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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Author: 이야기보따리
심유빈은 턱을 괴고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았어.”

그러더니 무심하게 말했다.

“아까 내 동생한테서 들었는데 예지 씨가 이번에 조기졸업 시험을 본다면서? 학부를 빨리 끝내고 싶다던데, 오빠도 알았어?”

고이한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그래?”

“그리고 양 박사님이 이번에 팀을 새로 꾸리면서 예지 씨의 이름을 명단에서 뺐대. 오빠, 혹시 예지 씨를 다시 넣어줄 생각 없어? 그래도 오빠 아내잖아.”

고이한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내가 양 박사님께 넣지 말라고 부탁했어.”

심유빈은 그 말을 듣고 멈칫했다.

“그럼 예지 씨가 화내지 않아?”

“이번 연구에 예지 어머니의 샘플을 사용해서 날 많이 원망하고 있어.”

심유빈은 미소를 지은 채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럴 만도 하지. 아무래도 그건...”

“무슨 얘기 하고 있어?”

이때 하종호가 다가오며 말을 끊었다.

고이한은 그와 간단히 인사했고 하종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심유빈을 바라봤다.

“괜찮아요? 아까 뉴스를 봤는데 진짜 아찔하더라고요.”

“괜찮아요. 저도 팬이 그렇게까지 과격할 줄은 몰랐어요. 그냥 손목이 좀 부은 정도예요.”

심유빈은 말하며 손을 살짝 들어 보였다.

하종호는 진심으로 그녀를 걱정했다.

“다음부턴 조심해요. 외출할 땐 경호원을 꼭 데리고 다니고요.”

잠시 후, 윤하준도 도착했다.

“이안이 오늘은 떼 안 썼어?”

하종호가 농담하듯 묻자 윤하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새 장난감 하나 사주겠다고 약속했지, 뭐.”

심유빈은 곁눈질하며 말했다.

“하준 씨도 이제 슬슬 여자 친구 만들어야겠어요. 그래야 이안이를 돌봐줄 사람이 생기죠.”

하종호는 윤하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농담을 보탰다.

“그런데 너, 너희 외숙모의 자선 사업에 투자한다면서?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조용히 의학 쪽까지 손을 뻗은 거야?”

윤하준은 담담히 웃으며 대답했다.

“앞으로는 이쪽이 큰 흐름일 거야.”

그 말에 잔을 들고 있던 고이한은 멈칫했고 심유빈도 눈빛이 흔들렸다.

윤하준이 정말 단순히 사업적 이유로 의학계에 투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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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예지가 편정우 연구실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조용히 퍼져나갔고 어느 순간부터 실험실 안에서는 더 이상 숨길 필요조차 없는 사실이 되어버렸다.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을 때면 그녀는 무심히 흘러나오는 자신의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되었다. 다 들으라는 듯 대놓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수군거리며 떠보듯 흘리는 목소리도 있었다.“소예지, 진짜 이해 안 돼. 고 대표가 그렇게 아끼고 밀어주는데 왜 굳이 그만둔 거야?”“그러니까. 그 자리에 계속 있었으면 뇌-컴퓨터 프로젝트도 안채린이 아니라 소예지가 들어갔겠지. 게다가 고 대표 자본력은 말할 것도 없잖아. 편 교수님 연구실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어?”이런 수군거림에 대해 소예지는 어떤 해명도 하지 않았다.오직 이서연만이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은 적이 있었고 그때 소예지가 내놓은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하고 싶어.”그로부터 일주일 후, 편정우가 경주에서 돌아왔다.오랜만에 본 그의 얼굴은 평소처럼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어딘가 모르게 담담한 만족감이 엿보였다. 그는 이미 윤하준과의 실험실 임대 계약을 모두 마무리한 상태였고 이제 연구실 정비만 끝나면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다.소예지는 편정우와 저녁을 함께하며 향후 연구 일정과 실험실 운영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식사가 끝나자, 편정우는 그녀를 창가로 불렀다. 창문은 모두 가려져 있었고 방 안에는 조용하지만 묘하게 긴장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예지야.”그의 표정이 한층 더 무거워졌다.“이번에 경주에 다녀오면서 오랜 친구들을 몇 명 만났는데... 중요한 이야기를 나눴어.”소예지가 말없이 그의 얼굴을 바라보자 편정우는 문득 떠올린 듯 묻듯이 말을 이었다.“‘트로이 목마’ 이야기 알고 있나?”그 말에 소예지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눈앞의 노인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짐작은 갔지만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내 그는 조심스럽게 본심을 꺼냈다.“너랑 상의하고 싶은 일이 있다. 혹시... 의과대학 실험실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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