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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Penulis: 이야기보따리
소예지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얘기 하고 싶은데?”

그러자 고이한은 말없이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고는 복도 끝에 있는 휴게실로 이끌었다.

억지로 끌려간 소예지는 휴게실 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미 감정이 격해져 있었다.

“손 놓고 얘기해.”

그녀가 이를 악물며 말하자 고이한은 싸늘한 목소리로 비웃듯 내뱉었다.

“양 교수가 당신을 실험실에서 내쳤다고 해서 벌써 새 연구팀에 들어가려고 하는 거야?”

소예지는 그의 차가운 눈빛을 똑바로 응시하다가 오히려 담담하게 받아쳤다.

“나 나름대로 계획이 있어. 당신이 간섭할 일은 아니잖아.”

고이한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내가 직접 양 교수에게 부탁해 보겠다고 했잖아.”

“난 당신 연줄에 기대고 싶지 않아. 내 힘으로 해결할 거야.”

단호한 어조로 말한 그녀가 문고리를 잡으려 손을 뻗는 순간, 고이한의 냉정한 경고가 날카롭게 등 뒤를 파고들었다.

“어쨌든, 지 여사님 연구팀에 들어갈 생각은 하지도 마.”

소예지는 순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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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92화

    저녁이 되자 양희순은 기분 좋게 세 사람의 식사를 준비했다. 고이한도 이제는 완전히 제집처럼 드나들었고 양희순은 차를 마실 때 쓰라고 전용 컵까지 따로 마련해 두었다.저녁에 한숨 푹 잔 고하슬은 다시 기운이 넘쳤다.소예지는 조금 피곤해 2층 작은 거실에서 책을 읽었고 고하슬은 젤리를 데리고 아빠를 찾아갔다. 소예지도 굳이 말리지 않았다.그러다 밤 10시가 다 되도록 딸이 돌아오지 않자 결국 옆집으로 찾으러 갔다.고이한의 2층 놀이방에서는 고하슬이 인형을 가지고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다. 고이한은 옆 매트에 느긋하게 앉아 긴 다리를 편 채 작은 장난감 하나를 들고 딸의 놀이에 맞춰주고 있었다.“엄마 왔어요? 빨리 와서 우리랑 같이 놀아요!”고하슬이 반갑게 손짓했다.밤공기가 제법 서늘해진 탓에 소예지는 얇은 니트 카디건을 걸치고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는 자연스럽게 풀어둔 상태였다.고이한의 눈빛이 금세 짙어졌다.소예지가 딸에게 말했다.“너무 늦었어. 오늘은 그만 놀고 자자.”“나 잠 안 와요. 더 놀고 싶어요.”오후에 낮잠을 잔 고하슬은 아직 기운이 넘쳤다.소예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그럼 20분만 더 놀고 자러 가는 거야. 알았지?”“네. 대신 엄마도 여기서 같이 놀아야 해요.”소예지는 딸 옆에 다리를 포개고 앉았다.“그래. 엄마도 같이 놀게.”고하슬은 다시 소꿉놀이에 빠져들었고 소예지는 턱을 괸 채 가끔 필요한 장난감을 건네주었다.맞은편에서는 뜨거운 시선이 계속 따라붙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도 고이한의 존재감이 너무 선명했다.소예지는 결국 불편함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한번 노려봤다. 하지만 고이한은 피하기는커녕 웃음이 더 짙어졌다. 눈에는 다정함이 가득했다.아예 자세까지 바꿔 한쪽 무릎을 세우고 팔꿈치를 올린 채 대놓고 소예지를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는 듯한 눈빛이었다.소예지는 얼굴이 뜨거워져 결국 고개를 숙이고 딸의 놀이에만 집중했다.고하슬은 자기만의 놀이에 푹 빠져 인형 하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91화

    소예지가 고개를 들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눈빛에는 처음 부모가 되었을 때의 기쁨과 애정이 가득했다.영상을 다 보고 난 소예지는 코끝이 찡해지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고이한과 이혼한 지도 벌써 3년이 흘렀다. 그동안 지난 영상들을 좀처럼 다시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괜히 옛일이 떠올라 마음이 아플까 두려웠다.하지만 고요한 가을 오후에 다시 본 영상은 아픔뿐 아니라 그리움도 함께 불러왔다. 어떤 기억은 완전히 잊힌 적이 없었다. 그저 마음 깊은 곳에 묻혀 있다가 때가 되면 다시 모습을 드러낼 뿐이었다.“뭘 보고 있어?”갑자기 머리 위에서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소예지는 깜짝 놀라 휴대폰 화면을 끄고 고개를 들었다.“왜 돌아왔어?”“하슬이가 목마르대서 물 가져다주려고.”고이한은 빠르게 꺼진 휴대폰을 한번 바라봤지만 더 묻지 않고 다시 딸에게 돌아갔다.고이한이 떠난 뒤 소예지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더는 영상을 보지 않았다.영상 속 일들은 기억 속에 모두 남아 있었다. 떠올리고 싶지 않았을 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선명하게 기억해 낼 수 있었다.멀지 않은 곳에서는 두 아이와 젤리가 함께 뛰어놀고 있었고 두 남자는 곁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고파진 아이들이 먹을 것을 찾으러 돌아왔다. 소예지는 아이들을 챙겼고, 고이한과 윤하준도 함께 돌아왔다.두 사람은 일 이야기를 나누다가 하종호의 근황도 이야기했다. 하종호는 이제 생후 6개월 된 아이를 돌보는 전업 아빠가 되어 있었다. 아이가 생기고 나니 친구들과 만날 시간도 눈에 띄게 줄었다.오후 3시 반이 되어서야 두 아이는 아쉬워하며 헤어졌다. 돌아오는 길에 한참 재잘거리던 고하슬은 결국 소예지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이제 정말 초등학교 생활이 시작될 참이었다.한편 윤하준이 이안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이안이 뒷좌석에서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삼촌은 언제 외숙모 만들어줄 거예요? 예지 이모처럼 다정한 사람이면 좋겠어요.”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90화

    무엇보다 지금 절친한 친구의 눈에 넘칠 만큼 가득한 애정과 다정함을 보고 있자니 윤하준의 마음에는 진심 어린 축복만 남았다.어떤 사람은 누군가의 인생에서 주인공이 될 운명이었다.윤하준은 기꺼이 소예지의 곁을 잠시 스쳐 지나간 사람으로 남아 두 사람의 행복을 지켜봐 줄 수 있었다.세 사람은 소풍에 필요한 음식과 카트를 함께 끌고 잔디밭으로 향했다. 김경환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텐트는 저쪽에 준비해 뒀습니다.”젤리의 목줄은 고하슬이 잡고 있었다. 제법 의젓하게 앞장서는 모습이 영락없는 꼬마 주인이었다.가을빛으로 물든 습지 공원은 무척 아름다웠다. 높고 푸른 하늘 아래 멀리 펼쳐진 황금빛 갈대밭이 바람을 따라 살랑거렸고 그 사이로 자리 잡은 호수에는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그대로 비쳤다. 가을 소풍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김경환이 준비한 대형 텐트도 널찍했다. 안에는 낮은 테이블과 아이들이 편하게 놀 수 있는 매트까지 깔려 있었다.소예지는 준비해 온 음식을 하나씩 꺼내 테이블 위에 차렸다. 먹음직스럽고 정갈한 음식들이 금세 한가득 놓였다.아이들은 먹는 것에는 관심도 없는지 젤리와 함께 잔디밭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쉴 새 없이 재잘거렸다. 어른들은 자리에 앉아 여유롭게 주변 풍경을 감상했다.고이한과 윤하준은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했고 소예지는 조용히 옆에서 듣고 있었다.윤하준이 연구 진행 상황을 묻자 소예지도 현재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윤하준의 얼굴에 어린 걱정을 소예지도 알아차렸다.고이한이 윤하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예지 연구에 진전이 생기면 어머님 치료부터 바로 시작할 거야.”윤하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결 마음을 놓은 듯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잠시 후 고이한과 윤하준은 두 아이를 데리고 연을 날리러 갔다. 소예지는 텐트에 남아 쉬었다.작은 화로 위에는 차가 따뜻하게 우러나고 있었고 은은한 향이 주변에 퍼졌다.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여유를 즐기는 것도 오랜만이었다.소예지는 고개를 들어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89화

    고이한은 돌아서서 소예지를 바라봤다. 눈에 옅은 웃음이 스쳤다.“이제야 내 몸도 좀 챙겨줄 생각이 들었어?”“약도 내가 지어줘?”소예지가 고개를 들어 물었다. 고이한은 직접 약을 지으러 다닐 시간도 없을 것 같았다.“응. 그럼 부탁할게.”고이한도 굳이 사양하지 않았다.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시선을 내렸다.“알겠어. 내가 약 지어 와서 달여줄게.”부드럽게 대답하는 소예지를 바라보던 고이한의 목울대가 살짝 움직였다. 시선은 매끈한 이마에서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 붉은빛이 도는 입술에 머물렀다.오늘 밤 소예지는 유난히 다정했다. 먼저 자신의 몸을 챙겨주겠다고 나선 것도 그랬다. 그 작은 변화가 깃털처럼 고이한의 마음을 간질였다. 정말 소예지가 이렇게 자신에게 마음을 열어주고 있는 건지 확인하고 싶어 당장이라도 품에 안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고이한이 계속 서 있자 소예지가 의아한 듯 고개를 들었다.그때 고이한이 갑자기 한 걸음 다가왔다.소예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고이한이 몸을 살짝 숙여 이마에 아주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잘 자, 예지야.”조금 잠긴 낮은 목소리에는 다정함과 만족감이 가득했다.소예지의 몸이 아주 살짝 굳었다. 하지만 전처럼 피하거나 밀어내지는 않았다. 속눈썹만 가볍게 떨리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잘 자...”고이한은 이번에도 바로 떠나지 않았다. 소예지의 반응을 가만히 살피다가 소예지가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간 뒤에야 발길을 돌렸다.복도에 홀로 남은 고이한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조금 전의 짧은 입맞춤이 오히려 어둠 속에서 나눴던 격렬한 키스보다 더 벅차게 다가왔다.이윽고 고이한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소예지는 욕실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옆에서는 고하슬이 아직 양치질을 하고 있었다.소예지는 무심코 손을 들어 조금 전 고이한이 입을 맞춘 이마를 가볍게 만졌다.고이한은 소예지의 공간을 넘어 오랫동안 고요했던 마음속까지 조금씩 다시 스며들고 있었다.소예지는 열심히 이를 닦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88화

    저녁, 소예지가 방을 정리하다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고하슬이 보이지 않았다.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양희순도 주방을 정리하고 있었다.“하슬이 못 봤어요?”“아까 하슬이랑 젤리 둘 다 고 선생님 댁으로 갔어요.”양희순은 자연스럽게 대답하다가 입을 살짝 가리며 말을 고쳤다.“아, 그래요.”소예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두 집을 이어놓은 문을 열고 고이한의 집으로 들어가자 아니나 다를까 2층에서 딸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소예지의 집이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라면 고이한의 집은 전체적으로 넓고 썰렁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지만 어딘가 차갑고 남자 혼자 사는 집다운 분위기가 짙었다.젤리는 소예지의 기척을 알아차렸는지 놀이방에서 곧장 뛰어나왔다.계단 앞까지 달려온 녀석은 반갑다는 듯 낑낑거리며 소예지를 맞았다. 마치 함께 놀아달라고 조르는 것 같았다.소예지는 젤리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준 뒤 놀이방으로 향했다.고하슬은 블록을 조립하고 있었고 고이한은 옆에서 도와주고 있었다. 따뜻한 조명 아래 나란히 앉아 있는 부녀의 모습이 무척 다정해 보였다.고이한은 어두운색의 편안한 옷을 입고 있었다. 희끗해진 머리카락은 조명 아래서 유난히 눈에 띄었다.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딸이 하는 말을 진지하게 들으며 필요한 레고 조각을 하나씩 찾아주고 있었다.소예지는 문 앞에 멈춰 서서 한동안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봤다. 잔잔하던 마음에 작은 돌멩이 하나가 떨어진 듯 파문이 일었다.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고이한은 짙고 검은 머리에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 겨우 서른인 나이에 머리가 희끗하게 세어버렸다. 혼자 감당해 온 무게가 말없이 드러나는 것만 같았다.소예지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시큰해졌다. 심유빈과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한 뒤, 고이한은 한없이 자신을 낮추면서까지 다시 자신과 딸의 곁으로 돌아오려 하고 있었다.어쩌면 자신이 그에게 너무 매정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엄마!”고하슬이 소예지를 발견하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87화

    “응.”오후 6시쯤 고수경의 차가 도착했다.고하슬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잔디밭을 신나게 뛰어다녔다. 젤리는 어린 주인의 목소리를 듣자 집 안에서 쏜살같이 뛰쳐나와 고하슬에게 달려갔다.“젤리!”고하슬이 반갑게 외쳤다.소예지와 고이한도 거실에서 나왔다. 정원에서 아이와 강아지가 반갑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자 두 사람 모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아빠, 엄마!”고하슬은 두 사람에게 달려오더니 소예지의 품에 와락 안겼다.“나 새집 너무 좋아요.”소예지가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이제부터 우리 여기서 사는 거야.”“응! 아빠랑도 같이 여기서 살 거예요.”고하슬은 꼭 짚어 강조했다. 예전에 아빠와 엄마가 늘 곁에 있던 때가 떠오른 듯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했다.딸의 기쁨과 애정이 고스란히 담긴 말에 고이한의 마음도 뭉클해졌다. 고이한은 딸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몸을 낮췄다.“그래. 아빠도 여기서 같이 살 거야. 이제 아빠가 매일 학교도 데려다주고 끝나면 데리러 갈게. 우리 하슬이랑 엄마도 잘 지켜주고.”고하슬의 눈이 반짝였다.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던 아이가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좋아요! 아빠, 내일 이안 만나게 해준다고 했죠?”“그럼. 내일 이안이랑 윤하준 아저씨 만나서 같이 소풍 갈 거야.”고이한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와! 드디어 이안 만난다!”고하슬은 신이 나서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었다.그때 고수경이 다가와 소예지에게 인사했다.“예지 언니.”고하슬이 고개를 돌려 고수경을 바라봤다.“고모, 내일 우리 하준 삼촌이랑 같이 소풍 가는데 고모도 갈래요?”고수경의 미소가 잠깐 굳었다. 이내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고개를 저었다.“고모는 못 갈 것 같아. 할 일이 좀 있거든.”“알겠어요.”고하슬은 더 묻지 않았다. 하지만 고이한과 소예지는 고수경이 가지 않으려는 진짜 이유를 알고 있었다.고수경도 조금 민망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오빠, 그럼 나 먼저 갈게.”“저녁 먹고 가지 그래요?”딸을 여기까지 데려다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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