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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1화

Penulis: 이야기보따리
고이한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소예지를 바라보았다.

소예지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아까는 내가 잘못했어. 그렇게 따질 일이 아니었는데.”

잠시 말을 고른 그녀가 낮게 덧붙였다.

“나도 알아. 숨긴 건 당신 결정이 아니라 총리의 지시였다는 거.”

고이한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맑고 흔들림 없는 눈빛에는 오랜만에 마주하는 이해와 배려가 담겨 있었다.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고마워.”

소예지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

“압박을 감당하면서까지 나를 프로젝트에 끌어들여 줘서 고맙고 이 프로젝트에 투자해 준 것도 고마워. 임씨 가문도 당신이 해 준 모든 일에 감사해야 해.”

말하던 그녀가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만약 임현욱이 살아서 깨어난다면...”

끝내 그 뒤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고 목 끝이 뜨겁게 막혀 눈물이 눈가를 붉게 물들였다.

고이한의 가슴도 묵직하게 조여왔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쓸쓸함과 안도감이 뒤섞여 가슴 깊은 곳을 흔들었다.

그는 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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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604화

    고이한은 손을 뻗어 소예지를 제 품으로 끌어당기더니 단단히 끌어안았다.소예지의 몸이 그의 품 안에서 살짝 굳었다.머리 위로 고이한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해 여름에 우리가 만나지 않았더라도 난 결국 당신을 사랑하게 됐을 거야.”소예지는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곧바로 고이한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의 눈에는 조금도 감추지 않은 진심과 집착에 가까울 만큼 확고한 믿음이 담겨 있었다.“왜 그렇게 확신해?”소예지가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고이한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몸을 살짝 떨어뜨렸다. 이윽고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한테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어. 나를 끌어당길 만큼 강렬한 무언가가. 그해 여름에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의학계 어딘가에서 당신을 알게 됐을 거야.”“그리고... 당신을 쫓아다니고 당신 연구에 투자하면서 어떻게든 내 존재를 각인시켰겠지.”고이한의 목소리가 고요한 거실에 낮게 울려 퍼졌다. 마치 이미 정해진 운명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그의 손끝이 소예지의 귓가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어떤 시간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만나든 당신은 자석처럼 날 끌어당겼을 거야.”이어 고이한은 고개를 숙여 소예지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살며시 맞댔다.두 사람의 숨결이 뒤섞였다.그가 마치 선언하듯 말했다.“그러니까 우리가 어떤 식으로 만났든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은 필연이야. 시간도 장소도 만나는 방식도... 전부 달라질 수 있어. 하지만 당신만큼은 내가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답이야.”고이한의 입술이 소예지의 이마에 가볍게 내려앉았다.소예지의 심장이 제멋대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얼굴까지 화끈하게 달아올랐다.그녀는 바로 눈앞에 있는 고이한의 눈을 바라봤다.그 안에는 조금도 숨기지 않은 뜨겁고 솔직한 감정이 일렁이고 있었다.“그러니까 다시는 ‘우리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같은 말 하지 마.”고이한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지만 못내 서운한 기색까지는 감추지 못했다.“우린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603화

    고이한은 소예지의 시선을 예민하게 알아챘다.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눈빛은 깃털처럼 그의 마음을 살며시 스치고 지나갔다. 노골적인 유혹보다 훨씬 더 심장을 뛰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었다.와인잔을 쥔 고이한의 손가락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마치 그녀에게 거절이라도 당할 사람처럼 긴장됐다.“무슨 생각 해?”고이한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소예지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때 내가 당신을 만나지 않았으면 지금쯤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그런 생각.”순간 무언가가 고이한의 심장을 꽉 움켜쥐는 듯했다.‘후회하는 건가.’‘나를 만난 걸 후회하는 걸까.’소예지는 와인잔을 내려다보며 그 시절을 떠올렸다.“사실 그해 여름에 아빠가 교류 연수를 위해 경주로 가라고 했고 나도 이미 가겠다고 했었어. 그날 내가 아빠 대신 자료를 전해 주러 가지 않았다면 병원 복도에서 우리가 부딪칠 일도 없었겠지. 어쩌면 평생 만날 일도 없었을 거야.”고이한의 호흡이 순간 멎었다.그해 여름 두 사람이 만나지 않았다면 소예지가 어떤 삶을 살았을지는 어렵지 않게 그려졌다.무사히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와 박사 과정을 밟았을 것이다.‘그리고 강준석을 만났겠지.’어쩌면 강준석과 결혼했을지도 몰랐다.아니면 국립과학원에 들어가 임현욱을 만났을 수도 있었다.그랬다면 두 사람의 인생은 완전히 다른 궤도를 달렸을 것이다.당시 고이한은 해외 연구소에 투자하는 정도에 그쳤을 테고 소예지가 진행하던 최첨단 의학 연구 프로젝트를 보지 않았다면 애초에 의학 분야에 투자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그렇다면 두 사람의 인생이 교차할 가능성은 아예 없었다.물론 그녀의 존재를 알게 될 수는 있었다.의학 학술대회에 참석한 그녀를 보고 소예지라는 사람이 있다는 정도는 알게 됐을 것이다.하지만 두 사람은 분명 스쳐 지나가는 사이로 끝났을 것이다.고이한의 목울대가 천천히 움직였다.그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당신 인생은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602화

    짧은 한 글자였지만 어른이라면 누구나 알아들을 만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하물며 한때 부부였던 두 사람은 말할 것도 없었다.딸이 태어난 뒤로 이 말은 두 사람이 밤마다 종종 주고받던 질문이었다.소예지가 묻지 않으면 고이한이 물었다.그때 또다시 소리 없이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고이한이 덧붙인 말이었다.[다른 뜻은 없어. 그냥 물어본 거니까 오해하지 마.]소예지는 몇 초간 화면 위에 손가락을 멈춘 채 망설이다가 답장을 보냈다.[아직.]그러자 거의 곧바로 답장이 돌아왔다.[잠깐 나올래?]소예지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음표 하나만 보냈다.[?][우리 집 거실.]남자는 꽤 직설적이었다.곧이어 고이한이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가볍게 한잔하면서 내일 MD랑 협력할 일도 좀 얘기하자.]소예지는 단번에 그의 속셈을 알아챘다.이제 열여덟도 아니고 스물여덟이었다. 이런 수법에 넘어갈 나이는 진작 지났다.[한잔하는 건 괜찮은데 일 얘기는 됐어. 자기 전까지 일 얘기하고 싶진 않아.]소예지가 답장을 보내자 이번에도 곧바로 답이 왔다.[알았어. 일 얘기는 안 할게.]소예지는 휴대폰 화면을 가만히 바라봤다.테라스에는 서늘한 밤바람이 불어와 뺨과 귓가를 스쳤다. 머릿속에서는 이성과 감정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벌였다.‘갈까, 말까?’결국 소예지는 휴대폰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방으로 들어가 니트 카디건을 하나 걸친 뒤 방을 나섰다.1층으로 내려오니 집 안은 고요했다. 양희순도 아마 잠자리에 든 모양이었다.소예지는 두 집을 이어 주는 문을 밀어 열었다.맞은편 거실에는 이미 불이 켜져 있었다. 환하게 밝힌 조명은 아니었다. 간접 조명만 켜 둔 탓에 거실에는 은은하고 어스름한 분위기가 감돌았다.공기 중에는 옅은 술 향과 희미한 삼나무 향이 뒤섞여 있었다.고이한은 오픈형 주방의 아일랜드 앞에 서서 와인 한 병을 따고 있었다. 옆에는 유리로 된 와인잔 두 개가 놓여 있었다.그 역시 편안한 차림이었다. 짙은 색 면 소재 상의에 긴 바지를 입은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601화

    “응.”소예지가 나직이 대답했다.가는 내내 그녀는 고개를 돌린 채 창밖만 바라봤다. 마음속은 온갖 감정이 뒤섞여 어지러웠다.다행히 학교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아이들을 데리러 온 고급 승용차와 밴들이 곳곳에 늘어서 있었다.“예지야.”고이한이 불쑥 그녀를 불렀다.간신히 가라앉혔던 소예지의 심장이 다시 쿵 하고 요동쳤다.고이한은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MD와의 협력, 한번 생각해 보면 안 될까?”거의 부탁하는 듯한 말투였다.이어 그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억지로 강요하진 않을게. 그냥... 더는 나를 완전히 밀어내지만 않았으면 좋겠어. 하슬이 아빠로서든 사업 파트너로서든.”물론 거기에 다른 관계 하나를 더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소예지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복잡하게 얽혀 있던 머릿속이 차츰 정리되며 이성이 돌아왔다.연구자로서는 더 좋은 환경과 기회가 생기면 놓치지 말고 붙잡아야 했다. 원한다고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으니까.하지만 소예지는 잘 알고 있었다.어떤 선택을 하든 자신의 사적인 감정을 완전히 지워 낼 수는 없다는 걸.“좋아.”소예지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MD랑 협력할게. 내일 회의에도 갈게.”그제야 고이한은 안도한 듯 미소를 지었다.“응, 좋아.”잠시 후 두 사람은 고하슬을 데리러 갔다가 업계에서 알고 지내던 지인 몇몇과 마주쳤다.그들 역시 두 사람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란히 딸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자 다들 뭔가 안다는 듯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고하슬은 예상대로 잔뜩 신이 나 있었다.“아빠, 엄마! 둘 다 나 데리러 왔네요! 나 진짜 신나요!”“앞으로도 시간 될 때마다 아빠랑 엄마가 같이 데리러 올게.”고이한이 딸에게 말했다.“네, 좋아요!”고하슬은 작은 책가방을 메고 깡충깡충 뛰어다녔다. 그러면서도 말투는 제법 의젓해 어느새 다 큰 아이 같은 티가 났다.소예지는 저도 모르게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600화

    다만 소예지의 마음에는 아직 완전히 넘지 못한 벽이 남아 있었다.특히 두 사람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 가는 지금, 이해관계까지 지나치게 얽히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 같았다.더구나 일에 관한 문제만 나오면 고이한이 내미는 선택지는 늘 정답이 하나뿐인 것처럼 느껴졌다.고이한은 살짝 찌푸려진 소예지의 미간을 바라봤다. 차 안에 잠시 정적이 흐르다 고이한이 불쑥 물었다.“당신, MD와 협력하는 걸 받아들이면 나까지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 그래?”소예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미 눈치챈 듯한 물음이었다.소예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언제부터였을까. 고이한은 끊임없이 자신의 자원과 인맥을 소예지에게 내어주었고 이제 와 돌아보니 지금까지 자신이 이룬 성과 곳곳에 그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고이한이 손을 뻗어 소예지의 무릎 위에 놓인 손을 가볍게 감쌌다. 따뜻하고 단단한 손길에 소예지는 살짝 놀랐지만 손을 빼지는 않았다.“소예지.”고이한의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또렷했다.“당신한테 사심이 있는 건 인정해. 그래도 난 당신이 더 높은 곳에 올라가 더 많은 인정과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어. 그건 내가 당신한테 해줘야 할 일이기도 하고.”소예지가 고개를 들자 눈가가 살짝 뜨거워졌다. 두 사람 사이에서 누가 누구에게 빚을 졌는지는 이미 따질 수 없게 된 지 오래였다.굳이 처음부터 따지자면 고이한이 아버지의 연구소에 처음 투자했던 때부터 오히려 소씨 집안이 고이한에게 빚을 진 셈이었다.그때 고이한이 안전벨트를 풀고 몸을 기울여 다가왔다. 커다란 몸이 차창으로 들어오던 빛을 가리자 소예지는 저도 모르게 시트에 등을 붙였다.익숙한 체취가 가까워지더니 입술 위로 부드러운 감촉이 내려앉았다.아주 가벼운, 조심스럽게 반응을 살피는 듯한 절제된 입맞춤이었다.소예지의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다.지척에 있는 고이한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다. 고이한은 눈을 감지 않은 채였고 깊은 눈동자 안에는 작은 소예지의 모습이 고스란히 비치고 있었다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99화

    소예지는 다시 연구 이야기로 돌아왔다.“그 장비 정확한 가격부터 알아봐 줘. 도입하는 쪽으로 검토해 보자.”2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은 확실히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고이한이 투자한 거액의 자금이 있다고 해도 결코 가볍게 쓸 수 있는 돈은 아니었다. 투자금은 연구소 전체 운영과 이미 계획된 연구 과제에 쓰일 돈이라 여기에 갑자기 고가의 장비 구입 비용까지 추가하려면 자금 운용에 상당한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예지야, 이 장비는 우리 연구에 정말 중요해. 지금 막혀 있는 부분을 뚫을 핵심 장비라고 해도 될 정도야. 내가 직접 고 대표한테 얘기해 볼까?”소예지가 얼른 말렸다.“아니, 아직은 그러지 마. 그 사람도 매일 바빠. 연구소 일까지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아.”이지원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그럼 내가 가격이랑 도입 절차부터 자세히 알아볼게.”사실 소예지도 지금까지 고이한에게 받은 게 너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더는 빚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이 장비를 두고 계속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물론 결국에는 어떻게든 장비를 들여올 생각이었지만 문제는 어떤 자금으로 구입하느냐였다.오늘은 고하슬이 처음 학교에 간 날이었다. 소예지는 일을 하다가도 문득 딸이 학교에서 잘 지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다행히 담임 선생님이 학부모 단체방에 아이들의 사진을 틈틈이 올려주었고 소예지는 사진 속에서 즐겁게 지내는 딸의 모습을 찾아보며 조금이나마 마음을 놓았다.오후 회의를 마친 뒤 소예지는 고이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나도 맞춰서 돌아갈게. 같이 하슬이 데리러 가자.]딸의 첫 등교 날인 만큼 첫 하교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곧 답장이 왔다.[그래. 집에서 기다릴게.]오후 3시 반, 소예지는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 4시가 되자 고이한의 차도 집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은 지상 주차 공간을 함께 쓰고 있어 차가 들어오는 게 바로 보였다.소예지는 휴대폰만 챙겨 고이한의 차로 향했다. 차창이 내려가자 운전석에 느긋하게 기대앉은 고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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