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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매일 네 옆에서

Author: 노에빌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5 10:05:11

윤서아가 강태준의 집으로 돌아오기로 한 다음 날. 강태준은 아침 6시 30분에 눈을 떴다.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이른 시간이었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오늘은 서아가 다시 이 집에서 아침을 맞이할 날이었으니까. 정확히 말하면, 아직 짐을 옮기지도 않았다. 본격적으로 함께 살기 시작하는 건 주말부터였다.

그런데도 태준은 아침부터 괜히 들떠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고, 평소보다 꼼꼼하게 면도를 했다. 옷장 앞에서 셔츠를 세 번이나 바꿔 입었고, 거울을 보며 머리까지 정리했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가 우스워졌다.

“…나 지금 뭐 하는 거냐.”

누가 보면 중요한 투자 계약이라도 앞둔 줄 알겠다. 하지만 태준에게는 웬만한 계약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오늘 서아가 퇴근한 뒤,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나면. 함께 장을 보러 가기로 했다. 서아가 좋아하는 간식과 생활용품을 사러.

그게 뭐라고 이렇게 기분이 좋은지. 태준은 결국 웃으며 휴대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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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서아가 강태준의 집으로 돌아온 첫날 밤. 문제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 사이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불과 십 분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다.같이 장을 본 물건을 정리하고, 저녁을 먹고, 소파에 앉아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었다. 서아는 태준의 어깨에 기대기도 했고, 태준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주기도 했다.그런데 방송이 끝나고 서아가 무심코 입을 열었을 때부터 모든 게 이상해졌다.“그런데 저 오늘 어디서 자요?”“…뭐?”태준이 리모컨을 내려놓았다. 서아도 그제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아니, 그게… 제 방에서 자면 되긴 하는데요.”“응.”“그런데 태준 씨 방이랑 바로 옆이잖아요.”“그렇지.”“…….”“…….”이상했다. 예전에도 같은 집에서 살았다. 같은 복도를 오갔고, 아침마다 마주쳤으며, 늦은 밤이면 거실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그때는 아무렇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서아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복도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괜히 목이 말랐다.무엇보다 강태준이 문제였다. 검은 티셔츠에 편안한 바지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 회사에서는 언제나 완벽한 정장을 입고, 차가운 표정으로 회의를 주도하는 대표님이었는데. 집에서는 달랐다.넥타이도 없고, 단정하게 넘겼던 머리카락도 조금 흐트러져 있었다. 소매를 걷어 올린 팔에는 오래전부터 남아 있던 흉터가 희미하게 보였다.그리고 저 얼굴. 가까이서 보니 새삼스럽게 잘생겼다.‘아니, 원래 잘생겼잖아.’서아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문제는 이제 자신이 그 얼굴을 마음껏 좋아해도 되는 사이라는 사실이었다.다섯 해 전에는 감히 상상만 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연인이 되었고, 심지어 한집에서 살게 됐다.그러니까.‘…의식하지 말자.’서아는 애써 텔레비전 화면에 집중했다. 그때 태준이 물었다.“서아야.”“네!”대답이 너무 빨랐다. 태준이 눈썹을 살짝 올렸다.“왜 그렇게 놀라

  • 조폭아저씨, 저 좀 납치해주세요.   49화. 매일 네 옆에서

    윤서아가 강태준의 집으로 돌아오기로 한 다음 날. 강태준은 아침 6시 30분에 눈을 떴다.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이른 시간이었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이었다.이유는 간단했다. 오늘은 서아가 다시 이 집에서 아침을 맞이할 날이었으니까. 정확히 말하면, 아직 짐을 옮기지도 않았다. 본격적으로 함께 살기 시작하는 건 주말부터였다.그런데도 태준은 아침부터 괜히 들떠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고, 평소보다 꼼꼼하게 면도를 했다. 옷장 앞에서 셔츠를 세 번이나 바꿔 입었고, 거울을 보며 머리까지 정리했다.그러다 문득 스스로가 우스워졌다.“…나 지금 뭐 하는 거냐.”누가 보면 중요한 투자 계약이라도 앞둔 줄 알겠다. 하지만 태준에게는 웬만한 계약보다 중요한 일이었다.오늘 서아가 퇴근한 뒤,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나면. 함께 장을 보러 가기로 했다. 서아가 좋아하는 간식과 생활용품을 사러.그게 뭐라고 이렇게 기분이 좋은지. 태준은 결국 웃으며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잘 잤어?]잠시 뒤 답장이 왔다.[네! 태준 씨는요?][나도 잘 잤어.]사실은 새벽에 두 번이나 깼다. 서아가 이 집으로 돌아온다는 생각에 잠이 잘 오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대신 한 문장을 더 보냈다.[오늘 퇴근하면 빨리 와.]그리고 곧바로 덧붙였다.[보고 싶으니까.]***오전 8시 40분. 서아는 출근 준비를 하다가 휴대전화 화면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아, 진짜….”어제도 봤고, 오늘 아침에도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벌써 보고 싶단다. 그녀는 거울 앞에서 머리를 정리하며 답장을 보냈다.[아직 출근도 안 했는데요ㅋㅋㅋ][그러게. 출근하고 나면 더 보고 싶을 것 같은데.]서아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이 남자, 정말 큰일이었다. 다섯 해 동안 자신을 기다리게 해 놓고 이제 와서 이렇게 애정 표현을 쏟아붓다니.물론 싫지는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너무 좋았다. 예전에는 태준이 자신을 조금만 다정하게 대해

  • 조폭아저씨, 저 좀 납치해주세요.   48화. 대표님은 퇴근하면 달라진다

    아침 7시 56분.윤서아는 침대에 누운 채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화면에 떠 있는 한 사람의 이름을.강태준. 어젯밤 헤어진 뒤에도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별다른 이야기는 아니었다. 저녁은 맛있었는지, 집에는 잘 도착했는지, 내일 일정은 어떤지.그런 평범한 대화가 이상하게 좋았다. 다섯 해 동안 그리워했던 사람과 이제는 내일을 약속할 수 있다는 것.아침에 눈을 뜨면 연락할 수 있고, 퇴근하면 만날 수 있고,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 서아는 메시지 창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먼저 문자를 보냈다.[잘 주무셨어요?]보내고 나니 괜히 민망했다.‘아직 출근도 안 했는데 너무 들이대는 거 아니야?’그런 생각으로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려던 순간.띠링.답장이 왔다.[응. 너는?][저도 잘 잤어요.][다행이네.]잠깐의 공백. 그리고 이어진 메시지.[벌써 보고 싶은데.]서아는 그대로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아, 진짜…!”이 남자, 회사에서는 그렇게 냉정하고 무뚝뚝하면서 왜 퇴근만 하면 사람이 달라지는 걸까. 아니, 퇴근하기도 전부터 이러면 어떡하라는 건지. 서아가 한참을 고민하다 답장을 보냈다.[아직 아침인데요.]곧바로 답장이 왔다.[그러게. 퇴근까지 너무 기네.]서아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강태준이 이럴 때마다 자꾸만 실감이 났다. 자신만 그를 그리워했던 게 아니라는 사실이. 그도 같은 시간을 견뎠고, 같은 사람을 마음에 품고 있었으며, 이제는 그 마음을 숨기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이.서아는 휴대전화를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오늘 하루도 꽤 괜찮을 것 같다고. 퇴근하면 강태준을 만날 수 있으니까.***오전 8시 45분.회사 로비에 들어선 서아는 곧장 발걸음을 멈췄다. 강태준이 있었다. 검은 정장에 한 손에는 커피 두 잔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었다. 멀리서 봐도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주변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고, 태준은 짧

  • 조폭아저씨, 저 좀 납치해주세요.   47화. 내 여자에게 함부로 묻지 마

    아침 8시 47분. 윤서아는 휴대전화 화면을 내려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박지수 대리에게서 온 메시지.[윤서아 씨, 혹시 대표님이랑 저녁에도 따로 만나세요?]그 아래로 이어진 문장이 서아의 심장을 철렁 내려앉게 했다.[어제 퇴근할 때 대표님이 직접 내려와서 기다리시던데… 제가 모르는 특별한 관계가 있는 건가 해서요.]‘아, 진짜.’서아는 이마를 짚었다. 비밀 연애를 시작한 지 겨우 나흘째였다. 그것도 다섯 해 만에 다시 만난 남자와, 이제야 겨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참이었다.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정확히는, 다른 사람의 입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오르내리는 상황이 싫었다.강태준은 대표였고, 서아는 그가 참여하는 프로젝트의 실무 담당자였다. 괜한 소문이 생기면 태준에게도, 자신에게도 좋을 게 없었다.서아는 한참을 고민하다 답장을 작성했다.[업무 관련해서 이야기할 게 있으셨던 것 같아요. 특별한 관계는 아닙니다.]보내기 버튼을 누른 순간이었다. 띠링.[아, 그래요? 다행이다. 사실 저 대표님께 관심이 있어서요. 윤서아 씨가 혹시 저보다 먼저 가까워진 건가 싶어서 조금 신경 쓰였어요.]서아의 손가락이 멈췄다.‘다행…?’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뻔했다. 자기는 다행히도 아무 사이가 아니라는 대답을 들은 사람이 되었고, 박지수는 다시 태준에게 다가갈 명분을 얻은 셈이었다.서아는 휴대전화를 뒤집어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질투하지 않기로 한 건 아니었다. 다만, 질투한다고 해서 자신이 강태준의 연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건 아니었다.그가 자신을 선택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였다.“윤서아 씨.”고개를 들자 프로젝트 담당 직원이 서 있었다.“대표님께서 오전 열 시 회의 전에 기획팀 담당자들 잠깐 보자고 하시네요.”“아, 네. 알겠습니다.”서아는 노트북을 챙겼다. 그리고 회의실로 향하는 내내 한 가지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오늘은 제발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 조폭아저씨, 저 좀 납치해주세요.   46화. 대표님 여자 친구가 누구예요?

    “두 분, 혹시 제가 모르는 사이에 많이 친해지신 거예요?”박지수의 질문에 윤서아는 들고 있던 마우스를 놓칠 뻔했다. 하필이면 아침부터. 하필이면 강태준이 사무실에 들어온 순간에.“업무적으로 친해진 거죠.”서아는 최대한 태연하게 대답했다.“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하고 있으니까요.”“아, 그렇죠.”박지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어딘가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런데 어제 회의실에서 두 분이 굉장히 가까이 계시던데요?”…망했다. 서아의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렸다.“자료를 같이 보고 있었어요.”“아, 자료요?”“네.”“그런데 윤 대리님 얼굴이 엄청 빨개지셨던데.”“…….”“더우셨나 봐요?”박지수가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서아는 그녀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건지, 아니면 전부 알고 일부러 떠보는 건지 판단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박 대리님.”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강태준이었다.“아침부터 개인적인 질문이 많은 것 같은데요.”박지수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아, 죄송합니다. 그냥 궁금해서….”“업무에 필요한 내용부터 확인해 주시면 좋겠습니다.”태준은 더 말하지 않고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은은한 향수 냄새만 남았다. 서아는 애써 표정을 관리했다. 속으로는 이미 난리가 났지만. 저렇게까지 선을 그을 필요가 있나? 아니, 선을 그어주는 건 좋았다. 좋은데. 어제 회의실에서 자신에게 키스하던 남자와 지금 저렇게 냉정하게 말하는 남자가 같은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박지수는 멋쩍게 웃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서아도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몇 초 지나지 않아 메신저 알림이 떴다.[괜찮아?]서아는 화면을 노려보았다.[네.][화났어?][아니요.][거짓말.][대표님은 업무 보세요.]잠시 뒤 답장이 왔다.[응, 윤 대리님.]그리고 마지막으로.[점심에 봐요. 보고 싶어서.]서아는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 정말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데는 도

  • 조폭아저씨, 저 좀 납치해주세요.   45화. 대표님, 문 좀 잠그세요

    오전 11시 58분. 윤서아는 모니터 오른쪽 아래에 표시된 시간을 세 번째 확인했다. 12시까지 2분. 평소라면 점심시간을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점심 먹고 10분만 따로 보자.키스하고 싶어서.]미친 사람. 정말 미친 사람이었다. 그런 메시지를 보내 놓고 아침 회의에서는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자료 검토를 지시했다. 심지어 서아가 보고서를 제출하자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말했다.“확인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수고는 무슨.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윤 대리님, 점심 안 드세요?”옆자리 직원의 말에 서아는 화들짝 놀랐다.“아, 먹으러 가려고요.”“오늘은 같이 가요. 구내식당에 신메뉴 나왔대요.”“아… 죄송해요.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요.”“약속이요?”“네.”서아는 애써 웃었다. 그 약속의 상대가 누구인지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이 이렇게 답답할 줄 몰랐다. 직원이 자리를 뜨자마자 휴대전화가 울렸다.[회의실 3번.]서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대표님. 회사예요.][알아.][사람들 다니는 곳이잖아요.][그래서 문 닫고 기다리고 있어. 안 오면 내가 갈까?]서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저 먼저 다녀오겠습니다!”그녀는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쥐고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회의실 3번은 복도 끝에 있었다. 서아는 문 앞에서 잠깐 숨을 골랐다. 아무렇지 않게 들어가면 된다.그냥 업무 이야기하러 온 사람처럼. 상대는 대표님이고, 자신은 대리님이다. 절대 다른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똑똑.“들어와.”문을 열자 태준이 창가에 서 있었다. 재킷은 벗어 의자에 걸쳐 놓았고, 셔츠 소매는 팔꿈치까지 걷혀 있었다. 한 손에는 서아가 좋아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들려 있었다. 서아는 문을 닫으며 그를 흘겨보았다.“대표님.”“응.”“여기서 뭐 하세요?”“너 기다리지.”“그건 아는데요.”“그럼 됐네.”태준이 커피를 내밀었다.“네 거.”서아는 컵을 받아 들었다.“…감사합니다.”“초코우유는 안 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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