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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익숙해진 다음

Author: 에이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05 16:57:35

월요일 저녁.

송유지는 퇴근하자마자 채도하의 집으로 향했다.

이제는 특별한 약속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가는 날이 생겼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

신발장 옆 자신의 슬리퍼를 신고.

냉장고를 열어 물을 꺼냈다.

모든 게 너무 익숙했다.

유지는 거실 한가운데 잠깐 서서 주변을 바라봤다.

“진짜 많이 달라졌네.”

처음 이 집에 왔을 때는.

어디에 앉아야 할지도 조심스러웠다.

언니의 물건 하나를 만질 때도 숨이 막혔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의 컵이 있고.

옷이 있고.

사진이 있고.

서랍까지 있었다.

잠시 뒤.

현관문이 열렸다.

도하가 들어오자 유지가 자연스럽게 말했다.

“왔어요?”

도하가 신발을 벗으며 그녀를 봤다.

“응.”

“오늘 늦었네요.”

“조금.”

유지는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밥 먹을래요?”

“해놨어?”

“대충.”

도하가 웃었다.

“이제 진짜 먼저 와서 다 하네.”

유지가 뒤를 돌아봤다.

“싫어요?”

“아니.”

도하는 아주 자연스럽게 말했다.

“좋아.”

둘은 간단히 저녁을 먹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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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은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됐다   111.떠나기 전에 정한 것

    수요일 저녁.송유지는 회사에서 돌아온 뒤에도 계속 휴대전화를 들여다봤다.파견 제안 수락 마감까지.이틀.채도하에게는 이미 말했다.하지만 결정을 내리는 건 결국 자신이었다.유지는 소파에 앉아 한참 생각하다 도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올 수 있어요?답장은 바로 왔다.—지금 갈게.한 시간도 안 돼 도하가 도착했다.유지는 문을 열어주자마자 말했다.“저 갈 것 같아요.”도하는 신발을 벗다 멈췄다.“파견?”“네.”잠깐.“가고 싶어요.”말하고 나니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도하는 한동안 유지 얼굴을 봤다.“그럼 가.”유지는 웃지 못했다.“진짜 괜찮아요?”“안 괜찮아도.”도하가 낮게 말했다.“네가 원하는 일이라면 가야지.”유지는 그 말이 고마우면서도 조금 서운했다.“도하 씨는 너무 잘 보내줘요.”“그럼 가지 말라고 할까.”“그건 싫고.”도하가 피식 웃었다.“어렵네.”유지도 결국 웃었다.잠시 후.유지는 식탁 위에 회사 자료를 펼쳤다.파견지.숙소 지원.출퇴근 조건.주말 이동 가능 여부.도하가 하나씩 읽었다.“회사에서 숙소는 잡아줘?”“네. 작은 원룸.”“위치는?”“지사에서 걸어서 십오 분.”도하는 잠시 생각했다.“그럼 차는 굳이 안 가져가도 되겠네.”“도하 씨.”“응.”“왜 벌써 제 생활 계획까지 짜요.”도하가 화면을 계속 보며 말했다.“불편한 거 없게 보려고.”유지는 한동안 그를 바라봤다.예전 같으면.이런 식으로 도하가 챙기면 또 의미를 찾았을 것이다.지금은 그냥 알았다.좋아해서.자신이 가서 힘들지 않았으면 해서.유지가 물었다.“주말에 진짜 같이 가볼래요?”“응.”“파견지.”“응.”“왜 그렇게 바로 대답해요.”도하가 고개를 들었다.“네가 6개월 살 곳이잖아.”잠깐.“한번 보고 싶어.”유지의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저 없어도 여기 잘 있을 수 있죠?”도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유지가 눈을 가늘게 떴다.“왜요.”“잘 있긴 하겠지.”“근데?

  • 죽은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됐다   110.집을 보던 중 생긴 다른 선택

    월요일 오후.송유지는 회의실에서 나온 뒤 한동안 자리로 돌아가지 못했다.방금 들은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6개월 파견.회사에서 새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유지에게 지방 지사 근무를 제안했다.강제는 아니었다.거절해도 됐다.대신 받아들이면 지금보다 맡는 일이 커지고, 이후 자리도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문제는.결정할 시간이 사흘뿐이라는 것.유지는 휴대전화를 내려다봤다.주말에는 채도하와 다시 집을 보러 가기로 했다.둘이 살 수도 있는 집.그런데 갑자기.자신의 앞에 전혀 다른 도시가 생겼다.저녁.유지는 도하의 집으로 가지 않았다.근처 카페에서 만나자고 했다.도하는 자리에 앉자마자 유지 얼굴을 봤다.“무슨 일 있어?”“티 나요?”“응.”유지는 괜히 컵을 만지작거렸다.“회사에서 제안 하나 받았어요.”도하는 말없이 기다렸다.“파견.”“어디로?”“지방 지사.”“얼마나.”“6개월.”도하의 표정이 아주 조금 굳었다.유지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싫죠?”도하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네가 가고 싶어?”예상했던 질문이 아니었다.유지는 멈칫했다.“저요?”“응.”“도하 씨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요?”“내 생각 말고.”도하가 낮게 말했다.“네가 가고 싶은지부터.”유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솔직히.조금 가고 싶었다.좋은 기회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까지 둘이 만들던 계획이 너무 빨리 떠올랐다.여행.집.같이 살지도 모르는 미래.“가면.”유지가 천천히 말했다.“우리 집 보러 다니던 것도 의미 없어지잖아요.”도하가 고개를 저었다.“왜 없어져.”“6개월이나 없는데.”“6개월 뒤에도 집은 있어.”유지는 말이 막혔다.“도하 씨.”“응.”“안 붙잡아요?”이번에는 도하가 유지 얼굴을 오래 봤다.“붙잡고 싶지.”그 한마디에 유지의 심장이 내려앉았다.“근데.”도하는 손을 뻗어 유지 손을 잡았다.“그거랑 네가 갈 기회를 포기했으면 하는 건 다른 얘기잖아.”유지는 손끝에 힘을

  • 죽은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됐다   109.처음으로 집을 보러 간 날

    토요일 오전.송유지는 약속 시간보다 십 분 먼저 나와 있었다.오늘은 평소 데이트와 달랐다.영화도 아니고.카페도 아니고.여행도 아니었다.채도하와 함께 집을 보러 가는 날.아직 계약할 생각은 없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도.이상하게 아침부터 긴장됐다.도하가 도착하자 유지가 바로 물었다.“진짜 보기만 하는 거 맞죠?”도하가 차 문을 열어주며 웃었다.“응.”“좋은 집 나와도요?”“바로 계약 안 해.”“확실해요?”“확실해.”유지는 그제야 차에 올랐다.“왜 이렇게 긴장하지.”도하가 시동을 걸었다.“네가 먼저 보러 가고 싶다며.”“그때랑 오늘은 다르죠.”“뭐가.”유지는 잠깐 생각했다.“오늘은 진짜 문 열고 들어가서 보잖아요.”도하는 낮게 웃었다.“집 보는 건 원래 그래.”“알아요.”첫 번째 집은 생각보다 작았다.사진으로 볼 때는 거실이 넓어 보였는데.실제로 들어가니 소파와 식탁을 놓으면 금방 꽉 찰 것 같았다.유지는 주방을 둘러봤다.“여기는 좀 좁다.”도하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응.”방 두 개는 있었지만.작은 방 하나는 책상 두 개를 놓기에도 빠듯했다.유지가 문 앞에 서서 말했다.“각자 일하는 공간은 힘들겠어요.”도하가 방 크기를 한번 확인했다.“그러네.”부동산 직원이 말했다.“두 분이 신혼으로 들어오기에는 많이들 보시는 구조예요.”유지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신혼.도하도 아주 잠깐 멈췄다.하지만 직원은 별 의미 없이 다음 설명을 이어갔다.유지는 괜히 도하 쪽을 보지 않았다.집을 다 보고 밖으로 나온 뒤.도하가 먼저 물었다.“왜 조용해.”“아까 들었잖아요.”“뭘.”“신혼.”도하가 웃었다.“그게 왜.”“안 놀랐어요?”“조금.”유지가 눈을 가늘게 떴다.“표정 하나도 안 변하던데.”“너는 변했어.”유지가 바로 얼굴을 돌렸다.두 번째 집은 달랐다.현관부터 넓었고.거실로 들어가자 햇빛이 잘 들어왔다.유지는 바로 창가로 갔다.“여기 좋다.”도하도 천천히 주변을 둘러

  • 죽은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됐다   108.둘이 살 집의 조건

    월요일 저녁.송유지는 채도하의 집 소파에 앉아 부동산 앱을 보고 있었다.도하는 옆에서 노트북을 보다가 슬쩍 화면을 확인했다.“뭐 봐.”“집.”도하의 손이 멈췄다.유지는 바로 웃었다.“진짜 구하는 거 아니에요.”“놀랐네.”“그냥 어떤 집들이 있나 보는 거예요.”도하는 노트북을 닫았다.“보여줘.”유지는 휴대전화를 가운데로 가져왔다.“이런 건 어때요?”화면에는 방 두 개짜리 집이 떠 있었다.밝은 거실.작은 주방.넉넉한 수납장.도하가 사진을 넘겼다.“거실은 괜찮네.”“주방은 조금 좁죠?”“응.”유지는 웃었다.“벌써 같이 보네.”“네가 보여줬잖아.”“그래도.”며칠 전까지만 해도 같이 살 집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긴장했는데.이제는 화면 속 집을 보며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유지는 검색 조건을 열었다.“조건 정해볼까요?”“무슨 조건.”“나중에 진짜 집 볼 때.”도하가 잠깐 생각했다.“회사 너무 멀지 않은 곳.”“그건 중요.”유지는 하나를 적었다.“또?”“주차.”“도하 씨답다.”“필요하잖아.”“저는 수납.”“그것도 필요하고.”“햇빛 잘 드는 거.”“응.”유지는 계속 적었다.“주방은 너무 작으면 싫어요.”“요즘 요리 자주 해서?”유지가 눈을 가늘게 떴다.“도하 씨도 하잖아요.”“그럼 큰 걸로.”“욕실도 하나는 넓었으면 좋겠고.”도하가 웃었다.“점점 구체적이네.”유지도 잠깐 멈췄다.그러게.아직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는데.조건은 자꾸 늘어났다.“도하 씨는 또 없어요?”도하는 잠시 생각했다.“방 하나 더.”“왜요?”“각자 혼자 있고 싶을 때 쓸 수 있게.”유지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같이 살아도요?”“같이 살아도.”도하는 자연스럽게 말했다.“계속 붙어 있을 필요는 없잖아.”유지는 고개를 끄덕였다.그 말이 좋았다.같이 산다고 해서 모든 시간을 공유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그럼 방 두 개 이상.”“응.”유지는 조건을 추가했다.한참 집을 보다가.

  • 죽은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됐다   107.같은 주소를 상상한 날

    토요일 아침.송유지는 채도하보다 먼저 눈을 떴다.익숙한 천장.익숙한 베개.그리고 침대 옆 협탁 위에 놓인 자신의 머리끈.이제는 낯설지 않았다.유지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나갔다.냉장고를 열자 자신의 간식 칸이 보였다.그 아래에는 전날 둘이 먹고 남은 반찬이 있었다.유지는 물을 꺼내 마시다가 문득 웃었다.이 집 안에 자신의 흔적이 너무 많아졌다.잠시 뒤.도하가 잠에서 덜 깬 얼굴로 나왔다.“왜 혼자 나왔어.”“깼으니까요.”“몇 시야.”“여덟 시 조금 넘었어요.”도하는 유지가 들고 있는 물병을 한번 보고 냉장고를 열었다.“아침 뭐 먹을래.”“토스트?”“응.”유지는 식탁에 앉았다.평범한 토요일 아침이었다.그 평범함 때문에 오히려 어제 나눴던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다.같이 살게 되면.오늘 같은 날이 많겠지.아침을 먹다가 유지가 갑자기 물었다.“도하 씨.”“응.”“여기 계속 살 거예요?”도하가 토스트를 내려놓았다.“갑자기 집은 왜.”“그냥 궁금해서.”유지는 이번엔 ‘그냥’이라고 하고도 바로 고치지 않았다.정말 단순한 궁금증에서 시작했으니까.“나중에도 여기 살 건지.”도하는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아마 당분간은.”“그럼.”유지가 컵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만졌다.“만약 같이 살게 되면 저도 여기로 오는 건가.”도하의 시선이 유지에게 향했다.이번에는 둘 다 웃지 않았다.도하가 물었다.“넌 어때.”“뭐가요.”“여기서 사는 거.”유지는 천천히 집 안을 둘러봤다.너무 많은 기억이 있는 집.처음에는 언니의 집이었다.그다음에는 도하 혼자 남은 집이었다.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물건이 늘어난 집.유지는 솔직하게 말했다.“예전보다 괜찮아요.”“예전에는?”“여기서 진짜 같이 산다고 생각하면.”유지는 잠깐 말을 멈췄다.“언니 자리를 제가 차지하는 것 같았을 것 같아요.”도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근데 지금은.”유지는 천천히 이어갔다.“그렇게 생각 안 해요.”도하의 표정

  • 죽은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됐다   106.함께 맞춘 저녁

    금요일 저녁.송유지는 퇴근 직전에 채도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은 제가 늦을 것 같아요.답장은 금방 왔다.—몇 시쯤?—아홉 시?잠시 뒤.—그럼 내가 먼저 가 있을게.유지는 화면을 보고 웃었다.이제 이런 말도 자연스러웠다.누가 먼저 도착하고.누가 기다리고.누가 밥을 준비하는지.조금씩 서로의 생활 안에 들어와 있었다.—저녁은요?—해놓을게.유지는 짧게 답했다.—기대할게요.일을 마치고 도하의 집에 도착한 건 아홉 시가 조금 넘어서였다.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자 주방 쪽에서 음식 냄새가 났다.“왔어요.”도하가 주방에서 고개를 들었다.“응.”유지는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식탁 위에는 이미 저녁이 차려져 있었다.“많이 했네요.”“너 늦는다길래.”유지는 가방을 내려놓고 식탁 앞으로 갔다.“배고팠는데 잘됐다.”도하가 의자를 빼줬다.“앉아.”유지는 피식 웃었다.“오늘 되게 다정하네.”“오늘만?”“아니.”유지는 바로 고쳤다.“요즘 계속.”도하도 웃었다.둘은 늦은 저녁을 먹었다.유지가 한입 먹고 말했다.“맛있어요.”“응.”“또 응.”“맛있으면 됐지.”유지는 고개를 저었다.“저는 칭찬 많이 해주는데.”도하가 잠깐 생각하다 말했다.“그럼.”유지가 기다렸다.“늦게까지 일하고 와서도 예뻐.”유지의 숟가락이 멈췄다.“갑자기?”도하가 태연하게 밥을 먹었다.유지는 웃었다.“그건 반칙인데.”“칭찬해달라며.”“음식 칭찬 말한 거였어요.”“이미 했잖아.”유지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식사를 마친 뒤.둘은 함께 설거지를 했다.유지가 접시를 씻고.도하가 닦았다.그때 유지가 문득 말했다.“이상하죠.”“뭐가.”“우리가 이제 이런 거에 익숙한 거.”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응.”“처음엔 같이 밥 먹는 것도 되게 신경 쓰였는데.”“지금은?”유지는 주변을 둘러봤다.“그냥 저녁 같아요.”도하의 손이 잠깐 멈췄다.유지는 곧바로 덧붙였다.“좋은 뜻이에요.”“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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