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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Author: 이야기보따리
고이한은 몇 초간 침묵하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 윤 대표 좋아하니?”

마음속에 숨겨둔 비밀이 드러나자, 고수경의 얼굴이 급작스럽게 당황으로 물들었다.

“난 그 사람을 좋아하면 안 돼?”

그녀는 결국 짜증 섞인 목소리로 시인했다.

“너 그만 퇴사해.”

단호한 고이한의 태도에 고수경은 억울함이 터져 나왔다.

“오빠,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윤하준은 너랑 어울리지 않아.”

고이한은 더 이상 말할 여지를 주지 않고 잘라 말했다.

그의 말에 고수경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래도 난 하준 오빠가 좋아. 오빠 보려고 일부러 그 회사에 들어간 거야. 소예지 그 여자는 오빠랑 이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하준 오빠한테 들이대? 진짜 뻔뻔한 여자야.”

고이한의 목소리는 싸늘하게 변했다.

“나랑 소예지는 이미 이혼했고 지금 소예지가 누구와 만나든 그건 그 사람 자유야.”

“오빠 지금 그 여자 편드는 거야?”

고수경은 당황과 분노가 뒤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나는 사실을 말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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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692화

    소예지의 시선을 붙잡은 고이한은 그대로 테라스 난간 쪽으로 걸어가 밤바다를 바라보았다.젖은 머리카락 끝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넓은 어깨를 따라 흘러내렸다. 탄탄한 등선을 타고 내려간 물방울은 이내 허리에 두른 수건 끝자락으로 스며들었다.오랫동안 꾸준히 관리해 온 사람다운 균형 잡힌 몸이었다.고이한은 손에 든 수건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대충 닦았다. 물에 젖은 회백색 머리카락은 평소보다 짙어 보였고 군데군데 자라난 검은 머리카락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이마 위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짙은 눈썹과 깊은 눈매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그때 고이한이 고개를 돌렸다.소예지와 시선이 마주치자 그의 입가에 느릿한 웃음이 번졌다.“뭘 봐?”소예지는 얼른 시선을 아이패드로 돌렸다.“아무것도 아니야.”고이한은 웃음을 참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에게 다가와 옆자리에 앉았다.소예지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논문에 집중하려 했지만 자꾸만 신경이 옆으로 쏠렸다.“소 박사님.”고이한이 불쑥 그녀를 불렀다.소예지가 고개를 들었다.“아이패드 거꾸로 들고 있어.”소예지는 반사적으로 아이패드를 내려다봤다.멀쩡했다.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걸 깨달은 소예지가 어이없다는 듯 그를 노려보자 고이한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재밌어?”“응.”“유치해.”고이한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그녀의 아이패드 모서리를 손끝으로 가볍게 두드렸다.“소 박사님.”“왜?”“논문이 중요해, 내가 중요해?”소예지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안 유치해?”“난 진지한데.”고이한이 몸을 기울이며 가까이 다가오자 소예지는 곧바로 손을 뻗어 그의 가슴을 밀었다.“장난치지 마.”고이한은 그 손을 그대로 잡아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장난 아니야.”그가 소예지를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나도 좀 봐줘.”소예지는 결국 아이패드에서 눈을 떼고 그를 바라보았다.“계속 같이 있었잖아.”“그래도 당신은 계속 논문만 보고 있잖아.”소예지는 어이가 없다는 듯 그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691화

    멀지 않은 곳에 몇몇 관광객이 모습을 드러내자 소예지는 거의 본능적으로 고이한을 밀어냈다.고이한은 그런 그녀의 반응을 알아차리고 낮게 웃었다.어느새 낮게 내려앉은 노을이 바닷가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부드러운 빛이 고이한의 잘생긴 얼굴 위로 비치자 선명한 이목구비가 한층 깊어 보였다.소예지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괜히 호흡이 빨라졌다. 길게 뻗은 눈썹 아래 깊은 눈빛은 유난히 다정했다.결국 그 시선을 견디지 못한 소예지는 고개를 돌려 바람에 흐트러진 긴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배고파.”“가자. 밥 먹으러.”호텔의 해산물 레스토랑은 2층에 있었다.통유리창 너머로는 넓게 펼쳐진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어느새 밤이 완전히 내려앉아 달빛을 머금은 바다가 은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고이한은 미리 창가 자리를 예약해 두었다.테이블에는 정갈한 식기와 차갑게 준비된 화이트 와인 한 병이 놓여 있었고 주문한 메뉴 역시 모두 소예지가 좋아하는 음식들이었다.소예지는 메뉴를 훑어보다 그를 바라보았다.“당신은?”“당신이 좋아하는 건 나도 좋아해.”고이한이 웃으며 대답했다.생각해 보면 고이한은 먹는 것에 관해서 한 번도 까다롭게 군 적이 없었다. 양희순은 늘 소예지의 입맛에 맞춰 음식을 준비했지만 고이한은 음식이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불평한 적도 없었다.고이한은 화이트 와인을 반 잔 정도 따라 그녀 앞에 놓고 자신의 잔을 들었다.“축하할까?”소예지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뭘 축하해?”“우리 다시 시작하고 나서 첫 데이트잖아.”소예지는 잠시 멈칫했다가 잔을 들어 그의 잔과 가볍게 부딪쳤다.화이트 와인을 한 모금 마시자 달콤하면서도 살짝 떫은 맛과 함께 은은한 과일 향이 입안에 퍼졌다.잠시 후 주문한 음식이 차례로 나왔다. 보기 좋게 담긴 해산물 요리들이 테이블 위를 채우자 고이한은 자연스럽게 몇 가지 음식을 그녀의 접시에 덜어 주었다.“오늘은 많이 먹어둬.”그 말을 들은 소예지가 고개를 들었다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690화

    “응.”소예지의 기억도 자연스럽게 오래전 그날로 흘러갔다.당시는 두 사람이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고이한은 늘 집과 연구실만 오가는 소예지가 답답하게 지내는 것을 걱정했다. 그래서 이곳에 언제든 두 사람만 편히 머물 수 있는 전용 스위트룸을 마련했다.무엇보다 답답한 일상에 지친 소예지가 마음 편히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했다.처음 이곳에 왔던 날 소예지는 하얀색 긴 원피스를 입고 맨발로 모래사장을 뛰어다녔다. 고이한은 그런 그녀의 뒤를 구두를 든 채 천천히 따라갔다.밤이 되자 두 사람은 나란히 모래사장에 앉아 하늘 가득 펼쳐진 별을 바라보았다.돌이켜 보면 참 낭만적인 밤이었다.“기억나.”소예지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젊었잖아.”“지금도 충분히 젊어.”고이한이 곧바로 대답하자 소예지는 웃음을 터뜨렸다.“왜 그렇게 나이에 신경 써?”고이한은 그녀의 손을 조금 더 단단히 잡았다.“나이를 신경 쓰는 게 아니야.”그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당신이 다시 나를 떠날까 봐 무서운 거야.”소예지는 잠시 멈칫했다.무거워진 분위기를 풀고 싶어 일부러 장난스럽게 웃었다.“고 대표님이 언제부터 이렇게 자신감이 없어졌어?”고이한은 대답하지 않고 몇 초 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러다 한숨처럼 낮게 말했다.“당신이 나를 떠난 그날부터.”소예지의 얼굴에서 웃음이 천천히 사라졌다.가슴 한쪽이 답답하게 조여 왔다.이혼 후 3년 동안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딸과 일 그리고 연구뿐이었다.고이한에게는 한없이 차갑고 무심했다. 당시의 소예지는 자신이 절대로 그에게 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하지만 지금 같은 시간을 돌아보니 전혀 다른 것들이 보였다.고이한은 너무 많은 것을 짊어지고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언제나 침착했고 좀처럼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그래서 미처 알지 못했다.자신이 떠난 일이 그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로 남았는지.“고이한.”소예지가 조용히 그를 불렀다.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689화

    소예지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우리 나이에 무슨 데이트야?”고이한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반박했다.“서른 초반이면 한창이지.”그러고는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덧붙였다.“내 눈에 소 박사님은 여전히 제일 예쁘고 매력적인 사람이야.”소예지는 어이가 없다는 듯 손을 빼려 했다.“말 좀 그만해.”하지만 고이한은 오히려 그녀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그러고는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낮은 목소리로 부탁했다.“소 박사님, 제발 한 번만 데이트해 주세요.”소예지는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딱히 가고 싶은 곳이 떠오르지 않았다.“당신은 어디 가고 싶은데?”“당신이 특별히 가고 싶은 곳 없으면 내가 정할게.”소예지는 그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당신이 골라.”고이한의 차는 도심의 복잡한 도로를 빠져나와 해변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에 올라섰다.소예지는 차창 너머로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았다. 저물어 가는 햇빛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그 풍경을 보고 있자 오래전 기억들이 하나둘 떠올랐다.이제는 고이한이 어디로 가려는지 알 것 같았다.A시에서 백여 킬로미터 떨어진 해변 리조트 호텔.그곳에는 고이한을 위해 따로 마련된 전용 스위트룸이 있었고 두 사람이 결혼한 뒤 함께 쉬러 자주 찾았던 곳이기도 했다.해변으로 향하는 도로에 들어서자 고이한이 곁눈질로 소예지의 표정을 살폈다.잠시 망설이던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내가 잘못 고른 거야?”소예지는 대답하지 않고 창밖을 바라보았다.이곳에는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두 사람이 깊은 오해에 빠져 있던 시절 고이한은 관계를 회복해 보려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온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날 밤 소예지는 끝까지 그와 함께 올라가지 않았다. 당시에는 고이한을 향한 거부감이 그만큼 깊었다.그리고 며칠 뒤 소예지는 그에게 이혼 서류를 내밀었다.이혼 당시 고이한은 자신이 가진 회사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여덟 곳을 그녀에게 넘겼다. 모두 그의 사업과 깊이 얽혀 있어 두 사람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688화

    “고이한...”소예지는 손을 뻗어 그를 살짝 밀었다.“응?”고이한은 그녀의 쇄골에 입술을 묻은 채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나 내일 사람 만나야 해.”그제야 고이한이 고개를 들었다.어둠 속이라 표정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웃음기 어린 숨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왔다.“알겠어.”잠시 후 그가 낮게 덧붙였다.“티 안 나게 조심할게.”소예지가 무어라 반박하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다시 내려앉았다.창밖의 밤은 점점 깊어졌고 방 안도 어느새 완전한 어둠에 잠겼다.고요한 어둠 속에는 두 사람의 흐트러진 숨소리만이 한동안 이어졌다.한참 뒤.소예지는 힘이 빠진 채 고이한의 품에 기대 있었다.고이한은 그녀의 머리카락에 천천히 입을 맞췄다. 입술은 놓아주기 아쉬운 듯 잠시 그 자리에 머물렀다.“이제 자.”그는 소예지를 품에 조금 더 깊이 끌어안았다.“내일 토요일이니까 늦게 일어나도 돼.”소예지는 눈을 뜨기도 힘들 만큼 피곤했다.“응...”희미한 대답을 끝으로 그녀는 눈을 감았다.고이한도 더 이상 그녀를 방해하지 않고 품에 안은 채 함께 잠들었다.다음 날 아침.샤워를 마친 소예지는 옷장을 열어 한동안 안을 살폈다.그러다 차분한 그레이 블루 원피스를 꺼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단정한 디자인의 원피스 위에는 얇은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걸쳤다.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우아한 차림이었다.고이한은 먼저 딸을 어머니 댁에 데려다준 뒤 다시 소예지를 데리러 왔다.현관 앞에서 기다리던 그는 가방을 들고 나오는 소예지를 발견하자 걸음을 멈췄다.그의 시선이 천천히 그녀를 훑었다.소예지는 오늘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 써서 옅은 화장을 한 상태였다.계속되는 그의 시선에 결국 소예지가 자신의 옷차림을 내려다보았다.“왜? 이상해?”“아니.”고이한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그러고는 그녀를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그냥... 당신 데리고 나가기 싫어졌어.”소예지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고이한이 태연하게 덧붙였다.“나만 보고 싶어서.”소예지는 그를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687화

    소예지는 화장대 앞에 앉아 얼굴에 크림을 바르고 있었다.그러다 문득 거울 너머로 고이한을 바라보며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어떤 전문가들이야?”고이한은 그녀에게 다가가 몇 사람의 이름을 말했다.그 순간 소예지의 손이 멈췄다.그가 말한 사람들은 이름만 들어도 누구인지 알 수 있을 만큼 의학계에서 손꼽히는 인물들이었다.신경과학 분야의 권위자부터 유전자 치료 분야의 선구자까지 있었다. 심지어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원로 학자도 한 명 포함되어 있었다.소예지는 놀란 눈으로 고이한을 바라보았다.“이 사람들을 어떻게 초대한 거야?”고이한은 웃으며 그녀의 뒤로 다가왔다.두 손으로 화장대 양쪽을 짚자 어느새 소예지는 그의 품 안에 갇힌 모양새가 되었다.“내가 아는 사람이 좀 있잖아.”그는 거울 속 소예지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덧붙였다.“내가 상공회의소 회장을 괜히 하는 게 아니야.”소예지는 피하지 않고 거울 속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좋은 장비를 사고 뛰어난 인재를 영입하는 데는 돈이 필요했다. 하지만 연구가 깊어질수록 돈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각 분야의 정상에 있는 사람들과 만나 의견을 나누고 자신의 연구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고이한은 바로 그 기회를 그녀에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고이한.”소예지가 조용히 그를 불렀다.“응?”고이한은 거울 너머로 그녀와 눈을 맞추며 웃었다.“고마워.”진심이 담긴 한마디였다.고이한은 몸을 숙여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낮게 웃었다.“또 고맙다는 말이야?”그러고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정말 고마우면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게 더 좋은데.”소예지는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창밖에서 들어온 아침 햇살이 고이한의 회백색 머리카락 위로 내려앉아 은은하게 빛났다.소예지는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그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 그러다 머리카락 사이로 전보다 눈에 띄게 자라난 검은 뿌리를 발견하고 손길을 잠시 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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