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910화

Author: 윤지
서서히 깨어난 유남준은 손가락을 움직였고 누군가가 자신의 손을 잡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그의 움직임에 박민정은 바로 눈을 떴다.

“남준 씨, 깼어요?”

박민정의 소리를 듣게 된 유남준은 그제야 그녀의 손을 꼭 움켜쥐었다.

“응, 오래 잔 것 같아.”

박민정은 그를 향해 몸을 돌리면서 확 끌어안았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고요. 오래 잔 게 아니라 오랫동안 기절해 있었던 거예요.”

동맥까지 다친 유남준은 아주 섬뜩할 정도로 많은 피를 흘렸었다.

박민정에게 꼭 안겨버린 유남준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하지만 그 또한 잠시 바로 정신을 차리면서 손을 들어 박민정의 등을 토닥거려주었다.

“괜찮아. 나 이렇게 멀쩡하잖아.”

그러자 박민정은 그를 더욱더 꼭 껴안았다.

얼굴 전체를 유남준의 가슴팍에 묻을 정도로 말이다.

눈물은 어느새 유남준의 옷을 흠뻑 적시고 말았다.

흐느끼는 박민정의 소리에 유남준은 가슴이 미어졌다.

“울지마.”

박민정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서 대답했다.

“안 울었어요.”

“배고프지 않아요?”

박민정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참, 이제 막 깨어났는데, 가서 인우 씨 불러와야겠어요. 지금 남준 씨 상황이 어떠한지 확인해야 할 것 아니에요.”

유남준이 거절하기도 전에 박민정은 침대에서 빠르게 내려와 문 앞으로 가서 경호원에게 말했다.

“김인우 선생님 좀 불러오세요.”

김인우는 오늘도 병원에서 밤을 보냈다.

유남준의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유남준이 깨어났다는 소리를 듣고서 그는 빠르게 달려갔다.

그리고 검사하는 동안 박민정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밖에서 기다렸다.

“다행히 지혈은 잘 됐어.”

김인우가 말했다.

유남준은 다소 의외라는 모습을 보였다.

“네가 수술한 거야?”

검사를 마치고서 김인우는 옆에 앉았다.

“남준아, 내 의술에 전혀 믿음이 없는 눈치다? 나 엄청 중요한 사실도 발견했는데, 알고 싶지 않아?”

“네가 앞이 보이지 않는 이유이자, 자주 기억을 잃는 이유일 수도 있어.”

유남준은 순간 엄숙해지기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Comments (2)
goodnovel comment avatar
Enn
눈물 펑펑 ㅠㅠ 글인데도 머릿속에 드라마가 그려지네요 ㅠㅠ
goodnovel comment avatar
Enn
오 ㅠㅠ 그럼 예쁜 박민정도 윤우예찬 곧태어날 쌍둥이 볼수있는 희망이 있을까요??!!?!! ㅠㅠ
VIEW ALL COMMENTS

Related chapters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911화

    몸을 던지면서 자기를 구해줬던 유남준의 모습을 그리고 있던 박민정이다.그런 순간에 제법 유치하기 그지없는 질문을 던지는 유남준의 말에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심심해요?”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갑자기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리면서 두 사람의 달콤한 순간을 깨버렸다.“누구야?”유남준이 물었다.핸드폰을 꺼내 든 박민정은 발신자 번호를 확인하고서 이실직고했다.“지석이에요.”유남준은 질투심이 폭발한 사춘기 소년처럼 입을 삐죽거렸다.“스피커폰 눌러. 무슨 일로 전화했는지 나도 들어봐야겠어.”어제 그 상황에서 박민정이 내뱉은 모든 말과 행동이 연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나 죽이 척척 맞는 두 사람의 모습에 질투가 났었다.박민정은 어쩔 수 없이 스피커폰을 눌렀다.“지석아.”박민정이 그를 불렀다.“어제 민기한테 전화했었어. 어찌 된 상황인지 이미 다 알았고. 너 지금 괜찮아?”연지석이 물었다.“응, 괜찮아.”“그럼, 됐어. 근데 내가 어제 했었던 말은 아직도 유효야. 너만 원한다면 언제든지 너 데리러 갈 수 있어. 내 곁에 있으면 절대 다치는 일 없을 거야.”옆에서 듣고 있던 유남준은 어느새 얼굴이 어두워졌다.박민정이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유남준이 입을 열었다.“연지석 씨, 제 아내는 제가 알아서 잘 챙길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연지석은 자기와 박민정의 대화를 유남준이 듣고 있겠다고 생각지도 못했다.하지만 전혀 당황해하지 않고 바로 충고하기 시작했다.“유 대표님께서 민정이를 잘 지켜줄 수만 있다면 걱정할 일도 없을 겁니다.”“거듭 경고하는데, 우리 민정이 나한테는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사람입니다. 만약 잘 지켜줄 수 없으시다면 하루빨리 저한테 보내시기 바랍니다. 저는 유 대표님처럼 자기 여자도 아이도 다치게 두지 않거든요.”유남준은 손을 꼭 움켜쥐었다.그 어떠한 반박도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이때 박민정이 나서서 살벌한 분위기를 깨려고 했다.“지석아, 나 괜찮아. 다치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마. 시간 되면 너 보러 에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912화

    가만히 듣고 있던 유남우의 두 눈에 잠시 차가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대충 먹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저 다 먹었어요. 그만 출근하러 갈게요.”“오늘도 회사에 간다고?”고영란이 물었다.“네, 어차피 집에 있어봤자 도움도 안 되잖아요.”이윽고 유남우는 윤소현을 바라보면서 말했다.“집에서 어머니 파티 준비 잘 도와드려. 가능한 한 공적인 자리에 나타나지 말고.”얼마 전 온라인에서 박민정의 표절에 대해 모함 극을 벌인 일을 겨냥하면서 한 말이었다.“알았어요.”그 말에 숨겨진 뜻을 알아차린 윤소현은 순순히 입을 다물고 대답만 했다.하도 크게 번진 일이라 지금 감히 유남우에게 대꾸조차 할 수 없는 윤소현이다.집에서 나온 유남우는 핸드폰을 확인해 보았는데, 부재중 전화가 몇 통이나 있었다.권씨 가문 셋째 도련님 권진하로부터 걸려 온 전화였다.그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고 바로 연결되었다.수화기 너머 권진하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남우 도련님, 어떡하죠! 유남준 부하들이 우리 해신 형을 데리고 가버렸어요.”유남우는 그 소식을 듣고서도 전혀 놀랍지 않았다.“자업자득이야.”자기 형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유남우이다.유남준이 바보가 되지 않은 이상 그 누구도 감히 쉽게 건드려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권진하 역시 지금 그때 권해신을 말리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남우 도련님, 우리 해신 형 좀 구해주시면 안 돼요? 큰형도 잃은 마당에 저 해신 형까지 잃을 수 없어요.”권진하는 집으로 돌아갈 용기가 없어서 지금까지 밖에서 숨어지내고 있다.차에 오른 유남우는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덤덤하고 차가운 눈빛을 유지했다.“나 그렇게 심심하지도 않고 착한 사람도 아니야.”“하물며 나랑 남준이 사이가 얼마나 어색한지 너도 잘 알잖아. 내가 나서서 말한다고 한들 달라지는 건 없어.”아주 완곡하게 거절하고 있는 셈이다.이러한 답이 돌아오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권진하이다.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913화

    늘 했던 대로 처리하면 권해신을 이 세상에서 없애버리는 것이다.하지만 사실 그대로 말하면 박민정이 놀라게 될까 봐 거짓말을 했다.“다시는 진주시에 오지 말라고.”“그런 거였어요.”박민정은 그제야 알았다.이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경호원이 병실로 들어왔다.“대표님, 추경은 씨께서 대표님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유남준은 눈살을 찌푸렸다.추경은에 대해서 그 어떠한 좋은 감정도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대답을 하기도 전에 추경은이 비틀거리면서 다짜고짜 들어왔다.“남준 오빠, 남준 오빠, 괜찮아?”추경은은 병원으로 실려 오기 전에 유남준이 박민정을 구하기 위해 크게 다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자기를 배신한 박민정을 대체 무슨 이유로 그렇게 보호하고 대신 칼을 막아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박민정한테 그렇게 매력이 있냐면서 말이다.경호원은 추경은을 가로막고서 더 이상 앞으로 다가가지 못하게 하였다.유남준의 사촌 동생이고 부상도 입은 상황이라 폭력적인 수단을 행사하기에 좀 불편했다.“비켜! 남준 오빠 만날 거야!”밖에서 추경은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서 박민정은 귀가 아파 났다.“그냥 들여보내세요.”경호원은 그제야 추경은을 막아서지 않았다.추경은 역시 밖에서 박민정의 소리를 듣게 되었다.지팡이를 짚고서 비틀거리며 들어온 추경은은 박민정을 보자마자 큰소리로 책문했다.“박민정,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뻔뻔하게 죽치고 있는 거야?”박민정은 그녀가 했었던 음험한 일을 떠올리면서 일부러 염장을 질렀다.“왜 여기에 있으면 안 된다는 거야? 나랑 남준 씨는 법으로도 인정받은 부부사이야. 근데 아무런 관계도 없는 네가 왜 여기에 있는지 난 참 궁금하네.”박민정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유남준은 끼어들지 않고 두 눈을 감았다.“참 뻔뻔도 하지! 다른 사람 아이까지 품고 우리 남준 오빠랑 부부 사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거야? 세상에 그런 부부 사이도 있어?”말을 마치고 추경은은 곧바로 유남준에게 말했다.“남준 오빠, 얼른 이혼해요!”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914화

    병실 안에서.유남준은 박민정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아주 자연스럽게 그의 손 위에 자기 손을 올려놓고서 박민정이 물었다.“머리는 아프지 않아요?”“안 아파.”“근데 좀 안기고 싶어.”유남준의 말에 박민정은 바로 침대에 앉아서 그를 안아주었다.“상처에 닿기라도 한다면 바로 알려줘야 해요.”“알아. 나 그 정도로 바보 아니야.”입이 거의 찢어질 지경으로 웃고 있는 유남준이다.이처럼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게 참 오랜만인 것 같았다.두 사람은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대로 한참이나 안고 있었다.밖에서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큼 서로의 온도만 느꼈다.“아빠는 왜 다 큰 성인인데도 엄마한테 안겨 있는 거예요?”앳된 목소리가 들려오자 박민정은 문 쪽으로 바라보았다.그때 정민기의 손을 잡고 온 박윤우가 시야로 들어왔다.“엄마, 아빠랑 같이 너무 한 거 아니야? 몰래 병원에서 이럴려고 나한테 학교 가라고 한 거야?”박민정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면서 유남준을 밀어냈다.“그...”갑자기 박윤우에게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몰라 박민정은 엄두 바를 몰랐다.하지만 박윤우는 이미 모든 걸 꿰뚫어 보았다는 눈빛으로 혀를 내두를 정도로 기막힌 말을 한다.“돌다리 밑에서 나 주워 온 것 맞지? 흑흑흑.”박민정은 바로 박윤우에게로 달려가 그를 안았다.“우리 윤우 엄마가 미안해. 돌다리 밑에서 주워 오다니 말도 안 돼. 윤우는 엄마 아빠 사랑으로 태어난 아이야.”갑자기 박민정을 빼앗겼다는 허전함에 유남준은 눈살을 찌푸렸다.‘한참 좋았는데... 분위기 다 깨졌어.’박민정의 말과 행동에 박윤우는 흡족했다.역시나 엄마 마음속에서 자기와 형이 일등이라면서.“엄마, 앞으로 윤우한테 거짓말하면 안 돼.”“알았어.”박민정은 바로 대답했다.박윤우는 그제야 더 이상 애교를 부리지 않고 유남준에게 다가갔다.“아빠, 좀 괜찮으세요?”“그래. 많이 좋아졌어.”유남준이 대답했다.“아빠, 제가 호호 불어드릴까요? 전에 칼에 베였을 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915화

    알고 보니 메가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추경은의 말을 듣고 난 뒤 박민정이 말했다.“가서 남준 씨한테 직접 전해줘요.”말하지 못할 것도 없다면서 추경은은 당당한 걸음으로 병실에 들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안색이 한껏 어두워진 추경은이 걸어 나왔다.병실 안으로 돌아간 박민정은 무척이나 심심해 보이는 박윤우를 보게 되었다.“윤우야, 아빠 편하게 쉬시게끔 우리 그만 가자.”“좋아요.”유남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고자 온 박윤이다.지금껏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지루함의 극치를 맛보았기에 차라리 집으로 가서 라이브를 보고 싶었다.두 사람이 집으로 간다는 소리를 듣고서 유남준이 말했다.“나도 같이 갈래.”상처는 이미 어느 정도 완전히 아물었고 격렬한 운동만 하지 않으면 별문제가 없다.“하지만 아직... 괜찮겠어요?”박민정이 걱정하며 물었다.“걱정하지 않아도 돼. 인우도 괜찮다고 이미 말했었어.”안심을 주고 나서 유남준은 또다시 덧붙였다.“일단 본가에 들릴 생각이야.”아직 유남우에게 볼 일이 있는 유남준이다.서다희의 조사에 따르면 유남우는 요즘 권해신과 아주 가까이하고 있다고 한다.이번 사건이 유남우과 관련되어 있는지 아닌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그뿐만 아니라 유씨 가문에서 파티를 주최할 때마다 많은 비즈니스 파트너들도 함께 하곤한다.유남준은 가능한 한 박민정과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재력을 구축해야 한다.“그럼, 같이 가요.”홀로 본가로 가겠다는 유남준이 걱정되어 박민정이 말했다.“싫으면 억지로 가지 않아도 돼.”유남준은 박민정이 유씨 가문 본가로 가기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하지만 박민정은 고개를 저었다.“예전에는 싫었는데 지금은 좋아요.”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예전에는 유남준의 안중에 박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본가로 들릴 때마다 돌아오는 건 유남준을 포함한 모든 이들의 차가운 시선이었으니 말이다.그러나 지금은 그와 정반대이다.두 사람의 달콤한 대화를 듣고서 박윤우 역시 입꼬리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916화

    전화를 끊고 나서야 김인우는 해방되는 것만 같았다.“어디로 갈 거예요?”김인우가 조하랑에게 물었다.조하랑은 움직이기 귀찮고 움직이고 싶지도 않았다.“그냥 근처에 있는 백화점으로 가요. 밥도 먹을 수 있고 쉴 수도 있고 할아버님이 물어보시면 영화 본 거로 해도 되잖아요.”조하랑이 대답했다.김인우 역시 못마땅한 모습이지만 지금으로서는 가장 좋은 선택인 것 같기도 했다.두 사람은 그렇게 마지못해 백화점으로 향했다.휴일이라 백화점 안에는 인산인해가 따로 없었다.조하랑은 몇 번이나 인파에 몰려 김인우의 품속으로 부딪히고 말았었다.김인우는 하는 수 없이 손을 뻗어 조하랑을 보호하기 시작했다.“뭐가 재밌다고 다들 여기로 몰리는지 모르겠네요.”이대로 계속 걸어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같아 조하랑은 주위를 스캔하기 시작했다.이윽고 멀지 않은 곳에 줄 서지도 않아도 되는 한식당을 보게 되었다.“우리 저기로 가요.”하도 급하게 걸은 바람에 앞에 사람이 있는 줄 모르고 하마터면 밀칠 뻔했다.“좀 조심해서 걸으세요! 와이프 임신했다고요!”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조하랑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천천히 고개를 들고 나서야 익숙한 그 얼굴이 보였다.그렇다, 강연우였다.강연우는 지금 배가 살짝 부른 고상한 여인을 부축하고 있다.결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임신까지 했다는 사실에 조하랑은 살짝 충격이었다.이곳에서 조하랑을 마주치게 될 줄을 몰랐던 강연우 역시 순간 얼어붙었었다.하지만 그 또한 잠시 바로 평정심을 되찾았다.“너였구나. 어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니. 아직도 이렇게 덜렁거리고 말이야.”조하랑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은 채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미안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옆에서 듣고 있던 김인우는 세상 무서운 줄 몰라 하던 조하랑이 강연우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살짝 언짢았다.단번에 조하랑을 품속으로 잡아당기면서 말했다.“우리 하랑이도 임신했어요. 그쪽 아내만 산모인 게 아니라 우리 하랑이도 산모라고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917화

    “어디 가는 거예요?”김인우가 물었다.전화를 끊은 김인우를 보고서 조하랑이 되물었다.“경호원들이 손님들 모두 내보내고 있는 거 안 보여요?”그 말에 김인우는 어이가 없었다.“다른 손님들을 내보내고 있는 것이지 우리를 내보내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조하랑은 그 말의 뜻을 알아들을 수 없어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했다.“백화점 책임자한테 전화하고 오는 길이에요. 좀 편하게 다닐 수 있게 다들 내보내 달라고 했어요.”본래 사람이 많아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던 김인우였다.하지만 조금 전 강연우와 그의 아내를 만나고 난 뒤, 모든 이들을 내쫓아 내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이다.조하랑은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되었고 돈만 있으면 별의별 짓도 할 수 있다며 내심 혀를 내둘렀다.모든 손님을 내보냈다는 건 오늘 이곳의 모든 지출을 자기가 책임지겠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결코 적지 않은 지출일 것인데 말이다.“돈이 그렇게도 많아? 쓸 곳이 없으면 차라리 그 돈을 나한테 주지 그래.”조하랑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뭐라고 말했는지 제대로 듣지 못한 김인우는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예요?”조하랑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별거 아니에요. 그럼, 우리 오늘 여기서 다 공짜로 먹어도 되는 거예요?”“그럼요.”조하랑은 그 말을 듣자마자 무척이나 기뻐하며 모든 음식점의 간판 메뉴를 하나씩 대령하라고 했다.그 말에 김인우는 의혹이 들기만 했다.“다 먹을 수 있어요?”“그냥 종류별로 맛이나 좀 보려고요.”어차피 돈도 이미 냈고 가능한 한 손해를 줄여야 하니 말이다.김인우는 바로 조하랑의 말대로 지시를 내렸다.백화점에 있는 모든 음식점의 음식을 마음껏 먹어도 되고 마음에 드는 옷이라도 있으면 마음대로 사면 된다.김인우가 알아서 그 뒷정리를 해 줄 테니 말이다.조하랑은 어느 한 음식점에 앉아 박민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박윤우를 데리고 백화점으로 와서 공짜로 먹고 놀자면서 말이다.마침 집에 있던 박윤우와 박민정은 할 일이 없어 정민기에게 함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918화

    유남준 일가족은 준비를 마치고 유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오늘따라 유난히 떠들썩한 유씨 가문이다.부잣집은 늘 이처럼 인기가 없는 날이 없는 것 같다.아직 제대로 회복하지 않은 추경은마저 이곳으로 찾아와 유명훈과 함께 수다를 떨고 있었다.고영란과 윤소현은 손님을 맞이하느라 바빴다.정수미도 예외 없이 발걸음을 해주었고 그녀와 아는 사람들은 윤소현이 임신했다는 소리를 듣고서 하나같이 고영란에게 물었다.“사모님, 소현이 임신했다면서요? 남우랑은 언제쯤 식을 올리나요?”“그러게 말이에요. 날은 잡았어요?”“잡는 대로 저희한테도 좀 알려주세요. 미리 축하 선물이라도 준비하려고 그래요.”“...”유남우와 윤소현의 결혼에 대해서 사람들이 다그치자 고영란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유남우와 얘기를 해 본 적이 있지만, 그는 자기한테 다 생각이 있다면서 고영란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 했었다.그 뒤로 고영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었다.“소현이랑 남우한테 달린 일이에요. 두 사람이 언제쯤 식을 올리고 싶으면 그때 올리면 돼요.”고영란이 대답했다.이윽고 사람들의 시선은 모조리 수줍어하는 윤소현에게 쏠렸다.윤소현 역시 숨김없이 말했다.“저희 웨딩드레스까지 맞췄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식을 올리게 될 거예요.”그 말을 듣고서 손님들은 일제히 축하의 뜻을 표했다.본가로 돌아온 유남우는 부하를 통해 윤소현이 내뱉은 말을 알게 되었다.유남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은 어느새 한껏 어두워졌다.결혼을 재촉하고 있는 뜻으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홍주영도 그 뜻을 알아차렸지만 유남우를 타일렀다.“여하튼 도련님 아이를 품고 있는 분이시잖아요. 일찍 결혼하면 아이한테도 좋을 거예요.”유남우는 그 말을 듣고서 홍주영을 바라보았으나 그 어떠한 부드러움도 없었다.“사적인 일에 신경 쓰지 마.”홍주영은 이러한 말투로 야단치는 유남우의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어 고개를 푹 숙인 채 감히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그러자 유남우는 엄숙한 모습을 거두고 부드러운

Latest chapter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902화

    비록 유주아가 말로는 강하게 나왔지만, 사실 그녀도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상대는 남자였고, 힘도 훨씬 셌다. 심홍원의 손을 뿌리치려고 해도, 그녀에겐 역부족이었다.“알겠어요, 알겠어요. 화 풀고, 우리 이제 집에 가요.”심홍원의 머릿속에는 못된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는 유주아처럼 자존심이 강한 여자는 애초에 순순히 말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강압적으로 굴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심홍원이 눈짓을 보내자, 곁에 대기하던 경호원이 곧장 다가왔고, 심홍원은 망설임 없이 유주아의 입을 틀어막고, 그녀를 억지로 끌어안았다.“됐어요, 주아 씨. 다신 이런 데 안 온다고 약속할게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화 좀 풀어요.”심홍원은 마치 유주아와 연인인 척 능청스럽게 연기하며 그녀를 바깥으로 질질 끌고 나갔다. 옆에 있던 경호원도 능숙하게 그를 거들었다.유주아는 여자인 데다 상대는 건장한 남자 둘이었다. 힘으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었고, 결국 몸을 가누지도 못한 채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심홍원이 사람들 눈앞에서 이런 짓까지 벌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었다.그 순간, 박민정 일행이 이 모습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는 걸 직감했다.“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네.”진서연이 비아냥거리듯 중얼거렸다.민수아 역시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저 여자, 아무리 봐도 저 남자 여자친구 아닌 것 같지 않아?”박민정은 아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나도 그렇게 보여. 우리 따라가 보자.”유주아가 저 더러운 남자에게 무슨 짓이라도 당할까 걱정이 된 박민정은 마음이 급해졌다. 그렇게 박민정, 민수아, 진서연 세 사람은 곧장 클럽 밖으로 나갔다. 조하랑은 그 자리에 남았고, 설인하가 그녀 곁을 지키고 있었다.한편, 제우스 클럽 밖.심홍원은 유주아를 억지로 차에 태우려 하고 있었다. 그는 이제 유주아가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고, 그래서 강제로 관계를 맺은 뒤, 언론에 기사를 퍼뜨릴 계획을 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901화

    박민정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남자와 말다툼을 벌이는 진서연을 말렸다. 그러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그 남자를 쏘아보며 말했다.“충고하는데 말 좀 가려서 하세요. 누가 여자는 클럽에서 술 마시면 안 된다고 정하기라도 했어요? 클럽에서 술 마시는 여자는 다 나쁜 여자예요?”남자는 연달아 망신을 당하고 박민정에게까지 반박당하자 점점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그의 신사적인 태도는 한순간에 사라져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돌변했다.“너,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알기나 해?”“너희 엄마가 말 안 해줬어?”박민정은 똑같이 되받아쳤다. 그녀의 그 한마디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그러나 그 남자의 얼굴은 눈에 보일 정도로 시커멓게 변해갔다.“그래, 좋아. 어디 두고 봐.”남자는 한 마디 내뱉고 자리를 떠났다.하지만 박민정은 전혀 개의치 않았고 계속해서 술을 마셨다.그리고 곁에 있던 설인하가 먼저 입을 뗐다.“성원 씨한테 연락해서 대신 처리 좀 해달라고 할게요.”“그럴 필요 없어요. 우린 계속 놀던 대로 놀면 돼요. 여기 사람들도 많은데 그 남자가 더 이상 뭐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박민정은 밖에 경호원도 두고 있었기에 그 남자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박민정의 말에 설인하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안심했다.곁에 있던 진서연도 한마디 거들었다.“잊지 마세요. 저 싸움 잘해요.”설인하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맞네요, 맞네요. 깜빡할 뻔했어요. 저 인간 꼭 한 번 제대로 손 좀 봐줘야겠어요.”한편, 그 남자는 제자리로 돌아가는 길에 마침, 이 곳으로 놀러 온 유주아와 마주쳤다.순간, 남자는 얼굴빛이 확 변하더니 유주아에게 물었다.“주아 씨가 이런 곳엔 어쩐 일이에요?”유주아의 앞에 서 있는 이 남자는 그녀와 맞선을 본 남자 중 한 명으로, 이름은 심홍원이었다. 그의 아빠는 확실히 상업계에서 손꼽히는 인물로 유명 항공 그룹의 대표직을 맡고 있었다.유주아의 아빠는 늘 그녀에게 심홍원은 착실한 사람이라고 칭찬했었다.하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900화

    제우스 클럽.조하랑도 한걸음에 달려왔다.박민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하랑아, 너 아직 배에 아기가 있잖아. 어떻게 여기 왔어?”조하랑은 그녀의 팔을 붙잡고 애교를 부렸다.“걱정 마. 나 술 안먹잖아. 오랜만에 우리끼리 모이는 건데 나만 빼놓을 수 없잖아?”“그럼 약속한 거야. 조금 있다가 조심해야 해.”박민정은 그녀를 가장 안쪽 자리에 앉히며 사람들이 부딪히지 않도록 했다.“알겠어!”조하랑이 약속했다.그녀는 임신한 후로 사실 별로 불편한 것을 느끼지 못했다. 가끔 입덧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박민정은 그녀를 보호해야 할 동물처럼 여기며 그녀 옆에 앉았다.민수아, 설인하, 그리고 진서연은 신나게 놀았다.진서연은 원래 정민기를 부르려고 했지만, 다른 친구들이 한목소리로 거절했다.“절대 안 돼! 오늘은 우리의 날이니까 남자는 데려오지 마.”“알았어.”진서연은 약간 실망했다.그녀는 요즘 정민기가 점점 더 좋아졌다. 그의 진지한 모습도, 때로는 냉정한 모습도 좋았다. 매일 그와 함께 있고 싶었다.박민정 근처에 미녀들이 모여 있으니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한 부잣집 아들이 다가와 말했다.“다섯 분 미녀분들, 오늘 술값은 제가 전부 쏘겠습니다.”“쏘신다고요?”민수아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남자는 그녀가 자신의 통 큰 모습에 감탄한 줄로 알고 말했다.“네, 마음껏 드세요. 전혀 부담 갖지 마시고요.”남자는 말하면서 시선은 설인하의 얼굴에 머물렀다.솔직히 다섯 명 중에서 설인하가 가장 예뻤다.만약 박민정의 얼굴에 흉터가 없었다면 설인하와 비견될 만했을 것이다.“아름다운 여성분, 저와 춤 한 곡 괜찮으세요?”그는 손을 내밀어 설인하에게 향했다.설인하는 조금 느끼한 그의 손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하지만, 안 괜찮아요.”남자의 손은 공중에 멈췄다.옆에서 민수아는 그저 웃겼다. 저 남자는 누구지? 방성원 사모님도 못 알아보는 건가? 이곳 제우스 클럽은 바로 방성원의 소유였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99화

    박민호는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외할머니,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그 집은 원래 제 것이었어요. 단지 나중에 경매에 넘어갔고 여러 사람을 거쳐 박민정 손에 들어갔다고요.”“그러면 그 애가 너한테 돌려줘야지. 딸이라니, 게다가 양녀인데 어떻게 박씨 집안의 집을 차지할 수 있어?”김말숙은 집과 재산은 아들에게 줘야 하는 것이지 딸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했다.박민호도 그녀가 나이가 많아 생각이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외할머니, 어쨌든 앞으로 그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시면 안 돼요. 지금은 정씨 가문의 유일한 상속자이고, 유남준 씨의 부인이잖아요. 외할머니 친손자인 저도 그 사람 덕분에 이렇게 잘 지내고 있다고요!”김말숙은 이 말을 듣고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그래, 알았다. 앞으로 그 애한테 함부로 안 할게. 그런데,”김말숙은 잠시 멈칫하다 말을 이었다.“유씨 집안의 그 아가씨를 마음에 두고 있다고 하지 않았니? 그 애가 결혼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니? 내가 전에 유씨 집안이 갔었을 때 그 부부가 어찌나 얄밉던지.”박민호의 눈빛이 수상하게 변했다.“저희끼리는 안 되겠지만, 누나와 형부라면 분명히 해낼 수 있을 거예요.”그는 자기 주제를 알았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절대 유주아에게 장가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의 누나는 지엔 그룹의 대표이고, 형부는 IM 그룹의 책임자였다. 두 사람이 도와준다면 유주아의 부모도 감히 거절하지 못할 것이라고 그는 믿었다.“그러면 다행이고. 그 유주아 부모라는 사람들 너무 거만하더라. 네가 그 집 딸을 데려오면, 나중에 걔네 집안을 아주 제대로 휘어잡을 수 있을 거야.”유주아 역시 외동딸이었다.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낳을 때 사고가 발생해서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유주아와 결혼하는 것은 곧 그 집안의 재산을 얻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것이 바로 박민호가 박민정에게까지 부탁한 이유였다.그는 이미 결혼할 나이가 되었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98화

    정호철은 그녀가 화를 내자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고개를 들자 그의 눈가가 온통 붉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정수미 역시 그것을 알아채고 마음이 아파졌다.“정 대표님, 화나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저는 정말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더 이상 설득하지 마세요.”정수미는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나 때문이지?”정호철은 목이 메었다.정수미는 단호하게 말했다.“내가 전에도 말했듯이, 나는 당신과 살 생각 없어.”정호철은 목에 바늘이 꽂힌 듯 고통스러웠다. 그는 뻣뻣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아, 알아요.”“그럼 정말 평생 혼자 살거니?”정수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그렇게 분명하게 말했는데도 왜 그렇게까지 마음을 굳게 먹었는지.정호철은 정말 외골수였다. 그는 다시 한번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혼자 사는 게 뭐가 나쁜지 모르겠어요. 대표님이 저를 좋아하지 않고, 함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결혼하지 않는 건 대표님 잘못이 아니에요.”“그리고, 따님과 약속했어요. 대표님 곁을 마지막까지 지켜드리고 나서, 제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요.”정수미는 베개에 기댄 채 숨을 쉬었다.“알겠어. 더 이상 강요하지 않을게.”정호철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리고 또 한 가지.”정수미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민정이가 이전 일은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했으니 죄책감 느낄 필요 없어.”“안 됩니다!”정호철은 단호하게 거절했다.“당시 제가 따님과 예찬이를 거의 해칠 뻔했어요. 제가 멀쩡히 살아있다면 저 스스로도 용서할 수 없을 거예요!”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한번 결심한 일은 누구도 바꿀 수 없었다.정수미는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 이미 이만큼 나이를 먹었으니, 사람의 성격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알겠어. 하고 싶은 대로 해.”정호철은 그제야 다시 얌전히 앉아 그녀에게 물었다.“의사 불러드릴까요?”정수미는 의아해하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97화

    정수미 역시 박민정이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거절하지 않고 체리를 하나씩 입에 넣었다비록 입안 가득 쓴맛이 감돌았지만, 딸이 직접 씻어준 과일을 먹으니 달콤하게 느껴졌다.“맛있다.”정수미가 웃으며 말했다.박민정은 그녀가 또 불편해할까 봐 너무 많이 주지 않았다.조금 먹인 후 박민정은 그녀의 팔을 안았다.이제 두 사람의 관계는 가족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어색함이 전혀 없었다. 아마 이것이 핏줄의 힘일 것이다.정수미는 박민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민정아, 남준이 일은 어떻게 됐니?”“괜찮아요, 남준 씨가 다 해결했어요.”박민정이 대답했다.“그럼 됐어. 내가 걱정하지 말라고 했잖아. 남준이는 아주 유능한 아이라서 아무에게도 괴롭힘당하지 않을 거야.”정수미가 말했다.“네.”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박민정은 일어나 문을 열자 정호철이 손에 많은 음식을 들고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정호철은 박민정이 지금 여기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지 표정이 약간 어색해졌다.“아가씨.”“호철 아저씨.”박민정이 예의 바르게 불렀다.예전에는 박민정이 정호철을 정 부장님이라고 불렀다. 호칭이 바뀌니 정호철은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아, 정 대표님을 돌보러 오셨군요?”그도 뉴스를 통해 유남준에게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유 대표님은 괜찮으신가요?”“네, 괜찮아요.”박민정이 대답했다.“다행이네요, 다행이야.”정호철은 그렇게 말하며 문 앞에 어색하게 서 있었다.박민정은 그가 어머니를 잘 챙겨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어쩔 줄 몰라서 서 있는 것을 보자마자 말했다.“마침 나가서 바람 좀 쐬려고 했는데 아저씨가 오셨네요. 저희 엄마랑 이야기 좀 나눠주세요.”“네.”정호철은 흔쾌히 대답했다. 박민정은 그제야 밖으로 나갔다.그녀가 나가자 정호철은 조심스럽게 병실로 들어가 문을 닫고 정수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96화

    “그럼 박민호에게 뭐라고 설명할 건데?”유남준이 물었다.그는 박민정이 요즘 박민호에게 잘하는 것이 박민호 본인 때문이 아니라, 과거 박형식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결국 박민호는 박형식의 유일한 아들이었다.“생각 좀 해볼게요.”박민정은 눈을 감았다. 잠시 눈을 붙였다가 다시 떴을 때 유남준에게 말했다.“이 일은 급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먼저 알아봐야 할 게 있어요.”박민호는 꽤 오랫동안 자신을 찾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중매를 서달라니, 박민정은 그 속셈에 뭔가 숨겨진 내막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래, 알았어.”병원 문 앞에 도착하자 차가 멈췄다.박민정이 차에서 내리려는데 유남준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깊고 아름다운 눈으로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민정아.”“왜요? 또 무슨 일 있어요?”박민정은 영문을 몰라 물었다.“이리 와 봐.”박민정은 이상하게 생각하며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남자의 입술이 그녀의 이마에 내려앉았다.운전기사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박민정은 어색해하며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뭐 하는 거예요?”“별거 아니야. 그냥 이마에 뽀뽀한 거야.”이상하게도 그는 박민정과 헤어질 생각을 하니 비록 짧은 하룻밤일지라도 아쉬웠다.박민정의 얼굴은 불타는 듯 붉어졌다. 그녀는 그를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여기 사람도 있는데.”“괜찮아. 아무도 못 봐.”유남준은 개의치 않았다.박민정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남준 씨 때문에 못 살아.”그녀가 다시 가려고 하자 유남준은 여전히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다.“내가 뽀뽀했으니, 너도 나한테 뽀뽀해 줘야지?”이 사람은 어쩌면 이렇게 뻔뻔해졌을까?자기가 뽀뽀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박민정은 손을 빼내려 했지만 유남준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여 남자의 뺨에 입을 맞췄다.“됐죠?”“응.”유남준은 눈가에 웃음을 머금었다.박민정은 그런 그를 보며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나이가 몇인데 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95화

    박민정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계속 본론은 숨기고 쓸데없는 얘기만 하는 모습에 더는 못 참고 그의 말을 끊었다.“나 곧 퇴근해야 하는데 별일 없으면 이만 끊을게.”“누나, 잠깐만! 혹시 뭐 하나 부탁해도 될까?”“뭔데?”“내가 지금 형부 도움으로 회사 하나를 차렸잖아. 얼마 전에 고객 만나러 갔다가 한 여자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얼굴도 엄청 예쁘더라고. 나도 이제 나이가 나이인지라 혹시 누나가 중간에서 다리 좀 놔줄 수 있나 해서.”예상치도 못한 부탁에 박민정은 어안이 벙벙했다.여태껏 박민호는 연애는 많이 해봤지만 매번 진지하게 만남을 이어가지는 못했다.그러나 말투가 진지한 걸 보니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누구인데?”“유주아 씨. 유씨 가문에서는 이미 유명한 분이던데 누나도 몰라?”왠지 귀에 익은 이름이라 박민정은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유명훈의 장례식에도 왔었는데 그의 형제분 손녀라고 했고 유남준의 사촌 여동생이었던 걸로 기억했다.그러나 얼굴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았다.“이름은 들어봤는데 얼굴은 모르겠어.”박민정은 솔직하게 답했다.“그러면 도와줄 수는 있는 거야?”“내가 한번 물어봐 줄게.”박민호는 그제야 활짝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고마워, 누나!”“먼저 말해두겠는데 물어봐 준다고 했지, 그 뒤에 일은 네가 알아서 해야 해.”사실 그녀도 현재 박민호의 조건으로 유씨 가문의 여자를 만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그러자 박민호가 빠르게 답했다.“난 누나를 믿어.”그렇게 통화가 끝나자마자 박민정이 회사 1층으로 내려와 보니 유남준의 차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데리러 올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그러자 유남준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차 문을 열어줬다.“퇴근해도 할 일이 없더라고.”박민정은 차에 올라타자마자 그에게 물었다.“혹시 유주아 씨랑 친해요?”“유주아?”유남준은 한참 동안 고민하더니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왜 갑자기 주아에 대해 묻는 거야? 나랑 안 친해.”유주아는 유명훈 형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94화

    유남준은 그제야 진정하고 서둘러 밖으로 나온 뒤 그녀의 머리를 다시 살펴봤다.그러자 박민정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나도 안 아프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그리고 제정신이 아닌 사람을 굳이 상대해서 뭐 해요?”“그래.”유남준은 담담하게 답했지만 속으로는 당장에라도 이지원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사실 박민정도 애써 쿨한 척 괜찮다고는 했지만 방금 눈앞에서 본 이지원의 모습은 어딘가 이상했다.그런 눈빛은 진짜로 미친 사람 외에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될 만큼 충격적이었다.박민정은 돌아가기 전 원장에게 물었다.“혹시 이지원 씨는 평소에도 많이 폭력적이었나요?”그러자 원장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아니요. 여기에 온 이후로는 말도 잘 듣고 다른 환자분들과도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약 그런 환자가 들어오면 오히려 자발적으로 피하더라고요.”박민정은 그제야 뭔가 알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아닙니다. 설마 방금 사모님께 손을 댔나요?”그의 물음에 박민정은 굳이 숨길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네, 안정이 필요해 보이더라고요.”“알겠습니다.”원장은 재빨리 간호사에게 알렸다.“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제 지인도 이쪽 분야의 전문가 의사인데 이런 환자한테는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곁에 있으면 좋다고 했거든요.”사실 원장도 진작에 김인우를 통해 이지원이 저질렀던 악행들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하여 박민정의 말이 끝나자마자 빠르게 답했다.“저희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두 사람은 그제야 그곳을 빠져나왔고 원장은 그들이 떠나가자마자 이지원의 병실에 비교적 폭력 성향이 센 환자를 안배해 뒀다.박민정이 차에 올라타자 유남준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에게 물었다.“어때 보였어? 이지원이 진짜로 정신이 이상해진 것 같았어?”그러나 박민정은 대답 대신 그를 한참 동안 빤히 바라보다 되물었다.“남준 씨는 어땠는데요? 뭔가 이상한 점 못 느꼈어요?”그러자 유남준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