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이명환이 남긴 첫 진술은 그날 오전 왕궁 조사실에서 세 번 읽혔다. 하지만 누구도 「가족에게 돌아가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는 문장을 레아니스와 연결해 기록하지 않았다. 시기와 장소가 가까웠고, 지금까지 발견된 ‘래아’의 기록과도 놀랄 만큼 잘 맞았지만 그것만으로 동일인을 확정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이명환이 보았다는 원문은 사라진 상태였다. 지금 그들에게 있는 것은 부상당한 사람이 기억에 의지해 말한 내용뿐이었고, 그 기억마저 정확한지 확인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윤정헌은 보고서 가장 위에 짧게 적었다. 원문 미확보. 진술자 회복 후 재확인. 독립 기록 우선 탐색. 도겸은 아버지가 쓰는 것을 지켜보다가 예전처럼 “그래도 레아일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까?”라고 묻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읽던 자료를 다시 끌어당겼다. 사람을 보내달라는 기록이었다면, 돌이나 물품 장부가 아니라 사람의 이동과 관련된 문서에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표류민이나 이방인 송환 문서부터 보겠습니다. 폐도진 것만 보지 않고 같은 시기의 일반 문서 양식도 같이 보고요.”윤정헌이 붓을 멈추고 아들을 바라봤다.“왜 일반 문서까지?”“‘가족에게 돌아가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특별한 말인지부터 알아야 하니까요. 원래 송환 문서에서 흔히 쓰던 표현이라면 지금 생각하는 것만큼 특별한 단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잠시 침묵하던 윤정헌이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겸은 기다렸다.이번에는 아버지가 먼저 말했다.“잘 생각했다.”도겸의 입가가 슬며시 올라갔다. “요즘 칭찬이 잦으십니다.”“취소할까?”“아닙니다. 바로 일하겠습니다.”맞은편에서 서이경이 웃음을 참으며 장부를 넘겼다. 긴 조사가 사람들을 지치게 하고 있었지만, 이런 짧은 틈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제 그들은 답을 빨리 만드는 것보다 답이 아닌 것을 먼저 걷어내는 일에 익숙해지고 있었다.그리고 그 습관은 이번에도 필요했다.같은 시대의 일반 송환 문서 서른일곱 건을 확인한 결과, ‘고향으
이명환의 메모가 발견된 뒤에도 서쪽 나루의 수레 세 대는 움직이지 않았다. 왕궁에서 보낸 확인 전령이 도착하기 전까지 강무진은 돌에 접근하지 말라는 기존 지시만 유지했고, 한연화는 수로청 관리와 인부들을 범인처럼 다루지 않았다. 그들은 실제로 정식 문서를 받고 움직인 사람들이었고,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자신들이 옮기려던 것이 오래전에 폐기된 경계석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오히려 현장 책임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난처해했다. 왕궁의 조사 때문에 명령을 거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관서를 무시하고 빈 수레로 돌아갈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제가 받은 명령에는 분명히 오늘 해가 지기 전까지 싣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가 몇 번째인지 모를 만큼 문서를 확인하며 말하자 강무진은 맞은편에 앉은 채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러니 확인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겁니다. 당신에게 명령을 어기라고 하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명령 가운데 어느 것이 유효한지 확인하자는 것이지요.” 관리가 답답한 얼굴로 입을 다물자 한연화가 따뜻한 물을 그의 앞으로 밀어주었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하신 분들이 괜히 욕먹을 일은 아니지요. 다만 저 돌은 오늘 못 가져가십니다. 왕궁에서 직접 확인이 와도, 그 확인이 정말 왕궁에서 온 것인지 다시 볼 겁니다.”관리의 눈이 커졌다. “그럼 대체 뭘 믿으라는 겁니까?”한연화는 잠시 생각하다 웃었다. “하나만 믿지 말라는 뜻이겠지요.”그 말은 복잡하지 않았다. 문서를 버리라는 것도, 인장을 믿지 말라는 것도 아니었다. 문서와 사람과 전달 경로가 서로 맞는지 확인하라는 뜻이었다. 관리도 결국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곳까지 오면서 단 한 번도 자신의 명령서가 거짓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거짓일 필요조차 없었다. 문서의 형식도 진짜였고, 수로청의 장부에도 같은 물품이 있었으며, 상관 역시 실제로 결재했다. 단 하나 잘못된 것이 있다면 ‘서부 폐기 잔석 제칠호’라는 물건이 처음 장부에 올라온 순간이었다.그 한 줄이 진짜 장부에 들
노인의 손이 목함 위에 놓인 채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도겸 역시 손을 내밀지 않았다. 불과 몇 달 전의 자신이었다면 ‘돌아갈 길을 찾는 사람이 오면’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먼저 뛰었을 것이다. 서화가 돌아올 방법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상자를 열어야 할 이유부터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전혀 다른 질문이었다. 이 목함을 맡긴 사람이 말한 ‘돌아갈 길을 찾는 사람’은 누구이며, 그 말이 지금 자신들에게 상자를 열 권한까지 주는가.“어르신께서는 어떻게 하고 싶으십니까?”도겸의 질문에 노인은 잠시 눈을 깜빡였다. 아마도 목함 안에 무엇이 있는지부터 물을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내가?”“예. 지금까지 이걸 보관한 건 어르신 댁이잖습니까.”“내 물건은 아닐세.”“그래도 맡아온 사람은 어르신입니다. 저희가 왔다고 해서 마음대로 가져가거나 열 수는 없습니다.”노인은 목함을 내려다보았다. 오래된 나무는 손때가 묻어 검게 변해 있었고, 모서리 한쪽은 닳아 둥글어져 있었다. 한 세대가 아니라 여러 세대를 거쳤다는 사실이 그것만으로도 보였다. 노인은 한참 뒤 손을 거두며 말했다.“우리 어머니는 이것을 열지 말라고 했네. 그 어머니도 그렇게 들었다고 했고. 그런데 영원히 열지 말라는 뜻은 아니었다네. 돌아갈 길을 찾는 사람이 오면 그 사람에게 그냥 주라고도 하지 않았어. 같이 정하라고 했지.”서이경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 말이 정확히 전해졌습니까?”“정확한지는 모르네. 나는 어머니에게 그렇게 들었을 뿐이야.”“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전해진 말 그대로 기록하겠습니다.”노인이 피식 웃었다.“요즘 사람들은 모르는 걸 모른다고 쓰는 데 아주 열심이구먼.”도겸도 따라 웃었다.“그걸 안 해서 일이 많이 꼬였습니다.”그들은 그날 목함을 열지 않았다. 왕궁으로 가져가지도 않았다. 외형과 크기, 잠금장치의 형태만 기록하고, 그림은 노인의 허락을 받아 모사했다. 목함을 맡아온 집안의 구전 역시 노인
한규석이 남긴 문장, 「돌을 늘린 자보다 먼저, 사람을 지운 자를 찾아야 한다」가 발견된 다음 날부터 조선의 조사는 다시 방향을 틀었다. 그렇다고 그림에서 사라진 사람이 곧 레아니스 베르델이며, 지워진 집이 아르데시아의 고향이라고 정해놓은 것은 아니었다. 지금 그들이 가진 것은 여러 번 베껴진 그림 한 장과 한규석의 후대 해석, 그리고 말이 통하지 않던 ‘래아’라는 여인이 자신의 집과 물을 그림으로 설명했다는 몇 개의 독립 기록뿐이었다. 서로 가까이 놓으면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졌지만, 윤정헌은 그럴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야기가 자연스럽다는 것은 증거가 충분하다는 뜻이 아니었다.그래서 그들이 가장 먼저 찾기 시작한 것은 그림이 아니었다. 그림을 보았던 사람들이었다. 정확히는, 폐도진에 나타난 이방 여인을 당시 사람들이 어떤 말로 기록했는지를 시대순으로 모았다. 최초 기록에 가까울수록 ‘서방 여인’, ‘말이 통하지 않는 여인’, ‘래아라 불리는 사람’처럼 사람을 중심으로 적혀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표현이 달라졌다. ‘서방 이객’, ‘귀환 관련자’, ‘천문석 발견과 관련된 이객’, 그리고 더 후대의 장부에서는 마침내 ‘석단 출현 당시의 이방 증인’으로 바뀌어 있었다.도겸은 그 변화를 연도순으로 적다가 붓을 내려놓았다.“처음에는 사람이었는데요.”윤정헌이 맞은편에서 장부를 넘기며 물었다.“나중에는?”“사건의 부속물이 됐습니다.”“정확히.”도겸은 다시 문장을 살폈다. “처음 기록은 그 여인이 무엇을 했는지 적었습니다. 약초를 그렸다, 집을 그렸다, 물가에서 기다렸다, 자기 물건을 돌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그 여인이 무엇을 원했는지는 없어지고, 언제 어디에서 돌이 나타났는지를 증언한 사람처럼 바뀝니다.”윤정헌은 아들의 정리를 바로 기록하게 했다. 다만 한 줄을 덧붙였다.의도적 삭제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음.도겸은 이제 그 문장을 보아도 답답해하지 않았다. 누군가 일부러 사람을 지웠을 수도 있지만, 후대의 기록자가 자신에
「돌아갈 길을 적은 것」이라는 문장이 발견된 뒤에도 왕궁에서는 곧바로 그것을 ‘귀환 방법이 적힌 기록’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정윤재가 무엇을 보고 그런 표현을 사용했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그가 말하는 ‘길’이 실제 경계를 건너는 방법인지, 폐도진으로 향하는 육로인지, 혹은 누군가를 돌려보내기 위한 행정 절차를 뜻하는지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윤정헌은 오히려 조사관들에게 그 문장을 잠시 잊으라고 했다. 먼저 오래된 기록에서 ‘돌아갈 길’, ‘돌아가는 자’, ‘귀환’이라는 표현이 실제로 어떤 상황에서 사용되었는지 따로 찾아야 했다.이번에는 도겸도 곧장 경계석 장부를 뒤지지 않았다. 그는 폐도진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시기의 객주 기록과 표류민 처리 문서, 외지인이 고향으로 돌아갈 때 발급받았던 통행문서까지 가져왔다. 며칠 전이었다면 지나쳤을 평범한 기록들이었다. 바다에서 구조된 상인을 고향으로 보내고, 길을 잃은 사람에게 역참 이용 허가를 내주고, 외국에서 떠밀려온 사람의 출신지를 확인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여기에도 ‘귀환’이라고 적혀 있습니다.”도겸이 한 문서를 내밀었다. 중국 상인이 풍랑을 만나 조선 해안에 표착한 뒤 본국으로 돌려보내진 기록이었다.윤정헌이 읽고 물었다.“그러면?”“우리가 찾는 ‘귀환’이 반드시 문을 건너는 귀환을 뜻하지 않는다는 거죠.”“그래.”“이제 이런 건 좀 빨리 보이지 않습니까?”“조금.”“조금입니까?”“칭찬받으려고 조사하느냐?”도겸은 대답하지 않고 다음 장부를 펼쳤다. 그러나 입가에는 아주 희미한 웃음이 남아 있었다.그들은 그날 내내 ‘귀환’이라는 단어만으로 문서를 연결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느 문서에서 그 표현이 평범하게 사용되었는지를 먼저 분리했다. 그러자 수백 개였던 기록이 점차 줄었다. 폐도진, 서쪽 물길, 이방인, 객물, 귀환이라는 조건이 동시에 나타나는 문서는 극히 적었다.그리고 해가 기울 무렵.하나가 남았다.「서방 이객 귀환을 위한 물목 별기」도겸은 문서를 발견하고도 바로 아버지
없는 돌 네 개를 찾기 시작한 시기에 아무도 찾지 않았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하자는 윤정헌의 말이 떨어진 뒤, 왕궁 조사실의 책상 위에서는 경계석과 관련된 장부가 처음으로 전부 치워졌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사람과 물건이 움직인 흔적을 남긴 평범한 기록들이었다. 역참의 말 대여 장부, 관청 사이에 오간 공문 목록, 창고의 포목과 약재 출납표, 폐도진 주변의 선박 운항 기록, 지방 관리들의 인사 이동표까지 얼핏 보아서는 돌과 아무 상관도 없어 보이는 자료들이었다. 도겸은 책상 한쪽에서 다른 쪽까지 쌓인 장부를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없는 돌 네 개를 찾는 게 차라리 쉬웠을 것 같습니다.”“그래서 사람들이 그쪽을 봤겠지.”윤정헌은 십수 년 전 물류 장부를 펼치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도겸은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지만, 아버지가 웃지 않는 것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랬다. ‘돌 네 개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명확했다.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정해져 있고, 발견하면 해결된다는 기대도 생긴다. 반면 그 사람들이 돌을 찾는 동안 다른 무엇이 움직였는지를 확인하려면, 애초에 무엇을 찾는지도 모른 채 수천 줄의 기록을 살펴야 했다.왕은 조사 범위를 정하면서 한 가지 조건을 붙였다. 열둘이라는 숫자가 처음 공식 장부에 등장한 시점을 중심으로 앞뒤 삼 년을 우선 살피되, 경계석과 직접 관련된 기록을 특별히 우선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없는 네 개’를 찾기 시작하면서 행정적으로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먼저 보라는 것이었다.“돌이 아니라 다른 물건을 옮겼다는 정윤재의 문장 역시 아직은 그의 진술과 같습니다. 우리가 그 말을 정답으로 놓고 장부를 보면 또 원하는 것만 찾게 됩니다.”윤정헌의 설명에 도겸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 ‘무언가를 옮겼다’는 것도 잠시 잊어야겠네요.”“완전히 잊을 수는 없지. 우리가 이 조사를 시작한 이유니까. 다만 모든 이상한 기록을 그 문장에 맞추지는 않는 거다.”“알겠습니다.”도겸은 장부 하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