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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Author: 경옥
용춘은 놀라 숨을 들이켰다가 이내 목소리를 낮췄다.

“과연 대장공주답네요. 손이 참 크십니다.”

계연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공주가 후한 사람인 건 맞았지만 그 안에는 아마도 심서준의 뜻도 어느 정도 섞여 있을 터였다.

하지만 승안후부 사람들은 모두 온화해 보였다. 앞으로는 그곳에 자주 드나들게 될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녀는 졸음이 쏟아져 하품을 하던 참이었다. 그때, 낯선 기척과 함께 홍련이 들어와 말했다.

“심 대인께서 오셨습니다.”

홍련은 심서준이 붙여준 하녀로 지금은 계연수의 방 밖을 지키는 일을 맡고 있었다.

낯선 얼굴이었지만 심서준이 보낸 사람이기에 계연수는 자연스럽게 믿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계연수는 솔직히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몸에는 속옷 차림뿐이고 머리도 아직 덜 마른 채로 늘어뜨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서준이 이 시간에 찾아온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터였다. 그녀는 억지로 몸을 일으키며 느릿하게 용춘을 불렀다.

“빨리 옷 좀 입혀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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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문춘귀   제524화

    조철두는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걱정 마. 심장 한복판에 한 방이면, 살 길 없지.”위오는 조철두를 한 번 힐끗 보더니 덧붙였다.“이 계집, 방금 나를 한 번 찔렀어. 무슨 수를 쓸지 모르니까 어둠 속으로 끌고 가지 마. 나중에 괜히 당하고 나서 내 탓하지 말고. 저 계집 손에 아직도 단검이 들려 있어.”조철두는 피식 웃었다.“여기서 형제들이 다 보는 게 더 재미지. 저 살결 좀 봐. 저런 건 평생 구경도 못 해본 것들인데. 내가 옷 다 벗겨놓으면, 형제들도 눈요기 좀 하게 해주자고.”그는 음흉하게 웃으며 주변을 둘러봤다.“그렇지 않아?”순간 우레 같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상스러운 말들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조철두는 위오의 어깨를 툭 두드리고는, 태연하게 웃으며 옷자락을 걷어 올린 채 계연수 쪽으로 걸어갔다.그는 그저 한 번 욕망을 풀고 떠날 생각뿐이었다. 옷을 완전히 벗을 생각까지는 없었다.밝게 타오르는 횃불빛이, 계연수의 비정상적으로 붉게 물든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계연수는 몽롱한 시야 속에서, 점점 다가오는 거대한 그림자를 바라보았다.코를 찌르는 피비린내 속에서도 무너질 듯한 몸을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손에 쥔 단검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고개를 들어 바로 앞까지 다가온 거친 얼굴을 똑바로 응시했다.이제 자신에게 남은 힘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저항할 수도 없었다. 두 손은 이미 뒤로 붙들려 꼼짝할 수 없었으니까.몸이 뒤로 쓰러지는 순간, 땀 냄새가 밴 육중한 몸이 그대로 그녀 위로 덮쳐왔다.손목을 붙잡고 있던 자가 잠시 손을 놓았다.계연수는 이를 악물고 정신을 붙잡았다. 머리에 꽂힌 비녀를 빼려 손을 움직이려 했다.허리띠가 풀리려는 찰나, 갑자기 거칠게 달려오는 말발굽 소리가 요란한 웃음소리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조철두도 고개를 돌렸다.위오는 말을 바라보았다. 그 위에는 대왕산에 남겨둔 심복이 타고 있었다.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말에서 내려온 사내는 숨을 몰아쉬며 다급하게 외쳤다.“심서준 후

  • 주문춘귀   제523화

    계연수는 위오의 음침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바라보며, 몸이 저도 모르게 가늘게 떨렸다.위오는 더 시간을 끌 생각이 없었다.그는 그대로 계연수의 손을 거칠게 잡아끌어 단검을 억지로 쥐여주더니, 그녀의 손을 붙든 채 그대로 고준안의 가슴을 향해 찔러 넣었다.한 번. 그리고 또 한 번.순식간에 선혈이 튀어 올라 그녀의 손을 적셨다. 계연수는 온 힘을 다해 손을 빼내려 했지만, 위오의 손아귀는 단단히 죄어져 있었다.다시 한 번, 칼날이 내려꽂혔다.계연수는 눈을 크게 뜬 채 고준안을 바라보았다.고준안의 입가로 피가 흘러내렸다. 그는 낮게 신음을 흘리며 계연수의 눈을 마주보았다.공포에 질린 그녀의 눈동자,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그 모습.그의 눈에는 깊은 슬픔이 가득 담겨 있었다. 모든 것은 자신의 욕심 때문이었다. 한순간의 탐욕이 계연수를 이 지경으로 끌어들였다.그때, 조금만 더 빨리 심서준에게 이들의 계획을 알렸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그렇다면 그녀는 여전히, 아무 일 없다는 듯 부귀로운 후택의 부인으로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고준안은 다시 한 번 피를 토해냈다.그는 손을 들어 계연수를 향했다.미안하다고, 그 한마디를 전하고 싶었지만 이미 몸이 버티지 못했다.손은 절반쯤 들린 채, 힘없이 떨어졌다.위오는 고준안이 쓰러지며 눈을 뜬 채 멈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계연수에게 시선을 돌렸다.애초에 그는 계연수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그녀를 죽이는 대가는 너무 컸다. 자칫하면 대왕산의 산적들 모두가 함께 화를 입을 수도 있었다.처음 계획은 계연수를 기루로 보내 자신의 부인이 겪었던 것과 같은 고통을 겪게 하는 것이었다.그런데 고준안이 끼어들었다.그에게 계연수를 욕보이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그것만으로도 심서준을 분노케 할 수 있었고, 모든 죄를 고준안에게 뒤집어씌울 수도 있었다.하지만 고준안이 다시 돌아가려 한 이상, 그가 계연수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장담할 수 없었다.이제 가장

  • 주문춘귀   제522화

    계연수의 손은 아예 단검을 쥘 힘조차 없었다.약 기운이 몸속에서 마구 뒤섞이며 들끓어 서 있는 것조차 버거웠다.서늘한 밤바람이 스쳐 지나가며 그녀의 뺨을 스쳤고, 흔들리는 횃불빛이 그녀의 눈동자에 어른거렸다.계연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말을 탄 자들이 그들을 빙 둘러싸고 있었고, 사방은 황량한 풀밭뿐이었다. 목은 바싹 말라붙었고, 그녀는 다시 고개를 떨군 채 눈앞의 고준안을 바라보았다.힘이 풀린 손이 스르르 벌어지며 단검이 바닥으로 떨어졌다.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위오를 바라보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제 몸에는 제 부군께서 남겨둔 향이 있어요. 그 향을 따라 그가 기르는 매가 저를 찾아올 거예요.”위오는 자기 곁에 무너져 앉은 여인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이런 상황에서도 비명을 지르거나 울부짖지 않고, 먼저 주변을 살피며 이렇게 거짓말까지 꾸며내는 것은 드문 냉정함이었다.설령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이미 저지른 일이다.심서준에게 복수할 수만 있다면 자신이 죽는 것쯤은 두렵지 않았다.그는 비웃음을 흘리며 계연수의 희고도 붉은 기가 도는 옆얼굴을 바라봤다.“찾으면 어쩔 건데? 오늘 네놈과 네 사촌을 같이 황천길로 보내주지. 그놈이 과연 널 저승에서 끌어올릴 수 있을지, 한번 보자고.”고준안은 위오의 눈에 서린 증오를 보며 그가 왜 심서준을 이토록 싫어하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그는 위오가 말을 하는 틈을 타, 있는 힘을 다해 바닥의 단검을 집어 들었다.그대로 그의 목을 찌르려 했지만 위오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그는 몸을 비틀어 피해내며, 한 손으로 고준안의 손에 쥐어진 단검을 빼앗았다. 이어 손목을 움켜쥐고 그대로 힘을 주었다.“우득.”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선명하게 울렸다.고준안은 온몸에 식은땀이 솟아났지만 계연수를 놀라게 할까 봐 비명조차 삼켰다.위오는 그의 손목을 짓이겨 놓고도 그 고통을 억누르며 버티는 모습이 우스운 듯 냉소를 지었다.애초에 고준안이 시간을 끌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어차피 죽일

  • 주문춘귀   제521화

    계연수는 논두렁 한켠에 몸을 웅크린 채 숨어 있었다.하늘의 초승달은 먹구름에 가려졌고 사방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작은 바람에도 풀잎이 스치는 소리만 나면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보이지도 않는 어둠 속을 향해 시선만 붙들고 있었다.지금 이 밤 자체를 두려워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녀가 더 두려운 것은, 마지막 순간 떠나던 고준안의 그 목소리였다.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공포에 잠긴 그 목소리. 마치 어둠 속 어딘가에 맹수가 숨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몸에 퍼진 약 기운은 점점 짙어졌고, 미약까지 섞여 들어가자 몸을 옮길 힘조차 남지 않았다.이대로 계속 여기 있을 수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눈앞은 온통 암흑뿐이라 어디로 가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급박하게 달려오는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계연수는 더 몸을 웅크리고, 머리 위를 겨우 덮고 있는 잡초 아래로 파고들 듯 숨었다.하지만 횃불빛은 점점 가까워지더니 이내 바로 눈앞까지 다가왔다.그 순간, 마음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희망이 완전히 산산이 부서졌다.위오가 횃불을 들고 계연수 앞으로 다가왔다.불빛 아래 드러난 계연수의 얼굴은, 춘약에 물든 채 물기 어린 요염함을 띠고 있었다.나라를 기울일 만큼의 미색. 심서준 같은 사람이 이혼한 여인을 부인으로 맞이할 만큼 빠져든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하지만 위오의 눈에는 아무리 아름다운 여자라 해도 그저 껍데기일 뿐이었다.하물며 이 여자는 심서준의 여자였다.심서준은 그를 하루아침에 부귀영화를 누리던 삶에서 길바닥의 떠돌이로 전락시켰다.가문 또한 단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다.그 모든 원한을 그는 이제 막 맞이한 새 부인에게 되돌려주려 하고 있었다.위오는 아무런 연민도 없이 계연수의 손을 잡아 거칠게 끌어올렸다.힘없이 늘어진 그녀의 몸을 그대로 말 위에 들어 올려 태우고, 자신도 뒤따라 올라탔다.더럽게 때 묻은 손으로 그녀의 희고 고운 뺨을 움켜쥐고 고개를 억지로 돌리게 했다.그는 그 순간, 계연수의 눈에

  • 주문춘귀   제520화

    그 한 발길질은 무척이나 거셌다.손에 닭 한 마리도 제대로 묶지 못할 정도로 힘없는 서생인 고준안은 그 일격에 거의 반 장(丈) 가까이 튕겨 나가듯 밀려났다.위오는 바닥에 쓰러진 고준안을 내려다보며, 다른 이들에게 한 장쯤 물러서 있으라 손짓했다. 그러고는 말에서 내려 고준안 앞으로 다가와 쪼그려 앉았다. 한 손으로 그의 옷깃을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는 그의 뺨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어째서 굳이 경성으로 돌아가려 한 거지? 네가 스스로 받아들인 일이다. 한 줄에 묶인 메뚜기 신세인데, 아직도 돌아갈 길이 있다고 생각하나? 널 보내서 우리가 심서준 쪽 사람들한테 보복당하라는 거냐?”고준안은 차갑게 그를 노려보며, 발길질당해 답답하게 조여드는 가슴을 움켜쥔 채 몇 번 기침을 했다.“당신이 준 해독제... 대체 뭐였습니까?”위오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비웃듯 바라봤다.“왜, 아직도 몰랐나? 그건 네게 주는 극락약이었지. 그렇게도 그 미인을 탐내더니, 일부러 네 앞에 갖다 바쳐준 건데, 아직도 못 즐겨봤나?”그 말을 듣는 순간, 고준안은 모든 걸 깨달았다.그는 이를 악물고 위오를 노려봤다. 눈빛에는 서늘한 살기가 어렸다.“처음부터 해독제를 줄 생각 따위 없었군요. 저로 하여금 그녀의 정절을 짓밟게 만든 뒤, 모든 죄를 저한테 뒤집어씌워 대신 죽게 만들 작정이었습니까. 애초에… 저를 살려둘 생각도 없었던 거죠?”위오는 잠시 놀란 기색을 보였다. 고준안이 이렇게까지 빠르게 상황을 꿰뚫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역시 글 읽는 놈답게 머리는 제법 돌아간다 싶었다.그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느긋하게 웃었다.“이렇게 머리가 잘 돌아가는데, 왜 하나는 생각 못 했지? 네가 이만큼이나 알고 있는데, 우리가 널 살려둘 리가 있겠나? 그런데 이상하단 말이지. 왜 굳이 돌아가려 했을까?”그는 목소리를 낮췄다.“심서준 후작의 수단… 누가 끝까지 무사하다고 장담할 수 있겠나. 네가 이렇게 굼뜨게 굴면서, 네 그 사촌 여동생이랑 정에 취해 있을 때, 심서준은 이미 네

  • 주문춘귀   제519화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 지금 함부로 움직였다간 일이 커질 수도 있다.”고준안은 입술을 꽉 다문 채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마차의 휘장을 내려버렸다.“연수야, 걱정하지 말거라.”그 말을 남기고는 더 지체하지 않고 마차 앞자리로 올라타, 고삐를 잡고 곧장 경성 방향으로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깊은 밤이었다.하늘은 어둡고 별빛마저 드문드문 흩어져 있었으며 고요한 밤기운 속에서 마차가 내는 작은 소리조차 유난히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고준안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고, 손은 이미 떨리고 있었다.그는 시선을 앞길에 박아넣은 채, 단 한 점의 이상 징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채 한 식경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그의 손동작이 문득 멎었다.정적에 잠긴 밤공기 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그는 즉시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곧장 뒤쪽으로 돌아가 계연수를 끌어안아 마차에서 내려놓고는, 비틀거리며 그녀를 안은 채 앞쪽 논둑을 향해 달려갔다.논둑 한켠에 계연수를 내려놓고 나서야, 고준안은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몸에 지니고 있던 재물을 모두 꺼내 그녀의 손에 쥐여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기다리지 말거라. 해가 뜨면 근처 농가 사람들이 밭으로 나올 것이다. 그때 널 발견하면 이 돈을 주고 심서준 후작님을 찾아가게 해달라고 해.”계연수는 그의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는 무릎을 꿇은 채, 그녀의 앞에 있었다.따뜻한 액체가 손등 위로 떨어졌다. 고준안의 말이 이어질수록, 공기 속에 피비린내가 점점 짙어졌다.깊은 어둠 속에서 계연수는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그가 이상하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물었다.“그 사람들이 온 겁니까? 오라버니는 또 어디로 가려는 겁니까?”고준안은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계연수의 손을 꽉 쥔 채, 떨림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입안은 이미 피로 가득했고, 눈가도 젖어 있었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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