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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Author: 경옥
장씨는 심서준의 얼굴을 본 적 있었다. 그날 사람들 틈에서 그가 걸어오는 순간 그의 앞에 사람들이 무릎을 꿇던 장면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았다.

참으로 고귀하고 귀티가 나는 사람이라 감히 시선을 마주할 수도 없는 위압감이 있었다.

그녀는 계연수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렇게 고귀하고 높으신 분이 왜 그날 하필 계연수를 도와주었을까?

비록 두 사람 사이에 별다른 접점은 없어 보였지만 방관자의 입장에서 보면 심서준처럼 고귀한 신분을 가진 분이 왜 그날 하필 그 길을 우연히 지나가게 되었는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장씨가 생각을 굴리는 사이, 계연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어왔다.

“용모가 빼어나신 분이야. 그렇게 준수하신 분은 거의 본 적이 없지.”

고윤희가 수줍은 얼굴로 물었다.

“그럼 셋째 오라버니와 비교하면요?”

계연수는 잠시 멈칫하고 고민했다. 솔직히 말해 심서준은 그녀가 봤던 중 가장 준수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그건 잘 모르겠는걸.”

장씨는 낮은 소리로 고윤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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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문춘귀   제1066화

    시월 중순, 관역 안에서는 심서준의 서리들이 분주하게 증거를 정리하고 있었다.심서준은 안쪽 방에 놓인 황화리목 의자에 홀로 앉아 그동안 찾아낸 증거를 살폈다.어느 것 하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평부진의 병적부에는 병력이 삼만여 명으로 기록되어 있었지만, 실제 병력은 그보다 거의 만 명이나 적었다. 존재하지 않는 병사들의 군향을 그만큼이나 가로챈 것이었다.실로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짓이었다.방 안으로 들어온 주예가 심서준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주원길은 성에서 북쪽으로 삼십 리 떨어진 곳에 곡창 세 채를 지어 두었습니다. 조정에서 군량이 내려오면 곧장 그곳으로 옮겼습니다. 장부에는 군용 비축량으로 기록했지만, 실제로는 해마다 추수가 끝난 뒤 이씨촌 마시장에서 가격을 정하고 나면 달단족 사람들이 찾아와 곡식을 실어 갔다고 합니다.”“달단족은 말과 곡식을 맞바꿨습니다. 말값은 조정에서 정하는데, 상등마 한 필의 공정가는 은 십이 냥입니다. 하지만 주원길은 그 말을 다시 병조에 넘기면서 은 이십오 냥으로 값을 부풀렸습니다. 곡식과 말 양쪽에서 차익을 챙긴 것입니다.”주예는 장부 두 권을 심서준에게 건넸다.“곡창을 지키던 천호에게서 찾아낸 장부입니다. 천호도 붙잡아 심문했습니다. 그자가 지난해 병조에서 평부진으로 보낸 철갑 오천 벌 중 이천 벌은 아예 성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실토했습니다. 오원위에서 배에 싣자마자 곧장 화안도로 운반했다고 합니다. 그 섬에 준비된 배를 타고 북쪽 바다로 우회한 뒤, 달단족에게 넘겼고요.”심서준은 고개를 숙이고 손에 든 증거를 한 장씩 넘겼다.장부에 따르면 이 거래는 무려 십 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주예가 다시 말했다.“주원길 휘하의 무관들은 거의 모두 그자가 직접 발탁한 자들입니다. 대부분 주원길의 고향에서 온 자들이고요. 군사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농사꾼조차 총기 자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휘하의 병사가 죽으면 곧장 고향 사람을 불러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그런 일이

  • 주문춘귀   제1065화

    심한율이 다시 방으로 들어왔을 때도 손보경은 잠들지 않고 있었다.달빛처럼 희고 푸른 속옷 차림으로 침상 가장자리에 앉아 그를 기다리는 모습이, 수줍은 마음으로 제 낭군을 기다리는 새색시처럼 보였다.심한율은 좀처럼 이런 은근하고 야릇한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대체 어디에서 그런 생각이 떠올랐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그러나 손보경은 본래 그의 부인이었다.심한율은 침상으로 다가갔지만 시선은 침상 가장자리만 향했다. 그는 애써 평정을 유지하며 말했다.“앞으로는 계속 나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오. 먼저 주무시오.”그러고는 다시 짧게 덧붙였다.“이제 잠자리에 드시오.”손보경은 조용히 대답하고는 먼저 침상 안쪽으로 들어가 누웠다.심한율은 바깥쪽에 옆으로 누웠다. 조금 전까지 손보경이 누워 있던 자리라 그런지 은은하고 그윽한 향기가 배어 있었다.사실 예전부터 존재하던 향이었다.손보경의 몸에서는 늘 옅은 향기가 났지만, 심한율은 지금껏 그것을 의식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밤에는 그 향기가 틈 하나 없이 온몸으로 파고드는 듯했다.심한율은 눈을 감고 애써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했다.그때 밖에서 갑자기 가을비가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했다.등 뒤에서 아주 작은 기척이 들렸다. 손보경이 조금씩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하지만 거리를 지키며 몸이 닿지 않을 만큼만 가까워졌다.심한율은 미간을 찌푸렸다.손보경이 이런 행동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혹시 빗소리를 무서워하는 것일까.그러나 곧 자신이 오늘 밤 쓸데없는 생각을 지나치게 많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심한율은 이런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갑작스레 초조하고 답답해진 그는 이불을 걷어 내고 일어나 겉옷을 걸친 뒤 방을 나섰다.손보경이 뒤따라 밖으로 나왔다.“부군, 지금 어디로 가십니까?”어둠 속으로 퍼지는 목소리에는 상처받은 쓸쓸함이 묻어 있었다.심한율은 돌아보지 않았다. 문가에 세워 둔 우산을 펼치며 말했다.“당신은 먼저 주무시오. 나는 서재에 아직 처리할 일이 남

  • 주문춘귀   제1064화

    손보경은 아직 잠들지 않은 채 침상 머리에 기대어 자수를 놓고 있었다.이 시각에 심한율이 들어오자 그녀도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서둘러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키려 했다.심한율은 손보경이 들고 있던 물건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냥 앉아 있으시오. 무엇을 만들고 있었소?”손보경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오늘 부군께 달아 드린 향낭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 것 같아서요. 새로 하나 만들어 드리려고 했습니다.”심한율은 그제야 낮의 일을 떠올렸다.손보경이 향낭을 매어 줄 때 자신에게 무늬가 마음에 드는지 물었지만, 당시에는 온통 다른 생각에 빠져 있어 대답하지 않았다.그 일 때문에 이토록 늦은 밤까지 새 향낭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속에 묘한 감정이 피어올랐다.“오늘 그대가 준 향낭도 마음에 드오. 새로 만들 필요는 없소.”그 말이 끝나자 손보경의 눈이 순간 밝아졌다. 이내 얼굴 가득 기쁜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괜찮습니다. 부군께서 좋아하신다면 하나 더 만들어 드릴게요. 번갈아 차시면 되잖아요.”심한율은 복잡한 눈으로 손보경을 바라보았다.그동안 함께 지내면서 손보경이 자신을 좋아하는 듯하다고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무척이나 낯설고 묘한 기분이었다.이런 감정을 느껴 보는 것은 심한율에게도 처음이었다.집안의 사촌 누이들을 제외하면 그는 여인과 거의 접촉하지 않고 살아왔다. 더욱이 손보경은 자신과 부부의 연을 맺고 살을 맞댄 여인이었다.심한율도 손보경에게 남다른 감정을 조금은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마음을 담아 속삭이는 듯한 손보경의 말을 듣자 어쩐지 불편하고 쑥스러워진 그는 나지막이 대답했다.“알겠소.”그러나 곧 후회가 밀려왔다.이 시간에 이곳으로 오는 것이 아니었다.다시 돌아가려던 순간, 손보경이 침상에서 몸을 일으켜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손이 어느새 심한율의 허리띠에 닿았다.“부군께서는 오늘 밤 이곳에서 쉬실 건가요? 내일 길을 떠나셔야 하니 일찍 쉬세요.

  • 주문춘귀   제1063화

    심한율은 자신이 우유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계속 미루다 보니 어느새 오늘에 이르렀다.사실 심한율은 손보경을 데리러 온 것을 순간적으로 후회하기도 했다.그러나 손보경이 자신을 위해 절을 찾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데리러 오지 않는 것은 도리가 아닌 듯했다.손보경이 고개를 들자 자신을 내려다보는 심한율의 눈과 마주쳤다.올곧고 침착하며 따스한 눈이었다.예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손보경은 그런 눈빛을 좋아했다. 언제나 믿음직하고 반듯한 사람의 눈빛이었다.심한율은 앞으로도 한결같이 온화하고 예의 바를 터였다. 법도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으면서도, 쉽게 곁을 내주지 않는 서늘한 사람이기도 했다.손보경은 예전에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이 없었다. 심한율을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누군가를 마음에 품는 일이 이토록 기쁜 것임을 깨달았다.오늘 그가 자신을 데리러 와 준 것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이 따스해졌다.심한율은 손보경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우선 마차에 오르시오.”손보경이 마차에 오르려는 순간, 심한율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손을 내밀었다.손보경은 눈앞에 놓인 커다란 손을 내려다보았다. 희고 깨끗한 손바닥과 반듯하게 도드라진 마디에서 문인의 단정한 기품이 느껴졌다.볼이 조금 뜨거워진 손보경은 조심스럽게 제 손을 그 위에 얹었다.마차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돌아오는 내내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저에 도착하자 심한율은 곧장 서재로 가려 했다. 그때 손보경이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고, 손끝이 그의 소맷자락에 닿았다.손보경은 흠칫했고, 걸음을 멈춘 심한율도 뒤를 돌아보았다.두 사람은 평소 서로에게 손을 댈 일이 거의 없었다. 이렇게 소맷자락을 붙잡은 것조차 처음이었다.심한율은 쓸데없는 소문이 돌지 않도록 가끔 손보경의 방에서 이틀 정도 묵곤 했다. 그러나 침상에서도 두 사람 사이에는 언제나 먼 거리가 놓여 있었고, 그는 단 한 번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

  • 주문춘귀   제1062화

    솔직히 계연수는 예전부터 손보경의 심성이 제법 훌륭하다고 생각했다.손보경은 제 처지를 한탄하거나 스스로를 가엾게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역경에 놓일 때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했다.어찌 되었든 계연수는 그런 면을 높이 평가했다. 손보경 같은 사람은 아무리 큰 시련을 만나더라도 그리 나쁘게 살지는 않을 터였다.그렇다고 손보경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계연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가 진정으로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기를 바라마.”절에서 돌아가던 길, 산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는 심한율이 보였다.심한율은 계연수를 발견하고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내 서둘러 다가와 계연수와 심씨 노부인에게 깍듯이 인사를 올렸다.심씨 노부인은 심한율과 몇 마디를 나눈 뒤 계연수와 함께 마차에 올랐다.계연수가 탄 마차가 먼저 떠나는 것을 지켜본 손보경은 그제야 심한율을 돌아보며 물었다.“부군께서는 어찌 이곳까지 오신 겁니까?”손보경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군이라 부를 때마다 심한율은 여전히 조금 어색했다.그는 가냘프고 여윈 손보경의 몸을 바라보다가 대답했다.“그대가 절에 와서 나를 위해 복을 빌고 있다는 말을 들었소.”손보경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절에서 받은 평안부를 손수 수놓은 향낭 안에 넣었다. 그러고는 허리를 숙여 심한율의 허리춤에 직접 매어 주었다.“이 향낭도 제가 수놓은 겁니다. 부군께서 이런 무늬를 좋아하실지는 모르겠지만, 길한 뜻을 담고 싶어 제 마음대로 만들어 보았습니다.”심한율은 부드러운 두 손이 제 허리춤에 닿는 것을 느꼈다.그도 혈기 왕성한 젊은 사내였다. 곁에 첩이나 잠자리를 시중드는 시녀도 두지 않았다. 여인과 살을 맞댄 것이라고는 혼인 첫날밤 손보경과 나눈 하룻밤이 전부였다.그런 상황에서 손보경의 손길이 닿자 온몸이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심한율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그녀를 만류하려 했다. 그러나 막 손을 내미는 순간, 손보경이 그의 손목을 부드럽게 붙잡았

  • 주문춘귀   제1061화

    계연수는 서신을 내려놓고 시어머니를 찾아갔다.아들을 걱정하는 심씨 노부인의 마음도 계연수에 못지않았다. 심서준의 서신을 읽은 노부인은 무척 기뻐하며, 계연수와 함께 절에 가서 부처님께 감사 인사를 올리자고 했다.두 사람은 바로 다음 날 함께 절을 찾았다.그런데 뜻밖에도 그곳에서 손보경과 마주쳤다.손보경은 단정하고 소박한 푸른색 옷을 입고 있었다. 머리와 몸에는 비녀나 장신구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시녀만 데리고 밖으로 나오던 중이었다. 계연수 일행과 마주치자 손보경은 곧장 이쪽으로 다가왔다.계연수가 물었다.“네가 어쩐 일로 이곳에 온 것이냐?”손보경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부군께서 내일 성 밖으로 나가실 일이 있어서요. 마음이 놓이지 않아 평안부를 하나 빌러 왔습니다.”계연수는 조금 놀란 눈으로 손보경의 표정을 살폈다.요즘은 큰방의 사정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손보경과 심한율의 사이가 제법 좋아진 듯했다.손보경은 화려한 장신구도, 얼굴을 치장하는 분도 사용하지 않은 채 소박한 모습이었다. 안색이 조금 창백해 보이기는 했지만, 진흙 속에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은 연꽃처럼 맑고 깨끗한 분위기가 느껴졌다.온갖 화려한 치장을 씻어 내고 오랫동안 쓰고 있던 가면까지 벗어던진 듯했다.얼굴도 그대로였고, 여전히 입가에는 늘 그렇듯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런데도 계연수의 눈에는 지금의 손보경이 예전과는 조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계연수도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너는 먼저 돌아가렴.”하지만 손보경은 떠나지 않았다.“이곳에서 숙모님을 뵌 것도 인연인데, 저도 함께 있겠습니다.”잠시 머뭇거리던 손보경이 다시 말했다.“숙모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도 많고요.”손보경이 이처럼 말하는데 계연수도 억지로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결국 그러라고 허락했다.계연수는 경건한 마음으로 불상 앞에 절하고 향유전도 보탰다. 심씨 노부인이 방장 스님을 만나러 간 사이, 계연수는 손보경과 함께 푸른 소나무 아래에 머물렀다.그곳에서 손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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