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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난 하나도 기쁘지 않아

Penulis: 훌리아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8-05 13:33:14

9화

지빌라는 황후와 일황자의 눈앞에서는 한 치의 빈틈도 보여선 안 됐다. 그건 매일을 살얼음판 위에 서는 일이었다.

그녀가 유일하게 희망을 걸 수 있는 존재는 이황자였다. 황후의 그림자 아래 갇혀 아직 날개를 펴지 못하는, 제 이복동생.

일황자와는 달리, 그는 황제로서의 자질을 타고났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아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

지빌라는 이황자가 대공의 지지를 받아 제국의 황좌에 오르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녀는 어느새 황후의 궁에 도착해 응접실에 있었다. 황후는 품위 있는 자세로 들어서고 있었다.

“폐하, 오늘도 우아하십니다.”

“지빌라… 네가 내게 할 말은 아닌 것 같구나. 너야말로 무척 아름다워. 대공이 널보고 한눈에 반했을 것 같구나.”

“그럴 리가요…….”

황후는 황녀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지빌라는 오늘도 역시, 누구도 감히 시도하지 못할 신비롭고 값을 알 수 없는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옅은 하늘빛 실크 위에 은빛 자수가 촘촘히 놓여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빛을 반사해 얼음조각처럼 차갑고도 우아한 윤기를 냈다.

황후는 흡족하게 미소 지었다. 가장 값나가는 보석을 최고의 가격에 팔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좋지 못한 소문은 경계해야 했다.

“약혼식은 축복연회를 빌려 황궁에서 치를 것이다.”

“알아서 잘 해주시리라 믿어요.”

황후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마치 이미 모든 것이 정해진 사안인 듯, 반론의 여지는 조금도 남기지 않은 채.

“각국 사절들이 올 것이다. 왕국들마다 속내는 다를 것이고, 어떤 자들은 너의 표정을 훔쳐보며 제국의 약점을 가늠하려 들겠지.”

지빌라는 가만히 숨을 내쉬었다.

“그러니 그날, 너는 완벽해야 한다.”

황후는 시선을 내려 차 한 모금을 마신 후 다른 사안을 끄집어내었다.

“대공에 대한 소문 말이다… 아무리 흥미로워도, 관심을 드러내지 말거라. 그는 이제 네 약혼자이기 이전에, 제국의 방패이자 검이다.”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엔 칼날 같은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

“그의 여인관계에 귀 기울이지 말거라. 말도 꺼내지 말고, 그게 진심이든 연기든… 네 자리는 흔들려선 안 된다.”

“무슨 말씀이신지…….”

“네가 질투하는 모습을 드러내면 제국의 권위가 흔들린다는 뜻이다. 대신 침묵하면 신뢰를 주는 법이지.”

황후에게는 대공의 지지가 절실했다. 어렵사리 황제의 대리청정을 이어가며,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이황자를 귀족의회에 추대해 황태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러니 황녀는 대공의 후계자를 낳고, 조용히 제 자리를 지켜주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품위를 유지하거라. 네 불안을 드러낼수록, 주변의 입은 더 가벼워진다. 제국의 황녀는 감정을 흘려서는 안 돼.”

황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결혼은 네가 원해서 추진한 것이 아니냐? 그럼 네가 책임져야지. 대공도, 제국도. 그리고—너 자신도.”

지빌라는 잔잔하게 웃을 뿐이었다. 애초에 그녀는 대공과의 결혼을 생각지도 않았다. 황후의 속셈이 뻔히 보였기에, 제 계획을 수정했을 뿐.

결과적으로, 이황자를 황제로 추대하는 데에는 서로 뜻이 일치했다. 그러나 황후가 ‘대리청정’을 구실로 이황자를 꼭두각시로 만들지 않을까, 그 점은 끝내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회귀 전, 일황자의 반란으로 황후와 이황자는 함께 몰락했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 이황자가 황제로 오르게 되었을 때 진짜 위험은 황후일지도 몰랐다.

‘앞으로 2년만 버티면, 이 고비를 넘길 수 있을까.’

그녀는 제 미래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에 대한 아르카나는 끝내 침묵했다. 그 점이 원망스러웠다.

그에 앞서 신전에서 간소한 상견례가 마련될 거라고도, 황후는 알려왔다.

그날 다시 보게 될 대공.

지빌라는 자신도 모르게, 기대 아닌 기대를 품었다.

그녀는 황후와의 만남을 마치고 긴 복도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문이 코앞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굴 보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잘 지냈어? 누이.”

지빌라는 턱 끝을 올려 장신의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몸 안의 피가 차갑게 식었다. 절반의 피를 나눴건만, 그와 닮은 구석이라곤 없었다.

“레나토…….”

“대공과 약혼이라니. 축하해야겠지?”

“네 축하라면… 기쁘게 받을게.”

“그런데 어쩌지. 난 하나도 기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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