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109화

Author: 경옥
“산실은 위치를 정하는 데도 반드시 따져야 할 것이 있다. 출산하는 달과 방위에 맞춰 꾸며야 흉한 기운을 피하고 복을 맞을 수 있지. 방 안에 들여놓는 물건도 아무렇게나 정해서는 안 되고. 나를 데려가 한번 보여 주렴. 잘못된 것이 없는지 내가 살펴봐 줄 테니.”

계연수의 입가에 가느다란 웃음이 걸렸다. 그러나 눈에는 조금의 온기도 담기지 않았다.

“형수님께서 오늘은 유난히도 열성적이시군요.”

백씨는 순간 흠칫했다가 곧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모두 동서를 걱정해서 이러는 것이지.”

계연수는 지친 듯 손을 들어 미간을 천천히 눌렀다.

“지금은 조금 어지럽습니다. 형수님께서는 그만 돌아가 주세요. 저는 조용히 쉬어야겠습니다.”

누가 들어도 명백히 축객을 뜻하는 말이었다.

백씨는 소매 안에서 손바닥을 은밀히 움켜쥐었다. 계연수가 자신을 이토록 철저히 경계할 줄은 몰랐다.

그러나 지금 더 서두르면 도리어 의심만 살 터였다. 백씨는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지럽다면 더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주문춘귀   제1158화

    손끝에 닿은 따스한 온기가 계연수의 온몸으로 번졌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가슴을 채웠다. 그러자 또다시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지금 심서준이 곁에 있다면, 이렇게 작은 아이의 모습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어떤 표정을 지을까.떠나기 전에도 그는 계연수의 귓가에 나직이 속삭였다. 하루빨리 돌아와 계연수와 아이를 만나고 싶다고.어떤 기억은 깊이 떠올려서는 안 되었다. 생각이 이어질수록 애써 붙들어 둔 마음이 조금씩 무너져 내렸다.계연수는 눈을 꼭 감았다. 다시 입을 열었을 때는 목소리가 이미 잠겨 있었다.“용춘, 부저에 남아 아이를 잘 지켜다오. 이 아이마저 잘못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용춘이 서둘러 대답했다.“염려 마세요, 부인. 제 목숨을 잃더라도 의아 아가씨는 반드시 지키겠습니다.”계연수는 말없이 눈을 내리깔고 품 안의 아이를 가만히 토닥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 어멈이 발소리를 죽여 들어왔다. 계연수는 몸을 조금 일으켜 아이를 작은 침상에 눕히려 했다.그런데 작은 몸이 침상에 닿자마자 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우렁차고 기운찬 울음소리가 곁방을 가득 채웠다. 곁에 있던 용춘도 느닷없는 소리에 흠칫 놀랐다.한쪽으로 물러나 있던 취낭과 하녀도 황급히 다가왔다.계연수 역시 당황해 아이를 다시 품에 안고 달랬다. 다행히 아이는 달래기 어렵지 않았다. 조금 토닥여 주자 울음을 그치더니, 몇 번 훌쩍이고는 다시 깊이 잠들었다.이제 괜찮겠다 싶어 조심스레 침상에 내려놓았으나, 아이는 어미의 품이 더 좋은 모양이었다. 눕힌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울기 시작했다.아이를 돌본 경험이 없는 계연수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배가 고픈 것이냐?”취낭이 다가와 아이를 받아 안으며 조용히 대답했다.“부인께서 안아 주시기를 바라는 모양입니다. 아직 깊이 잠들지 못해서 그러니, 조금만 더 달래면 괜찮을 겁니다.”취낭의 품에서는 아이도 제법 편안해 보였다. 계연수는 그제야 안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용춘에게 다시 한번 잘 돌보라 당부

  • 주문춘귀   제1157화

    “노부인께서 몸이 편치 않으시니, 제가 아이를 안고 와 보여 드리라고도 하셨습니다.”이수옥이 궁금한 듯 한 걸음 다가섰다. 어제 계연수가 정신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아이는 무사한지, 출산은 순조로웠는지 알고 싶었다.초췌한 계연수의 얼굴을 보자 여러 짐작이 떠올랐다. 이수옥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오숙모님, 아이는 어디 있나요? 저도 한번 안아 보고 싶습니다.”한 걸음 더 다가가 말을 이으려던 이수옥은 계연수의 싸늘한 눈과 마주쳤다. 순간 가슴이 움찔해 입을 다물었다.계연수는 이수옥을 한 번 바라보고 물었다.“어머님께서 깨어나신 지 얼마나 되었느냐?”평소와 다른 냉담한 낯빛에 이수옥도 신중히 대답했다.“방금 깨어나셨습니다. 눈을 뜨시자마자 한바탕 우시고는 숙모님을 찾으셨습니다. 오숙부의 아이를 보고 싶다고 하셨고요.”계연수는 입술을 다물었다. 잠깐의 침묵 끝에 짧게 말했다.“돌아가거라.”이수옥은 멈칫했다.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그럼 아이는요? 아이를 데려가지 않으면 노부인께 뭐라고 말씀드려야 하나요? 숙모님께서도 이유는 알려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계연수가 차갑게 이수옥을 바라보았다.“지금 내게 이유를 대라는 것이냐?”서릿발 같은 목소리에 이수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어 더욱 싸늘한 말이 떨어졌다.“돌아가라고 했다.”이수옥은 서 있었지만, 계연수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마음이 떨렸다. 분명 지치고 부드러운 눈매였다. 그런데 그 눈길을 받고 있자니 더는 한마디도 거스를 엄두가 나지 않았다.이수옥은 황급히 대답하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망토를 매만지던 방 어멈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셋째 아가씨께서는 정말 예법을 모르시는 건지, 일부러 저러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부인 앞에서도 가끔 너무 분별없이 말씀하시니…”“셋째 도련님께서는 어쩌다 저런 부인을 맞으셨을까요.”계연수는 입술을 다문 채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방 어멈에게 창고에서 단검 하나를 가져오라 일렀다.방 어멈이 놀라 얼굴을 굳혔다

  • 주문춘귀   제1156화

    계연수의 물음에 추수가 지체 없이 대답했다.“의원께서는 용춘 언니의 몸에 큰 이상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찬 기운에 상했으니 잘 조리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계연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용춘을 바라보았다.“나는 지금 입궁할 것이다. 너는 이곳에 남아 있거라.”용춘이 황급히 눈물을 훔쳤다.“부인께서 입궁하시는데 제가 어찌 곁을 비우겠습니까. 지금 몸 상태도 염려됩니다. 따라가서 곁에서 돌봐 드려야 합니다.”계연수가 용춘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너는 부저에 남아 호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거라. 아이의 소식이 들어오면 즉시 사람을 보내 궁에 알려야 한다. 백씨는 묶어 두었지만, 내가 부저를 비우면 직접 살필 수 없는 일이 많다. 큰 대감께서 어찌 나오실지, 첫째와 셋째 도련님이 백씨가 갇힌 것을 알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알 수 없지. 어머님께서 깨어나신 뒤 무슨 일을 하실지도 모르고. 그러니 네가 남아 부저의 움직임을 살피거라. 무슨 일이든 생기면 지체 없이 궁에 알려야 한다. 나도 미리 대처할 수 있도록.”용춘은 멍하니 그 말을 들었다. 듣고 보니 자신이 부저에 남는 편이 도움이 될 듯했다.계연수의 손이 용춘의 어깨를 가볍게 눌렀다.“이번 일로 심씨 부저에서 누가 사람이고 누가 사람의 탈을 쓴 짐승인지 드러날 것이다. 헌데 나도 사람을 그리 잘 보는 것은 아니야. 한눈에 속내까지 꿰뚫어 볼 수는 없지. 내 아들은 바꿔치기를 당했고 부군께서는 변을 당하셨다. 그러니 심씨 부저의 대를 이을 사람이 없어졌다고 여기며 욕심을 드러내는 자들이 있을 것이다. 사람의 사심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으니, 네가 남아 그들의 움직임을 잘 살펴다오. 그리고 여상이도 잘 돌봐 주어야 한다.”용춘의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래도 이번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슬픔에만 잠겨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용춘도 알았다.계연수는 방 어멈에게 몸단장을 마저 맡기고, 사람을 시켜 마차를 준비하게 했다.방 어멈은 계연수가 두통을 앓을까 염려해 흰 이마띠를 둘러 따뜻하게

  • 주문춘귀   제1155화

    머리를 씻고 나니 긴 머리카락은 다시 부드럽고 매끄러워졌다. 그러나 방 어멈의 걱정은 가시지 않았다.막 출산한 여인이 이토록 빨리 머리를 감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끝내 계연수를 말리지 못한 방 어멈은 방 안에 숯불을 더 피우고 긴 의자에 눕힌 뒤, 두피에 물이 닿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해서 씻겼다. 그러고는 시녀 서넛과 함께 손난로로 머리카락을 말렸다.머리를 다 빗은 방 어멈이 물었다.“부인, 머리 장식은 어느 것으로 하시겠습니까?”계연수는 앞에 놓인 장신구 함들을 바라보았다. 눈부시게 고운 장신구가 가득했다. 모두 심서준이 자신을 위해 마련해 준 것들이었다.계연수는 고개를 저었다. 옥비녀 두 개만 꽂아 달라고 했다.방 어멈은 그대로 따랐다. 그러고도 초췌한 얼굴이 마음에 걸려 다시 권했다.“분이라도 조금 발라 드릴까요?”계연수는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바로 이 초췌한 얼굴로 황제를 만나야 했다.그때 용춘이 발을 걷고 들어왔다. 지난밤 뜰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사이 들은 모양이었다. 들어서자마자 계연수의 발치로 달려와 울음을 터뜨렸다.“부인, 저 때문에 어린 세자님이…”말을 잇는 목소리가 갈수록 울음에 잠겼다.“어젯밤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겁니다. 호위들을 불러올 수 있었을 텐데… 미리 호위를 부르는 것도 잊었습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용춘은 계연수의 치맛자락을 붙들었다. 눈물이 뺨을 타고 쉼 없이 흘러내렸다. 울음을 멈추려 해도 멈출 수 없었다.“제가 무능해서 어린 세자님을 해쳤습니다. 다 저 때문입니다.”계연수는 용춘을 잡아 일으키려 했다. 지금 울고만 있어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그러나 몇 번을 당겨도 용춘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계연수의 손을 꼭 붙들었다. 얼굴은 온통 눈물로 젖어 있었다.“어린 세자님께 정말 무슨 일이 생겼다면, 저도 저승으로 가 곁을 지키겠습니다.”계연수는 고개를 숙여 용춘의 눈물을 닦아 주며 나직이 말했다.“울지 말거라. 우리가 울고 슬퍼하기만 하면, 우

  • 주문춘귀   제1154화

    계연수도 백씨 곁의 장씨 어멈이 그토록 입이 무거울 줄은 몰랐다.따로 내력을 알아본 적은 없었다. 다만 줄곧 백씨를 곁에서 모셔 왔으니, 아마 어릴 적부터 함께했을 터였다. 그렇다면 백씨와의 정 또한 여느 하인과는 달랐을 것이다.용춘 역시 쉽게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처럼.계연수는 손끝으로 팔걸이를 가볍게 두드렸다. 사람의 뜻을 꺾으려면 약점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장씨 어멈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아볼 여유는 없었다. 지금은 시간을 들여 하나씩 심문할 수 없었다.“우선 잘 감시하고, 다음 명을 기다리거라.”호위가 명을 받고 고개를 숙여 물러났다.어느새 날이 훤히 밝았다. 방 안을 밝히던 촛불도 이제는 별 소용이 없었다.계연수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 채 방 어멈에게 나직이 말했다.“수수한 옷 한 벌을 준비해 주거라. 지금 입궁해야겠다.”방 어멈은 계연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고 싶은 말이 목에 걸렸으나,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이제는 무슨 말로도 만류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어린 세자는 바꿔치기를 당했고, 후작마저 변을 당했다. 그런데도 계연수가 버티며 이토록 냉정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다만 몸이 걱정되었다. 잠시 망설이던 방 어멈은 결국 허리를 숙여 조용히 권했다.“찾으러 나간 호위들의 소식을 조금만 더 기다려 보시면 어떨까요. 혹시 오늘 안으로 찾아올지도 모르잖습니까. 반나절만이라도 주무시고 기운을 차리시면 좋겠습니다.”계연수의 상태는 누가 보아도 좋지 않았다.계연수가 고개를 돌려 방 어멈과 눈을 맞췄다.“어멈, 나는 잠들 수가 없다. 눈만 감으면 아이와 부군이 떠올라. 형수님이 너무도 원망스럽다. 가죽을 벗기고 힘줄을 뽑아 버리고 싶을 만큼. 그 증오 때문에 더 잠들 수가 없어. 무슨 낯으로 자신은 무사할 거라 생각하는지… 내가 멈추면, 그 여자는 틀림없이 이제 괜찮다고 여길 것이다. 내가 제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속으로 의기양양해하겠지.”“물론 태후는 더 원망스럽다. 높은 자리에 앉아 자신은 법

  • 주문춘귀   제1153화

    물론 그들이 백씨를 위해 무슨 짓을 해 왔는지는 앞으로 하나씩 더 캐물어야 했다.일단 일을 마무리한 계연수는 지친 듯 고개를 숙이고 이마를 짚었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방 어멈에게 시각을 물었다.입궁하기 전까지는 손에 쥘 수 있는 증거를 최대한 모아 두어야 했다. 이제 어느 정도는 갖추었다.방 어멈이 귓가에 나직이 시각을 알려 주자, 계연수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장씨 어멈을 심문하러 간 호위가 돌아오기만 기다리면 되었다.바깥방에서 약을 달이던 시녀가 주 태의의 처방대로 끓인 약을 조심스레 들고 들어왔다. 씁쓸한 약 냄새가 금세 방 안에 퍼졌다.방 어멈이 약그릇을 받아 들었다.“부인, 몸부터 돌보셔야 합니다. 우선 약을 드세요.”계연수도 알고 있었다. 오늘 해야 할 일은 아직 한참 남아 있다는 것을.어떻게든 기운을 붙들고 앞으로 닥칠 일들을 감당해야 했다.말없이 눈을 든 계연수는 방 어멈에게서 약그릇을 받아 들었다.어지럼증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등과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배어 나왔고, 온몸이 힘없이 늘어졌다. 등 뒤의 둥근 베개에 몸을 기대자, 눈만 감으면 곧장 잠들 것처럼 피로가 밀려왔다.쓴 약이 목을 넘어갈 때마다 몇 번이고 헛구역질이 치밀었다. 계연수는 손수건으로 입술을 단단히 눌러 간신히 참았다.방 어멈이 조심스레 등을 쓸어 주며 달랬다.“호위들이 이미 찾으러 나갔고 관아에도 알렸습니다. 그때는 아이가 사라진 지 오래되지 않았으니, 어린 세자님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양아는 일개 시녀일 뿐이니 멀리 달아나지도 못했을 테지요. 경조부에도 성문을 지켜 아무도 나가지 못하게 해 달라고 하셨잖습니까. 어린 세자님은 복이 많은 분이니 반드시 무사히 돌아오실 겁니다. 부인께서는 더 몸을 상하게 하지 마시고, 침상에 누워 며칠만이라도 쉬세요.”그러나 계연수는 가만히 기다릴 수 없었다.기다리는 매 순간이 고통이었다.더 두려운 것은 양아에게서 아이를 넘겨받을 사람이 따로 있을 가능성이었다. 그렇게 되면 양아조차 아이가 어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