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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같이 자면 안 돼요?

Author: 노에빌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5 12:47:45

윤서아가 강태준의 집으로 돌아온 첫날 밤. 문제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

“…….”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 사이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불과 십 분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같이 장을 본 물건을 정리하고, 저녁을 먹고, 소파에 앉아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었다. 서아는 태준의 어깨에 기대기도 했고, 태준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주기도 했다.

그런데 방송이 끝나고 서아가 무심코 입을 열었을 때부터 모든 게 이상해졌다.

“그런데 저 오늘 어디서 자요?”

“…뭐?”

태준이 리모컨을 내려놓았다. 서아도 그제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아니, 그게… 제 방에서 자면 되긴 하는데요.”

“응.”

“그런데 태준 씨 방이랑 바로 옆이잖아요.”

“그렇지.”

“…….”

“…….”

이상했다. 예전에도 같은 집에서 살았다. 같은 복도를 오갔고, 아침마다 마주쳤으며, 늦은 밤이면 거실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때는 아무렇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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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방에서는 토스트가 구워지는 냄새가 났다. 서아는 커다란 머그잔 두 개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냉장고를 열었다. 계란과 우유, 과일을 꺼내던 그녀가 문득 뒤를 돌아봤다.검은 반팔 티셔츠에 편안한 회색 트레이닝 바지를 입은 태준이 주방 입구에 기대어 서 있었다.팔을 걷어붙일 필요도 없는 반팔 아래로 군데군데 남은 흉터가 드러났다.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나른한 표정까지, 회사에서 보던 강태준 대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문제는 그 시선이었다. 태준은 아침부터 서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왜 그렇게 봐요?”서아가 계란을 깨다가 물었다.“예뻐서.”“……!”손에 들고 있던 계란 껍데기가 그릇 안으로 떨어졌다.“아, 진짜!”“왜. 틀린 말 했어?”“아침부터 그런 말 하지 마세요.”“왜 못 해?”태준이 성큼 다가왔다.“내 여자친구 예쁘다고 하는 건데.”서아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얼른 시선을 돌렸다.여자친구.그 단어가 이렇게 간지러운 말이었나.그동안 마음속으로 수없이 그려 봤던 관계였다. 태준이 자신의 마음을 받아 주고,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이렇게 같은 집에서 아침을 맞는 것. 그런데 막상 현실이 되니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심장이 정신없이 뛰었다.“계란이나 부치세요.”“시키는 거야?”“네.”“알았어.”태준은 순순히 대답하더니 서아의 뒤로 다가왔다. 그리고 양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강태준 씨!”“계란 부치라며.”“그런데 왜 안고 있어요?”“이렇게 안고 있어도 할 수 있는데.”“못 해요!”“해 볼게.”태준이 웃으며 서아의 어깨에 턱을 얹었다. 서아는 한숨을 쉬면서도 입가에 번지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정말 유치해요.”“너한테만 그래.”“그 말 좀 그만해요.”“싫어.”태준은 서아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쪽.서아가 고개를 홱 돌렸다.“…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뽀뽀.”“그건 저도 알아요!”“그럼 왜 물어봐.”태준이 태연하게 대꾸했다. 서아는 어이가 없어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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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햇살이 커튼 틈으로 가늘게 스며들었다. 서아가 가장 먼저 느낀 건 따뜻함이었다. 허리를 단단히 감싼 팔, 등 뒤에서 전해지는 익숙한 체온, 그리고 목덜미 가까이에서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숨소리까지. 서아는 잠결에 몸을 조금 뒤척였다. 그러자 허리를 감싸고 있던 팔에 힘이 들어갔다.“…어디 가.”잠긴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았다. 서아가 눈을 뜨기도 전에 태준이 그녀를 제 품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맨살이 맞닿은 채 서로를 끌어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서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어젯밤의 기억이 하나둘 떠올랐기 때문이었다.평소보다 진하고 뜨거웠던 입맞춤들,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목소리, 자신을 바라보던 태준의 다정한 눈빛까지.그리고 그 모든 순간이 지나고 난 뒤에도, 태준은 한 번도 그녀를 놓지 않았다.서아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바로 앞에 태준의 얼굴이 있었다. 헝클어진 검은 머리카락이 이마 위로 흘러내려 있었고, 평소 날카롭던 눈매는 잠든 탓인지 한결 부드러웠다. 검은 반팔 티셔츠도, 늘 단정하게 입던 셔츠도 없이 드러난 어깨와 팔에는 희미한 흉터들이 남아 있었다.서아는 그 흉터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손끝으로 그의 팔을 쓸었다.5년이라는 시간 동안 태준이 혼자 견뎌야 했던 것들. 그가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 서아는 전부 알지 못했다. 다만 이제는 그 시간을 혼자 견디게 두고 싶지 않았다.“…서아야.”태준의 목소리에 서아가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깼어요?”“응.”태준이 천천히 눈을 떴다. 잠에서 막 깨어난 눈으로 서아를 바라보던 그는 이내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더니 그녀의 허리를 감싼 팔을 풀기는커녕 오히려 더 단단히 끌어안았다.“좋은 아침.”“…좋은 아침이에요.”“얼굴은 왜 빨개.”“누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요.”서아가 작게 투덜거리자 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평소 회사에서 보이는 냉정하고 위엄 있는 대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지금의 강태준은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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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서아가 강태준의 집으로 돌아온 첫날 밤. 문제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 사이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불과 십 분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다.같이 장을 본 물건을 정리하고, 저녁을 먹고, 소파에 앉아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었다. 서아는 태준의 어깨에 기대기도 했고, 태준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주기도 했다.그런데 방송이 끝나고 서아가 무심코 입을 열었을 때부터 모든 게 이상해졌다.“그런데 저 오늘 어디서 자요?”“…뭐?”태준이 리모컨을 내려놓았다. 서아도 그제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아니, 그게… 제 방에서 자면 되긴 하는데요.”“응.”“그런데 태준 씨 방이랑 바로 옆이잖아요.”“그렇지.”“…….”“…….”이상했다. 예전에도 같은 집에서 살았다. 같은 복도를 오갔고, 아침마다 마주쳤으며, 늦은 밤이면 거실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그때는 아무렇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서아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복도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괜히 목이 말랐다.무엇보다 강태준이 문제였다. 검은 티셔츠에 편안한 바지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 회사에서는 언제나 완벽한 정장을 입고, 차가운 표정으로 회의를 주도하는 대표님이었는데. 집에서는 달랐다.넥타이도 없고, 단정하게 넘겼던 머리카락도 조금 흐트러져 있었다. 소매를 걷어 올린 팔에는 오래전부터 남아 있던 흉터가 희미하게 보였다.그리고 저 얼굴. 가까이서 보니 새삼스럽게 잘생겼다.‘아니, 원래 잘생겼잖아.’서아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문제는 이제 자신이 그 얼굴을 마음껏 좋아해도 되는 사이라는 사실이었다.다섯 해 전에는 감히 상상만 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연인이 되었고, 심지어 한집에서 살게 됐다.그러니까.‘…의식하지 말자.’서아는 애써 텔레비전 화면에 집중했다. 그때 태준이 물었다.“서아야.”“네!”대답이 너무 빨랐다. 태준이 눈썹을 살짝 올렸다.“왜 그렇게 놀라

  • 조폭아저씨, 저 좀 납치해주세요.   49화. 매일 네 옆에서

    윤서아가 강태준의 집으로 돌아오기로 한 다음 날. 강태준은 아침 6시 30분에 눈을 떴다.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이른 시간이었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이었다.이유는 간단했다. 오늘은 서아가 다시 이 집에서 아침을 맞이할 날이었으니까. 정확히 말하면, 아직 짐을 옮기지도 않았다. 본격적으로 함께 살기 시작하는 건 주말부터였다.그런데도 태준은 아침부터 괜히 들떠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고, 평소보다 꼼꼼하게 면도를 했다. 옷장 앞에서 셔츠를 세 번이나 바꿔 입었고, 거울을 보며 머리까지 정리했다.그러다 문득 스스로가 우스워졌다.“…나 지금 뭐 하는 거냐.”누가 보면 중요한 투자 계약이라도 앞둔 줄 알겠다. 하지만 태준에게는 웬만한 계약보다 중요한 일이었다.오늘 서아가 퇴근한 뒤,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나면. 함께 장을 보러 가기로 했다. 서아가 좋아하는 간식과 생활용품을 사러.그게 뭐라고 이렇게 기분이 좋은지. 태준은 결국 웃으며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잘 잤어?]잠시 뒤 답장이 왔다.[네! 태준 씨는요?][나도 잘 잤어.]사실은 새벽에 두 번이나 깼다. 서아가 이 집으로 돌아온다는 생각에 잠이 잘 오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대신 한 문장을 더 보냈다.[오늘 퇴근하면 빨리 와.]그리고 곧바로 덧붙였다.[보고 싶으니까.]***오전 8시 40분. 서아는 출근 준비를 하다가 휴대전화 화면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아, 진짜….”어제도 봤고, 오늘 아침에도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벌써 보고 싶단다. 그녀는 거울 앞에서 머리를 정리하며 답장을 보냈다.[아직 출근도 안 했는데요ㅋㅋㅋ][그러게. 출근하고 나면 더 보고 싶을 것 같은데.]서아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이 남자, 정말 큰일이었다. 다섯 해 동안 자신을 기다리게 해 놓고 이제 와서 이렇게 애정 표현을 쏟아붓다니.물론 싫지는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너무 좋았다. 예전에는 태준이 자신을 조금만 다정하게 대해

  • 조폭아저씨, 저 좀 납치해주세요.   48화. 대표님은 퇴근하면 달라진다

    아침 7시 56분.윤서아는 침대에 누운 채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화면에 떠 있는 한 사람의 이름을.강태준. 어젯밤 헤어진 뒤에도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별다른 이야기는 아니었다. 저녁은 맛있었는지, 집에는 잘 도착했는지, 내일 일정은 어떤지.그런 평범한 대화가 이상하게 좋았다. 다섯 해 동안 그리워했던 사람과 이제는 내일을 약속할 수 있다는 것.아침에 눈을 뜨면 연락할 수 있고, 퇴근하면 만날 수 있고,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 서아는 메시지 창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먼저 문자를 보냈다.[잘 주무셨어요?]보내고 나니 괜히 민망했다.‘아직 출근도 안 했는데 너무 들이대는 거 아니야?’그런 생각으로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려던 순간.띠링.답장이 왔다.[응. 너는?][저도 잘 잤어요.][다행이네.]잠깐의 공백. 그리고 이어진 메시지.[벌써 보고 싶은데.]서아는 그대로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아, 진짜…!”이 남자, 회사에서는 그렇게 냉정하고 무뚝뚝하면서 왜 퇴근만 하면 사람이 달라지는 걸까. 아니, 퇴근하기도 전부터 이러면 어떡하라는 건지. 서아가 한참을 고민하다 답장을 보냈다.[아직 아침인데요.]곧바로 답장이 왔다.[그러게. 퇴근까지 너무 기네.]서아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강태준이 이럴 때마다 자꾸만 실감이 났다. 자신만 그를 그리워했던 게 아니라는 사실이. 그도 같은 시간을 견뎠고, 같은 사람을 마음에 품고 있었으며, 이제는 그 마음을 숨기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이.서아는 휴대전화를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오늘 하루도 꽤 괜찮을 것 같다고. 퇴근하면 강태준을 만날 수 있으니까.***오전 8시 45분.회사 로비에 들어선 서아는 곧장 발걸음을 멈췄다. 강태준이 있었다. 검은 정장에 한 손에는 커피 두 잔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었다. 멀리서 봐도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주변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고, 태준은 짧

  • 조폭아저씨, 저 좀 납치해주세요.   47화. 내 여자에게 함부로 묻지 마

    아침 8시 47분. 윤서아는 휴대전화 화면을 내려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박지수 대리에게서 온 메시지.[윤서아 씨, 혹시 대표님이랑 저녁에도 따로 만나세요?]그 아래로 이어진 문장이 서아의 심장을 철렁 내려앉게 했다.[어제 퇴근할 때 대표님이 직접 내려와서 기다리시던데… 제가 모르는 특별한 관계가 있는 건가 해서요.]‘아, 진짜.’서아는 이마를 짚었다. 비밀 연애를 시작한 지 겨우 나흘째였다. 그것도 다섯 해 만에 다시 만난 남자와, 이제야 겨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참이었다.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정확히는, 다른 사람의 입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오르내리는 상황이 싫었다.강태준은 대표였고, 서아는 그가 참여하는 프로젝트의 실무 담당자였다. 괜한 소문이 생기면 태준에게도, 자신에게도 좋을 게 없었다.서아는 한참을 고민하다 답장을 작성했다.[업무 관련해서 이야기할 게 있으셨던 것 같아요. 특별한 관계는 아닙니다.]보내기 버튼을 누른 순간이었다. 띠링.[아, 그래요? 다행이다. 사실 저 대표님께 관심이 있어서요. 윤서아 씨가 혹시 저보다 먼저 가까워진 건가 싶어서 조금 신경 쓰였어요.]서아의 손가락이 멈췄다.‘다행…?’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뻔했다. 자기는 다행히도 아무 사이가 아니라는 대답을 들은 사람이 되었고, 박지수는 다시 태준에게 다가갈 명분을 얻은 셈이었다.서아는 휴대전화를 뒤집어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질투하지 않기로 한 건 아니었다. 다만, 질투한다고 해서 자신이 강태준의 연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건 아니었다.그가 자신을 선택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였다.“윤서아 씨.”고개를 들자 프로젝트 담당 직원이 서 있었다.“대표님께서 오전 열 시 회의 전에 기획팀 담당자들 잠깐 보자고 하시네요.”“아, 네. 알겠습니다.”서아는 노트북을 챙겼다. 그리고 회의실로 향하는 내내 한 가지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오늘은 제발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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