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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1화

Penulis: 경옥
한편, 최씨는 계연수의 처소에서 집안 살림을 어떻게 나누어 맡을지 의논하고 있었다.

백씨가 떠나고 나면 심씨 가문의 온갖 살림이 남은 사람들의 몫이 되었다. 하인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부터 각 처소의 일상 지출, 창고 관리와 전장의 소작료 수입 및 지출, 당번 편성과 제사, 연회에 이르기까지 안살림의 크고 작은 일을 전부 새로 정해야 했다.

마침 오늘 모두 모인 김에 한꺼번에 정리해 둘 생각이었다.

계연수는 아이를 가진 몸인 데다 심서준의 사유 재산까지 관리하고 있어 그 모든 일을 도맡을 수는 없었다. 심씨 노부인이 우선 점포들을 맡기로 했으므로, 계연수는 최씨에게 각 처소의 지출부터 시험 삼아 관리해 보라고 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예전의 관례대로 처리하면 되었으나, 자잘하게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았다. 창고와 주방은 물론이고 장부를 관리하는 회계방과도 끊임없이 조율해야 했다.

그 밖의 일은 계연수가 직접 맡기로 했다.

계연수가 최씨에게 물었다.

“번거롭지는 않겠느냐?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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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문춘귀   제1042화

    계연수는 이 모든 일이 심서준이 오래전부터 깔아 둔 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바깥에서 태후를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진 것도 심씨 가문의 죄를 벗기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태후가 이미 지은 죄 위에 또 하나의 죄를 보태, 더는 황제조차 감싸기 어렵게 만들려는 것이었다.당시 수많은 조정 대신이 태후를 탄핵했지만, 황제는 올라온 상소를 모조리 눌러 버렸다.결국 황제는 모자간의 정과 효도를 저버리지 못했다. 그런 황제를 두고 태후를 완전히 끌어내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조정 대신들이 모두 격분하여 더는 침묵하지 못할 만큼 끔찍한 죄를 태후가 자신의 손으로 저지르지 않는 한, 그녀를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기는 어려울 터였다.대청 안에서는 다시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가 오갔다.심씨 노부인이 심정우를 바라보며 말했다.“정우야, 오늘은 너도 수고가 많았다. 헌데 벌써 며칠째 군영을 쉬었으니 더 자리를 비우는 것도 좋지 않겠구나. 어서 군영으로 돌아가거라.”심정우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괜찮습니다. 내일 돌아가도 늦지 않습니다.”심씨 노부인은 날이 갈수록 듬직해지는 손자를 바라보며 내심 흐뭇해했다.제 어미인 백씨보다 훨씬 반듯하고 믿음직하게 자라고 있었다.솔직히 심씨 노부인은 백씨가 심정우의 앞길에 영향을 미치게 두고 싶지 않았다. 심정우는 타고난 심성이 올곧았다. 이제 백씨 가문의 형편은 예전 같지 않았지만, 심씨 가문은 반드시 그를 위해 앞날을 제대로 마련해 줄 생각이었다.심정우는 아직 젊었다.앞으로 군영에서 이삼 년만 더 지내며 성정과 무예를 갈고닦은 뒤 변경으로 나간다면, 공을 세울 기회도 얻을 수 있을 터였다. 심정우가 장수로서 자리를 잡는다면 그것은 그 자신뿐 아니라 심씨 가문에도 큰 경사가 될 일이었다.어느덧 밤은 깊어 집 안도 조용해졌다.심씨 노부인은 계연수가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피곤할까 염려했다. 계연수에게 먼저 돌아가 쉬라고 이른 뒤 다른 사람들도 모두 물러나게 했다.계연수는 송학원으로 돌아왔다.눈에

  • 주문춘귀   제1041화

    심정우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군영에서 허송세월하지 않고 착실히 자신을 단련한 모양이었다.계연수와 함께 궁을 나온 궁녀들은 황후와 황제가 내린 하사품을 뒤편의 마차에 차곡차곡 싣고 있었다.짐을 모두 옮기려면 아직 시간이 조금 걸릴 듯했다. 계연수는 마차 안에서 휘장을 살며시 걷고 심정우에게 물었다.“군영 생활은 힘들지 않았느냐?”심정우는 가지런하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괜찮습니다. 예전에는 어떻게든 게으름만 피우려고 했고, 훈련이 고되다며 견디기 힘들어 했습니다. 헌데 이제는 제가 다른 사람들을 훈련해야 하지 않습니까. 정작 저한테 제대로 된 실력이 없으면 수하들이 어떻게 저를 믿고 따르겠습니까? 그래서 요즘은 정신없이 무예를 익히고 있습니다.”심정우는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눈썹을 치켜올렸다.“이제는 눈을 가리고도 오 장 밖의 과녁을 맞힐 수 있습니다.”계연수의 입가에도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실력이 갈수록 느는구나.”심정우는 계연수의 미소를 가만히 바라보았다.맑고 담담한 얼굴에는 부드럽고 섬세한 아름다움이 어려 있었다. 어린 시절 기억 속의 계연수와는 어딘지 모르게 달라져 있었다.심정우는 감히 오래 바라보지 못하고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마침 하사품을 옮기는 궁녀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무예를 제대로 익힌 다음에는 변경으로 가고 싶습니다. 유격장군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공을 세워 볼 생각입니다. 저는 계속 경성에만 머물고 싶지 않습니다.”그 말에는 전과 다른 결의가 담겨 있었다.계연수는 따뜻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뜻이 크구나. 계속 노력한다면 훗날 정말 장군이 될지도 모르겠다.”심정우가 뜻밖이라는 듯 멈칫했다가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거기까지는 감히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계연수는 농담으로 넘기지 않고 진지하게 말했다.“어째서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냐? 너는 뜻도 있고 능력도 있다. 이제는 끝까지 노력할 끈기까지 생겼으니,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이다.”계연수의 목소리에는 조금의 의

  • 주문춘귀   제1040화

    계연수가 이튿날 궁을 떠나 심씨 부저로 돌아갈 때 챙겨 가야 할 물건은 한둘이 아니었다.황후가 마련해 준 보양품과 선물만 해도 적지 않았는데, 거기에 황제가 내린 하사품까지 더해졌다.황제의 하사품을 들고 온 내관이 도착했을 때, 계연수는 황후와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이제 계연수도 황후와 이야기하는 시간을 좋아하게 되었다.처음 만났을 때의 황후는 분명 엄격한 사람이었다. 계연수가 지켜야 할 예법과 규율을 하나하나 바로잡았고, 조금의 흐트러짐도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황후는 마음속으로 계연수를 가족이라 여기고 있었다. 아무런 이해관계나 계산 없이 진심으로 아끼는 가족이었다.아무리 엄하게 대하더라도 그 마음은 언제나 계연수가 잘되기를 바라는 쪽을 향해 있었다. 계연수에게 일이 생기면 누구보다 먼저 분노하고, 당장이라도 나서서 억울함을 풀어 주려 했다.그래서 계연수는 황후와 함께 있을 때 마음이 편했다.황후는 심서준의 친누이였고, 두 사람은 친남매 이상의 깊은 정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런 황후의 진심을 알기에 계연수는 혹여 비위를 거스를까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었고, 마음에도 없는 말로 환심을 사려 애쓸 필요도 없었다.황후는 겉모습만 보면 고귀하고 엄숙하여 가까이하기 어려워 보였지만, 막상 마음을 열고 지내 보니 의외로 소탈하고 편안한 사람이었다.내관들이 가져온 하사품은 방 한쪽을 가득 채울 만큼 많았다.백 년 묵은 산삼이 두 뿌리나 있었고, 윤기가 흐르는 비단과 화려한 보석도 상자마다 가득 담겨 있었다.햇빛이 열린 상자 안으로 스며들 때마다 금은과 보석이 눈부신 빛을 흩뿌렸다. 계연수가 궁에서 겪은 위험한 사고를 보상하고 달래려는 뜻이 역력한 하사품이었다.내관들이 모두 물러난 뒤 황후가 계연수에게 말했다.“서준이는 폐하께서 의지하는 중신이다. 폐하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 결코 서준이를 박대하지는 않을 거야.”황후는 쌓여 있는 하사품을 바라보며 담담히 덧붙였다.“이번 하사는 서준이가 돌아온 뒤 품

  • 주문춘귀   제1039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이의 웃음소리로 화기애애하던 전각 안이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황후의 얼굴에서도 서서히 웃음기가 사라졌다.갑자기 어머니의 품으로 낚아채듯 옮겨진 어린 황손은 놀라 울음을 터뜨렸다. 맑고 높은 울음소리가 싸늘하게 가라앉은 전각 안을 어지럽게 울렸다.태자는 등 뒤로 모은 손에 힘을 주었다. 정여미가 아이를 가슴에 꼭 끌어안은 채 이리저리 서성거리며 달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들끓는 감정을 누르듯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대체 무슨 소란이오? 외숙모의 병은 이미 다 나았소.”그러나 정여미에게는 제 아이보다 중요한 것이 없었다.아이는 태어난 뒤부터 황후의 곁에서 자랐다. 제 품에서 키우지도 못했는데, 이제는 친어머니인 자신보다 아무런 혈연도 없는 계연수를 더 따르는 듯했다.어미인 자신을 거부하며 울던 아이가 계연수의 품에서는 그토록 해맑게 웃고 있었다.정여미는 그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조금 전 전각에 다다랐을 때부터 안에서는 계연수와 아이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다정한 웃음이 가슴을 날카롭게 긁어내리는 듯했다.그래서 일부러 아이를 거칠게 빼앗아 왔다. 계연수가 난처해지기를 바라며, 마음속에 쌓아 두었던 날 선 말도 그대로 쏟아 냈다.정여미는 태자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전하께서 다 나았다고 하시면 정말 완전히 나은 것입니까? 아직 병기운이 남아 있을지 누가 알아요?”품속의 아이를 더욱 단단히 끌어안은 그녀의 손끝이 희미하게 떨렸다.“만에 하나 우리 아이에게 잘못이라도 생기면 저분이 책임질 수 있습니까?”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황후의 차가운 목소리가 떨어졌다.“연수에게 아이를 안겨 준 사람은 본궁이다.”황후의 눈빛이 서릿발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너는 본궁이 경솔했다고 탓하며 그 책임을 본궁에게 물을 셈이냐?”태자는 미간을 깊이 찌푸린 채 정여미를 바라보았다.“어서 모후께 사죄하시오.”정여미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아이를 감싼 손가락도 가늘게 떨렸다.가

  • 주문춘귀   제1038화

    그제야 서신이 왔다는 사실을 떠올린 심씨 노부인은 품에 간직하고 있던 서신을 계연수의 손에 쥐여 주었다.“정오 무렵에 도착했다.”계연수는 몇 차례 기침했다. 심씨 노부인과 황후는 몸을 일으키지 말라고 만류했지만, 계연수는 끝내 상체를 세워 편지를 펼쳤다.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서러움이 남아 있었다.태후는 자신과 아이를 죽이려 했는데, 황제는 그런 태후를 감싸고 용인했다. 계연수는 그 부당함과 억울함을 심서준에게 털어놓고 싶었다.그가 곁에 있었다면 마음에 쌓인 불평을 두서없이 늘어놓기만 해도 한결 편안해졌을 터였다.하지만 지금 심서준은 곁에 없었다. 계연수가 기댈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가 보내온 서신뿐이었다. 종이 위에 남은 그의 글씨를 따라가며 자신이 바라는 위안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계연수는 편지 속에서 변경의 일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고 돌아가겠다는 심서준의 말을 발견했다.그 짧은 문장을 몇 번이나 되읽자 무겁게 내려앉았던 마음이 조금씩 풀렸다. 계연수는 그제야 서신을 고이 접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이내 긴장이 풀린 듯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계연수는 그 뒤로도 며칠 동안 궁에 머물며 몸을 돌보았다.사흘에서 나흘가량 지나자 불안정했던 태기도 차츰 안정되었고 풍한도 눈에 띄게 나아졌다. 간혹 한두 번씩 가벼운 기침이 나오기는 했지만, 크게 염려할 정도는 아니었다.몸이 나아지자 계연수는 심씨 부저로 돌아가고 싶어졌다.황후는 궁에 머무는 동안 계연수를 정성껏 보살펴 주었다.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가장 좋은 것으로 마련해 주었고, 수시로 상태를 살피며 곁을 지켰다.그래도 이곳은 계연수에게 익숙한 공간이 아니었다.아무리 극진한 대접을 받아도 낯선 궁전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마음 한편이 좀처럼 편안해지지 않았다.게다가 요 며칠 태자비가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왔다. 계연수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어딘지 모르게 적의가 서려 있었다. 마치 계연수가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라도 빼앗은 듯한 눈빛이었다.처음에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던 계연수도 곰곰이 생각한

  • 주문춘귀   제1037화

    임풍은 진가옥의 아이처럼 천진한 말을 멍하니 듣고 있었다.그러나 그 말에 담긴 뜻만큼은 누구보다 또렷하게 알아들었다.진가옥이 자신을 좋아해서 혼인을 입에 올린 것은 아니었다. 고된 혼인 생활과 아이를 낳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어, 자신이라면 그런 고통을 주지 않으리라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내뱉은 말이었다.그 사실을 알면서도 임풍은 기꺼이 진가옥을 평생 지켜 주고 싶었다.그가 평생 마음에 품은 여인은 오직 진가옥 하나뿐이었다.하지만 진가옥이 순간적인 마음으로 꺼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혼인을 말하지만, 훗날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뒤 오늘의 선택을 후회하게 될까 두려웠다.임풍은 끝내 청혼이나 다름없는 그 말에 직접 대답하지 않았다.“셋째 아가씨의 일생이 걸린 혼사입니다. 충동적으로 정해서는 안 됩니다. 충분히 생각해 보시고 집안 어른들과도 의논하셔야 합니다.”진가옥은 임풍이 기뻐하며 단숨에 좋다고 대답할 줄 알았다.임풍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쯤은 진가옥도 느끼고 있었다. 바보처럼 우직하게, 오직 자신만 바라보며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물론 자신도 임풍을 좋아하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그러나 임풍 없이는 안 될 때가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진가옥의 곁에는 잘해 주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자신이 무슨 짓을 하든 끝까지 받아 주고 응석을 부려도 한결같이 감싸 주는 사람은 임풍뿐이었다.그런데도 임풍은 자신의 말을 곧바로 받아들이지 않았다.진가옥은 그가 제게 주어진 복도 알아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기분이 상한 그녀는 콧방귀를 가볍게 뀌고는 더 이상 임풍을 상대하지 않았다.기름종이 꾸러미를 든 채 홱 몸을 돌려 마차를 향해 걸어갔다.임풍은 넋을 잃은 듯 멀어지는 진가옥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어느새 그의 손은 가슴 위에 놓여 있었다.손바닥 아래에서 심장이 뜨겁고 힘차게 뛰고 있었다.조금 전 진가옥이 자신에게 시집가겠다고 한 말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진정하려 해도 가슴은 말을 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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