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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1화

Author: 경옥
계연수는 서신을 내려놓고 시어머니를 찾아갔다.

아들을 걱정하는 심씨 노부인의 마음도 계연수에 못지않았다. 심서준의 서신을 읽은 노부인은 무척 기뻐하며, 계연수와 함께 절에 가서 부처님께 감사 인사를 올리자고 했다.

두 사람은 바로 다음 날 함께 절을 찾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곳에서 손보경과 마주쳤다.

손보경은 단정하고 소박한 푸른색 옷을 입고 있었다. 머리와 몸에는 비녀나 장신구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시녀만 데리고 밖으로 나오던 중이었다. 계연수 일행과 마주치자 손보경은 곧장 이쪽으로 다가왔다.

계연수가 물었다.

“네가 어쩐 일로 이곳에 온 것이냐?”

손보경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부군께서 내일 성 밖으로 나가실 일이 있어서요. 마음이 놓이지 않아 평안부를 하나 빌러 왔습니다.”

계연수는 조금 놀란 눈으로 손보경의 표정을 살폈다.

요즘은 큰방의 사정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손보경과 심한율의 사이가 제법 좋아진 듯했다.

손보경은 화려한 장신구도, 얼굴을 치장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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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문춘귀   제1062화

    솔직히 계연수는 예전부터 손보경의 심성이 제법 훌륭하다고 생각했다.손보경은 제 처지를 한탄하거나 스스로를 가엾게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역경에 놓일 때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했다.어찌 되었든 계연수는 그런 면을 높이 평가했다. 손보경 같은 사람은 아무리 큰 시련을 만나더라도 그리 나쁘게 살지는 않을 터였다.그렇다고 손보경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계연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가 진정으로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기를 바라마.”절에서 돌아가던 길, 산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는 심한율이 보였다.심한율은 계연수를 발견하고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내 서둘러 다가와 계연수와 심씨 노부인에게 깍듯이 인사를 올렸다.심씨 노부인은 심한율과 몇 마디를 나눈 뒤 계연수와 함께 마차에 올랐다.계연수가 탄 마차가 먼저 떠나는 것을 지켜본 손보경은 그제야 심한율을 돌아보며 물었다.“부군께서는 어찌 이곳까지 오신 겁니까?”손보경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군이라 부를 때마다 심한율은 여전히 조금 어색했다.그는 가냘프고 여윈 손보경의 몸을 바라보다가 대답했다.“그대가 절에 와서 나를 위해 복을 빌고 있다는 말을 들었소.”손보경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절에서 받은 평안부를 손수 수놓은 향낭 안에 넣었다. 그러고는 허리를 숙여 심한율의 허리춤에 직접 매어 주었다.“이 향낭도 제가 수놓은 겁니다. 부군께서 이런 무늬를 좋아하실지는 모르겠지만, 길한 뜻을 담고 싶어 제 마음대로 만들어 보았습니다.”심한율은 부드러운 두 손이 제 허리춤에 닿는 것을 느꼈다.그도 혈기 왕성한 젊은 사내였다. 곁에 첩이나 잠자리를 시중드는 시녀도 두지 않았다. 여인과 살을 맞댄 것이라고는 혼인 첫날밤 손보경과 나눈 하룻밤이 전부였다.그런 상황에서 손보경의 손길이 닿자 온몸이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심한율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그녀를 만류하려 했다. 그러나 막 손을 내미는 순간, 손보경이 그의 손목을 부드럽게 붙잡았

  • 주문춘귀   제1061화

    계연수는 서신을 내려놓고 시어머니를 찾아갔다.아들을 걱정하는 심씨 노부인의 마음도 계연수에 못지않았다. 심서준의 서신을 읽은 노부인은 무척 기뻐하며, 계연수와 함께 절에 가서 부처님께 감사 인사를 올리자고 했다.두 사람은 바로 다음 날 함께 절을 찾았다.그런데 뜻밖에도 그곳에서 손보경과 마주쳤다.손보경은 단정하고 소박한 푸른색 옷을 입고 있었다. 머리와 몸에는 비녀나 장신구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시녀만 데리고 밖으로 나오던 중이었다. 계연수 일행과 마주치자 손보경은 곧장 이쪽으로 다가왔다.계연수가 물었다.“네가 어쩐 일로 이곳에 온 것이냐?”손보경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부군께서 내일 성 밖으로 나가실 일이 있어서요. 마음이 놓이지 않아 평안부를 하나 빌러 왔습니다.”계연수는 조금 놀란 눈으로 손보경의 표정을 살폈다.요즘은 큰방의 사정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손보경과 심한율의 사이가 제법 좋아진 듯했다.손보경은 화려한 장신구도, 얼굴을 치장하는 분도 사용하지 않은 채 소박한 모습이었다. 안색이 조금 창백해 보이기는 했지만, 진흙 속에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은 연꽃처럼 맑고 깨끗한 분위기가 느껴졌다.온갖 화려한 치장을 씻어 내고 오랫동안 쓰고 있던 가면까지 벗어던진 듯했다.얼굴도 그대로였고, 여전히 입가에는 늘 그렇듯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런데도 계연수의 눈에는 지금의 손보경이 예전과는 조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계연수도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너는 먼저 돌아가렴.”하지만 손보경은 떠나지 않았다.“이곳에서 숙모님을 뵌 것도 인연인데, 저도 함께 있겠습니다.”잠시 머뭇거리던 손보경이 다시 말했다.“숙모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도 많고요.”손보경이 이처럼 말하는데 계연수도 억지로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결국 그러라고 허락했다.계연수는 경건한 마음으로 불상 앞에 절하고 향유전도 보탰다. 심씨 노부인이 방장 스님을 만나러 간 사이, 계연수는 손보경과 함께 푸른 소나무 아래에 머물렀다.그곳에서 손보경

  • 주문춘귀   제1060화

    심서준은 경력사에서 꼬박 사흘 동안 문서를 조사했다.곁을 지키던 호덕무는 서 있는 것조차 버거워졌지만, 좌도어사 심서준에게서는 조금의 피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날마다 고작 몇 시진밖에 자지 않으면서 어찌 지치지도 않는 것일까.정녕 부인을 만나러 돌아가는 것이 그토록 급한 것일까.깊은 밤, 심서준은 서리들이 정리한 문서를 보고있었다.오 년 전 평부진에 실제로 주둔했던 관군은 삼만 육천이백 명이었다.하지만 같은 해 호부에 올린 결산 장부에 기록된 실제 병력은 삼만 사천이백 명이었다.이천 명이나 차이가 났다.당보는 병조에 올리는 문서였고, 결산 장부는 호부에 제출하는 자료였다. 두 문서가 다르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장부를 조작해 왔다는 뜻이었다.심서준의 길고 곧은 손가락이 이번에는 군수품 항목을 짚었다. 그의 눈빛이 완전히 어두워졌다.평부진에서는 해마다 갑옷과 도검, 창, 활과 화살, 화약과 납탄 등의 군수품 사용 내역을 병조에 보고했다. 장부만 보면 역대 군수품 사용량과 남은 재고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그러나 천원 십 년, 평부진이 병조에 보고한 조총은 모두 삼백육십 정이었다. 반면 같은 해 당보에 기록된 사용 가능한 조총은 이백십 정에 불과했다.조총 백오십 정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조총은 먹고 나면 사라지는 군량이 아니었다. 설령 하자가 있는 물건이라 해도 백오십 정이면 결코 적지 않은 값어치였다.누군가 조총을 빼돌려 팔아넘긴 것이 분명했다.평부진은 군사적 요충지로, 성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북방 부족과 맞닿아 있었다. 변방의 군인들이 달단족에게 군수품을 몰래 팔아넘기는 일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었다.예전에도 병조와 도찰원에서 여러 차례 조사했으나 매번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이 일을 제대로 파헤치면 총병 한 사람의 목숨만으로는 끝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아래에서부터 위로 총독과 병조 직방사, 심지어 내각까지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주원길은 병력 규모를 부풀려 보고하고, 존재하지 않는 병사들의 군향까지 가로챘다.

  • 주문춘귀   제1059화

    심서준이 대체 무엇을 알아냈는지도, 조호와 그 조손이 무언가를 실토했는지도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지난 며칠 동안 주원길은 사람을 붙여 심서준의 일거수일투족을 빈틈없이 감시했다. 그러나 심서준은 기세등등하게 수사를 벌이기는커녕 날마다 한가로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뿐이었다.한 번은 군영을 둘러보기에 군마를 점검하려는 줄 알고 주원길도 만반의 준비를 해 두었다. 하지만 심서준은 군마를 몇 번 훑어보기만 하고 그대로 돌아섰다.장부에 관해서도 더는 아무 말이 없었다.주원길은 그 장부만큼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꾸며 놓았다고 자신했다. 그렇기에 심서준이 지금까지 무엇을 알아냈는지 더욱 종잡을 수 없었다.주원길이 다시 심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심 대인께서 이곳까지 오셨는데도 하관이 제대로 대접해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말이 끝나기도 전에 심서준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그럴 필요는 없소. 본관은 조사를 하루라도 빨리 끝내고 돌아가고 싶소. 경성에서 기다리는 부인이 있으니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 않소.”그 말을 들은 주원길은 심서준의 표정을 살폈다.정말로 조사를 서둘러 마치고 떠날 생각이라면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경력사에 보관된 문서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바꿔치기해 두었다. 아무리 심서준이라 해도 그 많은 문서를 한 장 한 장 빈틈없이 살필 수는 없을 터였다.마음이 조금 놓인 주원길이 웃으며 말했다.“심 대인과 부인께서 금실이 그토록 좋으시다니, 저도 부럽기 그지없습니다.”심서준은 손에 들고 있던 문서를 내려놓고 시종에게 차를 따르게 했다. 그러고는 무심한 듯 덧붙였다.“다만 요즘 본관이 보내는 서신이 부인에게 닿지 않고 있으니, 그 사람이 걱정할까 염려되는군.”주원길의 안색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는 말없이 심서준을 바라보았다.심서준은 우아한 몸짓으로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다시 주원길에게 시선을 돌렸다.“물론 부인에게 보내는 서신은 조금 늦어져도 괜찮소. 헌데 이곳에 오기 전, 본관은 이미 이웃한 광통 총독부에 미리 서신을

  • 주문춘귀   제1058화

    평부진.그 시각, 심서준은 주예와 서리 두 명, 호위 두 명을 거느리고 곧장 평부진의 경력사로 향했다.경력사는 총병부에 소속된 문서 관아로, 오가는 모든 공문을 접수하고 발송하며 이를 등록하고 보관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심서준이 도착하자 경력사의 지사 호덕무가 황급히 밖으로 나와 허리를 깊이 숙여 맞이했다. 그러고는 지극히 공손한 태도로 차까지 올렸다.호덕무는 틈이 날 때마다 경성에서 내려온 고관을 몰래 훔쳐보았다.좌도어사라니, 감히 우러러보기도 힘들 만큼 높은 관직이었다. 게다가 황제의 신임을 받는 처남이기까지 했다. 직접 마주하고 보니 온몸에서 풍기는 기품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귀했다. 의복과 몸가짐부터가 평범한 사람과는 확연히 달랐으며, 행동 하나하나에서는 옥처럼 곧은 뼈와 학처럼 고고한 자태가 느껴졌다.청수하고도 고결한 얼굴 아래로 드리운 두 눈은 짙은 어둠을 품어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었다. 잠시라도 눈이 마주치면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밀려들었다.호덕무는 저도 모르게 허리를 더욱 굽혔다. 감히 심서준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 채 명이 떨어지기만 기다렸다.상석에 앉은 심서준이 눈을 내리깔며 명했다.“지난 십 년간의 공문을 모두 가져오거라. 연도와 월에 따라 정리하되, 단 한 권도 빠져서는 안 된다.”호덕무의 얼굴에 걸려 있던 웃음이 순간 굳었다.그러나 그는 금세 다시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더니, 황급히 몸을 돌려 서리들에게 문서를 옮겨 오라고 명했다.심서준은 멀어지는 호덕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곁에 선 호위에게 눈길을 주었다.뜻을 알아챈 호위가 아무런 기척도 없이 호덕무의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호위가 돌아와 심서준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 호덕무가 돌아서자마자 사람을 보내 주원길에게 몰래 소식을 전하게 했다는 내용이었다.심서준의 눈에 싸늘한 기색이 스쳤다. 손가락 끝이 탁자를 느릿하게 두드렸다.호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고에 있던 문서가 한 묶음씩 밖으로 옮겨졌다. 오래지 않아 기다란 탁자 위에는 문서

  • 주문춘귀   제1057화

    “제가 이혼하고 돌아온 뒤에도 기어이 집을 떠나려 했던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 뒤 큰외숙모가 사씨 큰 부인과 손잡고 저를 해치려 했지요. 그들의 뜻대로 일이 이루어졌다면 저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어머니께서는 원한을 은혜로 갚으려 하시지만, 그전에 그 사람들이 과연 은혜를 베풀 가치가 있는지부터 생각하셔야 합니다.”“예전에 어머니께서 큰외숙모 가족에게 잘못하신 적이 있습니까? 그토록 잘해 주고도 결국 무엇이 돌아왔나요?”“백씨 집안은 수많은 원한을 사고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궁지에 몰린 고하운이 그 모든 오명을 저희에게 뒤집어씌우려 한다면요?”계연수의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질문 하나하나가 예리하게 고씨의 마음을 파고들었다.“큰외숙모는 사씨 집안과 몰래 결탁해 저를 해치려는 짓까지 저질렀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사람에게 아직 얼마나 많은 가족의 정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만약 제가 심씨 집안에 시집오지 못하고 여전히 몰락한 집안의 이혼녀로 살고 있었다면, 큰외숙모가 저와 어머니를 어떻게 대했을 것 같습니까? 더구나 한번 돕기 시작하면 끝없이 매달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정말로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내어 주는 사람이 되시겠습니까?”계연수의 말을 듣던 고씨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서늘한 딸의 얼굴을 바라보는 동안 온몸마저 뻣뻣해지는 듯했다.반평생을 살고도 자신은 딸만큼 세상을 꿰뚫어 보지 못했다.계연수의 몇 마디가 고씨의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고씨는 친정을 대할 때마다 마음이 약해져 거듭 양보했다. 하지만 그토록 베풀고도 친정 식구들이 제 딸에게 조금이라도 잘해 주게 만들지는 못했다.결국 큰동서 식구들은 아무리 도와줘도 은혜를 기억할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받은 은혜는 잊으면서도 서운함과 원한은 끝까지 품었다.계연수가 굳이 자신만 남겨 두고 이런 말을 꺼낸 이유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자신의 물러터진 마음 때문에 계연수까지 친정의 골치 아픈 일에 휘말려 한시도 편히 쉬지 못하고 있었다.정말로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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