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5화

Author: 경옥
“그럼 도리가 완전히 뒤틀리는 것 아닙니까?”

아랫자리에 있던 유씨는 이 말을 듣자마자 자연스레 정당 한가운데 서 있는 계연수를 바라보았다. 그제야 그녀는 비로소 깨달았다. 계연수가 이 집에서 어떤 처지로 살아왔는지를.

충동적으로 찾아와 한바탕 소동을 벌인 것이 도리어 연수에게 화를 불러왔다는 사실도 그제서야 실감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고씨 집안의 지난 일들은 어디까지나 집 내부의 일일 뿐이었다. 그런데 시집간 사금희까지 나서서 저렇게 위에서 내려다보듯 연수를 몰아붙이는 꼴을 더는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임씨가 방금 내뱉은 말들,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유씨의 귀에는 조롱처럼 들렸다.

그제야 유씨는 분명히 알았다. 아무리 더 빌어도 이 집안 사람들은 결코 손을 내밀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러자 조금 전 계연수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정말로 도와줄 마음이 있었다면 이렇게 시간을 끌지 않고 진작부터 손을 내밀었을 것이다.

유씨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임씨를 똑바로 바라보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mimi kim
이제야 말한번 시원스럽게 하네
VIEW ALL COMMENTS

Latest chapter

  • 주문춘귀   제1070화

    심서준은 두 손을 등 뒤로 한 채 지도 앞에 서서 안경부의 지형을 살펴보았다.주원길은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까다로운 상대였다.주원길과 한배를 탄 자가 너무도 많았다. 군사가 적어 낸 뇌물 명단만 해도 지난 세월 동안 주원길에게서 재물을 받은 자들로 빼곡했다. 이 명단이 경성에 전해지는 날에는 조정 전체가 발칵 뒤집힐 터였다.지금 심서준에게 남은 길은 두 가지였다.첫 번째는 이곳에 남아 보녕부의 병력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하지만 그가 거느린 정예 호위는 오백 명에 불과했다. 주원길이 달단족과 내응하여 안팎에서 협공한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물론 미리 방어 태세를 갖추고 사력을 다한다면, 이틀 뒤 보녕부의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버틸 가능성도 있었다.문제는 성안의 백성이었다.주원길이 달단족의 유격 기병을 성안으로 끌어들여 약탈하게 하면 죄 없는 백성들이 화를 입을 터였다. 자신을 지키기도 벅찬 상황에서 성안의 백성들까지 어떻게 보호한단 말인가.두 번째는 주원길이 행동에 나서기 전에 성을 빠져나가는 것이었다.그렇게 하면 성안의 백성을 지킬 수 있었고, 어쩌면 다른 살길을 찾아낼 수도 있었다.그러나 어느 쪽을 택하든 극도로 위험하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주원길도 분명 성 밖에 빈틈없이 병력을 배치해 두었을 것이다.등불이 심서준의 얼굴을 반쯤 밝히고, 나머지 절반에는 짙은 그늘을 드리웠다.그의 손가락이 지도 위를 천천히 움직이다가 어느 한 지점에서 오랫동안 멈추었다. 심서준은 잠시 넋을 잃은 듯 그곳을 바라보았다.문득 계연수가 떠올랐다.그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하루라도 빨리 돌아오기를 바라며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그리고 두 사람에게는 아이도 있었다.심서준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그가 입을 열었다.“주예, 오늘 밤 성을 빠져나가겠다. 너는 혼란을 틈타 성안의 백성으로 변장하고 이곳에 남아라.”놀란 주예가 다급히 말했다.“제가 대인 곁에 없으면 누가 대인을 지킵니까?”심서준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주

  • 주문춘귀   제1069화

    심서준은 왼손으로 류연아의 오른쪽 손목을 붙잡아 바깥쪽으로 비틀었다. 동시에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를 눌러 그녀를 탁자 위에 엎어 버렸다.일련의 동작에는 조금의 군더더기도 없었다.류연아는 뺨을 차가운 탁자에 붙인 채 두어 번 몸부림쳤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청수하고 호리호리한 심서준이 이토록 뛰어난 무공을 지녔을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가빠진 숨을 몰아쉬던 류연아는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심서준의 손이 목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뒤에서 나찰처럼 낮고 섬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너는 무녀로군. 주원길이 나를 죽이라고 보냈겠지. 헌데 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주원길은 이런 사악한 주술에 손을 댈 만한 연줄이 없다. 그렇다면 너는 순의 총독부 왕 총독, 왕안의 사람이겠군.”평부진은 순의 총독부의 관할지였다.진 참군의 아들이 적어 낸 명단을 보면 주원길이 왕안에게 바친 재물도 상당했다.심서준의 말은 질문이 아니었다.이미 확신한 사실을 단정 짓는 말이었다.류연아의 얼굴에 더욱 짙은 공포가 번졌다.자신이 언제 정체를 들켰는지 알 수 없었다. 심서준은 고작 한 번 자신을 보았을 뿐인데, 어떻게 이토록 손쉽게 신분까지 알아낸 것일까.두려움이 온몸을 집어삼켰다.류연아는 입을 벌린 채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그때 방으로 들어온 주예가 이 광경을 목격했다.처음에는 대인이 그토록 참지 못하고 여인을 탁자에 눕히자마자 일을 시작한 줄 알았다. 조용히 물러나 문까지 닫아 주려던 순간, 주인의 목소리가 들렸다.“이리 오거라.”주예는 흠칫하며 다가갔다. 그제야 심서준이 여인의 목을 움켜쥐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단단히 묶어라. 내가 직접 심문하겠다.”주예는 지체하지 않고 서둘러 류연아를 결박했다.역시나 그랬다.대인이 고작 여인 하나에게 그리 쉽게 홀릴 리가 없었다.삼경이 된 깊은 밤, 심서준은 등불 하나만 밝혀진 방에 홀로 앉아 있었다.그의 손에는 류연아의 몸에서 찾아낸 고독 병이 들려 있었다.병 안에 담

  • 주문춘귀   제1068화

    심서준이 갑자기 여색을 밝히며 달려들었다면 주원길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처럼 점잖은 군자인 양 체면을 차리면서도 품에 안긴 미인을 밀어내지 않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정말로 류연아에게 마음이 동한 듯했다.원하면서도 체면 때문에 선뜻 받지는 못하고, 상대가 몇 번이고 간청하며 품에 안겨야 마지못한 척 받아들이는 것.예전에 찾아왔던 관리들도 하나같이 그랬다. 주원길에게는 아주 익숙한 광경이었다.그는 여전히 곁에서 웃으며 술을 권했다.심서준은 술을 두 잔 마시고 나서 잔을 내려놓았다.“더는 못 마시겠소. 술이 너무 독하군.”주원길은 그 말에 담긴 뜻을 곧바로 알아차렸다.“제가 미처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대인께서 취하신 모양이군요.”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오늘 밤은 이곳에서 묵으시지요.”심서준은 탁자를 짚고 몸을 일으켰다.“나는 이런 곳에서는 잠들지 못하오.”경성에서 온 관리들은 귀하게 자라 까다롭기도 하다고 생각한 주원길은 속으로 혀를 찼다. 천막에서는 잠조차 잘 수 없다니, 과연 호사를 누리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다.“그러시다면 사람을 붙여 대인을 관역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주원길은 류연아에게 은밀히 눈짓했다.“너도 함께 가서 심 대인을 정성껏 모셔라.”심서준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밖으로 걸어갔다.주원길은 그의 곁을 따라가며 움직임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폈다. 걸음이 조금씩 휘청이는 모습은 정말로 술에 취한 듯했다.심서준이 마차에 오르자 류연아도 곧바로 뒤따라 올라탔다.어두운 마차 안에서 그녀는 온몸을 심서준에게 바싹 기댔다. 손가락으로 넓은 가슴을 천천히 쓸어내리다가 옷깃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류연아의 마음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이토록 귀하고 빼어난 사내와 하룻밤을 보낼 수만 있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깝지 않을 듯했다.그녀는 넋을 잃고 눈앞의 수려한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심서준의 몸에서 풍기는 낯선 향기마저도 사람을 굴복시키는 듯했다.그러자 이대로 머뭇거리는 것이 아깝

  • 주문춘귀   제1067화

    오후가 되자 주원길은 결국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심서준을 군영으로 초대했다.그를 데리러 온 자들은 하나같이 높고 큰 군마에 올라 갑옷을 갖춰 입고 있었다. 다부지고 건장한 체격을 지닌 자가 무려 오십 명이나 되었다.심서준은 옷자락을 가볍게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범한 푸른색 옷차림으로 주예와 호위 두 명만 데리고 밖으로 향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관역에 남겨 두었다.곁을 따라가던 주예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주원길은 사사로이 가병을 길러 왔습니다. 그동안 가로챈 은자가 그토록 많으니, 휘하에 둔 가병도 상당할 것입니다. 오늘 찾아온 자들이 바로 그들인 듯합니다. 전에 붙잡아 온 부자가 실토했습니다. 주원길이 거느린 가병이 무려 삼천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재물을 빼돌렸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가병이란 장수가 사사로이 거느리고 기르는 정예병이었다.이들은 대개 평범한 군사들보다 훨씬 용맹했다. 조정의 명령조차 듣지 않고 오직 자신을 거느린 장수 한 사람의 명만을 따랐다. 그중에서도 가장 용맹하기로 이름난 이들이 바로 요서 지역의 담가군이었다.변방의 장수들은 흔히 가병을 길렀고, 실제 전투에서도 그들에게 크게 의지했다. 그런 까닭에 조정에서도 때로는 알면서 모른 척 넘어가곤 했다.주원길이 이토록 많은 가병을 거느린 사실 자체는 심서준에게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오늘 주원길이 굳이 이들을 보내 자신을 맞이하게 한 이유도 뻔했다.상황을 알아차리고 적당히 물러나라는 무언의 위협이었다.주예가 다시 목소리를 낮췄다.“요즘 주원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두 차례나 성 밖으로 나갔는데, 데리고 간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심서준이 이번 연회에 참석하는 이유도 주원길이 대체 무엇을 꾸미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그는 주예에게 무슨 일이 벌어져도 침착함을 잃지 말고, 반드시 자신의 행동을 본 뒤 움직이라고 당부했다. 그러고는 마차에 올랐다.마차가 군영에 멈추었을 때 주원길은 이미 사람들을 거느리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 주문춘귀   제1066화

    시월 중순, 관역 안에서는 심서준의 서리들이 분주하게 증거를 정리하고 있었다.심서준은 안쪽 방에 놓인 황화리목 의자에 홀로 앉아 그동안 찾아낸 증거를 살폈다.어느 것 하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평부진의 병적부에는 병력이 삼만여 명으로 기록되어 있었지만, 실제 병력은 그보다 거의 만 명이나 적었다. 존재하지 않는 병사들의 군향을 그만큼이나 가로챈 것이었다.실로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짓이었다.방 안으로 들어온 주예가 심서준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주원길은 성에서 북쪽으로 삼십 리 떨어진 곳에 곡창 세 채를 지어 두었습니다. 조정에서 군량이 내려오면 곧장 그곳으로 옮겼습니다. 장부에는 군용 비축량으로 기록했지만, 실제로는 해마다 추수가 끝난 뒤 이씨촌 마시장에서 가격을 정하고 나면 달단족 사람들이 찾아와 곡식을 실어 갔다고 합니다.”“달단족은 말과 곡식을 맞바꿨습니다. 말값은 조정에서 정하는데, 상등마 한 필의 공정가는 은 십이 냥입니다. 하지만 주원길은 그 말을 다시 병조에 넘기면서 은 이십오 냥으로 값을 부풀렸습니다. 곡식과 말 양쪽에서 차익을 챙긴 것입니다.”주예는 장부 두 권을 심서준에게 건넸다.“곡창을 지키던 천호에게서 찾아낸 장부입니다. 천호도 붙잡아 심문했습니다. 그자가 지난해 병조에서 평부진으로 보낸 철갑 오천 벌 중 이천 벌은 아예 성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실토했습니다. 오원위에서 배에 싣자마자 곧장 화안도로 운반했다고 합니다. 그 섬에 준비된 배를 타고 북쪽 바다로 우회한 뒤, 달단족에게 넘겼고요.”심서준은 고개를 숙이고 손에 든 증거를 한 장씩 넘겼다.장부에 따르면 이 거래는 무려 십 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주예가 다시 말했다.“주원길 휘하의 무관들은 거의 모두 그자가 직접 발탁한 자들입니다. 대부분 주원길의 고향에서 온 자들이고요. 군사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농사꾼조차 총기 자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휘하의 병사가 죽으면 곧장 고향 사람을 불러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그런 일이

  • 주문춘귀   제1065화

    심한율이 다시 방으로 들어왔을 때도 손보경은 잠들지 않고 있었다.달빛처럼 희고 푸른 속옷 차림으로 침상 가장자리에 앉아 그를 기다리는 모습이, 수줍은 마음으로 제 낭군을 기다리는 새색시처럼 보였다.심한율은 좀처럼 이런 은근하고 야릇한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대체 어디에서 그런 생각이 떠올랐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그러나 손보경은 본래 그의 부인이었다.심한율은 침상으로 다가갔지만 시선은 침상 가장자리만 향했다. 그는 애써 평정을 유지하며 말했다.“앞으로는 계속 나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오. 먼저 주무시오.”그러고는 다시 짧게 덧붙였다.“이제 잠자리에 드시오.”손보경은 조용히 대답하고는 먼저 침상 안쪽으로 들어가 누웠다.심한율은 바깥쪽에 옆으로 누웠다. 조금 전까지 손보경이 누워 있던 자리라 그런지 은은하고 그윽한 향기가 배어 있었다.사실 예전부터 존재하던 향이었다.손보경의 몸에서는 늘 옅은 향기가 났지만, 심한율은 지금껏 그것을 의식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밤에는 그 향기가 틈 하나 없이 온몸으로 파고드는 듯했다.심한율은 눈을 감고 애써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했다.그때 밖에서 갑자기 가을비가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했다.등 뒤에서 아주 작은 기척이 들렸다. 손보경이 조금씩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하지만 거리를 지키며 몸이 닿지 않을 만큼만 가까워졌다.심한율은 미간을 찌푸렸다.손보경이 이런 행동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혹시 빗소리를 무서워하는 것일까.그러나 곧 자신이 오늘 밤 쓸데없는 생각을 지나치게 많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심한율은 이런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갑작스레 초조하고 답답해진 그는 이불을 걷어 내고 일어나 겉옷을 걸친 뒤 방을 나섰다.손보경이 뒤따라 밖으로 나왔다.“부군, 지금 어디로 가십니까?”어둠 속으로 퍼지는 목소리에는 상처받은 쓸쓸함이 묻어 있었다.심한율은 돌아보지 않았다. 문가에 세워 둔 우산을 펼치며 말했다.“당신은 먼저 주무시오. 나는 서재에 아직 처리할 일이 남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