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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Autor: 이야기보따리
고이한이 그녀를 불러세웠다.

“아직 논의 드릴 게 있어요.”

소예지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고 대표님, 무슨 일이시죠?”

그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고 그 시선엔 분명한 불만이 담겨 있었다.

“당신들 연구 진행 속도,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 말에 소예지는 순간 당황했다.

‘연구가 늦다는 건가? 지금까지 팀이 얼마나 치열하게 달려왔는데...’

“고 대표님, 연구는 신중해야 하는 작업입니다. 실수는 용납될 수 없어요.”

하지만 고이한은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

“어쨌든. 3개월 안에 눈에 띄는 결과를 내주셨으면 합니다.”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먼저 회의장을 나섰다.

소예지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고 회의에 참석한 다른 사람들 역시 방금 뿜어져 나온 그의 기세에 숨이 막힌 듯했다.

지금까지의 진행도 결코 나쁘지 않았지만 그 남자에겐 부족했단 얘기였다.

잠시 숨을 고른 소예지는 조용히 회의장을 나섰다.

그날 밤, 그녀는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내일 오전 10시, 법원에서 봐.]

3개월간의 이혼 숙려 기간이 끝났고 이제 진짜 이혼 절차가 막바지에 다다른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이한에게서 짧은 답장이 도착했다.

[그래.]

그 역시 이날을 기다리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다음 날 아침.

소예지는 딸아이의 이마에 조심스레 입을 맞추고, 곧장 법원으로 향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끝내고 말 거야.”

오전 10시. 고이한이 도착했고 두 사람은 나란히 서류를 제출했다.

절차를 마치는 데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두 장의 얇은 종이가 그들 앞에 놓였다.

‘협의 이혼의사확인서’

그녀는 문서를 천천히 확인했다. 옆을 보니 고이한도 같은 문서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각 항목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동안, 그녀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그 순간, 등 뒤에서 낮고 단단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당신이 원하던 결과야?”

소예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속으로는 단호하게 외치고 있었다.

‘그래, 이게 내가 원하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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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222화

    “이따 나갈 때 그 사람들이랑 마주치지만 말자. 괜히 기분 상할 일 생기면 안 되잖아.”하지만 소예지는 별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만, 딸이 그들을 보게 될까 봐 원치 않았을 뿐이다.그때, 고하슬이 장난감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엄마, 나 쉬 마려워요.”소예지는 딸을 유아용 식탁 의자에서 안아내 화장실로 데려갔다.막 딸을 안고 칸막이 안으로 들어선 순간, 바깥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그리고 곧, 전화 통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중년 여성의 목소리였다.“그 아이가 우리 딸을 얼마나 아끼는지 몰라요.”“방금 전에도요! 유빈이 조금만 몸이 안 좋아도 그렇게 안절부절못하더라니까요.”칸막이 안에서 소예지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화장실에서 통화 중인 여자는 다름 아닌, 심유빈의 어머니였다.“이혼 절차는 말끔히 끝났고 이제 유빈이랑 결혼만 남았어요.”“당신 쪽 프로젝트는 내가 오늘 묻기 좀 그래서, 유빈이가 대신 얘기할 거예요. 너무 걱정 마세요.”여자의 목소리는 점점 들떠갔다.“곧 당신 사위 될 사람이잖아요, 그런 사람이면 못 따낼 프로젝트가 어디 있겠어요?”그 순간, 고하슬이 소예지를 올려다보며 속삭였다.“엄마, 나 다 했어요.”왜 아직 나가지 않느냐는 눈빛이었다.소예지는 조용히 칸막이 문을 열었다.세면대 앞에는 치장된 옷차림의 중년 여성이 손을 씻고 있었고 거울에 비친 모습은 온몸이 보석으로 둘러싸여 있었다.그녀의 목을 감싼 최고급 진주 목걸이 하나만 해도 몇십억은 족히 나가 보였다.팔목의 팔찌 또한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과연, 고이한이 심유빈 모녀를 물심양면으로 극진히 대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거울 너머로 심미정이 소예지를 힐끗 보았다.하지만 그녀는 소예지를 알아보지 못했다.한때 사진으로 본 적은 있어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마주치게 되니 전혀 떠올리지 못한 것이다.무엇보다 오늘은 딸의 혼사로 한껏 들뜬 날이라,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조차 없었다.딸과 함께 손을 씻고 다시 룸으로 돌아가자 그 사이 박시온이 계산을 마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221화

    그날 밤, 소예지는 말랑한 딸을 품에 안고 잠이 들었다. 아이의 체온이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안았고 오랜만에 찾아온 평온한 꿈속에서, 그녀는 눈물 대신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깊은 밤을 견뎠다.다음 날 아침.특이한 사례를 가진 환자가 있어 소예지는 이서연과 함께 직접 현장 방문을 나서게 되었다.도심 중심의 종합병원.환자 문안을 마치고 병원 로비를 빠져나오던 순간, 이서연이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떴다.“예지야, 저 여자, 혹시... 심유빈 아니야?”그녀는 깜짝 놀란 얼굴로 입을 틀어막았다.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단정한 몸매와 기품 있는 분위기만으로도 단번에 눈길을 끌 만한 여인이었다.소예지도 이서연이 가리킨 방향을 힐끔 바라보고는 단 한 번에, 그 여자가 바로 심유빈임을 알아보았다.이서연의 말투는 점점 조심스러워졌다.“지금 산부인과 쪽으로 가는 것 같은데... 설마 임신 확인하러 온 건 아니겠지?”사실 이서연은 남의 일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성격이었고 이런 일에는 특히 호기심을 참지 못했다.“예지야,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문 앞에서 잠깐만 기다려줘.”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산부인과 방향으로 잰걸음으로 달려갔다.5분쯤 지났을까.숨을 헐떡이며 돌아온 이서연이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소예지를 발견하고 곧장 다가왔다.그리고는 왠지 모르게 안쓰러운 눈빛으로 소예지를 바라보며 말했다.“너 한번 맞춰볼래? 심유빈이 들어간 과가 어디였는지?”굳이 말하지 않아도 소예지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산부인과였어!”소예지의 결혼을 깨뜨린 그 여자가, 지금은 임신까지 한 것이다.게다가 그 여자는 안채린의 친언니이기도 했다.‘뭐, 심유빈 같은 여자를 앞에 두고, 과연 어느 남자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고 대표조차도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이혼을 택했으니.’이서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좀 오지랖이었지, 미안.”소예지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만 가자.”연구소에 돌아오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이성열이 급히 회의를 소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220화

    고이한이 그녀를 불러세웠다.“아직 논의 드릴 게 있어요.”소예지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고 대표님, 무슨 일이시죠?”그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고 그 시선엔 분명한 불만이 담겨 있었다.“당신들 연구 진행 속도, 마음에 들지 않아요.”그 말에 소예지는 순간 당황했다.‘연구가 늦다는 건가? 지금까지 팀이 얼마나 치열하게 달려왔는데...’“고 대표님, 연구는 신중해야 하는 작업입니다. 실수는 용납될 수 없어요.”하지만 고이한은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어쨌든. 3개월 안에 눈에 띄는 결과를 내주셨으면 합니다.”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먼저 회의장을 나섰다.소예지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고 회의에 참석한 다른 사람들 역시 방금 뿜어져 나온 그의 기세에 숨이 막힌 듯했다.지금까지의 진행도 결코 나쁘지 않았지만 그 남자에겐 부족했단 얘기였다.잠시 숨을 고른 소예지는 조용히 회의장을 나섰다.그날 밤, 그녀는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내일 오전 10시, 법원에서 봐.]3개월간의 이혼 숙려 기간이 끝났고 이제 진짜 이혼 절차가 막바지에 다다른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고이한에게서 짧은 답장이 도착했다.[그래.]그 역시 이날을 기다리고 있었음이 분명했다.다음 날 아침.소예지는 딸아이의 이마에 조심스레 입을 맞추고, 곧장 법원으로 향했다.“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끝내고 말 거야.”오전 10시. 고이한이 도착했고 두 사람은 나란히 서류를 제출했다.절차를 마치는 데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그리고, 두 장의 얇은 종이가 그들 앞에 놓였다.‘협의 이혼의사확인서’그녀는 문서를 천천히 확인했다. 옆을 보니 고이한도 같은 문서를 들여다보고 있었다.그가 각 항목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동안, 그녀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러나 그 순간, 등 뒤에서 낮고 단단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게, 당신이 원하던 결과야?”소예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속으로는 단호하게 외치고 있었다.‘그래, 이게 내가 원하던 결과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219화

    “엄마도 같이 가면 안 돼요?”고하슬이 두 눈을 반짝이며 엄마와 함께 가길 바라는 눈빛으로 물었다.“안 돼, 엄마는 잠시 후에 다시 일하러 가야 해.”소예지는 다정하지만 단호하게 딸을 달랬다.하슬이는 더 이상 떼쓰지 않았고 얌전히 밥을 다 먹은 뒤, 고이한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밤 아홉 시쯤, 고이한은 딸을 품에 안은 채 다시 돌아왔고 그의 팔엔 윤하준이 사준 것과 똑같은 공룡 장난감이 안겨 있었다.“아빠, 오늘 우리 집에서 자면 안 돼요? 같이 자고 싶어요...”고하슬은 금세 울음을 머금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아빠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얼른 끝내고 돈 많이 벌어서 우리 하슬이 더 좋은 선물 많이많이 사줄게.”고이한은 다정한 말투로 아이를 달래며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조심스레 닦아주었다.“알겠어요.”고하슬은 고개를 끄덕이며 새 장난감을 품에 안았다.“그럼, 새 장난감 가지고 놀아볼래?”소예지가 딸에게 부드럽게 말하곤 고이한을 향해 단단히 굳은 표정을 지었다.“얘기 좀 해.”둘은 함께 마당으로 나오자 소예지는 망설임 없이 본론을 꺼냈다.“조만간 하슬이한테 우리가 이혼한 걸 말할 거야. 그러니까 더는 거짓말로 애를 속이지 마.”고이한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은 안 돼. 하슬이한텐 너무 큰 충격일 거야.”“하지만 결국은 알아야 할 일이야.”소예지의 말투는 단호했고 고이한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우리 둘 다 하슬이 상처받는 건 바라지 않잖아.”“그래도 말해야 할 때가 오면 난 말할 거야.”그 말과 함께 소예지는 더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려 거실로 들어갔다.주말 아침.소예지는 양희순과 고하슬, 그리고 박시온을 데리고 벨모아 호텔 펜트하우스로 향했다. 그곳 프라이빗 스위트룸은 그녀만을 위한 공간이자,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거주지였다.초호화 인테리어에 감탄하던 박시온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소리쳤다.“와, 언니 대박. 나 이제부터 부자 언니한테 깍듯이 할 거예요.”스위트룸 한쪽엔 아이들을 위한 놀이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218화

    딸이 정말로 공룡 장난감을 선물 받았다는 걸 확인한 순간, 소예지는 직감할 수 있었다. 그날 밤, 심유빈은 단순히 그와 함께 있었던 것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통화까지 그 여자와 함께 스피커폰으로 들었을 가능성이 높았다.‘어쩌면... 같은 침대에 있었을지도 모르지.’“사모님, 오늘 저녁 대표님께서 여기서 식사하신대요. 제가 저녁 준비할게요!”양희순이 밝은 얼굴로 말했다.“반찬 없으면 안 해도 돼요.”소예지가 단호히 말을 끊었다.이 집에서 고이한이 저녁을 함께하는걸, 그녀는 더 이상 원하지 않았다.“아, 아니요. 반찬 있어요. 이틀 치나 사다 놨거든요...”양희순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소예지는 양희순이 아직도 고이한에게 옛정이 남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집은 이제 그녀의 것이었고 이 공간의 주인은 바로 자신이었다.“엄마, 나 아빠랑 같이 밥 먹고 싶어요! 아빠, 가지 마세요!”그때 고하슬이 다가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딸아이의 간절한 눈빛에, 소예지는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엄마는 잠깐 위에 가서 세수 좀 하고 올게.”그 말만 남기고 소예지는 고이한을 외면한 채 계단을 올랐다.저녁 식사가 준비된 후에야 그녀는 식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때, 고하슬이 입을 삐죽이며 뜻밖의 말을 꺼냈다.“아빠, 요즘 왜 맨날 유빈 이모랑만 있어요? 엄마가 아빠 아내잖아요. 아빠는 엄마랑 같이 있어야지.”젓가락을 들던 소예지의 손이 그대로 멈췄다.‘애가 이런 말을 어디서 배운 거야?’고이한도 당황한 듯 멍하니 아이를 바라보다가, 이내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래. 앞으로는 아빠가 엄마랑 하슬이랑 더 자주 같이 있을게.”“진짜예요? 엄마랑 나 버리면 안 돼요!”“응. 절대 안 버려. 아빠가 약속할게.”고이한은 아이의 등을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웃었다.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소예지의 눈빛은 차갑기만 했다.오늘 저녁 식사가 끝나는 대로 분명하게 말할 생각이었다. 그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217화

    윤하준은 소예지를 아래층까지 배웅한 뒤,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혹시 오늘 이안이 데려가 저녁 먹일 수 있을까요? 오늘은 제가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물론이지요. 그럼 8시 반쯤 데리러 오세요.”소예지는 흔쾌히 받아들였다.딸아이가 친구와 함께 있으면 유난히 밥을 잘 먹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오히려 그녀도 반가운 일이었다.약속된 시간인 8시 반, 윤하준은 어김없이 집을 찾아왔다.그는 손에 선물까지 들고 있었고 두 아이는 그 선물을 함께 뜯으며 깔깔대며 웃음을 터뜨렸다.그 틈을 타, 소예지는 윤하준을 마당으로 불러내 차 한 잔을 건넸다.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젤리도 이제는 윤하준이 익숙한 듯, 그의 발치에 몸을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그러다 아예 앞발을 그의 손 위에 얹고는 꼬리를 흔들며 애정 어린 눈빛을 보냈다.20분쯤 뒤, 윤하준은 이안을 달래 데리고 나섰다.“늦게까지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요.”그가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하지만 고하슬은 아쉬움이 남은 눈치였다.그러다 이내 엄마의 휴대폰을 집어 들더니 능숙하게 비밀번호를 해제해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막 빨래를 들고 방으로 들어가던 소예지는, 딸이 누군가와 통화하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네, 공룡 장난감 갖고 싶어요!”그 말과 함께 스피커폰 너머로 들려온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 심유빈이었다.“좋아. 그럼 내일 아빠랑 같이 가서 사줄게. 지금은 늦었으니까 얼른 자야지?”웃음기 머금은 그 목소리에, 소예지의 머릿속은 하얘졌다.딸이 고이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은 건 심유빈이었다.소예지는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지만 귀를 때리는 듯한 그 여자의 목소리는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심유빈은 분명 짜증을 참는 듯한 말투였다.딸의 전화가 두 사람의 ‘은밀한 시간’을 방해한 것이 분명했다.밤 9시 반.이 시간이면, 둘은 호텔에 함께 있었을 터였다.“그럼 잘 자요, 유빈 이모! 내일 꼭 아빠한테 말해줘야 해요! 하슬이 공룡 장난감 갖고 싶다고요!”“알겠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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