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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Author: 경옥
사옥현은 멈칫하더니 음산한 눈으로 계연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심씨 가문을 등에 업었다고 무서운 게 없구나.”

계연수도 지지 않고 반박했다.

“제가 이명유를 왜 모함합니까? 당신도 지긋지긋한데 고작 이명유 따위를 제가 왜 신경 쓴다고요? 제가 할 일이 그렇게 없어서 은자까지 써가며 사람을 매수하여 이명유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겠습니까?”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싸늘한 목소리에 사옥현의 가슴이 철렁했다.

사실 막 계연수를 보았던 순간에는 반가운 생각이 들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녀를 매번 추궁하고 의심한 배후에는 남에게는 말할 수 없는 비겁한 이기심이 있었다.

계연수가 이명유를 적대한다면 이는 그녀가 자신을 사랑해서 자신의 곁에 있는 이명유에게 질투를 느꼈기 때문이리라.

그는 그녀가 이 사실을 인정하기를 바랐다. 그런다면 지난날은 모두 잊고 다시 그녀를 받아줄 수 있었다. 그녀가 앞으로 이명유에게 잘해준다면 그 역시 그녀에게 애정을 줄 수 있었다.

예전에 그녀를 홀대하고 무시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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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문춘귀   제558화

    백합이 고개를 들었을 때, 얼굴에는 또렷한 손바닥 자국이 남아 있었다. 분명 오기 전에, 나 소실이 백합에게 화를 냈던 게 확실했다.백합은 심씨 노부인이 자신에게 묻자, 급히 눈물을 흘리며 나 소실이 뜰에서 계연수에 대해 조롱했던 말을 털어놓았다. 그러고는 당시 두 마디만 했을 뿐인데, 나 소실에게 구타당했다고 넋두리하며 자신 역시 어찌할 도리가 없어 결국 연심에게 하소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사실, 저는 그저 몇 마디 불평을 했을 뿐입니다. 그 일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처음에 연심도 부인을 달래려 했을 뿐인데, 결국 부엌으로 보내졌습니다. 저는 정말로 두려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심씨 노부인, 큰 부인, 둘째 부인, 부디 이 일을 철저히 조사해 주세요!”백합은 말을 마친 뒤, 갑자기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박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내 이마에서 피가 솟구쳤다.옆에 있던 다른 어멈들이 겨우 백합을 막지 않았다면, 그녀의 이마는 깨졌을 것이다.나 소실의 얼굴이 급격히 변하며 백합을 가리켰다. 그녀는 손끝을 떨며 곧바로 울먹이기 시작했다.“노부인께서 잘 아실 것입니다. 제가 둘째 부인에게 잠깐 다녀온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요. 전부 저 하녀가 저를 욕보인 겁니다. 그녀는 분명히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거예요!”나 소실은 그 아름답고도 어지러운 얼굴을 들어 눈가를 붉힌 채 계연수를 바라보았다.“둘째 부인, 저는 부인과 아무런 원한도 없고, 아무런 다툼도 없습니다. 헌데 왜 저를 이렇게 말씀하시는 건가요? 부인께서는 대장공주부 사람이시고 이 집안의 주인인데 제가 어찌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계연수는 나 소실의 표정을 조용히 살폈다. 이제 증거는 모두 나 소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불편한 점은, 나 소실이 큰 대감의 첩이었고, 두 자식을 두고 있으며 이 집에서 꽤나 자리를 잡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 소실은 성격이 강한 백씨 밑에서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 항상 신중하고 세

  • 주문춘귀   제557화

    심씨 노부인의 명령에 따라 관사는 즉시 사람을 데려왔다.그 후, 심씨 노부인은 무릎을 꿇고 있는 연심을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말했다.“이런 난폭한 하녀가 어디 있나! 주인의 중요한 일에 대해 그렇게 방관하고, 감히 주인을 험담하다니!”그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데려가서 혀를 잘라버려라.”연심은 이 말을 듣고는 겁에 질려 즉시 울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는 너무도 처참하고 비참했다.계연수는 이 장면을 보고 살짝 심씨 노부인에게 다가가 말했다.“연심은 우선 놔두세요. 나중에 더 자세히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그녀가 한쪽 말만 전했다면 그건 완전한 정보가 아닐 수도 있어요.”심씨 노부인은 잠시 멈칫하다가 계연수의 말에 동의하며 잠시 명령을 멈췄다.그때, 밖에서 하녀가 전해왔다. “큰 부인께서 오셨습니다.”백씨는 안으로 들어서며 무릎 꿇고 있는 하녀들을 보았다. 그러자 곧바로 방 안에 있는 연심에게 물었다.“무슨 일이냐?”그러고는 심씨 노부인에게 시선이 향했다. “동서에게 탕이라도 가져다 주려고 부엌에 갔는데 아무도 없더군요. 하인들은 부엌사람들이 모두 어머님 처소로 갔다고 얘기하기에, 혹시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급히 와본 것입니다.”심씨 노부인은 백씨를 한번 보고는 잠시 멈칫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이 하녀들이 입에 발린 말이나 하고 있지 않느냐? 관리를 어떻게 한 것이냐? 며칠 동안 하인들 사이에서 떠도는 소문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느냐?”백씨는 급히 얼굴에 억울한 표정을 짓고는 대답했다.“어머님, 사실 저도 알지 못했습니다. 제가 며칠 전부터 몸이 아파 회복하는 중이라 부엌 일은 나 소실에게 맡겼거든요. 저는 아무것도 들은 게 없고, 나 소실도 저에게 얘기해주지 않았습니다.”백씨는 말을 마친 뒤, 조금 더 나아가 심씨 노부인에게 다가가며 무릎을 꿇고 어깨를 주물러주며 말했다.“어머님, 너무 화내지 마세요. 모두 제 잘못입니다. 제가 하인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습니다. 어머님 몸도 약한데

  • 주문춘귀   제556화

    계연수는 방금 전에 차잔 바닥에서 거짓말을 판별할 수 있다는 말을 한 후, 자리에 앉아 사람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표정이 여유롭고 편안한 사람들은 두려움 없이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그래서 그녀는 긴장된 표정을 하고있는 사람들은 분명히 그 소문을 들었을 거라 확신했다.계연수는 일부러 표정이 여유로운 사람을 골라 첫번째로 들어가게 했다. 그 사람을 통해 이 사건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그 사람에게 몇 마디 지시를 내리자, 그는 나가면서 알려준 대로 말했다.계연수는 용춘에게 차잔 두 개를 준비하게 했다. 먼저 자신이 모르고 있는 사람들을 들어오게 해서 분위기를 띄우고, 그들이 바깥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런 후, 계연수는 그들을 조용히 살펴보며 사람들의 표정을 면밀히 관찰했다.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자라면 아는 사람과 소리 없이 이야기하려 할 것이다.손 어멈이 고백하는 것을 본 계연수는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그녀가 다른 사람을 감싸던 말던, 그건 자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문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이 소문은 분명히 그녀를 겨냥한 것이다.곧이어 하나씩 고백하는 사람들이 들어왔고, 그들은 계연수 앞에 무릎을 꿇었다.심씨 노부인은 계연수가 정말로 소문을 퍼뜨린 사람들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잠시 놀란 표정을 지은 후 급히 내실에서 나왔다. 그녀는 계연수가 이제 어떻게 할지 듣고 싶었다.계연수는 이미 주위의 주목을 받으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천천히 차를 마시는, 여유 있는 자태와 세련된 풍격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녀는 분명히 젊고 온화한 인상이었지만, 사람들에게는 위압감을 주는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이렇게 젊은 부인인데 부엌에서 일하는 여인들과 마주할 때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니 사람들은 그녀를 보고 불안해할 수밖에 없었다. 부엌 사람들은 대개 힘없는 사람에게 강하게 나가고, 반대로 강한 사람 앞에서는 약해지기 마련이었다.

  • 주문춘귀   제555화

    계연수는 심씨 노부인의 동의를 얻어낸 후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외부의 마당으로 나가, 하녀가 가져온 원형 의자에 앉았다. 그러고는 옆에 있던 용춘에게 낮은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용춘이 나가자 계연수는 관사에게 다가가 말했다.“부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가져와서, 한 명씩 부르며 맞춰보거라. 내가 직접 확인하겠다.”계연수는 어릴 적부터 기억력이 뛰어났다. 관사가 명단을 읽어 내려가자, 그녀는 사람들의 이름을 거의 다 기억해냈다.그녀는 천천히 사람들을 둘러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다들 아무 말도 안할 생각인 것이냐?”하인들은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계연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알겠다, 그럼 나는 강요하지 않겠다. 이미 하녀에게 차를 가져오게 했는데 그 차는 예전에 진주로 공수한 전통적인 차 기구다. 가장 큰 특징은 충성과 배신을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이지. 마음에 죄가 있는 자가 그것을 마시면, 차잔 바닥에 먹자국이 나타난다.”계연수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고는 다시 계연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계연수는 정갈한 복장에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차분히 앉아 있었다. 그녀는 젊고 온화한 표정을 지었지만, 고요한 가운데 날카로운 기운이 느껴졌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그녀가 단순히 어리석은 부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계연수는 사람들 속을 가만히 훑어보았다. 그녀는 관사의 손에 든 명단을 받으며 아무 말 없이 살펴보았다. 이름을 쭉 읽어 내려가며, 때때로 고요하게 고개를 들어 사람들을 쳐다봤는데 그 시선은 마치 사람들을 압도하는 듯했다. 모든 하인들은 무거운 숨을 쉬며 떨고 있었다.잠시 후, 용춘은 차를 가져왔다.심씨 노부인은 방 안에서 들려오는 계연수의 말에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이게 무슨 방법이냐? 진짜 유치한 짓이구나.”옆에 있던 이 어멈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헌데 제가 지켜본 바로는, 둘째 부인께서는 정말 차분하고 당당하게 일을 해내시는 것 같습니다

  • 주문춘귀   제554화

    백씨는 유 소실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최근 며칠 병을 앓아서 휴식하고 있었네. 헌데 그 사이, 그대가 이런 일을 저지른 줄은 몰랐군. 장 어멈도 나한테 아무 얘기도 해주지 않았고.”장 어멈은 급히 말을 이었다. “저는 이 일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이건 둘째 부인의 일이니 크게 신경 쓰시지 않을 거라 생각해 부인께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부인의 마음을 괴롭히고 싶지 않았거든요.”장 어멈은 말을 마친 뒤 두 손으로 두 번이나 뺨을 때리고 무릎을 꿇었다. “부인, 부디 벌을 내려주세요.”유 소실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백씨는 단 몇 마디 말로 깨끗이 손을 털어버렸다. 그 모습을 보자 정말로 앞날이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씨는 차가운 눈빛으로 장 어멈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말했어야 했다. 헌데 지금은 내가 너를 다스릴 시간이 없으니 일단 일어나거라.”그리고 다시 유 소실을 향해 말을 이었다. “이 일에 대해 어머님께서 조사한다고 했는가? 그럼 그냥 어머님께 맡기면 되네. 뭐가 그리 불안하단 말인가? 이렇게 행동하면 사람들이 뭐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유 소실은 한동안 멍하니 듣고 있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닫고는 급히 눈물을 닦으며 백씨의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백씨는 유 소실을 보며 생각했다.이 여자는 정말로 어리석고 겁이 많았다. 만약 그녀가 이런 모습으로 자신에게 피해를 준다면 더 이상은 대화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녀의 행동이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씨는 깊은 숨을 내쉬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평소처럼 행동하면 되네. 그대가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면, 그게 오히려 눈에 띄게 된단 말일세. 그냥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처럼, 그 일도 잊어버리게. 그대가 잘못한 게 없다면 이렇게 이상하게 행동하지 말란 말이네. 어머님의 눈은 여전히 밝네. 조심하시게. 그러다

  • 주문춘귀   제553화

    그 시각, 백씨는 귀비탑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심씨 노부인 쪽에서 일어난 소식은 이미 전해졌던 터였다.은향은 백씨에게 발을 주물러주며 물었다. “부인, 이때 가셔서 좀 보지 않으실 겁니까?”백씨는 천천히 차를 마시며 은향을 스쳐보았다. “지금 내가 가서 뭐 하겠느냐? 어머님 앞에서 헛된 걱정이나 하라고? 이런 일이 생기면 어머님은 숨기려고 애를 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떠뜬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지금 가면 안 된다.”백씨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앉아 있던 장 어멈을 향해 말했다. “너는 나 소실에게 가서 말하거라. 내 병이 거의 다 나아서, 이제는 집안 일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장 어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그러고는 백씨 곁으로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사실, 저는 요즘 나 소실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버릇없이 다니거나, 심씨 노부인에게 아부를 하지 않더군요. 예전보다 훨씬 얌전해졌습니다.”백씨는 차를 마시며 비웃었다. “그 여인은 늘 사람들 앞에서 그런 연기를 잘 하지. 마치 자신만 현명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바보인 것처럼 말이다. 얼마나 자신을 잘 포장하는지 두고보자고. 이번에도 얼마나 기고만장할 수 있는지 지켜볼 것이다.”장 어멈은 잠시 후 궁금한 듯 물었다. “헌데 정말로 그런 일이 있었던 겁니까?”백씨는 장 어멈을 곁눈으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런 일이 진짜 발생했는지, 아닌지는 내가 걱정할 게 아니거든. 진짜 중요한 건 어머님께서 이걸 얼마나 싫어하냐는 것이다. 나는 사실여부 따위에 관심이 없거든.”장 어멈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답했다. “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그때, 밖에서 하녀가 들어와서 전했다. “유 소실께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백씨는 미간을 찡그렸다. 유 소실이 왜 지금 이때에 왔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유 소실은 아마 부엌에서 들려온 소리에 겁이 나서 여기로 왔을 것이다. 이런저런 일이 걱정되어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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