 자연스럽게 풀어둔 상태였다.고이한의 눈빛이 금세 짙어졌다.소예지가 딸에게 말했다.“너무 늦었어. 오늘은 그만 놀고 자자.”“나 잠 안 와요. 더 놀고 싶어요.”오후에 낮잠을 잔 고하슬은 아직 기운이 넘쳤다.소예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그럼 20분만 더 놀고 자러 가는 거야. 알았지?”“네. 대신 엄마도 여기서 같이 놀아야 해요.”소예지는 딸 옆에 다리를 포개고 앉았다.“그래. 엄마도 같이 놀게.”고하슬은 다시 소꿉놀이에 빠져들었고 소예지는 턱을 괸 채 가끔 필요한 장난감을 건네주었다.맞은편에서는 뜨거운 시선이 계속 따라붙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도 고이한의 존재감이 너무 선명했다.소예지는 결국 불편함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한번 노려봤다. 하지만 고이한은 피하기는커녕 웃음이 더 짙어졌다. 눈에는 다정함이 가득했다.아예 자세까지 바꿔 한쪽 무릎을 세우고 팔꿈치를 올린 채 대놓고 소예지를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는 듯한 눈빛이었다.소예지는 얼굴이 뜨거워져 결국 고개를 숙이고 딸의 놀이에만 집중했다.고하슬은 자기만의 놀이에 푹 빠져 인형 하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91화

    소예지가 고개를 들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눈빛에는 처음 부모가 되었을 때의 기쁨과 애정이 가득했다.영상을 다 보고 난 소예지는 코끝이 찡해지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고이한과 이혼한 지도 벌써 3년이 흘렀다. 그동안 지난 영상들을 좀처럼 다시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괜히 옛일이 떠올라 마음이 아플까 두려웠다.하지만 고요한 가을 오후에 다시 본 영상은 아픔뿐 아니라 그리움도 함께 불러왔다. 어떤 기억은 완전히 잊힌 적이 없었다. 그저 마음 깊은 곳에 묻혀 있다가 때가 되면 다시 모습을 드러낼 뿐이었다.“뭘 보고 있어?”갑자기 머리 위에서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소예지는 깜짝 놀라 휴대폰 화면을 끄고 고개를 들었다.“왜 돌아왔어?”“하슬이가 목마르대서 물 가져다주려고.”고이한은 빠르게 꺼진 휴대폰을 한번 바라봤지만 더 묻지 않고 다시 딸에게 돌아갔다.고이한이 떠난 뒤 소예지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더는 영상을 보지 않았다.영상 속 일들은 기억 속에 모두 남아 있었다. 떠올리고 싶지 않았을 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선명하게 기억해 낼 수 있었다.멀지 않은 곳에서는 두 아이와 젤리가 함께 뛰어놀고 있었고 두 남자는 곁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고파진 아이들이 먹을 것을 찾으러 돌아왔다. 소예지는 아이들을 챙겼고, 고이한과 윤하준도 함께 돌아왔다.두 사람은 일 이야기를 나누다가 하종호의 근황도 이야기했다. 하종호는 이제 생후 6개월 된 아이를 돌보는 전업 아빠가 되어 있었다. 아이가 생기고 나니 친구들과 만날 시간도 눈에 띄게 줄었다.오후 3시 반이 되어서야 두 아이는 아쉬워하며 헤어졌다. 돌아오는 길에 한참 재잘거리던 고하슬은 결국 소예지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이제 정말 초등학교 생활이 시작될 참이었다.한편 윤하준이 이안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이안이 뒷좌석에서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삼촌은 언제 외숙모 만들어줄 거예요? 예지 이모처럼 다정한 사람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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