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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8화

Autor: 경옥
심서준은 심영호의 손을 가볍게 눌러 내렸다.

넷째 형이 왜 그를 데리고 왔는지, 그 뜻을 모를 리 없었다. 설령 계연수를 위해 공도를 세우려 한다 해도, 심영호에게 손을 댈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는 남이 아니라 자신의 조카였고, 이번 일에 직접 연루된 것도 아니었다. 잘못이 없는 사람을 벌할 수는 없지 않은가.

몇 마디 더 나눈 뒤, 심서준은 큰 대감에게 심영호를 데리고 먼저 돌아가라 했다.

떠나려던 참에, 심태숙이 발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정우가 수현에서 산적을 토벌 중인데, 너는 그 아이를 보았느냐? 애초에 무슨 공을 세우겠다고 나섰다지만, 그 아이가 뭘 할 수 있겠느냐. 겉만 번지르르한 녀석이 산적을 잡겠다니… 그 산적들은 얼마나 흉악한데. 요즘 계속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사람을 시켜 근황을 알아보니, 군영에도 관청에도 잘 들르지 않고, 날마다 사람을 데리고 떠돌며 싸움만 벌이고 있다더구나. 어떻게 지내는지 알 길이 없어 늘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그 아이 어미는 더 말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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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문춘귀   제570화

    한편, 백씨의 처소. 그녀는 화장대 앞에 앉아 분을 지우고 있었고 방 안에는 오직 심복 하녀 하나만 남아 있었다.하녀의 말을 들은 뒤, 백씨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분장을 지워낸 뒤 드러난 얼굴에는 희미한 피로가 서려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심태숙이 나 소실을 위해 심서준에게까지 가서 청을 넣었다는 사실은, 백씨로서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이미 마음을 내려놓은 지 오래라 해도, 가슴 한구석이 여전히 미묘하게 저릿해졌다.장 어멈이 그녀의 낯빛을 살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혹시 나 소실이 깨어나서… 다시 큰 대감께 무슨 말을 한 건 아닐까요? 듣자 하니 큰 대감께서 돌아가신 뒤에도 크게 화를 내셨고, 나 소실 처소의 하인들까지 벌을 내리셨다 하던데요.”백씨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번 계략은 원래 일석이조였다.하나는 나 소실을 큰 대감의 마음에서 점점 밀려나게 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마적 사건을 빌미로 심씨 노부인이 계연수에게 꺼림칙한 감정을 품게 만드는 것이었다.이 계책이 성공한다면 결국 마지막에 이익을 보는 건 자신이 될 테니까.하지만 지금 보니, 뜻대로 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나 소실은 생각보다 큰 대감의 마음속에서 더 깊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계연수는 예상보다 훨씬 더 침착하고 냉정했다. 쉽게 휩쓸려 소란을 일으킬 사람이 아니었다.심씨 노부인 역시, 계연수에게 별다른 꺼림칙함을 품지 않은 듯 보였다.백씨는 거울 속 자신을 한참 바라보다가, 장 어멈을 힐끗 보았다.“이 일은 더 이상 입에 올리지 말거라. 백합 건만 깨끗이 처리하면 된다.”장 어멈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귀에 바짝 다가가 속삭였다.“부인, 걱정 마십시오. 백합은 스스로 죽은 것입니다.”백씨는 고개를 살짝 젖혀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괜히 아까운 말 하나를 버렸구나.”장 어멈이 그녀의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백합은 본래 영국공부 사람입니다. 부인을 위해 목숨을 바

  • 주문춘귀   제569화

    용춘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그날 돌아올 때, 후작께서 미리 길목의 하인들을 다 물리셨어요. 저도 내내 따라다녔는데, 길에 사람 그림자 하나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봤을 리가 없어요.”계연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더 묻지 않았다.피곤함이 밀려왔다.방 어멈이 가져온 약을 마신 뒤, 그대로 먼저 잠에 들었다.한밤중이 되어서야, 등 뒤로 따뜻한 기운이 다가왔다.넓은 손이 허리를 감싸 안고, 그녀를 천천히 돌려 제 쪽을 향하게 했다.계연수는 이미 깊이 잠에 빠져 흐릿한 의식 속에 있었다. 꿈결 속에서 턱이 살짝 들리고, 곧 촉촉한 입맞춤이 내려앉았다.그녀는 겨우 눈을 가늘게 떴다. 눈앞에는 밤빛처럼 차분한 기운을 두른 심서준이 서 있었고, 표정은 담담했지만 시선만은 깊게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하지만 너무 졸렸다. 계연수는 힘없이 그의 가슴을 밀어내며 다시 돌아눕고 싶어 했다.하지만 심서준은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고 놓지 않았다.낮게 눌린 숨소리가 그의 목울대를 타고 흘러나왔다.지난번 궁에서의 일은 급히 지나가 버려, 마음을 풀 틈조차 없었다.요 며칠은 더더욱 그녀를 건드리지 못했다.말에서 떨어진 뒤 몸 여기저기에 잔상처가 남아 있었고, 혹시라도 뼈에 문제가 있을까 염려되어 밤에도 그저 조심스레 품에 안는 정도였다.그래서 겨우, 그녀가 잠든 사이 입맞춤으로나마 마음을 달래고 있을 뿐이었다.계연수는 결국 잠에서 조금 깨어났다.몽롱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이제야 돌아왔어요…?”심서준이 낮게 답했다.시선은 자연스레 그녀의 느슨해진 흰 옷깃 아래로 떨어졌다. 희고 고운 피부가 은은하게 드러나 있었고, 속옷 위에 수놓인 목련 자수가 그 위에서 더욱 은밀하게 어우러졌다.그는 목울대를 한 번 삼키고는 몸을 살짝 뒤로 물리며 물었다.“내가 깨운 것이냐?”계연수는 눈을 감은 채, 흐릿하게 답했다.“아니에요…”심서준은 그녀의 허리에 얹었던 손을 거두고 다시 물었다.“몸은 아직 아픈 것이냐?”계연수는 잠결에 나른

  • 주문춘귀   제568화

    심서준은 심영호의 손을 가볍게 눌러 내렸다.넷째 형이 왜 그를 데리고 왔는지, 그 뜻을 모를 리 없었다. 설령 계연수를 위해 공도를 세우려 한다 해도, 심영호에게 손을 댈 수는 없는 일이었다.그는 남이 아니라 자신의 조카였고, 이번 일에 직접 연루된 것도 아니었다. 잘못이 없는 사람을 벌할 수는 없지 않은가.몇 마디 더 나눈 뒤, 심서준은 큰 대감에게 심영호를 데리고 먼저 돌아가라 했다.떠나려던 참에, 심태숙이 발걸음을 멈추고 물었다.“정우가 수현에서 산적을 토벌 중인데, 너는 그 아이를 보았느냐? 애초에 무슨 공을 세우겠다고 나섰다지만, 그 아이가 뭘 할 수 있겠느냐. 겉만 번지르르한 녀석이 산적을 잡겠다니… 그 산적들은 얼마나 흉악한데. 요즘 계속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사람을 시켜 근황을 알아보니, 군영에도 관청에도 잘 들르지 않고, 날마다 사람을 데리고 떠돌며 싸움만 벌이고 있다더구나. 어떻게 지내는지 알 길이 없어 늘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그 아이 어미는 더 말할 것도 없고, 날마다 걱정에 잠겨 있다.”어둠 속에서 심태숙의 얼굴에는 깊은 근심이 드리워져 있었다.심서준이 입을 열었다.“제가 갔을 때는, 산적 두목의 목을 베어 공을 세웠습니다. 그 정도면 이미 첫 공을 올린 셈입니다. 형님,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번 일에서도 잘 해냈고, 저도 그 아이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더 공을 세울 겁니다.”그제야 심태숙의 얼굴에 드리워졌던 걱정이 조금씩 풀리며 안도감으로 바뀌었다.“네 입에서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그래도 이제는 공을 세우겠다는 마음이 생겼다니, 그 점이 더없이 기특하구나. 그동안 늘 속만 썩이던 아이가, 이제야 자기 앞날을 생각하게 되었으니… 이제야 조금 철이 든 모양이다.”심서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돌아왔을 때, 계연수는 화장대 앞에 앉아 있었고 뒤에서는 어멈이 그녀의 머리를 빗고 기름을 발라주고 있었다.자그마한 수놓인 방석 위에 앉은 몸은 가늘고 단정했고 옆모습은 고요했다.심서준은

  • 주문춘귀   제567화

    계연수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결국 이 일은 이쯤에서 접기로 마음먹었다.이 일에 여전히 의심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나 소실은 이미 벌을 받았으니 더 물고 늘어질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큰 대감까지 나서서 부탁한 이상, 앞으로 이 집안에서 조용히 지내려면 더는 일을 더 키우지 않는 것도 중요했다.무엇보다 나 소실은 큰방 사람이고, 심서준의 입장에서도 깊이 개입하기는 쉽지 않았다.그때 밖에서 하녀가 들어와 전했다.큰 대감이 둘째 도련님을 데리고 사죄하러 왔다는 소식이었다.게다가 둘째 도련님이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나 소실 대신 벌을 받겠다고 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계연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나 소실이 비록 첩이라 하나, 아들은 효심이 깊고 부군 또한 그녀를 편애했다. 그렇다면 그녀는 성품이 아주 악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계연수는 심서준을 향해 말했다.“나 소실은 이미 벌을 받았고, 저도 원한이 있는 건 아니에요. 어쩌면 그저 실수였을 수도 있고… 더 이상 이 일을 끌고 가고 싶지 않습니다. 이 일은 여기서 멈추면 충분해요. 오늘 이 일로 하녀까지 죽었으니, 흉한 기운이 더해지는 것도 좋지 않고요. 게다가 아주버님께서 직접 와서 청하지 않으셨습니까. 애초에 저도 더 따질 생각은 없었습니다.”심서준은 그녀의 뜻을 이해했다.그는 고개를 살짝 숙여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표정은 고요했고, 눈은 맑게 빛났지만 원망이나 분노는 찾아볼 수 없었다.어딘가 담담하고 무심한 듯한 그 모습이, 이상하게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다.오늘 집안에서 있었던 일은 이미 수행하던 하인에게서 모두 전해 들은 상태였다.부엌에서 차를 가지고 충정을 가려냈다는 이야기까지 듣자, 그녀가 총명하고 영리하다는 생각까지 더해졌다.심서준은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쓸어내렸다. 얌전하고 조용했다. 이렇게 큰 일을 겪고도, 울거나 하소연하지 않았다.마치 조금도 억울하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다.하지만 그럴 리가 있겠는가. 이번 일

  • 주문춘귀   제566화

    심서준은 돌아오는 길에 수행하던 이들을 물리고, 문하만 곁에 남겼다.문하는 곧장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소인이 문간 쪽을 확인하게 했는데, 이틀 전에 나 천호가 나 소실에게 보낸 편지가 있었습니다.”심서준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냉소를 흘렸고, 아무 말 없이 걸음을 옮겼다.방에 들어섰을 때, 계연수는 귀비탑에 반쯤 기대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그 책은 며칠 전, 침상에 누워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 용춘에게 사 오게 한 것이었다.요즘 가장 잘 팔린다는 화본이라며, 용춘은 한 번에 세 권이나 사다 주었다.그녀가 아무렇게나 집어든 건 바로 ‘이 과부’ 이야기였다.처음에는 그저 심심풀이로 펼쳤지만, 읽다 보니 은근히 재미가 붙었다.문 앞에 줄지어 선 구혼자들. 어느 쪽은 젊은 장군, 또 어느 쪽은 풍류 넘치는 재사.이야기가 잘 팔리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물론 이런 책은 남몰래 읽어야 했다.심씨 노부인 같은 규율 엄한 사람이 보았다간, 집안이 뒤집히고도 남을 일이었다.계연수는 이런 종류의 책을 본 적이 없었기에 더욱 낯설고도 신기했다.그 과부가 과연 누구를 택할지 궁금해, 어제는 용춘과 몰래 속삭이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오늘 오후, 낮잠에서 깨어났을 때 백씨가 한 번 다녀갔다.나 소실 일로 몇 마디 나누고, 괜히 마음 쓰지 말라며 위로를 건넨 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갔다.그때쯤 이미 해가 기울고 있었다.지금은 저녁을 막 마치고 몸을 씻은 뒤, 심서준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책장을 넘기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마음이 어수선해, 글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심서준이 들어올 때, 계연수에게 알려주는 하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아마도 그의 지시였을 것이다.계연수는 얼른 책을 공작 모란 문양이 놓인 둥근 베개 아래로 눌러 숨겼다.그리고 시선을 들어, 다가오는 심서준을 바라보았다.심서준은 들어오기 전, 방 어멈에게서 계연수가 오늘 입맛이 없었다는 말을 이미 들은 상태였다.아마도 오늘 일 때문일 거라 짐작하고

  • 주문춘귀   제565화

    심씨 노부인은 더 말을 길게 하고 싶지 않았다.괜히 말을 보태다가 아들과 마음이 멀어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발 물러서듯 말했다.“네 뜻은 알겠다. 나도 그 아이를 탓하려는 건 아니다. 그저 네게 물어본 것뿐이다.”심서준의 눈빛이 가라앉았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요한 방 안에 또렷하게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니께서는 평생 많은 일을 보아 오셨으니, 무엇이 유언비어인지쯤은 분별하실 줄 아셔야 합니다. 만약 그런 것을 그대로 믿으신다면, 결국 남의 말에 끌려다니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누가 이런 소문을 퍼뜨렸든, 어떤 의도가 있든, 계연수는 제가 갓 맞아들인 부인입니다. 이유 없이 이런 말이 돌고 있는데, 어머니께서는 오히려 그 근원을 철저히 조사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심씨 노부인은 멍하니 고개를 들어 아들의 차가운 얼굴을 바라보았다.말이 막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심서준은 다시 입을 열었다.“오늘 그녀는 이런 억울함을 겪었습니다. 그 마음이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저는 더 머무르지 않겠습니다. 그녀를 보러 가야 하니, 먼저 물러가겠습니다.”말을 마치고 돌아서려던 순간, 심씨 노부인이 급히 그를 불러 세웠다.“묻겠다. 그 나 소실이 하인이 피 묻은 옷을 들고 있는 걸 봤다고 한 건 또 무슨 말이냐?”그 질문의 뜻은 분명했다.계연수는 그것이 붉은 가루라고 했지만, 그녀는 심서준의 입에서 직접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심서준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가, 고개를 돌려 어머니를 바라보았다.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붉은 가루입니다. 어머니께서는 이렇게 애매한 일을 굳이 따지셔야겠습니까? 그녀는 어떤 경우에도 제 부인이며, 어머니의 며느리입니다. 그런데도 첩의 말만 믿고 아들과 며느리의 말을 믿지 않으신다면, 장차 마음이 멀어지는 것도 어느정도 예상하셔야겠지요.”심씨 노부인은 순간 말을 잃었다.아들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단단했고, 그 한마디에 더는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한참 후, 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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