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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경옥
전에 매번 그와 이명유가 함께 있는 것을 보면 계연수는 가슴이 저릿하게 아팠다.

분명 자신은 그의 부인인데 마치 남남처럼 보란듯이 이명유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이 그녀를 아프게 했다.

매번 그런 모습을 볼 때면 그녀는 자신은 이곳에 필요 없는 존재라는 것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지금은 마음에 아무런 동요도 일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 역시 그에게 그리 깊게 마음을 준 적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또 어쩌면 그녀는 애초에 진심으로 그녀와 혼인하고 싶다던 사옥현을 사랑해서일 수도 있었다.

탕약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 코끝에 쓴 향기가 맴돌자, 계연수는 단숨에 탕약을 들이마시고 빈 그릇을 내려놓았다.

그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사옥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책망하듯 말했다.

“명유가 너와 이야기하고 있지 않느냐.”

계연수는 싸늘한 눈길로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 이명유와 함께 있을 때면 그는 늘 인상을 찌푸리며 이런 말투로 그녀를 비난했다.

그녀가 뭘 하든 그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도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탕약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사옥현이 멈칫했다.

계연수는 그에게서 시선을 돌려 이명유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지?”

이명유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서 계연수의 손을 잡았다.

“옥현 오라버니 방에서 서책 몇 권을 빌려 가려고 왔는데 형수, 신경 쓰실 건 아니죠?”

“형수가 또 제게 예의 없다고 책망하실까 봐 미리 양해를 구하러 온 것이니, 오라버니께 화내지 마세요.”

“그리고 오늘 제가 말실수를 해서 형수께서 많이 화가 나신 것 같은데 너그러이 양해해 주세요.”

말을 마친 그녀는 큰 서러움이라도 당한 것처럼 눈물까지 글썽였다.

사옥현은 싸늘한 눈으로 계연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명유가 내게 책을 빌리러 온 것이니, 속 좁게 굴지 말거라.”

“그리고 말실수를 했어도 형수로서 넓은 도량을 보여주어야지.”

계연수는 피로가 몰려왔다. 그녀는 아무 말도 않고 있었는데 그는 벌써 속 좁게 군다는 죄명을 그녀에게 덮어씌웠다.

고개를 돌려 이명유의 눈을 바라보니 단둘이 있을 때만 보여주었던 오만방자한 눈으로 그녀를 직시하고 있었다.

계연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사옥현에게 말했다.

“제가 속 좁게 굴었다고요? 두 사람이 저를 찾아온 게 아닌가요?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말을 삼가십시오.”

말을 마친 그녀는 고개를 돌려 이명유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작 책 몇 권 빌리러 온 것을 내가 왜 신경 써야 하지? 왜 굳이 나한테 찾아와서 그런 말을 하는 거니?”

“앞으로 오라버니를 찾을 일이 있으면 내게 허락을 구할 필요 없어. 두 사람이 사이가 좋고 집안이 화목하면 좋은 일이지. 두 사람이 왕래가 잦은 것에 대해 난 아무런 불만이 없어. 나도 허무맹랑하게 속 좁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싶지 않단다.”

사옥현은 계연수의 짜증스러운 눈빛과 싸늘한 말투를 보며 자신이 잘못 본 건 아닌지 눈을 의심했다.

예전에도 이런 사소한 일을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버릇이 있었지만 그가 얘기를 꺼내면 늘 순종하던 그녀였다. 그러나 오늘의 그녀는 평소와 너무 달랐다.

예전에 이명유와 연관된 일에 부딪치면 늘 이명유를 공격했는데 오늘은 두 사람이 자주 왕래하는 게 좋다고 말을 했다.

전에는 늘 그에게 이명유와 너무 가깝게 지낸다고 탓하던 그녀였다.

이명유는 입술을 꾹 깨물고 계연수의 눈을 노려보았다. 이렇게 대수롭지 않은 눈빛이 눈에 거슬렸다.

그녀는 서러운 듯 눈물을 흘리며 계연수에게 말했다.

“형수, 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시나요?”

“전에는 제가 오라버니께 너무 들러붙는다고 책망하지 않았나요? 저는 그저 오라버니와 어릴 때부터 같이 자라 모든 일에서 오라버니께 의지하는 습관이 있어서 그렇지 형수가 생각하는 그런 건 절대 아니에요.”

“형수가 최근 풍한을 앓는다 들어서 특별히 형수를 위해 보신탕을 지어왔어요. 풍한에 좋은 약재만 넣었으니 이것마저 거절하시진 않겠죠?”

말을 마친 이명유는 시녀를 시켜 삼계탕 한 그릇을 가져오게 했다.

“형수, 제가 직접 끓인 거예요.”

계연수는 이명유의 손에 들린 삼계탕과 이명유의 얼굴을 번갈아보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삼계탕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이런 상황은 한두 번 있은 게 아니었다.

그녀가 금방 시집을 온 다음 날, 이명유는 그녀에게 차를 내어드린다며 찻잔을 내밀었다. 그녀가 손을 뻗은 순간 찻잔이 바닥에 떨어지며 뜨거운 찻물이 이명유의 손등에 쏟아졌다.

그날 사옥현은 다급한 얼굴로 이명유를 안고 대청을 나갔다. 그날부터 그녀는 그의 마음에서 질투가 많고 속 좁은 사람이 되었다.

목이 터져라 해명해도 그는 끝끝내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오해가 지금까지 풀리지 않은 건, 그가 그녀의 해명을 들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똑같은 상황이 펼쳐지자 계연수는 더 이상 이명유의 간계에 농락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용춘을 시켜 그릇을 받게 했다.

그러자 이명유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계연수에게 말했다.

“형수는 제가 그렇게까지 싫은가요? 이건 제가 오후에 직접 형수를 위해 끓인 보신탕이에요. 오후 내내 정성을 들였단 말이에요.”

사옥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계연수를 바라보았다.

“명유의 정성이야. 형수로서 언제쯤이면 명유처럼 넓은 아량을 가질 것이야?”

계연수는 비로소 시선을 들어 사옥현을 응시하며 매섭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또 실수로 탕을 명유의 손에 부을까 두렵지도 않으십니까?”

사옥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계연수는 그의 표정이 어떻든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이명유를 바라보다가 몸을 굽혀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참으로 지겹고 역겹구나. 이런 추잡한 수법은 이제 할만큼 했지 않니?”

“이제는 네가 처량해 보일 정도야. 이런 비열한 술수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니.”

이명유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녀는 곧 서글픈 웃음을 지으며 일어나서 사옥현을 바라보았다.

“형수께선 지금도 저를 용서하지 않으신 모양이네요. 저는 이만 돌아갈게요.”

사옥현이 다가와 이명유의 손을 잡더니 정색한 표정으로 계연수에게 말했다.

“연수야, 명유에게 사과하거라.”

계연수는 아무 말도 않고 사옥현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몸을 일으켜 뒤돌아서 허리를 꼿꼿이 펴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부부의 연은 이미 오래전에 다한 터라, 더 이상 그와 할 말이 없었다.

누가 옳고 누가 잘못했는지, 누가 결백한지를 두고 그와 다툴 기력도 없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는 늘 공정했지만, 유독 그녀에게만은 각박했다.

그런 사람은 그녀의 부군이 될 자격이 없다.

용춘은 계연수가 돌아서는 모습을 보고 살짝 당황했다. 전에 이런 상황에서는 항상 그녀가 먼저 고개를 숙였는데 이렇게 매몰차게 자리를 떠버린 적은 없었다.

‘나으리께서 화가 한번 나시면 또 오랫동안 냉대하실 텐데.’

용춘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계연수를 따라 안채로 들어갔다.

사옥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명유가 서럽게 사옥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형수가 많이 화가 난 것 같네요. 들어가서 형수 좀 달래주세요. 저는 괜찮아요.”

말을 마친 그녀는 또 눈물을 글썽였다.

“오늘 제가 여기 오는 게 아니었어요. 좋은 마음에 형수를 위해 보신탕도 만들었는데 안 드실 것 같네요.”

사옥현은 그제야 시선을 거두고 착잡한 눈빛으로 이명유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마음을 진정할 시간을 주는 것도 괜찮겠지.”

곧이어 그는 한마디 덧붙였다.

“너도 앞으로 여기 오는 것을 자제하거라. 네 형수이자 내 부인인 사람이다. 요즘은 몸이 안 좋아 감정이 격해질 수도 있으니 네가 이해해 주렴.”

이명유는 눈을 크게 뜨고 사옥현을 바라보며 제 귀를 의심했다.

예전에는 늘 자신의 편을 들어준 사람인데 계연수가 말없이 자리를 떠버렸는데도 오히려 그녀를 옹호하는 말을 하다니.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뭐라고 말을 꺼내려 하였지만, 사옥현은 먼저 몸을 돌렸다.

“가자. 처소까지 데려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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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 자신에게는 그 은혜를 갚을 방법조차 없었다. 그에게 있어 자신은 하등 중요하지 않은 존재라, 오히려 번거로움만 더해 줄 뿐이었으니.계연수는 고개를 숙였다. 눈가에 뜨거운 것이 차올랐지만 심서준 앞에서는 끝내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 늘 이런 식으로 초라한 모습만 보이게 되는 자신이 스스로도 혐오스러워졌다. 마치 자신이 무엇인가 크게 잘못해 온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한때는 모두가 말하던 청풍명월 같은 군자를 믿고 기대를 품은 채 시집을 갔을 뿐인데 어째서 인생의 끝자락이 이토록 처참한 잔해로

  • 주문춘귀   제93화

    차가운 바람이 계연수의 몸에 밴 온기를 머금은 채 그를 휘감았다.심서준은 손을 절반쯤 들어 올렸다가 그녀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그대로 멈춰 섰다. 그 눈동자는 맑고도 무구했다. 그 안에는 그를 향한 고마움과 조심스러운 경외만이 가득 담겨 있었다. 심서준은 다시 손에 힘을 주었다가 끝내 움직임을 거두고 길게 탁한 숨을 내뱉었다.“제가 더 도와줄 일은 없습니까?”계연수는 잠시 얼어붙은 듯 그를 바라보다가 한참을 망설인 끝에 조심스레 되물었다.“정말 도와줄 겁니까?”심서준은 눈썹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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