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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1화

Author: 윤지
때마침 맞은편에서 다가오던 사람과 마주치게 되었는데 그녀는 한껏 아니꼬운 눈빛으로 박민정을 쏘아보았다.

“그런 속담이 있죠?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

눈앞의 여자는 분명 박민정보다 한참 어린 것 같았고 나이가 많아 봤자 고작 스무 살 정도로 보였다.

사실 이미 어제 한 번 만났었는데 먼 친척의 딸이라고 했고 잠시 이곳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이름은 정윤아.

그녀를 기억하게 된 원인도 수많은 사람 중에 오직 정윤아만 자신을 혐오와 경멸이 가득 찬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윤아는 일부러 큰 소리로 말하며 지나가려 했지만 순순히 보내줄 박민정이 아니었기에 대뜸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물었다.

“제가 뭘 잘못했나요?”

박민정의 돌발행동에 정윤아는 살짝 놀란 듯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 물었다.

“자기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도 몰라요?”

박민정은 눈앞의 여자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었다.

“무슨 헛소리에요? 전 당신을 아예 모르는데 제가 그쪽한테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는 거죠?”

지금의 박민정은 더 이상 예전의 그 겁도 많고 물러터진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눈앞의 사람이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자신을 비꼬는데 무조건 확실하게 따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박민정의 말에 정윤아는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제가 아니라 소현 언니요.”

‘소현 언니라... 보아하니 윤소현 때문에 나한테 이러는 거였구나?’

“제가 소현 씨한테 잘못한 건 또 뭔데요?”

“당신이 이 가문에 돌아오지만 않았다면 소현 언니가 쫓겨날 일도, 교도소에 가게 될 일도 없겠죠? 이 모든 게 다 그쪽 때문이잖아요. 우리 고모한테도 무슨 약을 쳤는지 그쪽 말이라면 아주 철석같이 믿더라고요.”

박민정은 그녀의 말이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윤소현이 지금처럼 변한 게 다 자업자득이고 모두 자신이 저지른 죄인데 그걸 왜 박민정 탓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정윤아 씨, 우리 일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입을 함부로 놀리면 안 되죠.”

“제가 왜 몰라요? 소현 언니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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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02화

    유남준은 퇴근하면 무조건 박민정에게 전화를 걸었고 박민정도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미주알고주알 알려줬다.“나 내일에 갈게.”“그래요. 그러면 여기서 얼마간 머물면서 같이 놀 수 있겠네요.”“당연하지.”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박민정 곁으로 날아가서 그녀를 안아주고 싶었다.그렇게 박민정은 유남준과의 통화를 끝낸 뒤 누워서 조하랑과 또 어디로 놀러 갈지 생각해 보았다.며칠 전, 조하랑은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김인우가 알아버렸다고 했다.그리고 아이 때문인지 두 사람 사이가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조하랑이 어디를 가든 김인우가 항상 따라붙었고 혹시나 어디에 부딪힐까 노심초사했다.김인우의 태도에 박민정은 그제야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다른 한편.정수미는 방 안에 있다가 갑자기 심하게 기침하더니 피까지 토해내기 시작했다.순간 깜짝 놀란 길연서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정 대표님, 당장 저랑 같이 병원에 가요.”“안돼. 갑자기 병원에 가면 엄마랑 아빠, 그리고 민정이가 바로 눈치챌 거란 말이야.”정수미는 단호하게 거부했다.“걱정하지 마. 아직은 버틸 만하니까.”“이게 다 윤소현 씨 때문이에요. 어떻게 사람이 이리도 독할 수 있어요? 그때 그런 약을 매일 먹이지만 않았더라면 이 정도로 건강이 악화할 일도 없었을 텐데.”길연서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비록 정수미는 젊었을 때부터 잔병치레가 많았지만 약만 꾸준히 먹으면 6~7년은 끄떡없다고 의사가 말했다.하지만 지금은...길연서는 혹시나 정수미가 어느 날 갑자기 자기 곁을 떠날까 봐 너무 무서웠다.“이제 와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우리는 그저 앞으로의 하루하루를 기쁘게 살면 되지.”정수미는 이제 두려울 게 없었다.“네.”“그리고 앞으로 우리 민정이를 잘 부탁해. 아직 어려서 회사를 혼자 관리하기가 분명 힘들 거야. 혹시나 남준이가 우리 민정이를 괴롭히지 않는지도 잘 지켜보고.”정수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유언처럼 들렸고 길연서는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03화

    정윤아는 그냥 가려다가 박민정의 남편이 어떻게 생겼는지 문득 궁금해졌다.그렇게 모든 사람이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무렵, 유남준의 차가 멀리서부터 천천히 다가오더니 문 앞에 세워졌고 운전기사가 빠르게 내려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주자 안에서 키도 훤칠하고 얼굴도 말끔하게 생긴 남자가 내렸다.정윤아는 사람들 속에 있다가 유남준의 얼굴을 본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너무 잘생겼잖아?’예전에 윤소현한테서 이미 듣긴 했는데 박민정의 남편과 윤소현의 남편은 쌍둥이라 두 사람이 똑같이 생겼다고 했다.그 말인즉, 윤소현의 남편도 이렇게 생겼고 이런 얼굴을 가진 두 남자가 모두 박민정을 좋아한다는 소리였다.‘이게 다 무슨 복이람?’현실을 부정하고 싶던 찰나에 정신을 차려보니 유남준이 이미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다.그는 카리스마가 있는 한편 예의 바르게 두 어르신에게 인사를 올렸다.“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그리고 올 때 선물도 많이 사 왔다.정근우와 임은숙은 눈앞의 유남준이 TV에서 봤을 때보다 더 잘생기고 멋있어 보였다.“그래. 어서 들어와.”혹시나 자기 손녀보다 많이 못생겼을까 봐 계속 걱정했던 임은숙도 어느새 입에 귀가 걸린 채 유남준을 집 안으로 안내했다.“오느라 고생했지? 먼저 간단하게 먹으면서 좀 쉬어.”그러나 임은숙에 비해 정근우는 여전히 냉담한 얼굴이었다.그는 남자가 얼굴만 반반해서는 아무 쓸모도 없고 무조건 능력이 있어야 여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예전에 박민정의 아버지도 비록 능력은 있었지만 평범한 집안의 사람이라 아무런 파워도 없었기에 박민정이 저런 봉변을 당했다고 생각했다.“민정아, 이리 좀 와봐.”외할아버지가 박민정을 서재로 불렀다.서주에 온 이후로 처음으로 낯설게 느껴지는 정근우의 차가운 얼굴에 박민정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할아버지, 왜 그러세요?”그러자 그는 한숨을 한번 길게 내쉬며 답했다.“민정아, 이 할아버지가 괜히 오지랖이 넓다고 미워하면 안 된다. 네가 오기 전에 할아버지가 이미 유남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04화

    박민정은 그의 말을 다 듣고 나서야 여태껏 그가 얼마나 속태웠는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할아버지, 제 몸은 제가 잘 돌볼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무조건 남에게 당하지 않는다고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열심히 노력해 보겠습니다.”단호한 그녀의 대답에 정근우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박민정의 어깨를 토닥여줬다.“그래. 그렇다면 나도 안심이야. 그런데 만약 나중에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꼭 나나 외할머니한테 알려줘야 한다? 아무리 늙은이라도 아직은 거뜬해.”“알겠어요.”박민정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할아버지는 그제야 박민정더러 유남준을 데려오라고 했다.유남준은 한창 뭘 먹고 있다가 서둘러 할아버지의 서재로 달려갔다.할아버지가 뭐라고 하는지 박민정도 서재에서 같이 듣고 싶었으나 보기 좋게 쫓겨난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유남준이 서재에서 나왔고 같이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박민정은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물었다.“할아버지가 뭐라고 했어요?”“그냥 널 잘 부탁한다고 하시던데?”사실 정근우는 유남준이 만약 박민정을 배신하는 날에는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게 만들겠다고 살벌하게 경고했다.그러나 유남준은 그 말이 화가 나거나 무서운 게 아니라 이제 박민정에게도 그녀를 지켜주는 든든한 사람들이 생긴 것 같아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그게 다예요?”방안에 돌아와서도 박민정은 분명 서재에서 두 사람이 꽤 오랫동안 얘기를 나눈 것 같은데 고작 저 말 한마디만 했다고 하니 계속 찜찜했다.이때 유남준이 대답 대신 갑자기 안에서 방문을 잠그더니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마자 벽 쪽으로 밀착시켰다.“민정아, 보고 싶었어.”유남준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다가 뜨거운 숨을 몰아쉬며 단번에 그녀의 입술을 베어 물었다.미처 피하지 못했던 박민정은 그렇게 유남준이 이끄는 대로 침대에 눕게 되었다....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똑똑!”박민정이 눈을 떴을 때는 밖에 이미 어둠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05화

    정윤아는 윤소현이 예전에 구체적으로 어떤 짓을 벌였는지 모르고 있어서 아직도 그녀의 편을 드는 것으로 보였다.“장모님은 알고 계셔?”분명 정윤아가 이미 손을 썼을 것이라 여겼다.그의 물음에 박민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요. 별것도 아닌 일로 괜히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요.”게다가 정수미와 정윤아는 서로 친척 사이인데 설령 말한다고 해도 정수미의 입장만 난처해질 것 같았다.“그래. 혹시나 너한테 무슨 짓하면 나한테 바로 알려줘.”진지한 유남준의 얼굴에 박민정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걱정하지 말아요. 여자들 일은 알아서 할 테니까.”맨 앞에서 걸어가던 정윤아는 당연히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듣지 못했고 그저 행동이 굼뜬 박민정이 아니꼬워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 날카롭게 말했다.“민정 언니, 혹시 조금만 빨리 가면 안 될까요? 모두가 지금 언니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어요.”박민정은 옆에 유남준도 있는데 자기한테만 뭐라 하는 정윤아를 보고 괜히 어린 소녀와 유치하게 말싸움하기 싫어 빠르게 답했다.“알겠어요.”그리고 밥 먹는 곳까지 빠른 걸음으로 갔다.정근우와 임은숙은 박민정에게 서로 자기 옆에 앉으라고 권했고 유남준은 그녀 곁에 앉았다.그 모습에 정윤아는 또다시 질투심이 마구마구 피어올랐지만 외부인은 어쩔 수 없이 테이블 끝에 앉아야 했다.“남준아, 이렇게 온 김에 민정이 데리고 자주 나가서 구경해. 그리고 정씨 가문의 친척 어르신들이랑 만나서 인사도 나누고.”임은숙의 말에 유남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도 민정이랑 아이들이랑 며칠 여기서 푹 놀다 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면 됐어. 나중에 시간이 나면 할아버지랑 같이 진주에 너희들 보러 갈게. 두 꼬맹이도 보고 싶고.”임은숙은 지난번에 우연히 박민정의 핸드폰에 있는 두 동생의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하루빨리 보러 가고 싶었다.“할머니, 진주로 오시면 저희가 잘 대접해 드릴게요.”이때, 가만히 듣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06화

    “무슨 일 있어?” 박민정은 진서연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고 그녀를 한쪽으로 데려간 뒤에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진서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보스, 오늘 집에 또 다른 사람이 왔어요.”‘다른 사람?’박민정은 의아했다.“그게 누군데?”“보스의 친척이라고 하더라고요.” 진서연은 다소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박민정에게는 진주시에 거의 친척이 없다.“친척?”“본인을... 외할머니라고 소개했어요.”진서연은 마지막 두 글자를 내뱉으며 어색해했다.왜냐하면 오늘 박민정이 모시고 온 건 자신의 친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였기 때문이다.그런데 지금 박씨 가문 저택에는 또 다른 할머니가 자신을 박민정의 외할머니라고 주장하고 있었다.박민정은 잠시 멍해졌지만 곧 기억이 떠올랐다.그 ‘외할머니’란 다름 아닌 그녀의 양모였던 한수민의 어머니였다.어릴 때부터 한수민과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박민정을 눈엣가시처럼 여겼고 심지어 한수민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그런데 갑자기 지금 나타난 이유가 뭘까?박민정은 옆에 내려놓았던 손을 천천히 쥐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순간적으로 판단이 서지 않았다.“보스, 죄송해요. 제가 막지 못했어요. 대문 앞에서 계속 죽겠다, 살겠다 난리를 치면서 안 들여보내주면 문 앞에 죽치고 있겠다고 하더라고요. 오늘 보스께서 친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모시고 오시는 날이라 혹시 문 앞에서 헛소리를 할까 봐 안으로 들인 거예요.”진서연은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이런 유형의 진상과 엮이는 게 익숙지 않았다.박민정은 그녀를 탓하지 않았고 그저 진서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니까 자책할 필요 없어.”“그럼 지금 어떻게 할까요?”진서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때였다. 멀리서 박민정과 진서연이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고 있던 외할머니가 마침내 다가왔다.“민정아, 왜 그래? 혹시 우리 때문에 불편한 거라도 있어? 그렇다면 호텔에서 묵어도 되고, 아니면 전에 산 별장에서 지내도 괜찮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07화

    한수민의 어머니, 김말숙은 이내 박민정을 꾸짖었다.“너 정말 염치가 없구나. 내 딸 아니었으면 넌 벌써 어디에서 얼어 죽지 않았으면 굶어 죽었을 거야. 내 딸이 널 키웠는데 이제 와서 나까지 부정하겠다는 거냐?”그러나 박민정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절 키운 사람은 아버지와 정숙 아주머니세요. 한수민 씨는 저한테 옷 한 벌 사준 적도, 밥 한 끼 해준 적도 없어요. 오히려 절 이용하고 아버지를 속이고 심지어 절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기기까지 했어요. 그러니 전 한수민 씨에게 빚진 게 없어요.”그녀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단호하게 물었다.“그러니까 본론을 말해요. 대체 무슨 일로 온 거예요?”목적 없이 찾아올 리 없었다. 박민정은 김말숙이 단순히 자신을 보러 왔다고는 믿지 않았다.김말숙은 순간 말문이 막혔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곧장 본론을 꺼냈다.“내 딸의 재산을 찾으러 왔다.”“당신 딸의 재산이라고요? 무슨 재산인데요?”박민정은 어이가 없어 웃음마저 나올 지경이었다.예전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박씨 가문의 재산은 박민호와 한수민에게 돌아갔지만 한수민은 그 재산을 모조리 탕진했다. 남아 있는 게 있기나 할까?그러자 김말숙은 자신이 서 있던 뒤쪽, 박씨 가문의 오래된 저택을 가리켰다.“바로 이 집이야. 이 집은 내 딸 것이지, 너 같은 양녀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이제 와서 박민정이 양녀라는 걸 인정하는 건가?이익이 걸려 있으면 절대 가만히 있을 리 없는 사람이었다. 박민정은 애초부터 이 사람이 이유없이 올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였다.“이 집은 예전에 한수민 씨가 팔았고 제 남편이 다시 사들인 거예요. 그러니까 이젠 제 소유죠.”“거짓말하지 마! 날 속이려는 거지? 그런 말로 날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해? 하늘이 무섭지도 않니?”김말숙은 완전히 막무가내로 나오며 행패를 부렸다.그때, 유남준이 앞으로 나섰다.“사람을 시켜 등기부등본과 계약서를 가져오게 하죠.”유남준의 키는 크고 체격도 당당했으며 압도적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08화

    이제 와서 어쩌지도 못하고 떼를 쓰는 것에 불과했다.정씨 가문의 두 노인은 살아오면서 이런 파렴치한 사람들을 수도 없이 봐왔다.외할머니는 냉소를 지으며 박민정에게 말했다.“민정아, 저런 사람 신경 쓰지 말고 놔둬라. 저렇게 소란을 피우고 싶으면 실컷 하게 두자. 우리는 안에 들어가 쉬자꾸나.”박민정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렇게 모두가 김말숙을 아예 무시한 채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김말숙은 순간 당황해 문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나가자니 체면이 깎이고 들어가자니 그들도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그때 진서연이 쾅 하고 문을 닫으며 한마디 던졌다.“어르신, 사람도 체면이 있어야 하는 법이에요. 그냥 돌아가세요. 이쯤에서 그만 두는 게 나을 겁니다.”김말숙의 얼굴은 금세 어두워지더니 이내 대문 밖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이 천하의 몹쓸 것들아! 내 딸의 재산을 가로채고, 늙고 병든 나를 내쫓다니! 너희 같은 놈들은 다 천벌을 받을 거다!”그녀는 목청껏 악담을 퍼부었지만, 여기는 워낙 대저택이라 안쪽에서는 그저 희미한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거실에서는 박민정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엄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죄송해요. 이런 꼴을 보여드려서...”그러자 외할머니가 다가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얘야, 가족끼리 무슨 그런 말을 하니? 우리는 한 가족이야. 웃음거리가 될 것도 없고 부끄러울 일도 없단다.”두 노인은 오로지 박민정이 안쓰러울 뿐이었다.그녀는 외할머니의 말을 듣고 눈가가 촉촉해졌다.“외할머니... 고마워요.”“바보.”외할머니는 다정하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외할아버지도 다가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민정아,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우리가 살아오면서 별의별 일을 다 겪어봤어. 저런 사람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정수미도 다가와 말했다.“그래, 엄마랑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네 가장 가까운 가족이야. 이런 일은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지.”이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09화

    정수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안 돼요. 난 꼭 집에 돌아가야 해요.”그러고는 의사를 바라보며 덧붙였다.“진통제를 처방해 줘요. 밤에 너무 아파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요.”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진통제를 너무 많이 복용하면 몸에 해롭고 내성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병세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요.”하지만 정수미는 이미 그 모든 걸 신경 쓰지 않았던 지라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그저 집에 있을 수만 있다면 돼요. 어차피 이 몸으로 병원에 있든 없든 몇 달을 더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차라리 집에서 편하게 지내고 싶어요.”의사는 이런 환자들을 수도 없이 봐왔기에 굳이 반박하지 않고 약을 처방해 주었다.“그러면 이틀만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몸 상태가 좀 나아진 후에 돌아가도록 하세요.”이틀...정수미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그녀는 아직까지 박민정과 부모님께 병을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정오 무렵, 정윤아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혼자서 저택을 나섰다.박민정은 뭔가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 사람을 시켜 그녀를 따라가 보게 했다. 그 결과, 정윤아가 향한 곳이 다름 아닌 윤소현이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정윤아가 윤소현을 만나러 갔다고?”진서연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윤소현은 정 대표님을 죽일 뻔한 사람이잖아요. 그걸 모르고 간 걸까요?”박민정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모르겠어. 하지만 정윤아가 누구를 만나든 그건 본인의 자유야. 다만 우리 정씨 가문이나 나에게 해가 되는 일만큼은 절대 못 하게 해야지.”한 번 뱀에게 물리면 열흘이 지나도 우물을 두려워하게 되는 법.박민정은 수없이 사람들에게 당해 왔기에 이제는 먼저 나서서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익숙했다.이때 정윤아는 이미 윤소현을 만나고 있었다.과거, 항상 도도하고 우아했던 윤소현이, 마치 하얀 백조처럼 높은 곳에 있던 윤소현이 지금은 눈앞에서 초라하고 쇠약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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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90화

    “엄마, 아빠랑 이혼 잘하셨어요.”유남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유남준 앞을 지나치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내가 능력이 없어서 이번에도 졌네.”유남준은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째려봤다.유남우는 사실 그가 어떻게 반격할지 걱정되기보다 이번에도 졌다는 게 더 분통했다.밖으로 나온 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라도 걸고 싶었지만 딱히 연락할 사람이 없었다.연락처를 훑어보다가 홍주영에서 멈칫하더니 결국에는 통화버튼을 누르지도 못한 채 핸드폰을 다시 꺼야 했다.실내 안.거실은 유난히 조용했고 유지욱은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남우가 왜 저렇게 변했는지 모르겠어. 예전에는 말도 잘 듣고 착한 아이였는데.”고영란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그가 말하는 ‘예전’이 정확하게 언제인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고영란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모습에 유지욱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래?”“아니에요.”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다시 말을 이었다.“이번 달은 될수록 어디 가지 말고 집에 있어요. 그리고 이혼 숙려기간이 끝나는 대로 다시 가서 마무리 지으면 될 것 같아요.”고영란은 생각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이혼하고 싶은데 지금 이혼하려면 한 달씩이나 기다려야 했다.그리고 위층으로 올라가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이 한 달 동안에 아버지로서 해야 할 일이 뭔지 좀 생각해 보고요.”말을 마친 뒤 유지욱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한편.박씨 가문의 옛 저택.박민정은 유남준이 너무 걱정되어 한걸음에 집으로 돌아왔다.비록 서다희가 괜찮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이때, 밖에서 들리는 차 소리에 박민정이 다급히 차창 밖을 내다보니 유남준의 차도 마침 도착해 있었다.박민정은 빠르게 차에서 내린 뒤 유남준에게 달려가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괜찮아요?”그러자 유남준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당연하지, 다희가 나 괜찮을 거라고 알려줬잖아.”박민정은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9화

    유석진의 입에서 갑자기 자기 둘째 아들의 이름이 거론되자 고영란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또한 왜 두 아들 사이에 지금 저런 모순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유남준도 괜히 고영란이 중간에서 난처하게 된 것 같아 일부러 유남우를 빤히 바라보며 유석진에게 말했다.“이번 일은 사과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에요. 큰아빠가 아무리 남우랑 같이 벌인 일이라고 해도 이번만큼은 가만있지 않겠습니다.”별로 무겁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이상하게 위협감이 느껴졌다.순간 유석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이때, 그의 며느리인 최현아가 앞으로 한 발짝 나서며 끼어들었다.“남준 씨, 그래도 한 가족인데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그러자 유성혁도 한마디 거들었다.“남준아, 우리도 잘못했단 걸 알고 있어. 아버지가 이제 연세도 많아서 상황판단이 안 될 때가 많아.”유석진도 사실 지금 자존심을 부려서 될 일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네가 원하는 게 뭔데? 말해주면 내가 다 들어줄게.”사실 유남준은 이 말만을 기다렸다.“금방 인수한 시내 중심에 있는 그 건물을 저한테 넘겨주세요.”그 땅은 유명훈의 땅이고 죽기 전 유석진에게 물려준 유산인데 지금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살 수 없을 정도로 값이 올랐다.유석진이 이 땅의 주인이 됨으로써 그곳의 상권을 손에 쥔 거나 다름없었는데 나중에 아무 건축물을 세워 올려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건 안되지!”역시나 유석진이 단번에 거절했다.그가 오랫동안 눈독 들였던 땅이었는데 유명훈이 죽어도 물려주지 않으려 해서 여태껏 애를 먹고 있었다가 이제 겨우 손에 들어온 땅이고 또 자기만의 계획이 따로 있었다.“그러면 조만간 IM 그룹의 변호사를 만나셔야겠네요.”유남준은 더 이상 그와 얘기하고 싶지 않았고 유석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집안 도우미에게 외쳤다.“모셔다드려!”그렇게 도우미들은 그들을 전부 밖으로 내보냈고 거실에는 유남준 가족들만이 남게 되었다.유지욱과 고영란은 눈앞의 두 아들에게 뭐라고 말했으면 좋을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8화

    유남준이 잡혀갔다는 소식에 유석진 가족들은 조용히 자축하고 있었다.최현아도 너무 기뻐했지만 유독 유성혁만 우울한 얼굴로 그들에게 물었다.“아빠, 그래도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인데 꼭 이래야 할까요? 남준이가 잡혀가도 우리한테 아무런 이득도 없잖아요. 그리고 만약 다시 풀려나서 우리가 한 짓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분명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요.”그러자 유석진이 미간을 찌푸리고 답했다.“왜 쓸데없는 일을 벌써 걱정하고 그래? 간이 그리도 콩알만 해서 큰일 하겠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유성혁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다만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유지훈은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저는 할아버지가 한 행동이 맞다고 봐요. 사람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그러자 유석진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껄껄거리며 웃었다.“하하, 역시 우리 손자가 똑똑하다니까. 네 말이 맞아. 사람은 무조건 자기가 일 순위여야 해. 절대 네 바보 같은 아빠를 닮아서는 안 된다.”그러자 유지훈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할아버지, 저도 알고 있어요.”그리고 유석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그들은 너무 일찍 기뻐했던 게 오후가 되자마자 유남준은 바로 풀려났다.그길로 옛 저택으로 오게 되었고 동시에 유석진네 식구들과 유남우를 전부 집으로 불러 모았다.이 시각, 유지욱도 마침 그곳에 있다가 눈앞의 상황에 어리둥절해서 물었다.“남준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아빠, 제가 지금부터 저 사람들의 실체에 대해 다 밝히려고요.”그리고 서다희가 한 무더기의 자료와 증명서를 건네주자마자 그는 유석진네 식구들에게 뿌려줬다.종이들이 공중에서 흩날리다가 전부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유석진은 그중 한 장을 주워 읽어보고는 너무 황당한 나머지 코웃음을 치며 그에게 말했다.“남준아, 다 오해야. 우리가 왜 그런 짓을 하겠니?”그러자 유남준이 눈살을 찌푸리고 그에게 되물었다.“우리 회사에 심어둔 사람들을 제가 다 데려올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7화

    유남준은 사실 진작에 유남우와 유석진 쪽에 사람들을 붙여서 그들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파악하고 있었지만 도대체 무얼 하려는지 궁금해서 일단 내버려두고 있었다.이튿날, IM 그룹으로 세무국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그러자 서다희가 눈살을 찌푸리고 중얼거렸다.“대표님을 감옥에 보내려고 아주 별짓을 다 하네요. 이런다고 그 사람들한테 득이 되는 게 뭔지 정말 모르겠어요.”특히 유남우는 왜 자기 친형을 왜 이렇게까지 괴롭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조사해 보니 역시나 회사 장부에 문제가 있었고 회사 자금을 불법으로 돌렸다는 증거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그러나 이 모든 게 다 그들이 일부러 만들어낸 가짜 장부들이었다.그렇다고 해도 유남준은 회사 법인으로서 조사를 받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연행되었다.가면서도 서다희에게 당부했다.“민정이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줘.”서다희는 한껏 걱정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굳이 말하지 않아도 뉴스에서 하루 종일 보도될 예정이라 아마 얼마 안 돼서 알게 될 것이다.역시나 박민정은 출근길에 그에 관한 뉴스 기사를 보게 되었다.“어떻게 이럴 수가?”이때, 고영란도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민정아, 남준이한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그러나 박민정도 아직 무슨 상황인지 모르고 있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답했다.“저도 방금 기사를 봐서 잘 모르겠어요. 제가 지금 당장 다희 씨한테 전화해 볼 테니까 어머님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그래.”고영란은 착잡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유지욱과 이혼하겠다고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들한테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서다희는 빠르게 박민정에게 전화해서 유남준이 시킨 대로 알려줬고 모든 일은 다 대비되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박민정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이때 서다희가 한마디 더 했다.“그런데 이 일은 절대 고영란 사모님한테 말하지 말아 주세요.”“알겠어요.”어쩌면 유남우 귀에도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6화

    “지금, 이 나이니까 더 이혼하자는 거예요. 굳이 남은 인생을 당신한테 낭비하고 싶지 않거든요!”고영란은 말을 마치자마자 안방에 들어갔다.그러나 유지욱은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그러다가 문득 여태껏 이혼에 대해 거론조차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심술부리는 원인이 분명 아버지 재산 때문인 것 같았고 며칠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했다.이튿날.유명훈의 장례식은 계속 진행되었고 박민정의 친구들도 모두 오게 되었다.“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손연서의 말에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다른 손님들도 하나둘씩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는데 장례식의 침울한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최현아는 눈웃음을 살살 지으며 한쪽에서 사람들과 유명훈의 유언장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그러나 유지욱과 고영란 두 사람 사이는 여전히 찬 바람이 쌩쌩 불었다.그렇게 유명훈의 장례는 총 3일 동안 진행 후 끝났다.고영란은 담담한 얼굴로 박민정과 유남준, 그리고 유남우에게 말했다.“나랑 네 아버지는 이만 갈라서려고 해.” 순간 모든 사람이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옆에 서 있던 유지욱의 안색도 좋지 못했다.그는 원래 유명훈의 장례가 끝나면 계속해서 여행이나 다니려고 했었는데 뜬금없이 고영란한테서 이혼 통보를 받게 되었다.어제까지만 해도 분명 일시적으로 심술부리는 거라 생각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진심인 것 같았다.“지금 애들 앞에서 솔직하게 말해, 진짜 이혼하려고?”“네.”고영란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오랫동안 고민했던 일이고 지금처럼 사는 게 저는 너무 괴로워요. 지금 당장 법원에 갑시다.”고영란은 지금 그들의 의견을 구하려는 게 아니다.유지욱도 자존심이 꽤 센 사람이라 단번에 그러자고 하더니 두 사람은 법원으로 출발했고 두 아들은 굳이 말리지 않았다.자식들도 이미 다 컸고 자기 혼인에 대해 결정할 권리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박민정은 유남준과 같이 돌아가는 차 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5화

    고영란도 유석진의 고함에 깜짝 놀라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리고 여태껏 모든 집안일을 아내한테 떠넘긴 채, 홀로 밖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는 유지욱이 원망스럽기만 했다.한 사람에 대한 단념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 이런 실망감이 천천히 쌓이면서 식어가는 것이다.보아하니 오늘 저녁에도 잠들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유지욱이 도착해보니 유씨 가문의 모든 친척이 다 모여있었다.그리고 이미 상복으로 갈아입은 고영란을 보자마자 그녀에게 다가와 물었다.“왜 진작에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어?”그의 물음에 고영란은 실망 가득한 얼굴로 답했다.“제가 말해주지 않았다고요? 한 달 전에 전 분명히 아버님 건강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으니까 와서 회사 일 좀 도와드리라고 귀띔해 줬어요.”“난 네가 우리 아버지 재산 때문에 나더러 오라는 줄 알았지.”유지욱의 말에 고영란은 큰 충격을 받고 잠깐 멍해졌다가 다시 두 주먹을 꼭 쥐고 말했다.“유지욱 씨, 정말 어이없네요. 맞아요, 제가 빨리 돌아오라고 했던 원인이 아버님의 재산이 조금이라도 공평하게 지욱 씨한테도 나눠줬으면 했어요. 그런데 그 재산이 전부 아주버님한테 넘어갔네요?” 그러나 유지욱은 여전히 시큰둥한 얼굴이었다.“그깟 돈 몇 푼 가지고 왜 그래? 우리가 모두 한 식구인데 주면 줬지.”유지욱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님들을 맞이하러 떠났다.그리고 유석진과도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에 고영란은 제대로 마음이 상했다.박민정도 손자며느리로서 유남준과 같이 손님들을 맞이하다가 우연히 시부모님이 서로 말다툼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그녀는 사실 유씨 가문에 시집온 이후로 시아버지인 유지욱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그리고 유지욱은 젊었을 때부터 고집불통에 집안 사업에도 관심이 없었고 그저 매일 여행이나 다니면서 자유롭게 사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고 했다.하여 유지욱과 고영란은 1년 중에도 만날 수 있는 날이 별로 없었다.박민정은 유남준에게 살짝 다가가 그에게 말했다.“남준 씨, 가서 어머님 좀 위로해 주세요.”여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4화

    유남준의 아버지, 유지욱은 계속 외국에서 살다보니 이 자리에 없었다.그러자 고영란이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지욱 씨는 지금 당장 오는 게 불가능한 사람이잖아요. 그리고 방금 비행기 탔다고 했으니 적어도 두 시간은 걸릴 거예요.”그러자 유석진이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그러면 지욱이가 도착하고 나서 다시 말할 테니까 외부인은 참견하지 말아요.”순간 고영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 집에 들어와서 아이를 둘씩이나 낳아줬는데도 제가 아직 외부인인가요? 저는 오늘 아버님께서는 왜 그리도 자식들을 편애하시지 꼭 물어봐야겠어요!”“제 아들들이 능력이 뛰어나면 이런 불공평한 대우도 다 받아들여야 하나요?”여태껏 유명훈은 많은 주식을 갖고 있었다.비록 유남준이 현재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유명훈의 지분이 그대로 유석진네로 넘어가게 되면 유남준의 자리가 위태로워진다.더구나 유남우도 그의 재산이 필요한데 말이다!게다가 유명훈은 오랜 세월 동안 주식 말고도 분명 많은 재산을 모았을 텐데 그 돈마저 전부 저 사람들에게 넘어가는 모습을 고영란은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유석진은 유명훈의 앞을 가로막으며 다시 큰 소리로 외쳤다.“여태껏 지욱이를 잘 붙잡아 두지 못한 제수 씨를 탓해야죠! 지욱이가 오기 전까지는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소용없어요!” 고영란이 뭐라고 대꾸하려는데 유남준이 그녀를 말렸다.“엄마, 그만해요.”여태껏 유명훈이 유석진네만 편애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던 그이기에 지금 아무리 그와 말싸움해도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유남우도 불쾌했지만 애써 덤덤한 척 그녀에게 말했다.“엄마, 형 말이 맞아요. 할아버지께서 결정하신 대로 받아들이면 되니까 싸울 필요 없어요.”이 시각, 침대에 누워있던 유명훈은 호흡이 점점 더 가빠져 헐떡거리기 시작했다.그런데도 눈앞에서 자식들이 자기 재산 때문에 싸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씁쓸하기만 했다.“지욱이...”그는 힘겹게 유지욱을 불렀다.유지욱은 평소에도 그의 말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3화

    최현아는 손까지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지만 박민정은 그저 냉담한 얼굴로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세요?”그러자 그녀는 뻘쭘해진 손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일은 무슨, 윤소현이 드디어 판결받았다고 해서 축하해주려고 왔지.”박민정은 분명 다른 속셈이 있다고 생각했다.지금 최현아와 그의 시아버지는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지내고 있었는데 왠지 그럴수록 더 수상했다.“감사합니다. 다른 일 없으면 저는 이만 일 하러 갈게요.”말을 마치자마자 박민정이 뒤돌아서니 역시나 최현아가 빠르게 그녀의 팔을 부여잡았다.“민정아,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한 식구나 마찬가지인데 이렇게까지 딱딱하게 굴 필요는 없잖아?”박민정은 이제 와서 한 식구라는 그녀의 말이 그저 가소로웠다.“도대체 할 말이 뭔가요?”그리고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최근에 할아버지 건강이 점점 악화하면서 동서랑 남준 씨가 그립기도 하고 우리가 서로 화목하게 지내는 모습도 보고 싶은가 봐. 혹시 오늘 밤 할아버지 뵈러 같이 가지 않을래?”최현아는 최대한 상냥하게 물었다.사실 박민정도 할아버지의 건강이 여태껏 좋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오늘 두 사람을 부른 이유도 아마 자신이 얼마 버티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네, 알겠어요.” 최현아는 그제야 박민정의 팔을 놓아줬지만 그녀가 떠나가자마자 눈빛이 순식간에 돌변했다.그리고 차에 올라타자마자 한껏 불쾌한 얼굴로 중얼거렸다.“재수 없는 것, 운발로 지금 자리에 올라앉은 주제에.” 차에는 낯선 남자 한 명이 더 있었다.“박민정한테 화낼 필요 없어.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무조건 할아버지가 살아있을 때 할아버지의 주식이랑 모든 돈을 너한테 넘길 수 있도록 잘 구슬리는 거야.”그러자 최현아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나도 알아, 저번에 이미 할아버지랑 말해봤다니까? 유남준 씨랑 민정이는 괜히 고고한 척하면서 아무것도 받지 않겠다고 말한 상황이라 우리 쪽에 전부 몰리게 되어있긴 한데, 난 지금 성혁 씨 얼굴만 봐도 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2화

    조하랑은 그제야 화가 사그라지는 것 같았다.“그러면 왜 저 여자한테 찾아갔어요?”“당연히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러 갔죠. 그리고 이지원에 대해 정신감정도 의뢰했거든요. 만약 진짜로 정신에 이상이 있는 거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 모든 게 다 쇼하는 거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으려고 했어요.”김인우는 진지한 얼굴로 말하다가 조하랑을 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예전에 제가 지원이한테 어떻게 가스라이팅 당했는지 하랑 씨도 잘 알잖아요. 만약 저를 구해줬던 사람이 형수님이었단 사실을 진작에 알았다면 절대 그 애를 도와주지도 않았을 겁니다.”“지금은 그저 마땅히 받아야 할 벌만 받았으면 좋겠고요.”조하랑은 묵묵히 듣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제가 오해했네요. 정말 미안해요. 저는 인우 씨가 또 그새를 못 참고 다른 여자한테 찝쩍거린다고만 생각했어요.”그녀의 말에 김인우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못 참고 되물었다.“하랑 씨, 혹시 지금 질투하는 거예요?”순간 조하랑의 얼굴이 새빨개졌다.“누, 누가 질투한다는 거예요? 그저 저를 배신한 인우 씨한테 화나고 그런 사람을 좋아했던 나한테 실망했을 뿐이라고요!”“알겠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그리고 의사도 임산부가 흥분하면 아이한테 안 좋다고 말했잖아요.”말을 마치자마자 김인우는 다정하게 조하랑을 품에 안았는데 순간 그녀는 얼굴이 더욱 빨개진 채 온몸이 굳어버렸다.당연히 김인우도 눈치채고는 빠르게 물었다.“왜요, 부끄러워요?”“그, 그럴 리가요...”조하랑은 말까지 더듬으며 애써 덤덤한 척했다.“저도 안을 줄 알거든요?”그리고 똑같이 김인우를 꼭 안아줬는데 이번에는 김인우가 속으로 움찔했다.추운 밤, 그렇게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꼭 껴안아 줬는데 거리를 지나가던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계속 그들에게 멈춰졌다 가곤 했다.조하랑도 어느새 그걸 느꼈는지 재빨리 김인우를 밀쳐냈다.“됐어요. 이제 병실로 돌아가 봐야 하니까 인우 씨도 그만 돌아가요.”“저랑 같이 안 가고요?”김인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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