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황제의 차가운 외면과 이복동생의 음모로 억울하게 사약을 받고 죽은 설소유. 3년 전으로 회귀한 그녀는 더 이상 황제의 사랑을 구걸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전생에 익힌 의술과 냉철한 지략으로 자신을 위협하는 음모를 파헤치고, 궁중의 권력을 쥐며 스스로의 운명을 바꿔나가는 회귀 복수 로맨스 사극.
View More* 전생의 비참한 죽음
지옥의 불길보다 차가운 밤이었다.
십이월의 매서운 칼바람이 냉궁의 찌그러진 창호지를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바닥에 드리운 어둠은 사방에서 기어 나오는 뱀처럼 서늘하게 살갗을 짓눌렀다.
설소유는 바닥에 쓰러진 채 숨을 몰아쉬었다. 목구멍에서 넘쳐 나오는 붉은 피가 화려했던 홍색 곤룡포의 자락을 기괴하게 적셔 갔다. 놋그릇이 돌바닥에 떨어지며 챙그랑하는 기분 나쁜 쇠소리를 냈지만, 그 소리를 들어주는 이조차 없었다. 사약(賜藥)이었다. 황명이 내린 매서운 독약이 그녀의 장부를 하나씩 찢어발기고 있었다.
"읏... 쿨럭!"
소유는 핏덩이를 토해 내며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시야가 피색으로 붉게 물들어 흘러내렸다. 그 희미해지는 시야의 끝에서,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검은 비단에 금실로 용을 새겨 넣은 도포를 입은 남자.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도 평생을 사모하고 갈망했던 나의 남편이자, 이 제국의 존엄한 군주. 황제 이혁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단 한 조각의 동요도 없었다. 한때 그녀가 그토록 사랑했던 그 잘생긴 얼굴은 칠흑 같은 차가움으로 얼어붙어 있었다.
"폐... 하..."
소유는 피로 범벅이 된 손을 뻗었다. 손가락 끝이 그의 바짓자락에 닿기도 전에, 이혁의 옆에 서 있던 여인이 나비처럼 가볍게 다가와 그를 가로막았다.
"언니,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입니까? 태후 마마를 독살하려 한 죄도 모자라, 감히 폐하의 용안에 피를 묻히려 하다니요."
애처로운 척 눈가를 적시며 말하는 여인. 소유의 이복동생이자, 후궁의 자리를 함께 다투었던 설채령이었다.
채령의 입꼬리가 이혁의 시선이 닿지 않는 그늘 속에서 찰나 동안 기괴하게 비틀렸다. 지독한 승리감과 조소가 담긴 미소였다.
모든 것이 저 여자의 계략이었다. 채령은 온화하고 착한 누이의 가면을 쓴 채, 소유를 태후 독살 시도의 범인으로 몰아세웠다. 그리고 소유를 든든하게 받쳐 주던 아버지와 가문조차 모반의 죄명을 뒤집어쓰고 단형대에서 모조리 목이 잘렸다.
충신이었던 아버지가 억울하게 끌려갈 때도, 어머니가 통곡하며 피눈물을 흘릴 때도, 소유는 이혁의 바짓자락을 잡고 울부짖었다. 자신은 죄가 없다고, 제발 가문만은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차가운 사약 한 사발뿐이었다.
'어째서인가? 어째서 내 말을 단 한 번도 믿어주지 않는가?'
소유는 찢어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이혁을 바라보았다. 그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다. 그가 비천한 황자로 태어나 목숨을 위협받던 시절, 자신의 가문 세력을 움직여 그를 황좌에 올린 것은 바로 소유였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손에 묻힌 피가 얼마였던가?
하지만 황좌에 오른 이혁에게 소유는 그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거추장스러운 도구이자,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소모품에 불과했다.
"너의 지나친 탐욕이 네 가문을 망쳤고, 너 자신을 이 냉궁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설 비."
이혁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얼음처럼 서늘했다. 단 한 번도 그 눈에 소유를 향한 따스한 온기가 담긴 적이 없었다. 그는 전생의 소유가 바친 헌신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고, 그녀의 피눈물을 그저 권력욕에 사로잡힌 추악한 변명으로 치부했다.
"쿨럭! 쿨럭...!"
소유는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의식이 꺼져가는 것을 느꼈다. 지독한 마비 증세가 심장을 죄어왔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소유는 차디찬 돌바닥에 이마를 짓찧었다.
'내가 바보였다. 사랑이라는 환상에 미쳐 내 목숨도, 내 부모와 형제의 목숨도 모조리 바쳤구나.'
눈물이 피와 섞여 바닥을 적셨다. 그 뼈저린 후회와 증오가 혼백에 깊이 각인되었다.
'만약... 만약 내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결코 너희에게 내 피 한 방울도, 내 사랑 한 조각도 구걸하지 않으리라. 너희가 탐내는 그 권력과 목숨을 내 손으로 직접 부수어 버리리라.'
그것이 전생의 설소유가 남긴 마지막 맹세였다.
며칠 뒤, 궁궐에 피바람을 몰고 올 거대한 사건이 터졌다.조정의 사헌부와 의금부 관원들이 소유의 친정이자 이조판서인 설진목의 자택을 급습한 것이다. 죄명은 태후 마마의 건강을 해치기 위해 사술을 부리고, 외척들과 모반을 도모했다는 중죄였다.그리고 그 음모의 중심에는 소유의 모친인 정경부인 한 씨가 적시되어 있었다."마마! 큰일 났사옵니다! 마마!"향단이가 핏기를 잃은 얼굴로 영화전으로 달려 들어왔다."정경부인 마마께서 태후 마마를 저주하는 인형을 처소에 숨겨두었다는 혐의로 의금부 옥사에 투옥되셨사옵니다! 가문의 모든 재산이 압류되고 아버님 또한 의금부로 끌려가 추국을 받고 계신다 하옵니다!"소유의 손에 들려있던 찻잔이 떨렸다.전생의 비극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전생에서도 채령은 소유의 어머니에게 태후의 건강을 기원하는 불상을 선물한다는 핑계로 그 안에 저주 문서를 숨겨두어 가문을 모반죄로 몰아넣었었다.이번 생에서는 소유가 자신에게 들어오는 독을 막아내자, 채령이 시기를 앞당겨 모친을 직접 타깃으로 삼은 것이었다.'어머니...!'소유의 가슴속에서 전생의 사약보다 더 지독한 고통이 몰려왔다. 차디찬 의금부 돌바닥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이름을 부르던 어머니의 모습이 환영처럼 스쳐 지나갔다.'안 된다. 이번 생에서는 절대로 어머니와 아버님을 단형대로 보내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소유는 차갑게 식어가는 가슴을 추스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채령의 목적은 명확했다. 소유가 당황하여 자신에게 찾아와 빌거나, 황제에게 찾아가 통곡하며 애원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소유가 예전처럼 이혁의 바짓자락을 잡고 애원한다면, 이혁은 더욱 큰 실망감을 느끼고 가문을 완전히 쓸어버릴 터였다.'하지만 이번에는 너희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겠다.'소유는 비단 옷을 정갈하게 차려입었다. 화려한 장식은 모두 배제하고, 깔끔하고 단정한 소복 차림의 숙의 도포를 입었다."마마, 어디로 가시옵니까?"향단이가 걱정스럽게 물었다."강녕전으로 간다. 황상 폐하를 뵈러."
전생에서 소유의 가문인 설 씨 가문은 문벌 귀족으로서 강한 권력을 쥐고 있었다. 그것이 이혁에게는 늘 눈의 가시거리이자 경계 대상이었다. 그렇기에 채령의 음모가 터졌을 때 이혁은 기다렸다는 듯이 소유의 아버지를 모반죄로 몰아 처형했던 것이다.'이번 생에서는 아버님을 조정의 비바람으로부터 지켜내야 한다. 그러려면 내궁의 은밀한 간자들부터 정리해야겠지?'소유의 시선이 영화전 문밖을 향했다.영화전에는 채령이 심어둔 궁녀들과 상궁들이 수두룩했다. 주인이 아파서 누워있는 동안 그들은 채령에게 영화전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해 왔었다.다음 날 아침, 소유는 영화전의 모든 나인들과 궁녀들을 뜰에 불러 모았다.마당에 모여든 삼십여 명의 궁녀들은 평소 온순하기만 했던 숙의 설씨의 눈빛이 전과 다르게 매서워진 것을 느끼고 웅성거렸다. 그중에서도 채령의 수하인 선임 나인 묘향은 턱을 높이 들고 은근히 소유를 무시하는 태도를 취했다."마마, 몸도 완쾌되지 않으셨는데 어찌 이 아침부터 사람들을 모으셨나이까?"묘향이 기어오르는 말투로 물었다.소유는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 묘향을 내려다보았다."내가 아픈 동안 영화전의 기강이 엉망이 되었더구나. 주인에게 아뢰지도 않고 영화전의 물품을 바깥으로 유출하고, 허락 없이 다른 전각을 드나든 자가 있다 들었다."묘향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마, 마마! 그게 무슨 말씀이옵니까? 소인들은 모두 마마를 위해 충성을 다하였사옵니다!""충성?"소유는 비단 주머니에서 지난밤 향로에서 긁어모은 자설향의 재를 꺼내 바닥에 던졌다."이 독 향을 태후 마마의 하사품이라 속여 내 침실에 매일 피운 자가 누구냐? 또한 내가 폐하를 찾으며 울부짖는다는 거짓 소문을 외전에 퍼뜨린 자가 누구이더냐?"소유의 서리 내린 목소리가 마당을 울렸다."소, 소인은 모르는 일이옵니다!"묘향이 당황하여 소리쳤다.소유는 차갑게 미소를 지었다."네 방 장롱 밑에서 채령 마마로부터 받은 금가락지와 비단이 나왔다더구나. 향단이가 이미 의금부 호위대를 불러 네 방
"폐하... 설 숙의 마마께서 고열로 인해 오판을 하신 듯하옵니다. 소첩이 다시 찾아가 마음을 잘 달래볼 테니, 너무 노여워하지 마시옵소서."뒤따라오던 설채령이 가녀린 목소리로 소매를 잡으며 아양을 떨었다.이혁은 걸음을 멈추고 채령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평소에는 온화하고 조신하여 어여쁘게 보였던 그 얼굴이, 이상하게도 지금은 지독하게 거슬렸다."채령이 너는 분명 설 숙의가 나를 찾아 밤마다 울부짖는다고 하지 않았느냐?""예? 아... 그것은..."채령의 얼굴에 순간 당황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설 숙의는 나를 부른 적이 없다고 하였다. 오히려 내 정사에 방해가 될까 저어하여 소식을 숨겼다 하더군. 대체 누구의 말이 진실이냐?""폐, 폐하! 소첩은 그저 언니의 상태가 안타까워 폐하께 아뢰었던 것뿐이옵니다! 언니가 몸이 아파 제정신이 아니다 보니 폐하 앞에서 본심과 다른 말을 한 것이 틀림없사옵니다!"채령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다.그러나 이혁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채령의 손을 무심하게 뿌리치고는 묵묵히 강녕전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슴 한구석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오기와 알력이 치밀어 올랐다.'나를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다시는 이곳에 걸음 하지 않아도 좋다?'이혁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오만한 군주로서 여인의 거절을 당한 자존심의 상처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여인이 던진 그 차가운 눈빛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 속에서 일렁이던 지독한 서늘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어떻게든 파헤치고 싶다는 위험한 호기심이 번져가고 있었다.영화전의 정적은 깊어졌다.이혁과 채령이 물러간 뒤, 방 안에는 오직 초간의 촛불만이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향단이는 여전히 바닥에 엎드린 채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조금 전 황제에게 거침없이 독설을 내뱉은 주인의 모습이 마치 꿈이라도 되는 것처럼 현실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향단아. 그만 일어나거라."소유의 담담한 음성이 고요를 깨뜨렸다."마, 마마... 무섭지 않으십니까? 폐하께 그리
"네가 나를 찾아 매일 밤 울부짖었다 들었다. 병을 핑계로 나를 이곳으로 불러들이려 한 것이 아니냐?"이혁의 독설 같은 질문에도 소유의 표정에는 단 한 조각의 경련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소유는 오히려 작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따스함이 아닌, 완벽한 거절의 미소였다."폐하. 소첩은 폐하를 불러달라 청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나이다. 소첩의 가벼운 질환으로 정사에 바쁘신 폐하의 걸음을 어지럽힐까 저어하여, 오히려 내관들에게 소식을 전하지 말라 당부하였사옵니다."소유는 말을 마치며 채령을 향해 차가운 시선을 던졌다."누군가 중간에서 말을 와전시키고, 소첩의 이름을 팔아 폐하를 이곳까지 걸음 하게 만든 모양입니다. 소첩의 불찰이오니 용서하여 주시옵소서."채령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자신이 이혁에게 했던 거짓말이 소유의 담담한 한마디에 그대로 드러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었다."언, 언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제가 폐하께 거짓을 아뢰었다는 뜻인가요?""내가 언제 너라 하였느냐?"소유가 나지막하게 받아쳤다."그저 말이 와전되었다 하였을 뿐인데, 어찌 그리 과민하게 반응하느냐?""큭..."채령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이혁은 두 여인 사이의 기류를 놓치지 않았다. 특히 설소유의 태도는 놀라울 정도였다. 자신을 향해 구걸하듯 뿜어대던 그 맹목적인 사랑이 한순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 같았다."너... 진정 나를 기다리지 않았다는 뜻이냐?"이혁이 한 걸음 다가서며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례적으로 혼란스러움이 섞여 있었다.소유는 도도하게 고개를 들고 이혁의 눈을 똑바로 올려다보았다."예, 폐하. 소첩은 더 이상 폐하의 눈길이나 온정을 기대하지 않나이다.""뭐라고?""소첩은 이제 깨달았습니다. 후궁의 본분은 폐하의 사랑을 구걸하여 어지럽히는 것이 아니라, 제 몸을 보전하고 내궁의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 것임을 말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소첩의 영화전에는 걸음을 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방 안의 모든 공기가 순간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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