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월요일 저녁.송유지는 채도하의 집 소파에 앉아 부동산 앱을 보고 있었다.도하는 옆에서 노트북을 보다가 슬쩍 화면을 확인했다.“뭐 봐.”“집.”도하의 손이 멈췄다.유지는 바로 웃었다.“진짜 구하는 거 아니에요.”“놀랐네.”“그냥 어떤 집들이 있나 보는 거예요.”도하는 노트북을 닫았다.“보여줘.”유지는 휴대전화를 가운데로 가져왔다.“이런 건 어때요?”화면에는 방 두 개짜리 집이 떠 있었다.밝은 거실.작은 주방.넉넉한 수납장.도하가 사진을 넘겼다.“거실은 괜찮네.”“주방은 조금 좁죠?”“응.”유지는 웃었다.“벌써 같이 보네.”“네가 보여줬잖아.”“그래도.”며칠 전까지만 해도 같이 살 집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긴장했는데.이제는 화면 속 집을 보며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유지는 검색 조건을 열었다.“조건 정해볼까요?”“무슨 조건.”“나중에 진짜 집 볼 때.”도하가 잠깐 생각했다.“회사 너무 멀지 않은 곳.”“그건 중요.”유지는 하나를 적었다.“또?”“주차.”“도하 씨답다.”“필요하잖아.”“저는 수납.”“그것도 필요하고.”“햇빛 잘 드는 거.”“응.”유지는 계속 적었다.“주방은 너무 작으면 싫어요.”“요즘 요리 자주 해서?”유지가 눈을 가늘게 떴다.“도하 씨도 하잖아요.”“그럼 큰 걸로.”“욕실도 하나는 넓었으면 좋겠고.”도하가 웃었다.“점점 구체적이네.”유지도 잠깐 멈췄다.그러게.아직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는데.조건은 자꾸 늘어났다.“도하 씨는 또 없어요?”도하는 잠시 생각했다.“방 하나 더.”“왜요?”“각자 혼자 있고 싶을 때 쓸 수 있게.”유지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같이 살아도요?”“같이 살아도.”도하는 자연스럽게 말했다.“계속 붙어 있을 필요는 없잖아.”유지는 고개를 끄덕였다.그 말이 좋았다.같이 산다고 해서 모든 시간을 공유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그럼 방 두 개 이상.”“응.”유지는 조건을 추가했다.한참 집을 보다가.
토요일 아침.송유지는 채도하보다 먼저 눈을 떴다.익숙한 천장.익숙한 베개.그리고 침대 옆 협탁 위에 놓인 자신의 머리끈.이제는 낯설지 않았다.유지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나갔다.냉장고를 열자 자신의 간식 칸이 보였다.그 아래에는 전날 둘이 먹고 남은 반찬이 있었다.유지는 물을 꺼내 마시다가 문득 웃었다.이 집 안에 자신의 흔적이 너무 많아졌다.잠시 뒤.도하가 잠에서 덜 깬 얼굴로 나왔다.“왜 혼자 나왔어.”“깼으니까요.”“몇 시야.”“여덟 시 조금 넘었어요.”도하는 유지가 들고 있는 물병을 한번 보고 냉장고를 열었다.“아침 뭐 먹을래.”“토스트?”“응.”유지는 식탁에 앉았다.평범한 토요일 아침이었다.그 평범함 때문에 오히려 어제 나눴던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다.같이 살게 되면.오늘 같은 날이 많겠지.아침을 먹다가 유지가 갑자기 물었다.“도하 씨.”“응.”“여기 계속 살 거예요?”도하가 토스트를 내려놓았다.“갑자기 집은 왜.”“그냥 궁금해서.”유지는 이번엔 ‘그냥’이라고 하고도 바로 고치지 않았다.정말 단순한 궁금증에서 시작했으니까.“나중에도 여기 살 건지.”도하는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아마 당분간은.”“그럼.”유지가 컵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만졌다.“만약 같이 살게 되면 저도 여기로 오는 건가.”도하의 시선이 유지에게 향했다.이번에는 둘 다 웃지 않았다.도하가 물었다.“넌 어때.”“뭐가요.”“여기서 사는 거.”유지는 천천히 집 안을 둘러봤다.너무 많은 기억이 있는 집.처음에는 언니의 집이었다.그다음에는 도하 혼자 남은 집이었다.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물건이 늘어난 집.유지는 솔직하게 말했다.“예전보다 괜찮아요.”“예전에는?”“여기서 진짜 같이 산다고 생각하면.”유지는 잠깐 말을 멈췄다.“언니 자리를 제가 차지하는 것 같았을 것 같아요.”도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근데 지금은.”유지는 천천히 이어갔다.“그렇게 생각 안 해요.”도하의 표정
금요일 저녁.송유지는 퇴근 직전에 채도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은 제가 늦을 것 같아요.답장은 금방 왔다.—몇 시쯤?—아홉 시?잠시 뒤.—그럼 내가 먼저 가 있을게.유지는 화면을 보고 웃었다.이제 이런 말도 자연스러웠다.누가 먼저 도착하고.누가 기다리고.누가 밥을 준비하는지.조금씩 서로의 생활 안에 들어와 있었다.—저녁은요?—해놓을게.유지는 짧게 답했다.—기대할게요.일을 마치고 도하의 집에 도착한 건 아홉 시가 조금 넘어서였다.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자 주방 쪽에서 음식 냄새가 났다.“왔어요.”도하가 주방에서 고개를 들었다.“응.”유지는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식탁 위에는 이미 저녁이 차려져 있었다.“많이 했네요.”“너 늦는다길래.”유지는 가방을 내려놓고 식탁 앞으로 갔다.“배고팠는데 잘됐다.”도하가 의자를 빼줬다.“앉아.”유지는 피식 웃었다.“오늘 되게 다정하네.”“오늘만?”“아니.”유지는 바로 고쳤다.“요즘 계속.”도하도 웃었다.둘은 늦은 저녁을 먹었다.유지가 한입 먹고 말했다.“맛있어요.”“응.”“또 응.”“맛있으면 됐지.”유지는 고개를 저었다.“저는 칭찬 많이 해주는데.”도하가 잠깐 생각하다 말했다.“그럼.”유지가 기다렸다.“늦게까지 일하고 와서도 예뻐.”유지의 숟가락이 멈췄다.“갑자기?”도하가 태연하게 밥을 먹었다.유지는 웃었다.“그건 반칙인데.”“칭찬해달라며.”“음식 칭찬 말한 거였어요.”“이미 했잖아.”유지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식사를 마친 뒤.둘은 함께 설거지를 했다.유지가 접시를 씻고.도하가 닦았다.그때 유지가 문득 말했다.“이상하죠.”“뭐가.”“우리가 이제 이런 거에 익숙한 거.”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응.”“처음엔 같이 밥 먹는 것도 되게 신경 쓰였는데.”“지금은?”유지는 주변을 둘러봤다.“그냥 저녁 같아요.”도하의 손이 잠깐 멈췄다.유지는 곧바로 덧붙였다.“좋은 뜻이에요.”“알아.”
수요일 오후.송유지는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평소보다 자주 시계를 봤다.어제 하루 보지 않았을 뿐인데.오늘은 이상하게 시간이 더 느리게 갔다.채도하에게서는 오후 다섯 시쯤 메시지가 왔다.—오늘은 몇 시쯤 올 수 있어?유지는 바로 답했다.—퇴근하면 바로요.잠시 뒤.—진짜 빨리 오네.유지는 웃었다.—누가 어제 빨리 오라면서요.읽음.그리고 곧.—맞아.유지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별것 아닌 대화인데도 기분이 좋았다.도하의 집에 도착한 건 저녁 일곱 시가 조금 넘어서였다.유지는 익숙하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신발장 옆 슬리퍼를 신고.가방을 내려놓았다.도하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유지는 주방으로 향했다.어제 약속한 대로 저녁을 준비하기로 했다.냉장고를 열자 필요한 재료는 충분했다.유지는 간단한 국과 볶음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그러다 문득 웃음이 났다.어제는 각자의 집에서 저녁을 먹었는데.오늘은 자연스럽게 이 집에서 둘이 먹을 저녁을 만들고 있었다.하루 차이였다.그런데.오늘이 더 기다려졌다.현관문이 열린 건 여덟 시가 조금 안 됐을 때였다.유지는 주방에서 고개를 돌렸다.“왔어요?”도하가 들어오다 그대로 멈췄다.유지가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식탁에는 이미 반찬 몇 가지가 놓여 있었다.도하가 신발을 벗으며 말했다.“진짜 해놨네.”“기대한다면서요.”“응.”도하는 외투를 벗고 곧장 주방으로 왔다.유지가 마지막 접시를 놓으며 물었다.“왜 그렇게 봐요.”“하루 못 봤다고.”“네.”“되게 오래된 것 같네.”유지의 손이 멈췄다.자신도 어제 똑같은 생각을 했다.“저도요.”도하가 잠깐 웃었다.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유지 가까이 왔다.유지는 그가 뭘 하려는지 알아차렸다.“밥부터.”“잠깐이면 되잖아.”도하가 낮게 말했다.유지는 웃으며 그의 셔츠 소매를 잡았다.“그럼 잠깐만.”짧은 입맞춤.그런데 둘 다 바로 떨어지지 않았다.하루뿐인데.그 하루가 괜히 더 반갑게 만들었다.결국 먼
화요일 저녁.송유지는 퇴근 후 곧장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채도하에게 말한 그대로였다.오늘은 집에서 해야 할 일이 있었다.밀린 빨래.택배 정리.냉장고 안 정리까지.평소 같으면 귀찮아서 미뤘을 일들이었지만.오늘은 일부러 하나씩 처리했다.그런데 이상했다.집에 있으면서도 자꾸 휴대전화를 확인했다.도하에게서 메시지가 온 건 저녁 일곱 시쯤이었다.—퇴근했어?유지는 바로 답했다.—네. 집이에요.잠시 뒤.—밥은?—먹으려고요.—제대로 먹어.유지는 피식 웃었다.—도하 씨는요?—나도 이제 먹어.유지는 화면을 한참 보다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예전과 크게 다를 것도 없는 대화였다.그런데 오늘따라 그 짧은 말들이 더 신경 쓰였다.저녁을 먹고.유지는 빨래를 개며 TV를 틀었다.평소 좋아하던 프로그램이었다.그런데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문득 도하의 집이 떠올랐다.소파.주방.자신의 흰색 머그.신발장 옆 슬리퍼.그리고 드레스룸 안의 두 칸.유지는 옷을 접다 말고 중얼거렸다.“하루인데.”정말 하루였다.어제 봤고.내일이면 또 볼 수 있었다.그런데도.조금 허전했다.유지는 결국 휴대전화를 들었다.—뭐 해요?답장은 바로 왔다.—설거지.유지는 웃었다.—혼자 하니까 심심하죠?잠시 뒤.—응.너무 솔직한 대답이었다.유지는 화면을 바라보다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저도 조금 심심해요.읽음.곧바로 전화가 왔다.“왜 전화해요.”—네가 심심하다며.“그렇다고 바로 전화까지.”—싫어?“아니요.”유지는 소파에 몸을 기대었다.도하 쪽에서는 물소리가 들렸다.“진짜 설거지 중이네요.”—응.“영상통화 할래요?”잠깐 조용했다.—지금?“왜요.”—너 오늘 집에서 할 거 있다며.“다 했어요.”곧 화면이 바뀌었다.도하의 얼굴이 나타났다.유지는 괜히 웃었다.“피곤해 보여요.”—너도.“전 집에만 있었는데.”—그래도.잠시 말없이 서로 화면만 바라봤다.유지가 먼저 말했다.“이상하네요.”—뭐가.“오
월요일 저녁.송유지는 퇴근하자마자 채도하의 집으로 향했다.이제는 특별한 약속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가는 날이 생겼다.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신발장 옆 자신의 슬리퍼를 신고.냉장고를 열어 물을 꺼냈다.모든 게 너무 익숙했다.유지는 거실 한가운데 잠깐 서서 주변을 바라봤다.“진짜 많이 달라졌네.”처음 이 집에 왔을 때는.어디에 앉아야 할지도 조심스러웠다.언니의 물건 하나를 만질 때도 숨이 막혔다.그런데 지금은.자신의 컵이 있고.옷이 있고.사진이 있고.서랍까지 있었다.잠시 뒤.현관문이 열렸다.도하가 들어오자 유지가 자연스럽게 말했다.“왔어요?”도하가 신발을 벗으며 그녀를 봤다.“응.”“오늘 늦었네요.”“조금.”유지는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밥 먹을래요?”“해놨어?”“대충.”도하가 웃었다.“이제 진짜 먼저 와서 다 하네.”유지가 뒤를 돌아봤다.“싫어요?”“아니.”도하는 아주 자연스럽게 말했다.“좋아.”둘은 간단히 저녁을 먹었다.여행 이야기.회사 이야기.별것 아닌 이야기들이 이어졌다.그러다 유지가 문득 물었다.“도하 씨.”“응.”“우리 요즘 너무 익숙해진 것 같지 않아요?”도하가 젓가락을 멈췄다.“나쁜 뜻?”“아니요.”유지는 고개를 저었다.“좋은 뜻.”잠깐.“예전에는 도하 씨랑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계속 긴장했는데.”“지금은?”“편해요.”도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유지가 웃었다.“설레지 않는다는 뜻 아니에요.”“알아.”“진짜?”“응.”도하가 물었다.“너는 편한 게 싫어?”유지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좋아요.”그리고 솔직하게 덧붙였다.“오히려 더 좋아요.”도하의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식사 후.둘은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유지는 도하 어깨에 기대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그때 사진첩에서 여행 사진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유지가 말했다.“이거 인화해야 하는데.”“아직 안 했어?”“까먹었어요.”“내일 해.”유지는 웃었다.“왜 이렇게 재촉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